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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전쟁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끔찍하게 비인간적이다. 그런 전쟁에도 최소한의 합의가 있다면 민간인과 전쟁포로 또는 부상병과 환자에 대한 인도적 대우이다. 전쟁에서 인도주의를 구하는 이 어려운 문제는 1863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창립과 함께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되어 1929년 2개의 제네바협정, 1949년 4개의 제네바협정의 체결로 공고화될 수 있었다. 2차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29년의 협정을 개정한 1949년의 통칭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정’은 한국전쟁에서 최초로 시험대에 올랐다. 심각한 도전은 ‘전쟁포로의 처우에 관한 협정’의 118조, 즉 ‘적대행위의 중단과 함께 전쟁포로는 석방되어 본국으로 송환되어야 한다’를 두고 벌어졌다.
1951년 10월 시작된 정전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포로송환’이었다. 유엔의 이름을 빌린 미국은 자유송환을 주장했고 중국과 북한은 제네바협정에 따른 무조건 송환을 주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정전협상에서 포로송환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태엽 감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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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간 영화판이 꽤 시끄러웠다. 강우석 감독의 발언으로 촉발된 사태는 최민식, 송강호의 기자회견을 거쳐 강우석 감독의 사과문 발표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번주 <씨네21>은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진 것은 잠시 잊기로 하고 문제의 핵심에 집중하는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한 가지 미리 말하자면 우리가 기사를 준비한 것은 이번 소동이 있기 오래전부터다.
사실 지난 십수년간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하지 않은 시점은 한번도 없다(내가 이런 유의 기사를 쓴 것만도 여러 번이다). 올해의 위기가 특별하다고 느낀 건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는 성장일로에 있었다. 극장이 늘어나는 만큼 관객이 늘었고 엄청난 제작비에 1천만 관객이 화답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영화가 일찍이 꿈도 꾸지 못한 액수로 외국에 팔리는가 하면 한류를 타고 스타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거칠 것 없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편집장이 독자에게] <여고괴담4: 목소리>가 전해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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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봉꾼이지만 뛰어난 총 솜씨를 가진 해결사 사에바 료. 그의 파트너로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카오리. 신주쿠 거리를 무대로 두 사람의 코믹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활약을 그린 애니메이션 <시티 헌터>가 시리즈를 총 망라한 박스세트로 일본에 출시된다.
올 연말인 12월 21일에 발매될 ‘시티 헌터 컴플리트 DVD 박스’는 글자 그대로 <시티 헌터>의 모든 것을 담은 타이틀. 140편에 달하는 TV 시리즈 전체와 세 편의 TV 스페셜판, 그리고 세 편의 극장판(<사랑과 숙명의 매그넘> <베이시티 워즈> <100만 달러의 음모>)이 30장의 DVD에 담길 예정이다.
1987년부터 제작된 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최신작들에 비해 화질이 떨어질 수도 있으나, 제작사의 발표에 따르면 전 작품 모두 DVD를 위해 새로이 화질 개선 작업을 했다고.
또한 미공개 영상이 수록된 부록 디스크와 아트북과 함께 두 주인공의 스페셜 피겨도 박스에 포함
<시티 헌터> 전 시리즈가 한방에 DV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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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신세대 한류스타로 주목받는 강동원, 조한선 주연의 영화 <늑대의 유혹>이 콜렉터스 박스로 출시된다. 국내에서처럼 귀여니의 원작 소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에서는 청춘스타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정만화적인 러브스토리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9월 22일 출시 예정인 콜렉터스 박스는 한정판으로 생산되며 본편과 부록 디스크 외에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포토 카드 앨범, 그리고 윈도우 벽지, 스크린 세이버 등이 담긴 CD-ROM 등이 포함된다.
부록 디스크에 수록되는 부가영상 가운데에는 국내판 DVD에 없는 내용도 담겨있어 관심을 모으는데, 김태균 감독을 비롯해 강동원 등 주연 배우들이 도쿄 국제영화제 초청으로 일본을 찾은 모습과 인터뷰가 수록될 예정이다.
<늑대의 유혹> 일본 콜렉터즈 박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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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람이다. 본인의 입으로도 “내가 내 사진 보는 게 이제 지겨워”라고 말할 정도니,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또 자주 그를 봐왔는가. 제3자의 논리와 명제와 수식어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의미가 없다. 2005년 현재의 남한군과 북한군이 회오리돌풍에 휩쓸려 이순신이 생존하던 16세기 조선 땅에 뚝 떨어진다는 판타지사극 <천군>의 이순신 역으로 성큼성큼 돌아온 배우 박중훈. 신작 이야기를 새로이 듣고, 배우로서 또 개인으로서 그의 삶을 다시 듣는다. 여섯개의 키워드로 그의 육성을 나눠 담았다.
