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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를 보거나 들으려 하기에 앞서 이해부터 하려고 들 때 생겨나는 오해들이 있다. 이러한 오해들이 예비된 함정에 대하여 누구도(어쩌면 홍상수 그 자신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그리고 여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홍상수는 그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매혹적인 어떤 것으로 뒤바꿔놓는다. <우리의 하루>에서 시인 홍의주(기주봉)가 함께 대화하던 배우 지망생에게 자신이 한 말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 맞냐며 질문을 되풀이할 때, 이 대사는 술을 마시기도 전부터 부리는 주정이 아니라 그러한 매혹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여기 두개의 하루가 있다. 하나는 시인 홍의주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배우 상원(김민희)의 것이다. 혼자 사는 홍의주는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신다. 낯선 사람과 잠시 함께 살게 된 상원은 또 다른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고, 역시
[리뷰] ‘우리의 하루’, 영화에 담긴 적어도 네 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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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어휘를 경계하고, 진심이 아닌 걸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이들은 자주 세계와 대치하기 마련이다. 김보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에는 그런 인물이 두명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녀 사이다. 둘은 세상과 싸우는 동시에 그 고통의 현장을 보이느라 서로에게도 많은 상처를 입혔다. 영화는 젊은 여성인 채영이 일대일 상담에 참여하는 걸 보여주며 시작한다. “내가 잘했어”라는 말을 하라고 요청받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그는 이 상황이 불편해 보인다. 대신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사이사이, 내레이션과 그림일기 장면을 통해 그는 10대 때부터 겪었던 자신의 내밀한 욕구와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채영은 15살, 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섭식장애 진단을 받고 병동에 입원했다. 거식증 치료를 받고 퇴원하자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곧 폭식증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두고 벌어지는 채영의 불안정한 나날들을 지켜보며 엄마인 상옥 또한
[리뷰]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애증의 관계에서 피어오르는 기이한 연대와 불화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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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리디아 주잇)와 캐서린(올리비아 오닐)은 단짝 친구다. 평소처럼 등교하던 이들은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실종 3일 후 이들은 어느 헛간에서 발견되고 이전과 달리 이상 증세를 보인다. 두 아이의 몸을 악마가 동시에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인 것은 두 아이 중 한명을 살리면 다른 한명은 죽는다는 사실이다.
<엑소시스트: 믿는 자>는 실종됐던 두 소녀가 악마에 빙의된 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오컬트 호러 영화다. <할로윈>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한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올해 작고한 윌리엄 프리드킨의 명작 <엑소시스트>(1973)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두 영화를 잇는 연결 고리로 엘런 버스틴이 연기한 크리스 맥닐이 등장한다. 앤젤라의 아빠 빅터 필딩(레슬리 오덤 주니어)은 엑소시즘 전문가로 등장하는 크리스에게 상담을 받기도 한다. 영화가 주목하는 점은 아빠 빅터의 선택이다. 그는 지진으로 죽기 직
[리뷰] ‘엑소시스트: 믿는 자’, 프리드킨이 봤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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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어딘가에 떠돌 법한 으스스한 이야기를 모았다. <괴담만찬>은 인기 웹툰 <테이스츠 오브 호러>를 원작으로 한 옴니버스 호러다.
여고생들이 따라 추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영상을 봤다가 피의 대가를 치르는 <딩동 챌린지>,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여학생이 네발 달린 짐승을 죽이면 성적이 오른다는 말에 혹해 잔인한 일을 벌이는 <네발 달린 짐승>, 카지노에서 큰돈을 딴 남자의 꺼림칙한 모텔 숙박 기를 그린 <잭팟>, 아파트 헬스장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사고를 관찰 하는 <입주민 전용 헬스장>, 응급 구조사의 억압적인 회복 과정을 담은 <재활>, 먹방 BJ들의 선 넘는 대결을 지켜보는 <식탐>까지 총 6개 단편을 묶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범상한 사람들과 의식 없이 오가는 일상적 공간을 주인공과 주 무대로 설정해 좀더 내 것 같은 공포를 안긴다. 자기 방이나 어느 밀실에 혼자 있는 인물이 등 뒤
[리뷰] ‘괴담만찬’, 내 것 같은 공포를 안기지만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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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스키 코치 루크(채범희)는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6년 사귄 애인 샤오차이(곽서요)에게 청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소집하고 캠핑장까지 빌린 그날 저녁, 무릎 꿇고 결혼반지 케이스를 열지만 샤오차이는 야속하게 그 뚜껑을 닫아버린다.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루크는 놀랍게도 프러포즈 디데이 아침, 자기 방 침대에서 깨어난다.
