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의 제작 역량이 <서울의 봄>으로 폭발했다.” 창사 10주년을 맞은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씨네21>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4편의 영화를 론칭”했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서울의 봄>의 흥행을 이끌었다. “위기의 영화산업에 묘수보다는 본질적인 접근”을 취해온 충무로의 단단한 대들보는 “시대극과 역사물을 중심으로 한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독보적 성과를 이뤄냈다. “하이브가 만들어낼 또 다른 현대사 이야기가 속속 속보 형식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등 탄탄한 라인업이 “<서울의 봄>의 성공을 뒷받침할” 준비를 마쳤다. 창사 최초의 OTT 시리즈로 영화 <내부자들>의 프리퀄, 우민호 감독의
[특집] 화제의 라인업 준비는 끝났다, 2024년 주목해야 할 제작사, 연출자
-
“봉준호 감독이지 않나.” 주목해야 할 영화 1위 <미키17>에 대한 기대는 세 글자로 설명된다. <기생충> 이후 전세계가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원작 소설 <미키7>에 대한 선택, 필모그래피 최초 단독 각본이라는 선택,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기용한 선택,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와 협업하는 선택. 그의 첫 영어영화 <설국열차>, 첫 한미 합작 영화 <옥자>와 달리 <미키17>은 “첫 100% 할리우드영화”로 제작비 1억5천만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작품이 될 전망이다. <설국열차>에서 다가올 세상에 관심을 표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첫 우주 SF를 통해 더욱 진일보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가 오는 3월로 예고했던 개봉을 연기하자, 연속으로 칸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하
[특집] 올해를 휩쓸 승자는?, 2024년 주목해야 할 영화/콘텐츠
-
콘텐츠 산업인이 선택한 2024년 주목해야 할 배우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에는 공채 탤런트 출신의 연기자나 극단에서 시작 하여 영화에 발을 들인 ‘전통적인’ 배우들이 주로 꼽혔다면 올해엔 다영역을 오가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간 순수성과 충성도가 강조되어온 연기 영역에서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오가는 이들도 충분히 인정받는, 이전보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와 시리즈, 드라마타이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가 혼재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태동한 상황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인과 기성 배우 사이의 경계도 다소 흐려졌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파워 신인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잠재력을 발휘할 때
'2024년 주목하는 남자배우’ 1위는 임시완이 차지했다. “<소년시대> 의 물오른 연기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장르, 캐릭터와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날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동시에 높였다
[특집] 실력과 스타성이 있다면 분야도, 세대도 상관없다, 2024년에 주목해야 할 배우들
-
압도적인 지지다. 영상 산업을 이끄는 리더 67인에게 2023년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3분의 1가량의 응답자가 <서울의 봄>을 언급했다. <서울의 봄>은 올해로 데뷔 31주년을 맞은 김성수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자 하이브미디어코프 창립 10년 만에 탄생한 첫 천만 영화다. 1월26일 관객수 1298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9위 성적에 올랐다. 김성수 감독은 수컷들의 비열한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상적인 남성성의 존재 가능성을 질문해왔다. 그가 천착해온 주제는 1979년 한국의 군부 정치와 만나면서 대중성과 맞닿은 지점을 발견해냈다. 그렇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근현대 배경의 남성 중심적 서사가 충분히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서울의 봄>은 “최근 몇년 동안 나온 가장 완성도가 높은 상업영화 중 한편”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올해 최고의 콘텐츠로 꼽혔다. 비수기에 해당하는 11월
[특집] 도전적인 시도의 성과, 2023년 인상 깊었던 콘텐츠
-
-
예정된 위기가 시작됐다.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 종사자, 전문가 67인은 2024년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불황’을 꼽았다. 산업 지형도에서 경기침체는 이미 주어진 기본값이다. <서울의 봄>을 위시한 몇몇 작품의 선전을 보며 시장 회복의 희망을 읽어낸 이도 있고, 글로벌 진출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 양상을 토대로 심기일전을 꾀하기도 한다. 도파밍(흥분 전달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신경세포를 뜻하는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재화를 모으는 파밍의 합성어.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는 쾌락을 충족할 만한 행동에 집중하는 태세를 보이는 사회현상을 일컫는다.-편집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압도적인 유행을 따르지 않는 파편화된 취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누군가의 선택을 따르는 디토 소비(‘마찬가지’를 뜻하는 영단어 ‘Ditto’에서 파생된 용어. 자신의 취향 또는 가치관과 비슷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편집자)의 결과다. 가성비
[특집] 불황 속에서도 다종다양한 생존 활로를 모색한다, 2024년 영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향방은?
