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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그룹이 시간관을 다루는 가장 급진적인 사례가 5월 끝에 등장했다. 걸 그룹 아르테미스의 <Virtual Angel> 뮤직비디오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일반적인 시간관을 탈피해 시간관 그 자체의 붕괴를 의도한다. <Virtual Angel>은 뮤직비디오 공개 이틀 뒤쯤 <Human Eye Ver.>이라는 편집본을 내놓았는데 그 사정이 무척 흥미롭다. 기존 뮤직비디오의 몽타주가 초 단위가 아니라 프레임 단위로 무수히 잘게 쪼개진 컷들로 구성된 탓에 영상을 제대로 시청하거나 이해하기 힘들다는 팬들의 원성이 불거진 것이다.
그렇다면 ‘Human Eye’의 반대는 무엇일까. <Virtual Angel> 뮤직비디오엔 미디어 속 아이돌의 모습을 욕망하고 추앙하는 소녀들이 등장한다. 그들과 그들이 숭배하는 아이돌(아르테미스)의 모습이 겨우 3~4프레임마다 교차하며 시공간의 혼동을 일으키는 와중에 소녀들은 마법봉처럼 생긴 오브제를 들고 비상을 꿈꾼
[기획] 아르테미스, 시간을 쪼개는 마법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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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현재의 시간성에 집중한 사례도 있다. 트리플에스(tripleS)는 1명의 멤버부터 24명의 멤버가 모두 모이기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유튜브 콘텐츠로 노출했다. 특히 데뷔 전 멤버들의 숙소에서의 일상을 그날 밤에 바로 데일리 영상으로 게재해 팬들과 공유하는 극한의 현재지향형 소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트리플에스의 현재지향적 태도는 역시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대거 표현됐다.트리플에스는 2022년 10월 공개한 첫 타이틀곡 <Generation> 뮤직비디오에서부터 틱톡, 인스타그램 유의 SNS 인터페이스를 화면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곤 그 화면에 셀프 좋아요를 누르면서 자신을 틱톡 시대의 표상으로 천명했다. 이후 <Rising> <Girls Capitalism> <Girls Never Die>의 뮤직비디오에선 요즈음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 일컬어지는 속칭 지뢰계 이미지를 경유하여 가출 청소년, SNS 및 게임 중독
[기획] 트리플에스, 오로지 지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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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반대편엔 미래지향형 에스파가 있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Ay”라며 도래할 미래를 한껏 포용하려는 <Supernova>의 가사를 살피면 방향성의 차이는 더 확실해진다. “우린 어디서 왔나 Oh Ay, 원초 그걸 찾아”라며 언뜻 과거에 시선을 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찰나 이어지는 가사는 “거세게 커져가, 질문은 계속돼”다. 과거의 사건을 짚더라도 그것을 매개로 계속 나아가려는 미래 지향적 벡터가 바로 에스파의 정수다. 애초 ‘광야’라는 세계관 속에서 멤버의 아바타인 ‘ae’(아이)들과 조력자 ‘naevis’ (나이비스) 등 SF 요소를 그룹의 전반적인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다. 더하여 전세계 최초의 VR 콘서트인 <링팝: 더 퍼스트 브이알콘서트 에스파>를 극장 개봉하며 다분히 미래파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기존 세계관의 확장을 목표한다고 밝히며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Armageddon》에도 미래를 지시하는 듯한 요소는 한층 풍부
[기획] 에스파, 죽어도 나아가는 초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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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이란 말이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모두가 알 법한 예시를 들면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걸 그룹 뉴진스는 과거지향적이다. 뉴진스의 멤버들이 90년대의 어느 시간을 헤매는 시간 여행자라거나 하는 세계관이 있진 않다. 그럼에도 <Ditto>에 이어 최근 까지 뉴진스엔 시기 미상의 아련한 과거 혹은 90년대의 청춘, 뉴트로, Y2K 같은 수사가 함께했다. 저화질의 캠코더 영상에서 교복을 입고 춤추던 <Ditto> 뮤직비디오 속 소녀들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했겠으나 뉴진스의 전략은 더 전방위적이고 섬세하다. 80~90년대 유행한 음악 장르의 소스를 기반으로 곡을 만든다거나, 단독으로 출시한 소통 애플리케이션 ‘포닝’에 피처폰 이미지를 활용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외에도 더 감각적인 톱니바퀴들이 뉴진스의 시간관을 만든다.
