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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의 굉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1967년 베트남 남부 꾸찌현. 이곳 땅속에는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게릴라 전사들이 송신 장치를 사수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숨을 죽이고 있다. 정비공 뚜 답(꽝뚜안)의 활약으로 잠시 위기를 넘기지만 미군이 대규모 색출 작전에 나서며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베트남 통일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터널>은 ‘세계 최강’ 미군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베트콩 전사들의 항전을 그린 작품이다. 교과서적인 전쟁 서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형식을 교차시킨 연출은 장르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만나 뛰어난 볼거리를 선사한다. 절제된 감정으로 쌓아올린 두 주연의 로맨스는 비장함이 감도는 전장 속 백미다. 국가의 지원 없이 제작된 베트남 최초의 전쟁영화로 본국에서는 이미 기록적인 흥행 성과를 거두었다.
[리뷰] 공간 활용만큼은 한없이 기울어가는 한국 텐트폴 영화들에 경종을 울린다,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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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애덤 드라이버)와 에밀리(마임 비아릭) 남매는 해마다 한번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는다. 형식적인 덕담이 오가지만 따뜻한 가족 흉내는 오래가지 못하고 거실에는 곧 어색한 침묵만이 내려앉는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남매가 집을 나서자 그제야 아버지(톰 웨이츠)는 자신의 숨겨온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파편화된 현대 가족의 풍경을 3부작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각 장에서 미묘하게 변주되는 상황들을 조합해나가는 즐거움도 크지만, 무엇보다 나른한 일상의 작디작은 순간들 속에서 섬세한 감정을 길어올리는 거장의 특기가 단연 돋보인다. 생 로랑 프로덕션의 첫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리뷰] 차이와 반복을 지나 프루스트와 바르트의 시간 속으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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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기억상실증이 생긴 고등학생 서윤(신시아)은 자고 일어나면 전날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빽빽한 일기장에 의지해 건조한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동급생 재원(추영우)이 사귀자고 고백하자 서윤은 충동적으로 승낙한다. 서윤의 상황을 알게 된 재원은 여자 친구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워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 비밀을 가진 재원 역시 일상을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시작하는 연인이 함께 보내는 매일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기다리던 하굣길부터 함께 걷는 바닷가까지 추억의 장소가 쌓일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서서히 깊어진다. 각 인물 곁에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두어 다정한 분위기를 살리고, 도시락, 공예품, 스티커 사진 등 기념할 만한 소품을 활용해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의 흔적은 남는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특히 재원과 그의 아버지(조한철
[리뷰] 존재는 기억하는 쪽에 남는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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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은호(구교환)는 고속버스에서 실수로 자기 자리에 앉은 정원(문가영)과 나란히 앉아 고향으로 향한다. 예기치 못한 일로 운행이 중단된 버스에서 내리게 된 정원은 은호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서울로 돌아가면서 헤어지지만 은호가 우연을 가장해 정원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을 찾아가면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오래도록 친구로 남고 싶어 하는 정원과 영원히 친구이고 싶지만은 않은 은호의 날이 서서히 쌓여가며 새해를 맞이한 두 사람은 어렵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2024년, 베트남 호찌민발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마주친 은호와 정원은 태풍으로 이륙이 취소되면서 여유로운 해후의 시간을 갖는다. 이제는 웃는 얼굴로 마주 앉아 추억으로 남은 지난날을 떠올리는 은호와 정원. 첫 만남에서부터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기억은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데 정작 헤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쉽사리 생각나지 않는다.
배우이자 연출자인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는
[리뷰] 소중했던 시절 인연에 흘려보내는 좋은 안녕, <만약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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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생인>은 페이크다큐멘터리다. 한국의 김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일본의 가상 방송국 메이지TV가 취재한 다큐멘터리인 듯 연출하고, 배우 강서하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이예진(본명 이군호)을 연기한다. 2년차 모델이자 배우 지망생인 예진은 앳된 외모와 달리 80살을 앞두었다. 예진은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피해를 입은 조선인으로, 피폭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그를 노화하지 않는 ‘영생인’으로 만들었다. 원폭 피해자인 예진은 한때 한국 정부의 지시에 의해 수용소에 감금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지금까지 각종 혐오에 노출돼 차별 속에 살아간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생인>은 프로덕션의 한계를 촘촘한 디테일로 돌파해낸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암부를 영생인의 존재와 교직하고, 영생인의 생물학적 속성과 생활 습성 등을 장르의 문법 안에서 다양하게 기술하며 관객에게 영화만의 설정을 납득시킨다.
