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가르치는 경민(정승민)과 피아노를 가르치는 영원(이유하)은 물물교환식 과외를 진행하면서 서로에게 점차 이끌린다. 경민에겐 3년차 연인 선희(전한나)가 있지만 결혼이란 과제 앞에서 관계가 표류 중인 모양새다. 나아가려는 여자와 머뭇거리는 남자, 그 앞에 나타난 낯선 상대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향한 ‘레슨’이 되어줄 것이다.
경계 지대에 놓인 관계를 그리는 <레슨>엔 불안과 충동이 함께 일렁인다. <이인> <올 겨울에 찍을 영화> 등을 만든 김경래 감독은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리는 세 인물들의 감정을 일상 속 미세한 기류로 포착한다. 절제된 시선 속에서 확보된 서늘한 관능이 이 유예된 멜로드라마의 매혹이다. 욕망과 책임에 대한 한편의 느슨한 도덕극처럼 보이기도 하는 <레슨>은 삼각관계 속 미묘한 균열들을 수집해 내면의 풍경화로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