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별보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2046년도에 PIFF가 발행한 한국어 사전을 펼쳐보니 ‘하늘에 별따기’의 반대말이라고 나와있네요. 그렇습니다. 남포동 뒷골목이나 해운대 해변에서 스타와 마주치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PIFF 광장은 온갖 스타를 향해 환호할 수 있는 꿈의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PIFF 광장은 가끔 무시무시한 인간감옥으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양조위는 야외무대에서 부산극장으로 가려다 여중고생들이 만든 인간감옥에 갇혀 꼼짝달싹을 못했답니다. 그가 20여미터 떨어진 극장안으로 겨우 입장하는데 성공한 뒤, 광장바닥에는 십수명의 보디가드가 널부러져 있었다는 풍문입니다.
여고생만 무서운건 아닙니다. <접속>의 무대인사차 광장에 나타난 전도연은 “도연씨 등판이라도 함 만지볼끼라카이”라며 달려드는 남고생들에게 무서운 ‘접속’을 당했습니다. 구타에 가까웠던 그들의 손길 때문에 전도연씨 등은 잘익은 홍시마냥 빨개졌다는 후문입니다. 그런가하면 96년도에 부산을 방문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가셨답니다. 야외무대에 오르려다가 영화제측의 제지로 발걸음을 돌려야했거든요. 예. 그렇습니다. 정치하시는 분들도 꾸준히 부산을 다녀가셨습니다. 97년에는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씨가 새천년민주당 영화진흥안이라는 선물을 들고 방문해 영화인들의 환호를 받으셨다죠(근데 공약 실천은 다 마무리 하셨습니까?).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영화제 역사상 가장 당황스런 주문을 했던 스타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96년 <차이니즈 박스>로 부산을 방문한 미중년 제레미 아이언스입니다. 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디자이너를 공항에 대기시켜 달라는 주문으로 스탭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더랍니다. 공항부터 보도진이 뒤따를 터인데 맨얼굴로는 나설 수 없다는 이유였지요. 역시 미중년은 태어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지는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