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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안도(가미오 후주)는 두꺼운 사회적 가면을 쓴다. 게이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유부남 애인 마코토(이마이 쓰바사)를 제외하고는 모두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어느 날, 서점에서 같은 반 여학생 미우라(야마다 안나)와 부딪친 뒤 BL(Boy’s Love) 만화 팬이라는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접촉 사고를 계기로 꽤 아는 사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우라에게 사귀자는 얘길 들은 안도는 이 소녀와 연애하다 보면 평범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그녀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식했으나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에 빠진 게이 소년을 받아 주고 안아준다. ‘또 다른 나’에게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내레이션을 선사해 털어놓게 하고, ‘진짜 나’를 혐오하는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경청한다. 사람 간의 거리에 예민한 캐릭터의 특성에 맞춰 안도와 친구들, 모자 사이의 거리감을 제각기 다르게 보여주는 섬세한
[리뷰]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사회적 가면을 벗겨내고 진심을 경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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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복지과에서 일하는 타에코(기무라 후미노)는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 아들 케이타와 안락한 가정을 꾸린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지로의 부모와 긴장 관계를 유지 중이고, 갑자기 나타난 지로의 직장 동료가 옛 애인인 것 같아 의심이 들지만 영화는 일단 그런 타에코의 위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내버려둔다. 산재한 불안의 파편들은 지로 아버지의 생일 잔치 도중 케이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비로소 하나의 상(像)으로 모인다. 새 국면을 알리는 얼굴은 수년 전 홀연히 집을 나갔다가 부랑자의 행색으로 장례식에 나타난 타에코의 전남편 신지(스나다 아톰)다. 타에코는 케이타의 생부인 신지만이 자신의 죄책감과 공명할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젖고, 청각장애인인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수어 통역을 돕는다. 이 무렵 지로 역시 고향에서 옛 연인과 조우하게 된다.
<러브 라이프>는 비극적 사건을 경유해 사랑의 범위를 일대일 관계 바깥으로 확장하려는 인물들을 그린다.
[리뷰] ‘러브 라이프’, 사랑의 가변성과 용서의 가능성을 겹쳐보는 담담한 안티-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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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새로운 가족과 뉴욕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변호사 피터(휴 잭맨)에게 전처 케이트(로라 던)가 찾아온다.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라스)가 한달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고 그동안 등교하는 척만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보는 아들의 얼굴에는 증오가 가득하고 가끔 그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라는 케이트는 자신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팔에 자해를 하며 “인생이 버겁다”는 니콜라스가 아빠와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터는 아들이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게 된 것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안고 부인인 베스(버네사 커비)와 함께 살고 있는 뉴욕으로 니콜라스를 데려온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A 학점을 받았다거나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일상을 공유하는 니콜라스는 점점 호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이를 키우느라 분주한 베스 입장에서는 유부남에 아이까지 있었던 피터와 왜 사랑에 빠졌냐며 자신을 원망하는 10대 소년과 부
[리뷰] ‘더 썬’, 정신질환을 투과해 드리우는 가족관계의 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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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할아버지는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랜 친구인 요정 루실다는 자신의 지팡이를 고쳐준 보답으로 제페토의 나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제페토는 피노키오가 세상 사람에게 상처를 입을까 늘 걱정이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다. 우연한 기회에 서커스단에 발탁된 피노키오는 벨라라는 친구를 만나 좋아하게 된다.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피노키오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1883년 <피노키오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첫 책이 출간된 이래, <피노키오>는 올해 탄생 14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걸맞게 영화는 새로운 피노키오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기본적으로 모험 활극인 이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강조한 연출을 선보인다. 벨라와 관련한 서커스단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이외에도 벨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인간이 되고
[리뷰] ‘극장판 피노키오 위대한 모험’, 140주년 맞이 새로운 피노키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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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소녀 블레이즈(줄리아 새비지)는 우연히 후미진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를 본다. 돌변한 남성은 여성을 성폭행하기 시작한다. 블레이즈는 무서움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다. 사건의 피해자인 한나(야엘 스톤)는 현장에서 사망한다. 죄책감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중에 블레이즈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
<블레이즈>는 끔찍한 범죄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한 소녀의 트라우마 극복기를 그린 성장영화다. 영화는 아름다우면서 기괴한 눈동자를 비추며 시작한다. 그 눈은 블레이즈의 상상 속 친구 제피다. 제피는 화려한 깃털과 장식을 한 한 마리의 용이다. 그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노는 것이 블레이즈의 낙이다. 하지만 우연히 맞닥뜨린 사건 이후 블레이즈의 상상의 세계는 트라우마로 물들기 시작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딸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존재가 영화에서 돋보인다. 드라마 <멘탈리스트>로 유명한
