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최근에 행한 한 인터뷰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파격적인 이야기를 솜씨 좋게 던지는 그답게 이번에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풍요의 시대가 온다. 화폐가 없어질 것이며, 노후 준비 따위는 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오로지 희소한 것은 에너지뿐일 것이다.”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좀스런 학자들과 달리 시원시원하게 지르는 솜씨가 일품이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선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제외한(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런 것들까지도!) 모든 것들이 차고 넘치게 되리라는 예언은 이제 망상이 아닌 듯하다. 만약 지금보다 월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나온다면, 이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생산요소의 구별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그 자체가 기계 장비일 뿐만 아니라 노동과 마찬가지로 기계 장비의 작동에 관련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그 작동을 주도하는 성격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말대로 “옵티머스 로봇이 스스로 옵티머스 로봇을 생산하는”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이 자본/노동 복합체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생산요소의 희소성은 사실상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유일하게 부족한 것은 에너지(그리고 천연자원)가 되겠지만, 이 또한 기술 혁신으로 뚫을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가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이미 지구 위로 쏟아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태양에너지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만 나온다면, 그리고 화성에 식민지를 세워 지구와의 교통을 정착시킨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아직은 SF일 뿐이라고 생각할 이들도 많겠지만, 그의 말대로 SF가 현실로 변하는 과정이 줄어드는 속도가 갈수록 올라갈지도 모른다. 어쨌든 “주어진 수단은 항상 희소하며…”로 시작하는 지금의 경제학은 그 공리부터 뒤집히고, 희소성의 경제학 대신 풍요성의 경제학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이다. 실제로 전 인류가 그 풍요의 향유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화폐나 사람들의 빈곤은 생산력 부족이나 희소성 등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이와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력적 위계 서열을 확인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생겨나는 과정에서 파생된 제도이거나 그 결과물들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조물주 스스로가 땅 위에 내려와 생산을 전담한다고 해도, 인간 세상의 권력적 위계 서열 자체가 존재하는 한 화폐도 불평등도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 산업문명의 엄청난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끼니조차 잇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 지구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전체에 넘쳐나는 빈집과 아파트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터져나오는 주거 문제의 아우성을 생각해보라. 다가오는 놀라운 기술혁신이 과연 희소성뿐만 아니라 권력의 위계 서열도 소멸시키게 될까? 오히려 그 반대의 극단으로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일론 머스크도, 또 ‘빅테크’의 거물들 누구도 마주하려 하지 않는 근본적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