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발견’ 배우 마일스 케이턴
유재선 이제 영화 내적인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주인공 새미 역의 마일스 케이턴 배우가 정말 큰 활약을 했잖아요. 목소리랑 기세도 대단했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찾아보니 연기는 거의 처음이더라고요. 감독으로서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결정하는 것이 큰 리스크일 수 있는데 어떤 점에 강하게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언 쿠글러 마일스 케이턴은 캐스팅 디렉터 프랜신 마이슬러가 발견했어요. 프랜신과 2015년 <크리드> 때부터 함께 일했는데, 정말 뛰어난 캐스팅 디렉터입니다. 많은 걸작의 캐스팅을 담당했고, 최근에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캐스팅도 맡았습니다. 우리는 새미란 소년 캐릭터를 위해 전세계를 뒤졌습니다. 이 소년 캐릭터가 순수하고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라는 게 드러나지 않으면 영화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새미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로 표현돼야 했죠. 아버
[Masters' Talk] 라이언 쿠글러 감독 X 유재선 감독 마스터스 토크
-
호러영화 연출자들의 마스터스 토크
시네마엔 국경이 없다는데, 게다가 같은 장르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이 만나면 대화가 더 잘 통할까. 이번 마스터스 토크는 이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그 가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회문화적 맥락이 녹아든 블랙 호러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하 <씨너스>)을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지난 5월16일 러브 스토리와 호러를 절묘하게 엮은 <잠>의 유재선 감독과 온라인으로 만나 여러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었다. 전통적인 고딕호러의 소재인 뱀파이어를 1932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로 이식시키는 이야기로 운을 뗀 이날의 대화는 오랫동안 쿠글러 감독을 사로잡았던 공포소설과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이번 마스터스 토크는 미국의 86년생 젊은 감독과 한국의 89년생 신인감독간 만남으로도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창작자들과 달리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원작 없이 오리지
[Masters' Talk] 정통 뱀파이어와 오리지널 시나리오 사이의 묘, <씨너스: 죄인들>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 X <잠>의 유재선 감독
-
우리가 잠들던 곳 Where We Used to Sleep
마티아스 뵈를레 / 루마니아 / 2024년 / 81분 / #화석연료
마티아스 뵈를레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잠들던 곳>은 루마니아의 시골 마을 제아머 나와 그곳에 사는 발레리아 프라차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아머나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마을로 천명 가까이 되는 주민이 살던 곳이다. 비극은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산업화를 진행한 후 시작된다. 로시아 포이에니 광산에서 구리를 무리하게 채굴한 여파로 마을이 오염수에 수몰되는 환경 재난이 생긴 것이다. 수많은 주민이 마을을 떠난 후에도 발레리아는 어떻게든 이곳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익스트림 롱숏으로 제아머나 마을의 아름다움과 함께 오염수의 공포를 체험케 하는 압도적 영상미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거기에 차우셰스쿠 집권기의 푸티지와 풍경, 발레리아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환경 재난이 개개인의 생활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다룬 구성도 흥미롭다.
블랙 스노우
[기획]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③
-
플라스틱 판타스틱 Plastic Fantastic
이사 빌링거 / 독일 / 2023년 / 102분 / #자원순환 #지속가능성
<플라스틱 판타스틱>은 플라스틱 문제를 전 지구적 위기로 조명하며 그 해법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다. 독일의 여성감독 이사 빌링거는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과정을 추적하며, 그 생산과 폐기 과정이 어떻게 자원순환 고리를 끊는지를 면밀하게 분석 한다. 해변에서 맨손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가들, 자원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교차로 담긴다. 영화는 단순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산업의 확장과 그로 인한 환경 불평등, 기후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 심을 일깨운다. 동시에 해결책으로서의 순환 경제 모델과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영화는 플라스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소비와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플라스틱 인간: 미세 플라스틱의
[기획]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②
-
-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된 작품들 중에 어떤 작품을 관람하면 좋을까. 긴급한 환경 위기를 거시적으로 경각하는 작품도 있고, 생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을 집중해 조명하는 작품도 있다. <씨네21> 독자들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엄선한 21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The Wolves Always Come at Night
개브리엘 브레이디 / 몽골, 호주, 독일 / 2024년 / 96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몽골 바얀홍고르주 사막에서 가축과 함께 살고 있는 유목민 부부 다바와 자야. 출산을 앞둔 가축의 무거운 몸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께 맞이하는 이들은,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하늘, 자연의 변주를 공유하는 오롯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 화는 몽골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며, 유목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어느 날 다바의 농장에 불어닥친 모래폭풍은 가축의 절반을 앗아간다. 영
[기획] 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①
-
에코크리에이터는 환경(Eco)과 창작자(Creator)를 합친 말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친환경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환경재단은 GS리테일과 함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환경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하는 에코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 1기 에코크리에이터를 배출한 이래 지금까지 환경과 영상제작에 관심 있는 청소년과 사회적 기업, 유튜버 등 총 398명의 그린 리더가 참여해 기후 위기, 쓰레기, 자원, 도시 개발 등을 다루는 180편의 우수 영상을 제작했다.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는 2024년 제작된 우수 영상 6편을 특별 상영한다. 현재 2025 에코크리에이터를 모집 중이다.
