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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한 차례 커다란 대립을 빚은 제작자와 매니지먼트사가 공생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는 7월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매니지먼트사와의 갈등을 포함한 영화산업의 현안을 풀어나갈 실무진을 꾸렸다. 매니지먼트사들과의 협의는 신철 신씨네 대표를 비롯,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이승재 LJ필름 대표가 맡기로 했고, 극장과의 부율문제는 김형준 한맥영화 대표, 최용배 청어람 대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 등이, 연기학교 설립 건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안동규 영화세상 대표 등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승재 대표는 “7월12일 제협 대표단과 매니지먼트협회의 대표단이 첫 만남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논의될 주제는 포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기준으로 삼자고 제협이 제안한 표준제작규약안의 밑그림뿐 아니라, 공동제작 문제, 캐스팅에 특정 조건을 거는 문제, 개런티
[충무로는 통화중] 제협 실무진 구성, 매니지먼트 대표단과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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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에 해는 뜨지 않는다. 하긴 <씬 시티>는 진정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몸짱들로 가득 채워졌어도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프랭크 밀러의 유명한 “암울하고 거친”(grim and gritty: 프랭크 밀러로 대표되는 만화의 전형적 스타일을 일컫는 말- 역자) 그래픽 노블을 엄격하게 포스트-포토그래피적인 화면들로 매끄럽고 잔인하게 각색했다.
영화의 현실은 가상적이다. 강렬한 대조의 흑백에 의도적으로 배치된 색깔(원색의 빨강)이 더해져 DV에 찍은 <씬 시티>에는 디지털 처리로 강조된 배우들이 CGI로 만들어진 하이퍼 누아르 “세트”를 누비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배경이자 이야기다. <씬 시티>는 부패한 경찰과 썩어빠진 정치인, 타락한 성직자, 소아도착적인 식인자들이 사는, 야한 여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서로 엉킨 세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지어 귀여운 작은 소녀도 자라서 스트리퍼로 내몰리
미라로 만든 만화, <씬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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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로고는 대만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끝나죠.’ 영화사 로고에 대한 리안 감독의 담백한 농담으로 시작하는 <헐크>의 음성해설은 특별히 웃기거나 폭로성 내용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대신 리안은 제작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놀랄 만큼 다양한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되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종종 침묵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관객은 본편에 충분히 몰입하면서도 해설은 해설대로 습득이 가능하다.
<헐크>에서 이안 최대의 고민은 만화와 B급 영화의 정서가 듬뿍 담긴 소재를 엄청나게 도전적인 영상 기술과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것이었다. 그의 담담한 어조에서는 오히려 배우와 스탭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헐크의 모션 캡처를 리안이 직접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타협을 불허했던 현장의 치열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리얼리즘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실제 배우와는 달리 앵글이나 조명, 렌즈가 바뀔 때마다 계속 주시하고 수정해야 하는 CG 헐크의
<헐크> 적어도 대충 만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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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용. “어쩌다 내 손가락이 (그 무언가를 하려) 할 때”라는 단상에서 롤랑 바르트는 접촉을 정의한다. 이 문형은 욕망하는 대상의 육체(더 정확하게는 그 살갗과)의 가벼운 접촉으로 야기되는 그 모든 내적 담론을 가리킨다. (…중략) 그래서 상대와 건드려질 때마다 도처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항상 의미를 만들어내며, 이 의미가 그를 전율케 한다. 그는 의미의 도가니 안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의 접촉은 이렇듯 모든 대답의 문제를 야기하며, 이때 대답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살갗이다(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나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스티븐 소더버그, 그리고 왕가위가 각자 한편씩 만든 옴니버스영화 <에로스>에서 그 첫 번째 에피소드인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이 끝나는 순간 즉각적으로 이 문장이 떠올랐다(미안하지만 나는 이 글에 안토니오니와 소더버그의 영화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왕가위의 8과 1/3번째 영화
그녀의 손길이 의미하는 것, <에로스>의 왕가위 편 <그녀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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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 런던이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영국 언론들이 한 무명감독의 공로를 치하해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은 “스필버그와 베송을 이긴 굿리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총회 막판까지 뉴욕과 파리가 강력한 개최지 후보로 런던과 경합을 벌였는데 바로 뉴욕의 프리젠테이션 영상물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파리는 뤽 베송이 연출해 화제가 됐다. 이에 비해 런던의 홍보 영상을 만든 이는 단 한편도 장편영화를 만든 적이 없는 대릴 굿리치(40)라는 인물이다. 그는 스포츠 분야와 상업광고 감독으로, IOC위원들에게 선보일 단편영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을 만들었다.