-
<씨네21>은 2021년부터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 종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해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향방을 미리 점치는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영화, 드라마 제작사, 투자배급사, OTT, 매니지먼트사 등을 이끄는 리더 67인으로부터 의견을 받았다. 2024년은 예정된 불황을 거부할 수 없지만 생존과 회복을 위해 각개전투로 새로운 전략을 강구하는 해가 될 예정이다. 취향은 세분화됐지만 각 파편에서 대세를 이끄는 목소리 큰 소비자가 있고, 이는 가성비를 넘어선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과 효율)를 따지는 최근의 세태와 직결된다. 콘텐츠 매출의 중심은 더이상 내수시장에 있지 않다. 글로벌 진출은 오히려 다양한 기획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이어진 특집 설문의 결과는 엔데믹 이후 영상 산업의 지형도를 미리 짐작할 수 있는 밑그림이 될 것이다. 올해도 설문에 기꺼이 의견을 모아준 67인의 업계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설문 참
[특집] 2024 ENTERTAINMENT TREND, 한국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주목해야 할 인물, 키워드, 플랫폼
-
1964년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발표된 이래 지난 60년간 아이들의 가슴속에 천국은 초콜릿 폭포가 흐르는 달콤한 낙원의 형상이었다. 그 동산에는 진 와일더나 조니 뎁의 얼굴을 한 마법사 윌리 웡카가 살고 있었다. 이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티모테 샬라메의 얼굴이 아이들의 상상 속에 추가되지 않을까. 지금의 <웡카>를 만든 전작들의 이모저모를 훑다보면 새로운 윌리 웡카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진 와일더와 조니 뎁
소설 속 윌리 웡카는 검은 톱해트, 자주색 연미복, 금색 지팡이 차림에 염소 수염을 한 장난기 많은 괴짜다. 원작의 묘사와 유사한 쪽은 진 와일더다. 소설 속 웡카가 토끼 춤을 추며 등장한 것처럼, 진 와일더는 첫 등장부터 다리를 절다가 공중제비를 돌고 다시 멀쩡하게 걷는 장난을 친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는 그가 배역을 수락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었다고 한다. <윌리 웡카와
[기획] 원작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웡카>에 관한 이모저모
-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영화화한 두 작품 중 <웡카>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1971)과 좀더 닮은 이유는 윌리 웡카의 연미복이 자둣빛이어서만은 아니다. <웡카>는 1971년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영화고 1960~70년대 등장한 수많은 뮤지컬영화의 자장 안에 있다. 직간접적으로 <웡카>의 레퍼런스로 보이는 네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웡카>의 세계는 단연 디킨스적이다. <올리버!>의 고아 소년들처럼 <웡카>에도 궁핍에 몸서리치는 어린이 누들과 어린이 같은 남자 윌리 웡카가 등장하고 둘의 부모는 행방이 묘연하다. 특히 누들은 올리버(마크 레스터)를 무척 닮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누들은 올리버처럼 소매치기에 능하고 본명과 무관한 이름이 임의로 작명됐다. 윌리의 원맨쇼 뮤지컬 넘버 <You’ve Never Had Chocolate Like This>는 <올리버!>의
[기획] <웡카>를 닮은 뮤지컬영화 네편
-
한겨울 극장가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영화가 있다. <웡카>는 2024년 1월 현재 글로벌 누적 수익 5억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전세계 극장가에 달큼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전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독점 중인 <웡카>가 마침내 1월31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웡카>는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윌리 웡카’라는 메가 I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리퀄이지만, 모두가 <웡카>를 사랑하는 이유엔 원천 소스의 파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영화이자 뮤지컬영화인 <웡카>는, 감독 겸 작가 폴 킹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를 만나며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배우를 중심으로 풀어본 <웡카>의 리뷰와 <웡카>에 영향을 준 뮤지컬영화의 목록을 전한다. 또한 <웡카> 속 초콜릿 폭포의 원류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흥미로운 트리비아도 돌아보
[기획] 그 흥행 돌풍에는 이유가 있다, 감독 겸 작가 폴 킹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웡카> 이야기
-
경쟁 영화들이 속속 면모를 드러내면서 일찌감치 그해의 복병으로 평가받았던 <추락의 해부>가 마침내 2023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을 때, 즉각 <피아노>(제인 캠피언), <티탄>(쥘리아 뒤쿠르노), 그리고 <추락의 해부>를 연대순으로 짚어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 <에이지 오브 패닉>으로 칸 ACID에 입성한 지 10년 만에 쥐스틴 트리에는 자국의 가장 칭송받는 레드카펫에서 역대 세 번째 여성감독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학생 시위와 대통령선거 중에 찍은 단편영화들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은근한 반골 기질임을 추측하게 한 쥐스틴 트리에는 <빅토리아>(2016)와 <시빌>(2019)에서 여성 인물의 이면을 도발적으로 제시하는 데 겁 없는 만큼 세련된 감각을 구사하는 연출자라는 인상을 풍겼다. <추락의 해부>는 그런 기량이 정점에 달해 능숙한 테크니션의 기질도