[리뷰] 다각도로 들여다보지만 다방면으로는 펼치지 못하고, <영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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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마을 방범대는 마을 축제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그 보상으로 인도행 티켓을 얻는다. 짱구(박영남)와 맹구(정유정)는 인도의 골동품 가게에서 코 모양의 가방을 구매한다. 맹구는 신비한 힘에 이끌려 그 가방 바닥에 숨겨진 종이 두장 중 한장을 코에 낀다. 그 종이를 낀 맹구는 순식간에 악역으로 돌변한다. 여기에 인도의 아이돌 아리아나, 형사 카빌과 딜, 갑부 울프가 가세해 종이를 둘러싼 야단법석 추격전이 펼쳐진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는 <짱구는 못말려>의 32번째 극장판이다. 이번 편은 첩보와 코미디 등 온갖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시리즈의 개성에 발리우드 장르를 접합하려 한 점이 돋보인다. 맹구의 이야기로 우정의 본질을 묻는 성숙한 주제도 훌륭하다. 다만 장르적 시도가 성공적인지에는 의문이 들며 큰 주제에 비해 서사가 빈약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리뷰] 발리우드 영화인지 뮤지컬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가 되고 싶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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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의 무명 화가 이사벨라 두크로트에게 기적이 찾아온다. 그녀의 그림이 갤러리스트 기젤라 카피타인에게 발굴돼 바젤아트페어에 초대받은 것이다. 서랍 속 그림은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언리미티드에 소개되고 그날부터 이사벨라는 유명 화가가 된다. 사실 그녀는 미술학교를 다니지 않고 55살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늦깎이다. 왜 미술계는 이사벨라를 주목했으며, 그녀는 화가가 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는 예술가 이사벨라 두크로트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예술관과 작업 방식, “행복한 삶은 예순부터 시작한다”라는 철학을 투명하게 전달한다. 매력 넘치는 소재에 비해 완성도는 아쉽다. 우선 두크로트의 예술이 가진 의의와 미학을 조망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그녀를 세련된 화가로 포장하려는 과장된 음악과 산만한 서사도 몰입감을 방해한다.
[리뷰] 카메라가 주인공의 힙함을 소화하지 못할 때, <이사벨라 두크로트 언리미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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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사노 히로키)가 오래전 묵었던 호텔을 다시 찾은 이유는 아내 나기(야마모토 나이루)가 잃어버린 빨간 모자를 찾기 위해서다. 세상을 떠난 그녀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는 수포로 들어가고, 호텔 직원이 흥얼거리는 보비 다린의 를 들으며 사노는 아내와 함께한 과거를 떠올린다. <연인처럼 숨을 멈춰> <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을 연출한 이가라시 고헤이의 신작이다. 추억을 간직하려는 사노의 간절함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나 그보다 공들여 연출되는 것은 5년 전, 사노와 나기가 우연히 동행한 순간들이다. 서서히 애정을 싹틔우는 둘의 실루엣은 역설적으로 나기의 빈자리를 상기시킨다. 노래 가 과거의 기억과 현실을 교묘히 잇는 듯 보이지만 그 접점의 근원지인 호텔도 곧 폐기될 장소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모든 시공간을 붙잡아두려는 시도, 저변에 깔린 무력감이 애틋하게 와닿는다.
[리뷰] 사라졌거나, 사라질 모든 시공간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슈퍼 해피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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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의 일생>은 재난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영락없는 재해의 풍경으로 문을 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더니 전세계의 땅이 꺼진다. 화재와 물 부족 사태가 속출한다. 인터넷도 수개월째 불통이 된다. 종말을 앞둔 사람들이 회피와 폭주로 양분하는 가운데 고등학교 교사 마티(추이텔 에지오포)는 간호사로 일하는 전 부인 펠리시아(캐런 길런)를 떠올린다. 마티와 펠리시아는 몇해 전 이혼했지만, 죽음이 머지않았다면 함께하고 싶은 상대로 서로를 고를 수 있는 사이. 오랜만에 마주해 각자 교실과 병동에서 겪은 혼란을 터놓던 그들은 신기한 우연에 이른다. 둘 다 아주 독특한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접한 것이다. 거기에는 한 남자(톰 히들스턴)가 미소 짓는 사진과 함께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이라고 적혀 있다. 언제부턴가 이 감사 인사는 거리의 광고판을 넘어 TV, 라디오에서까지 들려온다. 더는 우연일 수 없는 사건은 마티와 펠리시아뿐만 아니라 모두의