이 단편의 주제는 ‘올림픽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영감을 주는가’였다. 1부에서는 멕시코, 아프리카, 러시아, 중국의 어린이 4명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런던이 선정되는 장면을 TV로 시청하는 모습이 나오고 2부에서는 이 어린이들이 사이클
런던올림픽 유치의 공로자는 한 무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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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배트맨 비긴즈> 배트맨 코리아 1대 배트맨, 남기남
[정훈이 만화] <배트맨 비긴즈> 배트맨 코리아 1대 배트맨,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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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 라인 시네마가 10월 4일 자사의 인기 타이틀 6편을 시작으로 UMD 비디오 시장에 진출한다. 뉴 라인에서 처음으로 출시할 UMD 타이틀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나비효과> <프레디 대 제이슨> <블레이드> 등의 장르 영화와 <엘프> <세컨핸드 라이온스>와 같은 가족용 영화로 구성될 예정이다.
뉴 라인의 UMD 시장 진출은 미국에서의 UMD 누적 판매고가 130만장을 기록하면서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뉴 라인 외에도 소니 픽처스, 브에나 비스타, 20세기 폭스, MGM, 유니버설, 앵커 베이 등 메이저 출시사들이 이미 UMD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이들이 출시할 UMD 비디오 타이틀은 130편 정도가 될 전망이다.
뉴 라인에서는 첫 6편의 타이틀 판매 성적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UMD 비디오 타이틀을 내놓을 계획이며, 앞으로 출시될 화제작의 경우
뉴 라인 시네마, UMD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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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홀리오보다 백만배 더 느끼한 짝짓기 프로들
[올드독의 TV감상실] 홀리오보다 백만배 더 느끼한 짝짓기 프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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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1일 미국에서 출시될 <킹덤 오브 헤븐>의 DVD에 감상자가 직접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감상자는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가운데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을 추려내어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감독이나 출연진이 특정한 제작 단계에서 했던 일을 보고 싶을 때는 메인 메뉴에서 버튼만 누르면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된다. 마찬가지로 감독이나 출연진 등 특정한 인물이 전 제작과정에 걸쳐 했던 일을 발췌하여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모든 것을 보고 싶은 골수 팬이라면 그냥 '재생' 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해도 무방하다.
<킹덤 오브 헤븐>은 올랜도 블룸,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등의 호화 캐스트와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으나 미국에서의 개봉 수입은 4,700만달러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20세기 폭스와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 제작과정을 내맘대로 편집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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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산되어 전체를 휘감는 찰나의 빛, 그 짜릿함과 감동과 공포의 순간들. 이것이 판타스틱영화의 묘미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이미 현실적인 판타지, 판타지적인 현실이게 마련이지만, 여기 ‘판타스틱영화’들은 유달리 현실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실험적인 상상력만으로 다른 모든 영화적 조건들, 예컨대, 영화 분량이나 예산 혹은 기술적 조건의 미흡함을 웃어넘길 수 있는 영화들. ‘짧지만 판타스틱’ 섹션에 출품된 단편영화들의 승부수는 바로 이 기발한 무한대의 상상력에 있다. 총 26편으로 이루어진 ‘짧지만 판타스틱’ 섹션은 한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날아온 단편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다채롭지만, 그 주제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극단화된 숨을 몰아쉬는 감각과 욕망, 사물이 있다.
