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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빌리 배럿)와 파이퍼(소라 웡)는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사이다. 둘은 어린 시절 서로를 낯설어 하기도 했지만 청소년이 된 지금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 사건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잇단 죽음. 앤디는 시각장애를 가진 파이퍼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어른의 빈자리를 채우고, 파이퍼는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 듯 씩씩하게 일어선다. 하지만 로라(샐리 호킨스)가 있는 위탁가정에 들어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노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로라는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무언가를 감추는 듯하다. 먼저 로라의 집에 살던 소년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까지 말없이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설상가상 로라는 이간질을 일삼으며 남매를 떨어뜨려놓는 데에 혈안이 된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가 놓은 덫에 점점 가까워진다.
<브링 허 백>은 데뷔작 <톡 투 미>로 일약 흥행 감독에 등극한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 필리포, 마이클
[리뷰] 메스껍고 끔찍하게 뿌리 내린 슬픔, <브링 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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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란 전역을 휩쓴 히잡 반대 시위가 독재 권력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진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담겼다. 이란 사형제도를 다룬 <사탄은 없다>(2020)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작은 이란 사회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 삶과 자유를 향한 투쟁의 가장 용감한 형태이다. 영화는 테헤란의 한 중산층 가정에 싹트기 시작한 균열을 바라본다. 막 수사판사로 승진한 가장 이만(미사그 자레)은 마흐사 아미니-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의해 폭행당한 뒤 뇌출혈로 사망한 실존 인물- 의 죽음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시민들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을 강요받는다. 정식 판사 임명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수백건에 이르는 사건들을 처리하게 된 이만은 가족의 안위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즈메(소헤일라 골레스타니) 역시 남편의 출세가 가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기꺼이 가족을 체제의 통제 속에 놓아두려 한다. 모하마드 라
[리뷰] 예술로 망명해 필름에 새긴 혁명, 촬영부터 상영까지가 모두 영화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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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타맨>은 험난한 현실 속에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천재 기타리스트 이기철(이선정)의 성장과 사랑, 상실을 그려낸 작품이다. 성원제약 대표이자 이선정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이선정이 기획, 제작, 연출, 주연을 모두 맡았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고 김새론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김새론은 이기철이 합류한 라이브 밴드 ‘볼케이노’의 키보드 연주자 유진 역을 맡아 기철의 마음을 열고 변화시키는 밝은 온기를 선보인다. 영화 속 주요 음악은 이선정 감독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맡았다. 다소 상투적인 연출이 아쉽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따뜻한 메시지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감동은 분명하다. 삶의 고난 속에서도 음악이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현실 속 상처받은 이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무엇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새론 배우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에게 선물이 될 영화다.
[리뷰] 김새론 배우의 생기와 열연을 기억하며, <기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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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르가모에 위치한 아카데미아 카라라 미술관의 재개관을 기념하여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찾아온다. 18세기 미술품 수집가 자코모 카라라 백작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카라라 미술관은 르네상스부터 19세기 말까지 거장들이 탄생시킨 600여점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다비데 페라리오 감독은 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전문가 인터뷰와 함께 생생하게 담아낸다. 메인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산치오의 걸작 <성 세바스찬>을 비롯해, 보티첼리의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초상화>, 피사넬로의 <리오넬로 데스테의 초상>, 벨리니의 <알차노의 마돈나>, 만테냐의 <성모자>, 모로니의 <노인의 초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걸작들은 미술사적 가치를 넘어 초상화가 지닌 인간 내면의 고뇌와 시대의 흔적을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미술관의 내외부 전경을 담아낸 화면은 직접 방문한 듯한 설렘을 자아낸다.