<세이 예스 어게인>은 타임루프 설정과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결합한 대만 청춘영화다. 루크가 반복되는 하루 동안 어떻게든 샤오차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화사한 톤으로 담아낸다. 후반부에 이르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해진 주인공을 내세워 한 남자의 성장영화로 나아간다. 중요한 건 프러포즈 성공이 아닌 믿을 만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루크를 지지하며 그가 결혼을 준비하는 시간을 진중한 시선으로 펼쳐 낸다. 대만영화답게 음악을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형성
[리뷰] ‘세이 예스 어게인’, 특색은 없어도 갖출 건 갖춘 대만 청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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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살바도르 달리(벤 킹슬리)를 좋아해 그의 갤러리에서 일하는 젊은 예술가 제임스(크리스토퍼 브리니)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온다. 달리에게 팬심을 담아 아이디어를 제공하자 조수 제안을 받은 것. 달리가 전시회에 걸 작품을 성실히 그리는지 감시하라는 상사의 특명 아래 거장의 최측근이 된 제임스는 황홀경에 들어선다. <달리랜드>는 위대한 예술가보다 그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자기 세계를 재구축하는 평범한 한 청년에게 관심을 둔다. 제임스는 유명 인사가 한데 모인 성대한 파티와 달리의 붓질과 가르침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그의 작업실을 오가며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문화와 지식을 단시간에 흡수하는데, 영화는 임팩트 있는 사건을 계기로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현란하게 담아낸다. 아내 갈라(바르바라 주코바)와의 관계를 통해 달리라는 한 인간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또 다른 핵심이다.
서로를 갉아먹으면서도 원했던 부부의 정열적인 관계를 플래시백과 제삼자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리뷰] ‘달리랜드’, 달리랜드의 위대한 주인보다 초대된 젊은 예술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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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한영(이설)은 관광통역안내사 면접시험을 보고 있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지닌 한영은 자격증을 취득하여 한 여행사에 취업한다. 아픈 선배 미선(이노아)을 대신해 처음 가이드로 나선 한영은 실수로 지각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원성에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한영은 한 꼬마 관광객의 위로를 받으며 일의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한영의 삶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먼저 한국에 도착한 동생 인혁 (전봉석)은 연락 두절이고,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은 한영을 고달프게 한다. 한국에서의 외로운 삶의 버팀목은 친구 정미(오경화)뿐이다. 정미의 응원에 힘입어 한영은 일에 성실히 임하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여행 가이드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탈북민 여성의 정착기를 그린 영화다. 여행과 정착이라는 영화의 주요 테마가 한영의 삶을 가로지른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한영의 의지를 꺾는 여러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동생 인혁은 한영의 플래
[리뷰] ‘믿을 수 있는 사람’, 탈북민 가이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과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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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21살 청년 이철수는 중국인 갱단을 총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조차 하지 못했을 세명의 백인 목격자가 그를 공통으로 지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철수는 1977년 칼을 휘두르며 시비를 걸어온 백인 수감자와 싸우다 그를 살해하게 된다. 이철수는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철수의 오랜 벗이자 그의 사건을 지켜보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랑코 야마다, 이철수 사건의 이면을 세상에 알린 <새크라멘토 유니언>의 이경원 탐사보도 기자, ‘이철수 구명위원회’를 결성한 고 유재건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프리 철수 리’를 위한 목소리가 시작돼 점차 세상으로 번져나간다. 그의 사연은 한인 사회를 들끓게 만들고, 이는 곧 아시아계 민권 운동으로 번져간다.
“저는 천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악마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겉보기에 어떻든 살인 누
[리뷰] ‘프리 철수 리’, 검붉은 아메리칸 드림, 디아스포라의 영혼을 애도하고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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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라는 목표의 뒤편이 얼마나 어둡고 멀든 간에 다이(야마다 유키)는 나아가기로 한 이상 앞으로 향하는 사람이다. 색소폰을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의 밀도는 손가락의 굳은살이 말해주듯 질적으로 남다르다. 그러니까 다이의 음악적 재능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무한동력에 가까운, 목표에의 강한 이끌림이라는 재능이다. 무작정 도쿄로 향한 다이는 우연히 들른 라이브 공연에서 유키노리(마미야 쇼타로)의 피아노에 감명을 받고 그에게 함께 팀을 하자고 제안한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진로를 탄탄히 다져온 어린 베테랑인 유키노리는 자신의 수준과 다이의 목표에 걸맞은 드러머를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얼떨결에 드럼을 맡게 된 사람은 다이의 고향 친구인 슌지다. 완전히 초심자인 슌지(오카야마 아마네)가 합류하면서 팀 ‘재스’는 연륜보다는 홧홧하게 튀어오르는 열정으로 재즈를 정면 돌파할 것을 예고한다. 세 사람의 목표는 10대가 가기 전에 재즈클럽
[리뷰] ‘블루 자이언트’, 뜨거움보다 뜨거운, 전력의 마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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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을 사기꾼으로 살아온 지혜(엄정화)는 일에서 손을 떼기로 마음먹는다. 실력도 예전 같지 않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딸 주영(방민아)의 앞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큰 건 하나를 노리던 중 문화재 밀매꾼인 아버지(손병호)와 함께 사는 완규(송새벽)의 저택 지하실에 다량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지혜가 완규를 사로잡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주영은 엄마를 쫓는 경찰 현우(김성식)와 가까워진다.