거베라
윤도원/한국/2024년/24분/#농업 #발전
신도시 개발로 이주를 준비 중인 일산 인근 농가. 귀농에도 실패하고, 애써 키운 거베라도 반품되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명준과 은혜. 인사를 하러 이웃 농가를 돌아다니 는데 어째선지 그들은
[기획] 녹색 창작자가 되어보아요, 2024년 에코크리에이터 작품 6선
-
바람이 일어나는 마을 When the Wind Rises
천훙 / 대만 / 2023년 / 18분 / #화석연료 #환경운동 / 에코단편선3
한 노년의 운동가가 작은 어촌의 정유공장 증설에 반대하며 고독한 투쟁을 벌인다. 그사이 마을 주민들의 우유부단함은 전염병처럼 퍼지며, 지속 가능한 변화와 단기적인 사회 안정을 두고 갈팡질팡한다.
만찬 The Feast
리쉬 찬드나 / 인도 / 2023년 / 25분 / #생물다양성 #환경운동 / 에코단편선3
죽어가는 호수를 살리기 위해 한 여성 어부가 지역 유력 정치인을 위한 잔치를 열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요리를 대접하며 그에게 맞선다.
누가 범인인가? Who Killed It?
치잉주, 이보이 / 대만 / 2024년 / 24분 / #동물권 #반려동물 / 에코단편선3
2017년 유기견 살처분 금지 이후, 유기견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2022년까지 18만 마리에 달했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으며 생태계에
[기획]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추천하는 단편 환경영화 ②
-
우리 안의 환경 민감도를 경각하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엄선한 단편 환경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지구의 미래를 짧게 염려하고 길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이어가보자.
창가의 작은 텃밭
이종훈 / 한국 / 2024년 / 4분 /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성 #에너지 / 에코단편선1
이른 아침. 건축가 A는 창가의 작은 텃밭에서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골라 출근 도시락을 싼다. 토마토 줄기에서 에코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에서 태어나는 에코 에너지. 건축가는 에코 에너지와 함께 오늘도 기후 위기의 현장으로 출발한다.
고양이가 되었다
이희영 / 한국 / 2024년 / 5분 / #반려동물 / 에코단편선1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고양이 하루를 떠나보내고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한 남자. 슬픔을 표현하지도, 해소하지도 못한 채 덤덤한 일상을 살고 있을 때 강아지 모습을 한 사람과 강아지 하루를 만나게 된다.
짱뚱이네 똥황토
박재범 /
[기획]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추천하는 단편 환경영화 ①
-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
Tokito: The 540-Day Journey of a Culinary Maverick / 아키 미즈타니 / 일본 / 2025년 / 84분 / #먹을거리
파인 다이닝은 건강하고 신선하며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재료에서부터 시작한다. 개성 강한 미쉐린 스타 셰프 이시이 요시노리와 함께한 540일의 기록을 담았다. 도쿄의 유서 깊은 일식당을 혁신적인 오베르주 스타일 다이닝 공간으로 바꿔 나가는 이시이 사단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창적인 재료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셰프의 열정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고민, 예기치 못한 전환점을 맞이한 셰프 개인의 창작 고뇌를 포착한다.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고, 전통 문화유산과 현대 미식, 자연과 생명의 애달픈 현실을 엮는다.