[리뷰] 끝을 기다리면 공허해지고, 끝을 기억하면 겸허해진다, <척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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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 고로(야마자키 쓰토무)가 조수 건(와타나베 겐)과 한 라멘집에 들른다. 식사 도중 소동이 일면서 고로는 라멘가게의 주인 담뽀뽀(미야모토 노부코)와 가까워진다. 최고의 라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담뽀뽀를 고로가 돕기 시작하고, 이들은 라면 대가로 소문난 가게를 방문하거나 미식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고유의 라멘 맛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담뽀뽀의 수련 과정이 극의 중심 서사이지만 카우보이 모자를 쓰는 고로와 식당을 찾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이들의 관계가 주요하게 서술되는 등 서부극의 주요 클리셰를 흥미롭게 차용한 작품이다. 섬세한 미각의 욕구는 종종 성욕과 결부돼 그려지며 식사와 관련된 허례허식, 가사노동 문제에 관한 풍자도 극에 녹아들었다. 에둘러 표현하는 법 없이 음식을 경유해 인간의 모든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타미 주조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리뷰] 더듬고 삼키며 가능한 모든 신체의 욕망을 탐닉하다, <담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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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정비하는 건설 노동자 댄(키스 쿠퍼러)은 아들의 죽음으로 상실감의 파도에 빠져 지낸다. 아내 샤론(타라 맬런)과 딸 데이지(캐서린 맬런 쿠퍼러)와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문제없어 보이지만 이들 또한 각자의 생활에서 자꾸만 삐걱댄다. 어느 날 지역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극단을 알게 된 댄은 그곳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기가 영 낯설었던 그는 무대에 함께 서자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이곳에서 사랑을 마주하고 이별을 준비하고 운명을 거스르는 과정이 영 싫지 않다. 예술은 슬픔을 어떻게 승화하는가. <고스트라이트>는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딱딱한 감정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용해되는지 천천히 흐르는 관점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댄과 샤론, 데이지 역을 맡은 세 배우는 실제 가족이다.
[리뷰] 인간은 왜 시간을 내고, 비용을 들여, 슬픔을 ‘보고’싶어 하나요?, <고스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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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추행 피해자 지은(박율리)을 비난하는 폭로글이 올라온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지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언니 소은(강서하)은 천재적 해킹 실력을 가진 사설탐정 준경(김민규)에게 추적을 의뢰한다. 전문적인 기술로 IP 추적마저 가로막힌 상황. 두 사람은 지은의 동급생들을 찾아 나서며 사건의 숨겨진 전말에 다가선다. 홍콩 추리 작가 찬호께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망내인: 얼굴 없는 살인자들>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악마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작품이다. 범인 색출에서 복수극으로 전환되는 후반부에는 기술 발전으로 나타난 현대의 새로운 범죄 양상이 두드러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재미로 소비하는 탐정 캐릭터는 관객에게 일정한 거리 두기를 유도하지만, 서사가 지나치게 한 인물의 능력에 기댄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익명성 뒤에 숨어 자라난 폭력의 시대, ‘빙고’, <망내인: 얼굴 없는 살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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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사랑하는 딸마저 남편에게 빼앗긴 도아(권아름). 이혼소송과 양육권 분쟁, 불안정한 직장 생활에 지친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닫고 바위가 되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던 어느 날, 표현예술 치료 교실에 참여한 도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치료 세션을 받던 중 마음 깊숙이 감춰두었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그룹 치료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을 향한 폭언이 철저한 숏-역숏 구도 속에서도 인물들 사이의 단절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감정선이 양극단을 오가며 몰입을 방해하는 지점도 있지만, 창작 안무와 잔잔한 명상음악이 맞물리는 순간만큼은 관객에게 분명한 치유의 파동을 전한다. 섬세한 감정 연출로 주목받은 곽민영 감독의 첫 장편이다.
[리뷰] 함께 부딪히며 균열을 내는 우리들의 생존 방식,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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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파리에선 많은 것들이 변하는 중이다. 라디오의 시대가 완전히 저문 뒤 TV의 점령기가 왔고, 사람의 감수성보단 냉랭한 지식이 우선시되며, 엘리자베트(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이혼 후의 삶을 맞닥뜨리고 있다. 엘리자베트는 딸 주디트(메건 노덤), 아들 마티아스(키토 라용리슈테르)를 책임지기 위해 평소 애청하던 라디오프로그램의 전화교환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차근차근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던 엘리자베트의 가족은 정처 없이 떠도는 소녀 탈룰라(노에이 아비타)를 집에 들이며 또 다른 변화의 문턱에 선다. 1980년대 파리의 아름다운 정경에 녹아든 한 가족의 과도기를 잔잔한 속도와 낭만적인 필름의 질감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밤 무렵 센강의 물결처럼, 은은하고 어렴풋한 서정성이 영화 전반에 스며 있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리뷰] 1980년대 파리의 감성은 아픈 마음도 아름답게 바꿔낸다, <파리, 밤의 여행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