박수영, 박재영 감독의 <핵분열가족>은 집안 곳곳에 분열의 흔적이 다분한 중산층 가족의 일상과 핵무기 발사라는 전혀 관계없는 주제의
리얼판타영화제2005 가이드 [4] - 짧지만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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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테안경에 집안은 온통 책으로 가득한 책벌레 여성. 정말 주인공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순간, 앞을 가로막은 적들에게 화려한 공격을 펼친다. 무기는 다름 아닌 종이! 정부의 비밀요원으로 종이를 자유자재로 이용한다 하여 암호명 ‘더 페이퍼’라 불리는 요미코 리드먼은 그렇게 자신의 독특한 존재를 알렸고 인기 시리즈 <R.O.D>의 탄생을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벌써 몇 해 전부터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마니아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DVD로 선보이게 됐다. 뒤늦게 찾아오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3부작으로 낱개 판매됐던 것이 한 장의 디스크에 모두 담겨있어 가격 면에서 저렴하며, 우리말 더빙까지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다.
부록은 각 캐릭터들의 설정 자료 및 배경 미술을 포토 갤러리 형식으로 수록했다. 미소녀들의 화려하고도 기발한 첩보액션인데 바랄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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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나탈리의 휑>
<큐브> 감독의 기발한 앵글과 엽기발랄 유머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진짜로, 완전히 실화입니다. 감사합니다.” 막이 오르면,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한 이야기며,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문구가, 세번 연달아 나타난다. 오프닝 자막부터 수상쩍은 이 영화는 기이한 공간 탈출기 <큐브>를 만들었던 빈센조 나탈리의 최근작으로,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휑’하게 만든 두 친구의 이야기. 광장공포증이 있는 앤드류는 두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곳에 위태롭게 지어진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살아간다. 유일한 친구 데이브는 그보다는 사회적이지만, 여자친구가 자기를 이용해 회삿돈을 횡령하는 줄도 모르는, 모자라고 산만한 인물. 함께 살던 집에 철거반과 경찰이 들이닥치자, 이들은 모두가 사라져버리길 기도하고, 사방이 조용해진 걸 느낀다. 밖으로 나가보니 사람도 건물도 아무것도 없이, 흰 도화지로 남겨진 공백뿐이다. 이들은 원하는
리얼판타영화제2005 가이드 [3] - 판타스틱 영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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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엘리타>
톨스토이 소설에서 태어난 러시아 최초 SF
야코프 프로타자노프의 <아엘리타>는 러시아 작가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SF소설 <아엘리타, 화성의 여왕>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이며, 러시아 최초의 대규모 예산영화다. 발표 당시 <아엘리타>는 미국 진영의 할리우드영화들과 상업적으로도 경쟁이 가능하며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올바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영화는 지구와 화성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우주선 기술자 로스가 탐사선을 완성해 화성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지구에 많은 관심이 있는 아엘리타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한편으로 화성은 독재자 타스쿱이 지배하고 있는 곳인데, 곧이어 혁명이 봉기하게 된다. 독일 표현주의 시대 프리츠 랑의 거대 SF서사시 <메트로폴리스>가 만들어지기 3년 전인 1924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무엇보다 화성을 표현한 세트의 규모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매우 조형적인 방식으로 표현주의
리얼판타영화제2005 가이드 [2] - 동구권 SF영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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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판타스틱 영화들의 서울 공략
리얼판타스틱영화제2005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7월4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자리한 영화제 사무실을 찾았다. 담배를 피우는 영화제 스탭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건네야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계단. 이어진 입구 또한 상영작 프린트를 담은 깡통들의 말없는 시위로 혼잡하다. “처음엔 4명이었거든요. 조금 지나면 스탭이 늘어나서 주인이 곁방살이 하는 분위기가 될 거라고 미리 경고했는데도 그때는 설마, 하시더라고요.” 한달 넘는 영화제 준비 기간 동안 무상이나 다름없는 헐값에 공간을 빌려준 영화인회의 사람들은 손소영 프로그래머의 예상대로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도 얼굴엔 짜증 기색 하나 없다. “우리가 눈치를 보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1회용 커피까지 뺏어먹어요. 지금은 이쪽 저쪽 구별도 없어요.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님은 여기저기 전화를 넣어서 강제로 후원금을 타주시기도 할 정도니까.”
소수 정예 스탭들이라지만, 더운 여름에
리얼판타영화제2005 가이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