뮤직비디오의 도입부, 플레이어에 비디오테이프가 하나둘 꽂히고 나면 뉴진스 멤버들은 카메라를 들고 서로의 얼굴을
[기획] 뉴진스, 과거를 바라보는 캠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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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작품인가? 상품인가?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뮤직비디오를 작품으로 보지 않는다면 음악을 팔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신우석 감독, <씨네21> 1392호) 뉴진스의 <Ditto> <OMG>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감독이 뮤직비디오의 의미에 관해 던진 질문이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특정 예술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정답을 내리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일련의 4세대 K팝 걸 그룹의 뮤직비디오는 시청각적 아름다움과 각 그룹 고유의 세계관을 표현하던 결과를 넘어 그룹 특유의 ‘시간관’을 드러내며 뮤직비디오가 엄연한 작품임을 입증했다. 세계관은 음악, 앨범, 뮤직비디오, 글 매체 등 각종 시청각 콘텐츠에서 거시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그룹 고유의 서사성을 뜻했다. 그러나 서브컬처의 일종이었던 K팝이 한국의 주류문화이자 세계 단위의 문화산업으로 거듭났고, 세계관으로의 진입장벽은 점차 높아졌다. 여기서
[기획] 세계관에서 시간관으로, 4세대 K팝 걸그룹의 뮤직비디오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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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에 오르기
시미즈 히로시의 1948년작 <벌집의 아이들>에서 주요 인물은 떼지어 거리를 떠도는 전쟁고아들이다. 헐벗은 나날에도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을 터득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데, 유독 한 소년의 연약함이 눈에 밟힌다. 바다에서 엄마를 잃은 후, 바다만 보면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요시보, 그는 다른 아이들의 활기와 속도에 언제나 뒤처져 결핍감과 슬픔을 호소하는 울보다. 움막에서 시름시름 앓던 요시보는 무리에서도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던 아이가 찾아오자, 애걸한다. 산에 가면 바다가 보일 거야, 바다를 보면 병이 나을 거야, 나를 산에 데려가 줘, 부탁이야, 나를 업고 가줘. 둘의 눈이 프레임 바깥을 향한 지 얼마지 않아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업고 정말로 산을 오르는 광경이 펼쳐진다.
가여운 두 소년의 무리한 여정에 바다는 금세 화답하리라. 이 숏만 지나면 소년의 눈에 바다가 담기리라. 그러나 기대는 이내 부서진다. 무려 5분에 걸쳐 숏 수가 점점 불어나는 중에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영화’로운 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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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참사가 일어난다. 인간은 반응하고 대응한다. 여기엔 단계가 있다. 우선 논리적 사고 이전 단계에 우리에겐 충격과 공포, 불안, 분노, 공격성 발현, 또는 회피, 남 탓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해당 사회 구성원은 유사한 작용 과정을 겪는다.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교감신경계의 리액션이다. 그다음 우리는 사태 파악, 원인 진단, 진상규명 등을 시도한다. 이 단계는 앞 단계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선후가 뒤섞일 때도 잦다. 이때 누군가는 피해자를 염려하고 누군가는 책임자를 단죄하려 한다. 이후 사태 파악 다음 단계에서 소수의 어떤 이들은 참사에서 출발해 인간·사회·세계의 본질에 다가서려 애쓴다. 예컨대 조현철 감독은 <너와 나>(2023)를 통해 애도의 방식을 구현하는 동시에 직선으로만 인식하기 쉬운 이 세계의 시간을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영화가 해낸 일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무력하기만 한 우리의 현재를 마주 보게 함으로써 희생자
[비평] 홀로코스트 영화 제3 국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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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된 라일리가 새로운 감정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와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의 충돌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머릿 속 모험은 이번에도 전 세계를 공감으로 물들일 수 있을지, 첫 시사 반응을 통해 미리 살펴보자.
이자연 기자
”라일리의 삶은 복잡해져서 더 섬세한 감정이 필요해.“ 라일이의 성장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원초적인 감정으로 남는 사이, 이유 모를 근심과 걱정이 주인 없는 제어판을 점령한다. 마음대로 운영되지 않는 라일리의 말과 행동은 청소년기의 불안과 주눅듦, 높은 타인민감성을 현실감 있게 드러낸다. 무리에 소속되고 싶어할 수록 기묘하게 외로워지는 시절,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응원의 목소리는 생애 가장 깊은 영원을 남
<인사이드 아웃 2>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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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도시의 발생 이전에 살았던 이들이 경험했을 소리의 세계를 상상해본다. 기계의 소음보다 자연의 음향이 친숙했을 세계. 거리를 거닐면 물론 그때도 사람들은 떠들고 장난치고 싸웠겠지만, 철도가 발명되고 공장이 세워지면서 도시가 갖게 된 음역과는 차원이 달랐을 터다. 이 추측은 활자와 사진을 통해 짐작할 따름이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대자연이라는 원형으로 섣불리 감응하고 낭만화한다는 한계가 있겠다. 그럼에도 “귀가 먹먹해지는 시대”(데이비드 헨디)의 도입에서, 세상에 없던 것의 소리가 불현듯 우리를 침범하던 순간 인류가 느꼈을 당혹스러움에는 의심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는 당연히 증기기관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다. 영화의 시원적 피사체라 부를 만한 열차는 수많은 (서부)영화에서 반복되어온 이미지다. 우리는 열차의 거친 운동, 위아래로 혹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액션’(action)의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칙칙폭폭, 덜컹덜컹, 이 격렬한 공간이
