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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반에 잠이 들었다. 윙 하고 울리는 진동음에 시계를 쳐다보니 4시쯤이다. 계단을 내려가 옷 속의 휴대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 2통. 동료 Y의 전화다. 예의바른 이 친구는 이 시각에 전화한 적이 없다.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전화를 걸었다. 마른 목소리로 Y가 말한다. 전화번호를 물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알아냈다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Y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J가 죽었다고. 전화를 끊었다. 손을 뻗으니 비어버린 담뱃갑이 잡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뒤늦게 올라탄 한 여자가 10층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동승한 여자가 무서워하거나 당황하리라는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담배를 네대쯤 피우니 눈물이 멎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비디오 테이프를 데크에 넣었다. 화면에는 우 형사와 최지우가 포장마차에 앉아 있다. 몇 개월 전 내가 매주 가는 시끄러운 술집에서 술에 취한 나와 J는 이
[오픈칼럼] 어느 씨네키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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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아가형 기생충을 함유한 중국산 김치의 제조원이, 당황스럽게도 중국에 공장을 차린 한국 사람들이었더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식품 원산지 표시뿐만 아니라 식품 생산자의 성분표시 또한 중요하단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김치뿐이랴.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화 생산물에도, 그와 같은 성분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레전드 오브 조로>의 흥행 저조와 함께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뭔 소리냐. 한번 보자.
그 기본 사양만 살펴보더라도, <레전드 오브 조로>는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일단 안토니오 반데라스 섹시하고, 캐서린 제타 존스 아리땁다. 가만히 있어도 멋진 얘들이, 심지어는 무공과 예절 또한 겸비했음과 동시에, 각자 최소한 2개 국어 정도는 유려히 구사해준다. 물론 유머 또한 충분히 세련됐다. 심지어는 조로가 타고 다니는 말까지도 이 유머대열에 합세하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 없겠다. 게다가 얘들은 각자의 본
[투덜군 투덜양] 내수와 수출용은 구분해야지, <레전드 오브 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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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주위에 절망이 삼켜버린 젊음이 서성거린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과 여자동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군대를 제대한 뒤 한때 함께 공부했던 후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딘가 발을 헛디딘 듯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난다. 전태일의 분신처럼 세상을 뒤바꾸는 외침이 아닌 자살, 딱히 누군가가 기억하길 원치 않는 자살을 나는 아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수많은 책과 영화가 절망과 싸우는 법을 가르쳐도 자살자가 나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럼 세상이 원래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전형적인 젊은 영화광처럼 보였다. 고작 서너번 마주쳤고 그가 쓴 평을 1년 정도 본 것밖에 없으니 선입견에 불과하지만 첫인상은 그랬다. 1997년 제2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던 그는 수상소감에서 “누벨바그 감독들처럼 창작과 평론을 같이 하고 싶다. 사상은 지식과 실천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닿는 한 시도는 해
[편집장이 독자에게] 어느 영화 청년의 자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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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시리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 역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키퍼 서덜랜드가 2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25일 발매되는 <24> 시즌 4 DVD 박스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그는 “시리즈가 성공한데에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처음 일본을 방문한 소감에 대해서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점에서 굉장한 인상을 받았다. <24>의 에너지와 공통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같다”는 말을 남겼다.