투 다이 포: 식용색소 이야기
To Dye for: the Documentary / 브랜던 캐우드, 휘트니 캐우드 / 미국 / 2024년 / 80분 / #먹을거리
아이가
[기획] 절대 놓치지 마세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프로그램팀 추천작
-
장영자 프로그래머의 추천작과 선정의 변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절대 아니다. 지금처럼 소비 중심의 삶을 지속하고, 플라스틱에 둘러싸인 일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결국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앞당겨 소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보다 평균 7 배 더 많은 폭염을 겪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이제 불평등하게 나뉜 기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비관적인 전망과 절망적인 수치들이 쏟아지는 지금,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찾아 나가고자 한다.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행동의 동기를 줄 수 있는 5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이 작품들은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 다양한 환경 이슈를 각자의 시선으로 조명하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기획]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희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애니메이션 감독. <이 별에 필요한> <그 여름> <마법이 돌아오는 날의 바다> <생각보다 맑은> 등 연출
<모노노케 히메>
내가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모든 이유가 <모노노케 히메>에 담겨 있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이 작품을 보며 처음 상상했다. 인물간의 감정만큼이나 그것이 전체 주제에 영향을 주는 방식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법 등을 배웠다. <모노노케 히메>뿐만 아니라 <붉은 돼지> <마녀 배달부 키키>도 좋아한다.
<카우보이 비밥>
웅장한 우주가 등장하는 SF물, 인물들의 알콩달콩한 생활, 엄청나게 심도 깊은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세 요소가 갖춰진 작품이 바로 <카우보이 비밥>이다. 돌아보면 이 작품으로 전수받은 감수성이 <이 별에 필요한>에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음악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LIST] 한지원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
“모든 기적은 작은 흔적을 끊임없이 축적할 때, 그리고 뚜렷한 목적을 갖고 부단히 흔적을 축적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다.” 꽤 오랫동안 이걸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온 명문장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장 지오노의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건 1987년 프레데리크 바크의 동명 단편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이 경이로운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에 한참 먹먹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중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 읽었는 데,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감상이 뒤섞인 탓인지 시간이 흐른 뒤엔 프레데리크 바크의 파스텔 톤작화 속 노인의 온화한 표정과 저 한 문장만 기억에 남았다. 지금 다시 보니 저 문장은 ‘옮긴이의 말’ 속 한 문장이었다.
<나무를 심은 남자>는 갑작스러운 비극 이후 황량한 자연을 바꿔보겠다고 결심한 남자가 우직 하게 나무를 심어 끝내 풍성한 숲을 가꾸는 이야기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홀로 양을 키우며 살아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나무를 심는 사람들
-
<로건>(2017)은 굉장히 속상한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늙고 초라한 로건이 생계를 목적으로 리무진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험한 세월로 인해 그의 클로와 회복 능력은 성치 않다. 자신을 공격한 동네 갱들을 힘겹게 죽인 그는 피를 흘리고 비틀대며 그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어느 폐공장을 개조한 거처로 돌아간다. 그의 가족은 총 2명으로 치매 노인이 된 찰스 자비에와 “로건의 속옷을 개고 노인의 죽을 끓이는” 칼리반이다. 때는 2029년으로 인간에 의해 대부분의 뮤턴트가 죽었고 또한 25년간 뮤턴트 아기가 하나도 태어나지 않아 뮤턴트는 종족 절멸을 겪고 있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핵무기 수준의 살상 능력을 가졌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해 발작적 폭주를 하는 찰스 옆에 있다가 괜히 죽은 것으로 암시된다. 신체적으로는 90대 노인이지만 그는 여전히 위험하다. 로건과 칼리반은 대량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아픈 찰스를 거의 감금하다시피 해
[이연숙(리타)의 장르의 감정] 희망은 만화책이다, 퀴어 유토피아 영화로서의 <로건>
-
가까운 미래의 도쿄를 영화의 시공간으로 제시하는 <해피엔드>.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영화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 같다. 후미(이노리 기라라)를 따라나선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소위 운동권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일본 포크송의 상징적 존재인 오카바야시 노부야스가 발표한 <くそくらえ節>(똥이나 처먹어라 타령)이라는 곡이다. 1968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저항을 상징하는 시대적 언표였으며 직설적인 가사 때문에 금지되기도 했다. 테크노 클럽에서 치안에 의해 색출당하며, 인정받지 못할 정체성을 번번이 증명해야 했던 코우는 그곳에서 오래된 금지곡을 배우고 “시위하면 정말 사회가 변해요?”라고 묻는다. <해피엔드>는 미래를 향하는 앞모습과 잔존하는 파시즘의 뒷모습이 동시에 배태된 영화이자, AI 감시체계가 함의하는 판옵티시즘과 자위대라는 극단적인 상징을 반복해서 드러내며 사고실험을 감행하는 동시대의 기획물이다. 소라
[비평] 해커의 탄생, <해피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