[리뷰] 시간을 거슬러 만나는 거장들의 초상, <초상화의 이면. 아카데미아 카라라의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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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재벌 사업가인 자자 코다(베니치오 델 토로)는 쌓은 업보 탓에 매 순간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페니키아 지역에 거대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현재 그가 추진하는 일생의 프로젝트다. 어느 날 비행기 추락 사고 후 기적적으로 생존한 그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계획을 이어갈 후계자를 선택하는데, 이는 수녀가 되려는 딸 리들(미아 트리플턴)이다. 이제 자자는 사업 자금을 투자할 자본가뿐만 아니라 아빠를 악당이라 생각하는 딸의 마음까지 얻어야 한다. 그 기묘한 비즈니스 트립에 어리숙한 가정교사 비욘(마이클 세라)이 동행한다. <페니키안 스킴>은 웨스 앤더슨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 역시 시각적 즐거움으로 가득하며, 근작에 비해 서사구조도 그리 복잡하지 않게 느껴진다. 다만 자자가 가끔씩 떠올리는 사후 세계를 통해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연출자의 가장 최근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리뷰] 각자가 생각하는 천국의 갭을 좁혀보기 위한 너와 나의 비즈니스 트립, <페니키안 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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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미연(길은혜)은 아픈 엄마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민이 많다. 투병 기간이 길어지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연은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유기견 센터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발견한 강아지 해피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해피는 미연의 가족에게 얼마간 행복을 주는 듯 보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게 없고, 엄마의 병세는 날로 악화된다. 엄마가 보물처럼 껴안고 사는 검은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에 따라, 이 가족의 미래가 결정날 것처럼 보인다. <해피해피>는 강아지라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긍정적인 변화를 맞는 한 인물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미연과 친구, 동네 수의사 캐릭터 등이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또 하나의 주인공 해피의 매력도 돋보이나 그것에만 의존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리뷰] 영화도 인생도 해피하기가 너무 어렵다, <해피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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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한 호텔에서 독일 기자가 암살당한 사건이 CIA를 뒤흔든다. 기자 암살 사건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암살된 기자들 모두 미 정보기관의 해외 활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는 공통점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범인을 CIA로 지목한다. CIA는 사실을 긴밀히 파악하기 위해 ‘브릭레이어’라고 불렸던 전설적 요원 스티브 베일(에런 에크하트)을 호출한다. 이미 죽은 걸로 알려진 빅터 라덱(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이 강력한 용의자라고 오른 것에 흥미를 느낀 베일은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고 현직 CIA 요원 케이트 배넌(니나 도브레브)과 팀을 이뤄 그리스로 향한다. <브릭레이어>는 FBI 요원 출신 작가 노아 보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서로를 못마땅해하던 2인조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동료애를 느끼는 과정이 익숙하지만 안정적인 재미를 준다. 주인공이 벽돌공이라는 컨셉에 맞춰 사건을 기발하게 풀어가는 재치가 돋보인다.
[리뷰] 익숙한 투닥투닥의 맛으로 밀고 나간다, <브릭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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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노현희)는 아들 재승(송승현)이 전국 1등이 되길 바라며 매타작과 폭언, 가스라이팅을 서슴지 않는다. 심신이 병든 재승의 희망은 첫사랑 정윤(박수빈)뿐. 모의고사를 앞두고 희수는 아들을 이틀 동안 재우지 않고 공부만 시킨다. 그날 밤 재승은 홧김에 칼을 휘두른다. <스위트홈 감독판>은 <CCTV>를 연출한 김홍익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만듦새는 대체로 허술하다. 연출에서는 슬로모션과 흑백 전환이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는 데다가 서스펜스와 공포를 그릴 때 음악에 의존한다는 문제가 두드러진다. 대사가 대부분 일차원적이며 곳곳에서 날것 그대로의 비속어가 쓰인다. 거기에 과잉된 교육열이라는 소재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며 희수의 캐릭터는 극성 학부모를 둘러싼 여성혐오를 답습한다. 구성상으로도 2부에 판타지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전혀 설득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미흡한 CG와 음향 연출 탓에 몰입이 쉽지 않다.
[리뷰] 이쯤이면 개꿈의 영화화, <스위트홈 감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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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연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선아(정지인)는 잠시 시간을 내 본가를 찾는다. 직장 문제로 분주한 그는 서울에서 잠시 함께 지낼 사촌 지수(오우리)와 함께 곧장 올라갈 참이었다. 하지만 상경 전 부모님의 산소에 들르고 싶다는 지수의 말에 지수와 그의 친구 보미(박보람)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반나절이면 될 여정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세 사람은 외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최정문 감독의 첫 장편 <내가 누워있을 때>는 서로 다른 아픔을 지닌 세 여성을 낯선 길 위로 초청한다. 저마다 원인과 경과는 다르지만 이들의 상흔은 동시대 여성이 겪는 사회적 문제란 공통점으로 수렴된다. 연대를 도모하기에 최적의 형식인 로드무비를 축으로 삼되 시련 속에서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도록 만든 스릴러적인 터치가 돋보인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상영작이며 지난해 4월 작고한 가수 박보람의 장편 데뷔작이다.