[기획] 화제작 <추락의 해부>의 감정적 복잡성과 완성도에 대하여, 결백한 이야기는 없다
-
양기수(이희준)는 남산(마동석)과 함께 <황야>를 지탱하는 커다란 축이다. 영화의 초반부를 책임지는 인물이며 웅크려 있던 남산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고 나오기도 한다. 커다란 비밀을 지닌 채 모종의 실험을 진행 중인 그에겐 “인류를 지키겠다”라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다. 남산 무리와의 상호작용을 제외하고서라도 <황야>의 일부를 뚜렷하게 구성하는 독립적인 캐릭터로 생동하는 것이다. 그 생동의 원천은 늘 그랬듯 캐릭터가 “설 땅”을 다지는 이희준 배우의 연기 메커니즘이었다. 허명행 감독과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캐릭터의 깊이와 넓이를 모두 챙겼다. 그 끝에 양기수는 단순히 미친 의사,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아이러니를 듬뿍 지닌 복합적 인물이 됐다.
- 양기수 캐릭터는 비밀스러운 전사를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면서 딸을 살리려는 마음 하나로 돌진하는 직선적 캐릭터 같기도 하다. <남산의 부장들> 인터뷰 때 “지금까지의 캐릭터는 대사의 행간이나 서브 텍
[인터뷰] 좋은 타이밍, <황야> 이희준
-
<황야>의 남산에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마동석이고, 언제나 그랬듯 마동석은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악당을 응징할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산과 지완(이준영)이 아끼는 마을의 소녀 수나(노정의)를 구하기 위해 미치광이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군림하는 아파트로 떠나는 초반의 전개는 효율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렇게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액션 시퀀스로 곧장 진입하는 <황야>는 제작과 주연을 겸한 마동석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먼저 제안하면서 시나리오 개발부터 함께했다고.
= 디스토피아물을 만든 변승민 대표가 또 다른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다며 제안해왔다. 내가 써둔 8페이지짜리 디스토피아물 트리트먼트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작가와 함께 각색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허명행 감독과는 배우와 무술감독으로 20여년 동안 수십 작품을 함께했다. 그는 보기에만
[인터뷰]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 <황야> 마동석
-
<황야>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액션 장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동석 장르’란 수사도 함께 따라붙는단 사실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대표로 하여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다. 이는 예비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적 편의일 수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배우의 명성을 이용하는 상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황야>는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범죄도시> 시리즈와 무관한 제작사와 배급사가 내놓은 작품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터줏대감인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곤 하나 그것만으로 마동석이란 장르가 연속된다고 증명하기엔 부족하다. 마동석 배우가 마블 영화에 나올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지녔단 것도 장르의 충족 조건은 아니다. <기생충>의 송강호가 <거미집>에 나왔다고 해서 <거미집>을 송강호 장르라고 부르진 않는다. <서울의 봄>이 대흥행했다고 해서 황정민의 차기
[기획] 우람한 육체성, 귀여움, 정의 구현, <황야>에 깃든 장르로서의 마동석
-
모종의 사태로 세상에 폐허와 황야만 남은 지 3년, 남산(마동석)은 동료 지완(이준영)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남산이 마체테를 들고 싸움에 나선다. 남산, 지완과 친하게 지내던 수나(노정의)네 가족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봉사단’이라 칭하는 집단이 은근슬쩍 수나를 노리고, 봉사단의 우두머리인 의사 양기수(이희준)는 무척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남산 일당은 양기수의 동료였던 군인 은호(안지혜)와 합류해 양기수에게 맞선다. <황야>의 도입부엔 악어가 등장한다. 남산과 지완은 악어를 사냥한다. 한국 배경에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에피소드지만 <황야>의 특질은 이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황무지의 전경, ‘사냥꾼’이란 직업에서 풍겨나오는 만화적 상상력이 <황야>의 세계를 지탱한다. 미치광의 의사 양기수를 연기한 이희준 배우, 양기수의 아지트를 용감
[기획] 황야의 사나이들, <황야> 리뷰와 배우 마동석, 이희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