[비평] 전기 바깥의 전기, <차이콥스키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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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릿 조핸슨이 챗GPT 4o의 음성 버전 중 하나가 자신의 목소리와 거의 같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오픈 AI’(OpenAI)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왜 하필 스칼릿 조핸슨인가? 그는 영화 <그녀>에서 남자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의 목소리연기를 맡았던 배우다. 챗GPT 4o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샘 올트먼이 그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졌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사만다의 목소리가 “소비자들이 인간과 인공지능에 관한 급격한 변화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SF영화와 과학기술의 관계, 특히 할리우드영화와 실리콘밸리 테크기업 사이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 상상하기>(Imagining AI, 2023)라는 책에서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있는 기술과인간연구소 소장인 스티븐 케이브와 같은 대학의 레버헐름 미래지능센터 선임연구원 칸타 디할은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캘
[임소연의 클로징] 루프 속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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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려야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기분으로 흘린 눈물이든 다 괜찮다. 어제는 달팽이 경주에서 보호자들이 달팽이를 격려하는 말들을 보다 울었다. ‘침착해, 네가 가야 할 곳에만 집중해야 해.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가 찡해진다. 이때 감정을 억누르거나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 하면 안된다. 갑갑한 일이든, 분한 일이든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면 마음의 고름을 짜낸다는 생각으로 개운하게 흘려야 한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면 오늘 내 하루가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랫동안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이상이 내 정신의 코어를 장악하고 있었다. 감상에 빠져 훌쩍이는 것은 게으르고 안일하다고 느꼈다. 감정적인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너 ‘T’야?” 하고 비난을 섞어 묻는 것이 지금 시대의 유행이지만, 나는 그보다 한참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비정하고 차갑다’라는 말을 들어왔다. “나는 그냥 위로가 필요해. 나랑 같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기뻐서 울었고 슬퍼서 울었어, <2 Different Tears> 원더걸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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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원더랜드’라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신청자는 신체적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빅데이터로 저장되어 남겨진 사람들을 영상통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바이리(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고 싶어 원더랜드를 이용하지만 아이가 점점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정인(수지)은 의식불명으로 잠재적 사망 상태였던 남편 태주(박보검)가 그리워 원더랜드를 이용하는데, 어느 날 태주가 기적적으로 눈을 뜸에 따라 난관에 봉착한다. 서비스 운영자인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역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원더랜드의 불완전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든 서비스를 보수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은 곧, 그 불안을 다스려보려는 노력과 같다. 남겨진 사람들을 토닥임과 동시에 떠날 모든 인간들에게 따뜻한 안내 메시지를 전달한다.
[리뷰] ‘원더랜드’, 언젠간 떠나야 할, 그리고 깨달을 모든 이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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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의 베테랑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의 결혼식, 파트너 마커스(마틴 로런스)는 춤을 추다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생사의 문턱에서 하워드 반장(조 판톨리아노)을 마주한 마커스는 이제라도 일을 줄이고 남은 삶을 즐기겠다 결심한다. 한편 뉴스에서 하워드 반장이 생전 카르텔과 손잡고 비리를 저질렀단 보도가 나온다. 마이크와 마커스는 반장의 누명을 벗기려 수사를 시작하지만 함정에 빠져 도리어 용의선상에 오른다. 4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은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환갑을 앞둔 두 주연의 입담은 녹슬지 않았지만 젊은 시절만큼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신 전작에 이어 중년의 위기라는 키워드를 전면으로 활용했다. 가정적인 마커스는 욜로 라이프를 외치고, 바람둥이 마이크는 가족을 챙긴다. 팝콘무비의 매력은 건재하지만 속도감과 화려함을 기대한 팬들에겐 세월의 무상함이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리뷰]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쾌감보다 무상함이 남는다면, 이젠 배지를 반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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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는 동명의 LG U+ 오리지널 드라마 중 세 에피소드를 발췌한 옴니버스영화다. 크리스마스날 집에 혼자 남은 딸을 걱정하는 싱글맘 지우(조여정), 수상한 택시 기사를 경계하는 불륜남 직장인 경래(고규필), 고객의 민원에 시달리는 에이스 배달원 동인(김진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시괴담 스타일의 호러와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의 적절한 배합과 구체적인 인물 형상화는 에피소드간의 지나친 패턴화를 피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공포의 효과는 다소 옅고, 식상한 전개가 더러 맥을 끊기도 한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를 장악하는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부족한 정동을 훌륭히 보충한다. 조여정과 고규필이라는 든든한 이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첫 연기에 도전한 김진영(덱스)의 건조한 익살미는 음식 배달 서비스라는 일상적 소재와 맛깔나게 공명한다. 첫 에피소드인 <산타의 방문>은 제7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리뷰] ‘타로’, 긴장감의 빈틈을 넘치도록 채우는 배우들의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