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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는 영화가 없다?
본선 진출작 <비치>의 기자회견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연이어 질문의 화살이 꽂혔다. 역할에 대해, 작품에 대해, 연기관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그리고 어젯밤 파티에 대해. 보다 못한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들더니, “지금은 개인 인터뷰 시간이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주지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기자가 감독 대니 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장내가 떠나갈 듯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짐작하듯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화제인가 배우잔치인가
어찌된 일인지, 올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보다는 사람이, 감독보다는 배우가, 그 중에서도 ‘오로지’ 할리우드 배우가 관심사다. 대중의 사랑은 대개 감독보다 배우 차지이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더 유별나다. 파파라치와 극성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호텔에 동시에 예약했다는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현지보고]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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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다코타 패닝 주연의 공포 영화 <숨바꼭질>이 지난주 미국 DVD판매 및 대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세기 폭스에서 7월 5일에 출시한 <숨바꼭질> DVD는 발매 첫 주에 250만장이 판매되어 5,0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으며, 대여로도 1,45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여 총 수익은 6,45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것은 <숨바꼭질>의 극장 흥행 수익인 5,100만달러를 앞서는 액수다.
<숨바꼭질>의 여파로 전주 1위였던 빈 디젤의 코미디 <패시파이어>는 2위로 한 계단 하락했으며, <미친 흑인 여자의 일기>, <Mr. 히치>, <코치 카터>가 5위까지의 순위를 장식하고 있다.
또한 6위에 오른 <초콜렛 천국>은 곧 개봉될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화제와 맞물려 전주 26위에서 급격히 순위가 뛰어올랐다.
<숨바꼭질>
<숨바꼭질> DVD로 극장수입 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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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토바이를 탄다. 핸들을 잡아야 할 두팔을 벌려 고개를 하늘로 치켜든다. 질주하는 젊은이, 그는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그는 달리는 기차에 털썩 오른다. 가벼운 옷차림에 변변한 짐도 없이. 기차가 멈추는 곳이 땅끝마을이든, 아프리카든, 홀로 당당할 수 있는 남자. 그는 욕망과 야심이 질척거리는 땅에서 떠나온 지 오래다. 정우성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당당한 체격에는 그 무엇으로도 구속할 수 없는, ‘자유’의 이미지가 있다. 어린아이처럼 씩 웃을 때면 투명한 마음이 비치는 듯하지만 착한 눈망울이 독기를 품을 땐 순수한 분노가 타락한 어른들을 겁먹게 만든다. 그것은 80년대를 창백한 회색지대에 웅크려 있어야 했던 청년문화가 정우성에게서 발견한 시대정신이다.
서태지의, 혁명과도 같은 폭발적 힘은 아니지만, 정우성의 순수한 반항에도 큰 물결을 거스르는 몸부림이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두고 자기 재능에 운명을 내맡긴 과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폭력교사의 행동을 힘으로 제압하는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7]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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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여자들마다 녹아내렸다던 전설의 돈 주앙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먼지 한점 섞이지 않은 햇살 같은 소년, 천상에서 추락한 듯한 천사의 얼굴. 옆에서 바라보아야만 그 이마와 코와 턱의 선이 얼마나 완벽한 각도를 그리며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라이언 필립(25)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에 영감을 주었던 소년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향기를 품은 그 입술이 무언가를 호소할 때, 하늘이 내린 천재 미켈란젤로도 욕망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 무심하게 드러내는 그의 나체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그토록 아름다운 소년이 순진무구해 보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짧게 곱슬거리지만 짓궂지 않은 머리카락과 키스의 자취가 남아 윤기있게 빛나는 입술은 신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는 결국 인간이다. 독을 품지 않은 아름다움이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그저 금발의 미소년일 뿐인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6] - 라이언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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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27)는 스크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배우다. 그의 어깨는 잊혀진 시대의 귀족처럼 당당하며, 단호한 입술은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 밑의 깊은 주름은 파란색과 녹색을 오가는 눈동자에 사색의 깊이를 더한다. 황금처럼 빛나는 금발이 후광으로 느껴지는 주드 로는 <그리스 신화>에 비유하자면, 아폴론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인 남성미의 화신으로 추앙했으며 세상의 유일한 빛이었던 태양신 아폴론.