[리뷰] 무례함 앞에서 서로 굳건히 맞잡고 보듬은 손들, <내가 누워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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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미국, 시카고 갱단에서 활동하던 스모크(마이클 B. 조던)와 스택(마이클 B. 조던) 쌍둥이 형제가 미시시피로 귀향한다.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대에 흑인들이 자유로이 음악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술집을 열기 위해서다. 형제는 사촌 동생이자 음악에 재능을 지닌 새미(마일스 케이턴) 등 고향의 친구들을 한데 모아 성대한 오픈 파티를 연다. 그런데 행복하던 이 자리에 예견치 못한 적들이 나타난다. <씨너스: 죄인들>은 다양한 장르, 담론, 역사가 섞인 결합체다. 미시시피의 장대한 풍광을 바탕으로 새긴 전반부에선 흑인들이 겪는 따스한 일상과 차가운 핍박의 연대기가, 후반부엔 조지 로메로(<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나 로버트 로드리게스(<황혼에서 새벽까지>)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강렬한 밀실 장르물이 펼쳐진다. 근래 조던 필 감독이 <겟 아웃> <놉> 등에서 다뤘던 미국의 인종차별적 맥락 역시 전반의 서사를 감싼다.
[리뷰] 흥미로운 풍경화, 밀실극, 장르물 그러나 예상보다 약한, <씨너스: 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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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감독이나 제작자보다 거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사람. 반생태주의와 자연파괴적 태도, 팽창하는 내셔널리즘과 전쟁주의를 따끔하게 일침하는 작가. 현실 반영도 높은 목소리를 머뭇거리지 않는 지도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일관된 태도는 인류 역사의 궤를 함께 따라 걷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대기와 전작을 엮어 그의 세계관이 완성될 수 있었던 과정을 들여다본다. 특히 그의 가능성을 일찍이 감지한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그의 첫째 아들 미야자키 고로, 동료 애니메이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등 그와 긴 시간을 함께해온 이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평론서나 저술서를 낸 비평가와 평론가의 말을 통해 평단에서 바라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지, 예술적 의의, 사회문화적 분석 등을 들어볼 수 있다. 1996년
[리뷰] 예술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은 무엇인가, 여기 미야자키 하야오가 답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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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아버지(오정세)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중학생 완서(이재인)는 심장이식 수술 후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는다. 일반적인 후유증이나 적응 기간도 없이 말끔히 정상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에게 폭발적인 힘과 번개처럼 빠른 속도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완서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지성(안재홍). 폐이식 이후 강풍을 일으키는 능력을 얻게 된 그는 이 특별한 변화에 ‘초능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두 사람은 손목에 생겨난 문신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 능력이라는 공통점을 단서 삼아, 같은 기증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신장의 선녀(라미란), 각막의 기동(유아인), 간의 약손(김희원)이 하나둘 모여드는 가운데, 여섯 장기의 마지막 조각인 췌장을 이식받은 사이비종교 교주 영춘(신구/박진영)은 불멸의 욕망을 품고 이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7년 만에 돌아온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는 필모그래피 최초의
[리뷰] 아이같이 천진한 상상력,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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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이 시급한 계약직 과장 연희(류현경)에게 신경을 거스르는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인사 평가가 코앞인데 프로젝트는 삐걱거리고, 유부남인 상사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치근덕거린다. 가장 심한 것은 지속적으로 주차 공간을 침범하는 이웃이다. 도통 해결되지 않는 주차 문제에 폭발한 연희는 차주를 불러내지만 그의 앞에는 수상한 남자 호준(김뢰하)이 등장한다. <주차금지>는 층간소음과 함께 대한민국의 인구 과밀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주차 대란을 소재로 삼은 스릴러물이다. 사소한 이웃간의 다툼으로 끝날 문제가 뜻밖에 악인을 만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아냈다. 현실감을 무기로 앞세우는 스릴러일수록 일상과 유리되지 않도록 밀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개연성에 공백을 보이는 인물의 행적이 서스펜스를 유도하기엔 느슨하단 인상을 준다. 서사의 중심축을 지탱하는 류현경과 김뢰하의 능숙한 호연에 눈이 간다.
[리뷰] 주차도 언행도 결국 선을 잘 지켜야 한다, <주차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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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닌(어맨다 사이프리드)은 죽은 스승 찰스의 대표작인 오페라 <살로메>의 재연을 맡아 고민이 많다. 위대하지만 구시대적 요소가 많은 찰스의 작품에 손대기 어려운 까닭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준비 과정에서 계속해서 아버지에게 받은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별거 중인 남편은 마음이 떠난 것 같고,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며, 작품을 표면적으로만 접근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아쉽게 느껴지는 총체적 혼란 속에서 제닌은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세븐 베일즈>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감독 애텀 이고이언의 신작으로, 실제로 <살로메>를 연출하며 받은 영감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선율로 결합된 이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과거로부터 빠져나오려 애쓰는 모습도 그 어떤 희곡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리뷰] 방도를 몰라 사랑할 수밖에 없던 내 트라우마, 이제 그놈의 목을 원한다, <세븐 베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