[리뷰] ‘블레이즈’,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소녀의 상상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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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에서 핵잠수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한다. 잠수함에는 전세계 첩보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의 소스 코드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한쌍의 열쇠를 놓고 전세계 첩보기관이 쟁탈전을 벌인다. 한편 IMF의 지령을 받은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열쇠를 손에 넣으려는 찰나 과거의 숙적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에단의 앞을 가로막는다. 엔티티의 지령을 받은 가브리엘은 에단과 새로운 동료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는 물론 에단의 동료들을 위기에 빠트린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시리즈 최고작을 넘보는 최상의 엔터테이닝을 제공한다. 전작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견줄 만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짜임새 있는 구성, 따라잡지 못할 스펙터클은 21세기 액션영화의 모범답안과도 같다. 톰 크루즈의 스턴트 액션은 여전히 괴력을 발휘하고 액션 퍼레이드는 쉴 틈 없는 즐거움을 안긴다. 시의적절한 스토리와 캐릭터간 사연의 연결도
[리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기어이 맨몸으로 기어오른 엔터테이닝의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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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한 바다 마을에서 오랜 세월 배를 타는 일을 했던 하워드(제임스 코스모)는 이제 집에서 홀로 은퇴 후의 삶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딸 그레이스(캐서린 워커)만 가끔씩 하워드를 찾아올 뿐이다. 아버지를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린 그레이스는 가사도우미 애니(브리드 브레넌)를 고용하여 아버지를 돌보려 한다. 하워드는 처음엔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을 요양 병원에 보내려는 딸의 속셈이라 생각하고 애니를 함부로 대하지만, 이내 애니의 진심을 확인한 뒤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디어 마이 러브>는 <야곱 신부의 편지>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여러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던 핀란드 감독 클라우스 하로의 신작이다. 아일랜드의 아킬섬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자연을 배경으로 세 인물이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얼핏 노년의 사랑에 관한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디어
[리뷰] ‘디어 마이 러브’,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해야 할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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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태경은 영화 <화엄경>에서 5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선재 역에 발탁된 이후 국민 드라마 <육남매>의 맏아들 창희, <허준>에서 허준 아들 허겸, 영화 <올드보이>의 어린 오대수를 연기하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아역배우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나머지 성인이 된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이제 그의 새로운 목표는 유튜브 채널 운영. ‘리틀 오대수’의 줄임말인 ‘BJ리오’로 활약하는 오태경은 일진 참교육, 산낙지 먹방 등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리 만족시켜주며 이목을 끈다. 그러던 어느 날, 광화문에 선 피켓남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소원이 접수되고, 피켓남의 사연을 파헤치며 순식간에 구독자 50만명을 돌파한다. 하지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곧 위험신호로 바뀌고, 피켓남의 사연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폭로가 이어진다. 영화는 유튜브 문법을 재현하기 위해 스크린 라이브 형식으로 진행된다. 유튜브 안팎의 갈무리가
[리뷰] ‘좋.댓.구’, 엉킨 박자에 갈피 잡기 힘든 유튜브 세계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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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삶의 목표가 슬기로운 아내이자 현명한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던 1960년대 프랑스, 폴레트(쥘리에트 비노슈)와 로베르(프랑수아 베를레앙) 부부는 주부 교육 기관인 반데르벡 학교를 운영 중이다. 반데르벡의 학생들은 2년의 교육 기간 동안 현모양처 7계명을 하늘의 계시처럼 따르고 요리와 청소, 바느질 같은 각종 집안일 수업을 받으며 완벽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재탄생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폴레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로베르를 떠나 보내고 학교 운영을 도맡게 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베르가 남긴 도박빚으로 인해 학교가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오늘날의 관점에선 케케묵다 못해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주부 교육 기관’이라는 공간을 주 무대로 전복의 유머를 꾀한다. 천의 얼굴을 지닌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현모양처’라는 알을 깨고 진짜 세상을 마주하며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깨닫는 폴
[리뷰] ‘슬기로운 아내수업’, 현모양처라는 알을 깨고 전복의 유머를 손에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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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5살. 8인의 명주동 ‘언니’들은 대부분 서로의 평생을 곁에서 지켜본 사이로, 남의 집 살림살이를 훤히 꿰뚫고 있을 만큼 돈독한 우애를 살려 영화 촬영장의 분업 시스템에도 빠르게 적응 중이다. 매주 열리는 작은 시사회의 객석은 스크린에 떠오른 자기 모습에 잔뜩 얼어붙은 옆 사람을 다정히 추켜세우느라 너나 할 것 없이 수다스럽다. 세월이 길러낸 해학의 스토리텔러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정원>을, 배우는 노년의 삶을 들뜬 뉘앙스로 예찬하는 감동 다큐로 추측해선 곤란하다. ‘나이 듦은 좋은 것’이라는 피상적 긍정은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나면 외려 가만해지고 말 것이다. 언니들은 여전한 활력과 학구열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상실의 슬픔도 두런두런 고백한다.