유전자로 계급을 결정하는 <가타카>의 미래사회가 한순간이나마 설득력을 가지는 까닭도 주드 로가 연기하는 제롬 때문이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힘겹게 계단을 오를 때 제롬은 어찌할 수 없이 초라하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는 당당한 우성인자가 된다. 그때만은 관객도 유전자의 품질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구가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주정할 때도 제롬은 운명의 굴레를 극복하려는 빈센트(에단 호크)의 투쟁을 희미하게 만든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5] - 주드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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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37)의 아름다움은 명료하다. 뾰로통한 입술, 아르누보풍의 예리한 호(弧)를 그리는 눈과 눈썹. 순백의 도화지에 세필로 먹을 찍어 그린 듯한 그의 선(線)은 아주 작은 움츠림으로도 공기를 흔든다. 호화로운 색채도 구구한 대사도 군더더기로 느껴질 뿐이다. 1995년 <데드 맨>과 <에드 우드>에서 그가 흑백 스크린의 순수한 음영 속으로 걸어들어갔을 때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1920년대 유럽 멜로 드라마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표정과 제스추어만으로 수만 가지 수사를 구사하는 이 배우는, 초기 무성 영화 스타들의 혼과 교령(交靈)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런 까닭일까. 조니 뎁은 100년 전 세상에서 길을 잃고 아직도 지상을 헤매고 있는 미아 같다. 버스터 키튼에 관한 책을 탐독하며 채플린처럼 행동하는 몽상가로 분한 <베니와 준>에서는 마치 혼자 달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뎁의 출연작 가운데 비교적 현실을 ‘똑바로’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4] - 조니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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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5)의 얼굴은 격렬한 충돌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의 얼굴은 또한 눈이 부시다. 케이트 윈슬럿에게 가래침 뱉는 법을 가르치는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에서조차 여성관객의 찬탄은 극장을 메운다. 석양 무렵의 하늘처럼 빛과 그늘이 경계를 무너뜨리며 섞여 있는 그의 얼굴은 신의 세심한 붓질이 스쳐간 듯하다. 그 위에 침 한 줄기쯤 흘러내린들 어떻겠는가. 디카프리오의 타액이라면 수많은 소녀들이 크리스털 잔을 받쳐들고 덤빌 것이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를 감싸는 광채는 배우에게 넘어야 할 담장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소녀팬들의 탄성 속에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카프리오는 한편으로 거친 반항아로 행동한다. 나이보다 일찍 팬 양미간의 주름 때문에, 웃고 있지 않을 때의 디카프리오는 항상 성난 표정으로 보인다. 금빛의 물줄기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버리면 그는 공격하려는 ‘레오’, 다시 말해 사자가 된다. 그러나 이 또한 함정이다. 파리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3]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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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덤은 아름다운 육체와 청춘에 대한 우리의 강박적 욕구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에드거 모랭의 의견이 옳다면, 젊음과 미모를 최고의 셀링 포인트로 삼는 스타들은 피자마자 낙화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셈이다. 이런 냉엄한 현실을 가장 실감나게 한 배우들은 ‘브랫 팩’의 남자 멤버들. ‘브랫 팩’은 청춘 영화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에 일련의 영화들에 어울려 출연하며 사적인 친분까지 맺었던 한 그룹의 남녀 아이돌 스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가운데 앤드루 매카시, 앤서니 마이클 홀, 저드 넬슨은 빠른 속도로 몰락했으며 기대주였던 ‘반항아’ 로브 로는 코미디 <웨인즈 월드>의 여피 악당, <오스틴 파워>에 얼굴을 내밀어 추억을 상기시킬 뿐 예전의 무게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브로마이드계를 평정했던 ‘가라데 키드’ 랠프 마치오도 <나의 사촌 비니> 이후로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1980년대를 ‘탑건’의 솜씨로 날아서 통과한 미남 스타는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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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의 후예, 그들에게 꽃을 던져라
미국과 영국에서 지난 11일 개봉한 <비치>의 삼총사 대니 보일과 작가 존 호지, 제작자 앤드루 맥도널드는 영화 홍보를 위해 방문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잠시 당황한 순간을 맞았다. 질문하라는 사회자의 채근에도 불구하고 청중은 입을 꼭 다문 채 눈만 껌벅이고 있던 것. 대니 보일은 나중에야 그들이 입장하기 전에 사회자가 “레오에 대한 질문만 빼면 뭐든 물어도 좋다”고 청중에게 다짐두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디 벨파스트뿐이랴. 디카프리오의 사랑스러움에 탄식하는 여자친구 옆자리에 구겨박혀 하품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세계 어느 극장에서나 눈에 띄는 광경일 테다. 극장 불이 켜진 뒤에도 신경전은 끝나지 않는다. 미남 스타의 매력에 감전된 관객과 그렇지 못한 이들은 마치 생판 다른 두편의 영화를 본 사람들처럼 영화를 한껏 부풀리거나 뭉텅 깎아내리며 아웅다웅한다. 미모의 여성 스타를 앞세운 영화는 이런 다툼까지 이
스크린의 아름다운 청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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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사랑과 결혼’ “순결을 잃었어”
2003년 ‘옥탑방 고양이’ “괜한 실수를”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한 번 자자”
“호텔이 거기 있어” 갔다. 현무가 먼저 “한 번 자자” 했지만, 이영이 잡아끌었고 “서비스 좋았다”며 10만원짜리 수표도 남겼다. 이불을 박차며 숙영이 “왜 이렇게 끙끙대, 짜증나게…” 하자, 수근은 “내, 내가 뭘…” 하며 민망스럽다. “그만해. 되지도 않는 걸, 힘만 빠지게….” 숙영이 ‘확인사살’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유행가가 되리>의 장면이다.