키퍼 서덜랜드의 말대로 일본에서의 <24>의 성공은 이례적인 일. <24> DVD의 세계 판매량 중 60%가 일본에서 팔려나갔다는 보도(산케이스포츠)가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영화도 아닌 드라마 홍보를 위해 할리우드 스타가 일본을 찾은 것도 그만큼 일본 팬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키퍼 서덜랜드는 기자회견 전날 시부야 등지 등을 산
키퍼 서덜랜드, <24> DVD 홍보차 일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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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종전된 지도 언 5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동아시아에서 태평양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명제이다. 전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일본에서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해답을 표출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물의를 빚고 있는 일본 총리의 정치적 행보와 맥을 같이하며 극우 성향으로 전쟁범죄를 미화한 <프라이드> 같은 영화도 있지만, 이치카와 곤의 희생적 휴머니즘영화 <버마의 하프> 이래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과 반전의 기운 역시 일본영화 내부에 항시 존재해왔다. <배틀 로얄>의 감독 후카사쿠 긴지의 1972년작 <군기는 똥구덩이 아래에>는 냉소적인 제목이 시사하듯, 전쟁의 근원적 모순과 국가 권력의 전횡과 어리석은 폭력의 광기 앞에서 희생당해야만 했던 평범한 일본 병사들의 평범치 않은 이야기로 태평양전쟁의 끔찍했던 실상을 풀어내고 있다. 종전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뉴기니아 전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남편의 불분
[해외 타이틀] <군기는 똥구덩이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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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 사형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온몸을 던지는 철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데이비드 게일>. 사형제도의 열렬한 반대파인 앨런 파커 감독은 DVD 음성해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보다는 영화를 좀더 사실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그는 음성해설 중 넌지시 할 말을 하고 마는데,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극중 게일의 TV 출연 시퀀스다. 게일에 맞서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극중의 주지사와 조지 W. 부시와의 공통점을 밝힌 것이다. 극중의 주지사는 영화 제작 당시 실제 주지사였으며 재임기간 동안 150건 이상의 형을 집행, 이 부문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부시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법관 지명에 관한 혼란과도 연결된다. 낙태와 함께 사형은 그 나라에서 가장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이니까.
음성해설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가급적 극의 내용과 관련된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과정이다. 파커는
[코멘터리] 부시, 당신이 하느님인 줄 아나?, <데이비드 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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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레먼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건 코미디 배우인 탓이 크다. 그런 그가 <술과 장미의 나날>에 이어 심각한 연기를 펼친 <호랑이를 구하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아이러니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등에서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하던 레먼은 <호랑이를 구하라>에선 의류회사의 사장으로 등장한다(그는 1980년대 이후 <글렌게리 글렌로즈> <숏컷> 등에서 쇠락한 남자를 연기하며 남자의 애환 어린 연대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아뿔싸! 때는 1970년대. 경영자는 더이상 그가 그리던 꿈의 직업이 아니다. 우울한 트럼펫 음악, 악몽에서 깨어난 남자, TV의 베트남전 뉴스로 시작하는 영화는 끔찍한 시간의 서곡과 같다. 겉으로 평온한 삶을 유지하는 듯 보이는 중산층 남자 해리 앞에는 악몽과 같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해리는 부인과 딸로부터 심리적인 연대감을 맺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으며, 사업 유지라는 명목하에
[명예의 전당] <호랑이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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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의 성장통과 늑대인간 이야기를 유연하게 결합, 호러팬들의 지지를 받은 <진저 스냅>.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탄력을 받아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는, 3편에 이르러 19세기 초로 무대를 옮긴다. 인디언과 유럽 이방인들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늑대의 공격을 받고 뜻하지 않게 그들과 섞이게 된 진저 자매의 이야기.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시도로 오락성은 있지만 드라마의 깊이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DVD 타이틀은 기대 이상의 음향으로 장르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19세기로 간 진저 자매, <진저 스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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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이해 할머니 댁으로 돈을 드리러 가는 도중 에밀은 도둑을 맞는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에밀의 좌충우돌 모험담은 흔치 않은 아동 대상의 추리물로 완성된다. 적당한 유머와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괜찮은 작품이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은 평범하지만, 초회 한정판의 경우 에리히 케스트너와 발터 트리어가 쓴 원작 소설을 패키지로 구성했다. 영화도 보고 원작 소설도 보고 일석이조인 셈. 부가영상은 전무하지만, 의미없는 부록보다는 소설이 월등히 낫다.
원작 소설까지 보아요, <에밀과 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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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집을 떠나 힘겹게 생활을 하던 앤드류 라지맨이 어머니 장례식 참석차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은 그에게는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을 간직한 곳. <가든 스테이트>는 정신적 문제로 방황하며 무너지기 직전의 라지맨이 사랑과 우정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자아와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DVD 타이틀에는 30여분 분량의 메이킹필름과 재미있는 NG장면 모음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특히 감미로운 주제가들을 선명한 음질로 즐길 수 있어 좋다.