<화사한 그녀>는 모녀 사기꾼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다. 집에서는 삐거덕거려도 범죄 현장에서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녀의 반전 활약상이 극적 포인트를 준다. 배우 엄정화의 고유한 매력을 캐릭터 조형에 십분 활용한다. 지혜가 사랑스러움과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 완규 집안 사람들을 휘감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미디적 상황이 주요한 재미다. 그러나 케이퍼 무비로서는 허약하다. 관계성이 약한 모녀 서사가 교차 진행되면서 금을 찾는 메인 플롯에
[리뷰] ‘화사한 그녀’, 화사하나 기술력은 약한 사기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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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신후이(하람두)에게 린한충(채범희)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가 도착한다. 고등학생 시절, 자오신후이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린한충은 자오신후이가 카세트테이프에 엉뚱한 말을 녹음한 일을 시작으로 서로 좋아하게 된다. 생일마저 같은 이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를 약속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린한충이 자오신후이의 집을 떠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서도 연인으로 잘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자오신후이의 대학교 선배인 천샤오밍(허광한)이 나타나면서 풀기 힘든 오해가 쌓인다. 용기를 내 린한충을 찾아갈 결심을 한 자오신후이는 결국 그날을 마지막으로 이별하게 된다. 린한충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소포로 받은 후, 그를 찾아 떠나는 자오신후이의 여정에는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두 주인공이 고등학생 연인일 때를 떠올리는 자오신후이의 과거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과거에 숨겨진 단서들이
[리뷰]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풋풋함과 풋내 사이의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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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로 판타지 계열의 작품이다. 이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의 세계관이다. 불, 물, 바람을 다루거나 타인의 정신을 조종하는 등 각종 이능이 존재한다. 주인공 미요(이마다 미오)는 이능 명문가 사이모리 가문의 자제다. 그러나 이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와 계자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미요는 명문가간의 정략결혼을 통해 쿠도 가문의 키요카(메구로 렌)를 만나게 된다. 국가 군부의 핵심 인물로 활동 중인 이능 능력자 키요카는 허물 없이 자신을 대하는 미요에게 빠지고, 둘은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여 국가권력을 노리는 집단이 모종의 이유로 키요카와 미요의 신변을 노린다.
<나의 행복한 결혼>은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최근엔 동명의 TV애니메이션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실사판에선 인물들의 초능력을 시각화하는 만화적 표현의 CGI가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시대상
[리뷰] ‘나의 행복한 결혼’, 준수한 실사화를 넘는 영화적 만듦새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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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주둔지에서 금나라의 정례 의관이 살해된다. 살인이 있던 날 보초를 선 장대(선텅)는 다른 효용병과 함께 근위 부통령 손균(이양첸시)에게 붙잡혀 심문받는다. 송나라 재상 진회(뇌가음)와 그의 총관 하립(장역)은 장대에게 살해된 자가 지니고 있었으나 사라진 서한의 행방을 찾아오라 명을 내린다. 그러나 재상 진회는 다시 하립에게 장대가 사라진 서한을 찾아도, 찾지 못해도 그를 죽이라 은밀히 지시한다.
밀실 같은 중국식 성 안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만강홍: 사라진 밀서>는 후더닛 추리극으로 시작하지만 그 앞은 알 수 없다. 장이머우 감독은 앞서 연출한 바 있는 역사 드라마, 액션, 범죄와 같은 굵직한 장르에서 <만강홍: 사라진 밀서>에 이르러 코미디 풍자극으로 방향을 튼다. 사라진 밀서의 행방을 찾아 목숨을 걸고 추적하는 장대를 따라가다 보면 재상 진회와 그 측근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음모, 또 다른 살인이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리뷰] ‘만강홍: 사라진 밀서’, 장이머우의 고풍스러운 중국식 밀실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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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폭력을 가하는 의붓아버지로 인해 연규(홍사빈)에게 집은 지옥과 다름없다. 아직 17살 학생인 탓에 독립을 하지 못했지만, 엄마와 함께 네덜란드로 이주하겠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차근히 돈을 모으는 중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이복 여동생 하얀(김형서)을 괴롭히던 학생들에게 연규가 대신 보복을 가한다. 그로 인해 정학을 당하고 합의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사장에게 부탁해보지만 결국 돈을 가불받지 못하고, 대화를 듣던 손님 치건(송중기)이 선뜻 연규에게 돈을 건넨다. 치건은 한 조직의 중간 보스였고, 이를 계기로 연규는 치건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빠르게 적응한 연규는 능력을 인정받고 점점 더 위험한 사건으로 내몰리게 된다.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화란>은 연규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것에 집중한다. 가장 비중 있게 묘사되는 것은 연규와 치건의 관계다. 한 동네에서 자랐고 어린 나이에 뜻하지
[리뷰] ‘화란’, 아득히 먼 각자의 이상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