방송 드라마가 다루는 ‘성’이 한참이나 달라졌다. 솔직과감해졌다. 소재나 표현뿐 아니라 다루는 태도도 그렇다. 암시하거나 슬그머니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다. 정면에서 마주본다. 성을 얘기할 때 으레 보이던 부담감도 많이 덜었다. 정색하지 않고 가볍게 그린다. 어깨에 힘을 뺐다. 하고 많은 일상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식이다.
예전엔 어땠는데?
1995년 <사
드라마 속 성 풍속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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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군인가 점령군인가
최근 KT·KTF는 싸이더스픽쳐스와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싸이더스에 대한 실사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제 주식가치 평가작업과 인수 협상을 거치면 KT는 싸이더스픽쳐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계약이 성사될 때 싸이더스쪽으로 넘어가는 자본은 300억∼4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KT는 싸이더스 외에도 충무로의 다양한 업체들과 인수를 조건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쇼박스의 경우처럼 대기업에까지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임 남중수 대표이사가 취임하는 8월이 되면 KT의 충무로 공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충무로 진출에 앞장선 쪽은 SK텔레콤이다. SK는 올해 초 한국 최대 매니지먼트 업체 싸이더스HQ의 모회사인 IHQ의 2대 주주가 됐고, 내년에는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콜옵션까지 확보했다. SK텔레콤은 현재 300억원이 넘는 영상펀드를 구성 중이며, 충무로 업체들과도 간간이
위기의 한국영화산업 [5] - 이동통신사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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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보는 사람만 바보?
한국의 영화 DVD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업계 추산)이다. 불법동영상으로 인한 2004년의 피해금액은 500억원. 단속이 통상 실제 피해의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시장에서 예상되는 불법동영상의 실제 피해액은 25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선 극장에서 7천원을 다 내고 영화보는 사람은 바보 취급 받기 십상이다. DVD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사람이나 그걸 소장하려고 사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덧 한국에서는 정품 DVD 타이틀을 사는 것은 ‘아둔하고 무의미한 소비’로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10∼15분이면 영화 한편을 다운받을 수 있다. 웹하드, 인터넷 동호회, 와레즈, 뉴스그룹, P2P, 메신저 등 ‘불법과 무법의 멀티플렉스’는 클릭 한번이면 감상은 물론 소장까지 제공한다. 대여기일의 엄수, 유명타이틀 예약 같은 귀찮음은 애당초 없다. 이 상황에 코멘터리와 소장용 부틀렉까지 바란다면 벼락맞을 일이다.
위기의 한국영화산업 [4] - 부가판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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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악순환을 멈출 것인가
제작비를 줄여라. 그리고 수익률을 높여라.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매니지먼트사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6월28일, 제협은 매니지먼트쪽의 무리한 공동제작, 제작지분 요구가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고, 더 나아가 수익률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스타 캐스팅을 요구하는 투자사들의 요구에 제작사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제작사 스스로 캐스팅을 위해 배우 또는 매니지먼트에 공동제작 혹은 제작지분을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협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사실 다급한 호소이기도 하다.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제작사가 시나리오 개발에서 제작까지의 과정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면서 “한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 급급해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거나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따지는 일은 소흘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설령 흥행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빚 갚
위기의 한국영화산업 [3] - 제협 vs 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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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류열풍은 어디까지일까
과연 해법은 있는가. 최근 충무로에서는 영화산업의 저변을 흔들 수도 있는 두 가지의 사건이 펼쳐지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한류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의 확대다. 만약 해외시장이 획기적으로 열린다면 수익률이 호전될 수 있는 탓에 충무로는 이 흐름을 유지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후반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시장에 대한 한국영화의 미니멈개런티가 신기록 행진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은 증폭되고 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70만달러, <달콤한 인생> 320만달러, <태풍> 350만달러, <괴물> 470만달러, <형사> 500만달러, <외출> 600만달러(추정) 등 일본시장은 한국영화의 부실한 수익구조를 받춰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듯 보인다. <달콤한 인생>이 국내흥행에서 적자를 보고도 전체 수익에서는 흑자를 기록한 것이나 제작비를 넘어서는 금액을 이미 판매한 <
위기의 한국영화산업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