강릉 영화인들이 꾸린 협동조합에서 할머니들에게 스마트폰 사진을 가르치면서 영상 실습의 토대가 마련됐다.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고향에 내려간 이마리오 감독(<더 블랙> <강정 인터뷰
[리뷰] ‘작은정원’, 노년의 배움과 창작, 함께 만드는 기쁨에 관한 애정어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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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초등학교 5학년 명은(문승아)의 콤플렉스는 자신의 부모이다. 그들이 시장에서 젓갈을 판다는 사실뿐 아니라 세상살이에 닳고 닳은 저속하고 투박한 언행이 명은을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명은은 담임 선생(임선우)과 가정환경 조사 면담을 하다 자신의 부모를 회사원과 가정주부라고 거짓말한다. 한편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고 똑 부러진 품행을 강점으로 반장에 당선된 명은은 자신의 공약대로 교실에 비밀 우체통을 설치해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때론 친구간의 문제를 중재하며 학급을 효율적으로 운영해간다.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그런 명은을 신뢰한다. 그러나 남들 앞의 자신과 진짜 자신 사이의 미묘한 간극으로 인한 불편함이 조금씩 커져갈 즈음, 명은의 반에 쌍둥이 자매 혜진(장재희)이 전학을 온다. 자신과 달리 매사 솔직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 혜진 자매를 보며 명은은 생경하고도 꺼림직한 기분을 느낀다. 혜진은 명은의 특기인 글짓기 영역에서마저 위협을 해온다.
열두살 소녀
[리뷰] ‘비밀의 언덕’, 나를 키운 비밀과 거짓말,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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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란 말이 시험에서 빵점 맞은 초등학생 진구(김정아)의 마음을 흔든다. 그곳에는 시험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가 소설 속 세상이란 걸 알면서도 가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었던 어느 날, 하늘에 뜬 초승달 모양의 섬을 본 진구는 꿈꾸던 그곳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곧바로 22세기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윤아영)에게 도움을 청하고 세 친구 퉁퉁이(최낙윤)와 비실이(이현주), 이슬이(조현정)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하늘의 유토피아>는 타임머신 비행선을 이동 수단으로 설정해 어드벤처 장르물에서 기대하는 재미를 충분히 안긴다. 17세기 유럽, 20세기 아프리카 등 풍부한 색감으로 구현된 각양각색의 과거를 유영하고, 기발한 시각적 상상력으로 건설된 웅장한 초승달 섬 ‘파라다피아’를 둘러보는 시간으로 전반부를 채운다. 후반부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데, 완벽한 모범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리뷰]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와 하늘의 유토피아', 신나게 놀아주고 힘차게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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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전기>는 군산의 풍경을 이방인들이 남긴 흔적의 집합체로서 바라본다.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개항한 군산은 작은 어촌에 모인 5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애를 바쳐 일군 계획 도시다. 영화는 이주의 혼란과 슬픔 속에서도 일상에 뿌리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에 집중한다.
도시 다큐멘터리를 무용영화로 풀어낸 점이 독특하다. 스위스에서 온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이 군산의 기억을 몸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했다. 환경 무용가라는 명칭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지만, 안데렉의 작업은 자신이 속한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빚어진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재즈 1세대 그룹인 야누스의 임인건 작곡가의 음악과 더불어 꾸밈없이 소탈한 인터뷰이들의 구술과 군산 풍경의 조응이 잔잔한 감상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에서 영화적 장소로 풀이되거나, 부상하는 관광지로
[리뷰] ‘군산전기’, 이국의 무용가가 체득한 군산 이주민의 쓸쓸한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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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편집증을 앓는 보(호아킨 피닉스)는 집착적인 성향의 어머니 (패티 루폰)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어머니의 생일을 맞이해 공항으로 떠나려던 그는 이상 징후같이 밀려드는 이상한 사건에 자꾸만 휘말린다. 지나치게 예민한 이웃, 잘못된 알약 복용, 좀비 떼처럼 몰려다니는 사람들과 교통사고, 그리고 어머니의 사망 소식까지. 디스토피아 혹은 망상장애의 한축으로 비치는 보의 세상은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갈지자로 방향 없이 질주한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온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염증처럼 부풀어오른 상처와 자기 연민, 과잉된 의존성을 은유적으로 비춘다. 대척점에 있지만 교묘한 교집합을 지닌 두 모자는 다소 기괴한 방식으로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여느 가족에서 발생할 법한 보편적 갈등과 균열을 그려 낸다. 어머니의 둥지로부터 벗어나 누구보다 자립하고 싶은 보는 한평생 자신을 떠난 적 없는 오랜 트라우마를 마침내 정면으로 응시하고 다시금 패배한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공포와
[리뷰] ‘보 이즈 어프레이드’, 둥지, 울타리, 그늘. 넘어서지 못한 생애주기적 경계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