사랑과 우정으로 그린 청춘 보고서, <가든 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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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폴라 익스프레스> DVD가 선보인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용 영화로서 이 영화는 어딘가 이상하다. 원작 삽화와 유사하다고는 해도 아이들 표정은 우울하기 짝이 없고, 분위기는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며, 로버트 알드리치의 <북극의 제왕> 등을 인용한 농담도 아이들과 과연 어울릴까 싶다. 핏기없는 얼굴에 영혼을 잃어버린 눈동자. 픽사의 화사한 3D애니메이션과는 반대노선을 걷는 <폴라 익스프레스>의 인물들은 오히려 실패한 실험인 <파이널 환타지>의 그것과 짝을 맺을 지경이다. 그래서 <폴라 익스프레스>는 유령들의 카니발 혹은 아이의 황량한 꿈처럼 느껴진다. 요정들의 기괴한 합창과 화려한 듯 보이지만 음울한 북극마을은 또 어떤가. <폴라 익스프레스>가 믿음이 사라진 당신의 가련한 영혼을 들여다볼 때, 당신은 ‘종소리가 들리지 않아, 내겐 산타가 보이지 않아’라고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미리 받는 X-마스 선물, <폴라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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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개봉예정이었던 차이밍 량 감독의 대만영화 <흔들리는 구름>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작년에 대구에서 제한상영관인 레드시네마와 동성 아트홀이 개관한 바 있지만 경영난 악화로 문을 닫았거나 일반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사실상 정상적인 개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6차례의 심의 판정을 거쳐 18세 관람가로 개봉하게 되는 무라카미 류의 <도쿄 데카당스>처럼 이 영화도 지난한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르노그래피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는 <흔들리는 구름>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 예술공헌상과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 바 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 포르노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절망적인 도시인들의 고독을 뮤지컬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수입사인 유레카 픽쳐스는 영상물 등급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차이밍 량 감독은 지난 10월
차이밍 량의 <흔들리는 구름> 제한상영가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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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가 개봉 첫날부터 이번 주말 극장가 접수를 예고했다. 수능 시험날인 지난 23일(수), 전국 330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 된 <광식이 동생 광태>는 하루동안에 서울관객 4만5천여명, 전국관객 14만6천여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난 9월 23일 개봉 당일 <너는 내 운명>이 기록한 전국관객 8만천여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물론 이런 초반 흥행 돌풍에는 ‘수능효과’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낮시간에는 수능시험이라 학교를 가지 않은 10대들이 객석을 채우고 저녁에는 20대 연인들이 그 뒤를 이은 것. 주연배우들의 연이은 무대인사도 젊은 팬들을 손짓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25일 오전 현재, <나의 결혼원정기>를 따돌리고 대부분의 주요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 역시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흥행돌풍은 1주천하로 끝날 공산이 크다. 다음주면 <해리포터와 불
<광식이 동생 광태> 개봉 첫날 멜로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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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이 *(삑~) 같다. 열흘도 안 되는 동안 보모 부부에게 맞아 죽은 아이, 친아버지에게 맞다 쓰러져 뇌진탕으로 죽은 아이, 기르던 개에게 물어뜯겨 죽은 아이에 이어 생활고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아이의 소식까지 줄줄이 전해진다.
심야 영업 노래방 매니저로 일하는 한부모 엄마랑 살다 돌봐주던 보모가 그만두는 바람에 (엄마가 보육료도 특별히 안 아끼고 나름대로 고른) 24시간 가정보육시설에 맡겨졌던 3살 여자아이는 보모 남편의 구타에 따른 피하 출혈 과다로 쇼크사했다. 소변을 잘 못 가리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네가 떨어뜨렸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서 때렸다고 한다. 그 다음날에는 4살 여자아이가 술 취한 친아버지에게 얼굴을 두들겨 맞으며 욕실 바닥에 넘어졌다가 영영 못 일어났다. 아동폭력은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훨씬 많이 일어난다.
그 이틀 뒤에는 외조부모와 살던 9살 남자아이가 조부모가 다른 지역에 농사 일하러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혼자 밥 먹고 학교 다니고 개밥 주
[이슈] 꽃 같은 아이들 * 같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