선배 여름에 경북 문경, 월악산, 순천, 낙양, 읍성에서 찍고나서 중국 베이징 근처의 하북성, 내몽골에서 석달 찍었고 돌아와서는 합천과 이제 겨울이 됐지, 부산의 해운대 기장이라는 데서 찍었다. 육체적으로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 촬영을 해본 경험도 많이 있고, 선배가 되니까 몸이 참 편해져. (웃음) 다 위해주잖아. 웃통 벗고 매달려 있는 장면이 있는
과거와 미래의 황금비율, <천군>의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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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액션 스릴러 <나이트 워치>(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 코리아)의 티무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오는 7월 13일부터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영화 <나이트 워치>의 9월 국내 개봉에 앞서 영화 홍보 차 내한하게 되었다.
제작비 500만달러가 들어간 <나이트 워치>는 러시아에서 2004년에 개봉되어 <스파이더 맨2> <트로이>와 같은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를 누르며 러시아의 모든 박스오피스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영화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흥행 기록을 뒤엎으며 제작비의 8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빛과 어둠의 세력을 대표하는 나이트 워치와 데이 워치 간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영화 <나이트 워치>는 세르게이 루캬넨코의 3부작 SF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앞으로 3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나이트 워치>의 티무어
러시아 블록버스터 <나이트 워치>의 티무어 감독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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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업을 쉬고 있는 2층 카페에서 임하룡을 만났다. 임하룡이 세운 이 청담동 건물의 지하는 라이브 클럽을 겸한 바이고, 그도 가끔 내려가 <딜라일라> 같은 옛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지하는 내 놀이터가 됐지 뭐, 여기는 비싸게 만든 응접실이고.” 생각해보면 임하룡은 언제나 놀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도 같았다. 책가방을 옆에 끼고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는 <추억의 책가방>, 핑크레이디 한잔하자면서 젊은 언니들을 쫓아다니던 <청춘을 돌려다오>, 대부를 꿈꾸지만 동생들과 장난이나 주고받는 게 현실인 <도시의 천사들>. 그리고 그는 이제 영화와 무대에서 그처럼 재미있게 놀고 있다. <묻지마 패밀리> <아는 여자> <범죄의 재구성>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이 몇년 안 되는 사이 몰아쳤던 그의 영화들. 임하룡은 그동안 혼자서만 튀어오르지 않으면서도 찰기있는 앙상블을 만들어왔지만 너무 잠깐 머물다 사라져서
<웰컴 투 동막골>의 배우 임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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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브뉘엘의 영화를 보는 것은 천재의 농담을 듣는 경험이다. 어느 것 하나 범상한 게 없는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영화사의 유일한 천재, 브뉘엘’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엔 천부적인 재능으로 능숙하게 붓을 놀리는 예술가의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의미의 작가다. 죽음, 종교, 계급, 성, 권력에 관한 주제를 일관되게 견지한 브뉘엘의 창조물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우주로 완성됐다. 혹시 그의 작품이 엉성해 보였다면 그건 기존의 영화문법과 사회관습에 익숙한 탓이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만년의 삼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자유의 환영>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브뉘엘 영화의 정수로 불린다. 대체로 단순한 제목을 선호했던 그가 여기선 수사를 구사한 제목을 사용했는데, 그래서인지 이전 작품들은 (여전히 모호하나마) 흥미로운 해석과 질문을 더하게 된다. 육체, 일상의 대상 그리고 제의와 상징에 대한 강박관념을 바탕에 둔
[DVD vs DVD] 루이스 브뉘엘, 만년의 삼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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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로고는 대만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끝나죠.” 영화사 로고에 대한 리안 감독의 담백한 농담으로 시작하는 <헐크>의 음성해설은 특별히 웃기거나 폭로성 내용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대신 리안은 제작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놀랄 만큼 다양한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되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종종 침묵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관객은 본편에 충분히 몰입하면서도 해설은 해설대로 습득이 가능하다. <헐크>에서 리안 최대의 고민은 만화와 B급영화의 정서가 듬뿍 담긴 소재를 엄청나게 도전적인 영상 기술과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것이었다. 그의 담담한 어조에서는 오히려 배우와 스탭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헐크의 모션 캡처를 리안이 직접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타협을 불허했던 현장의 치열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리얼리즘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실제 배우와는 달리 앵글이나 조명, 렌즈가 바뀔 때마다 계속 주시하고 수정해야 하는 CG 헐크의 작업
“리안 감독님, 대충 만들진 않았군요”,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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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한국영화의 포스터 30여 편과 그 포스터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다양한 뒷얘기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 ‘오늘, 영화의 꽃 포스터를 봄’이 7월 16일부터 29일까지 동숭동 디자인제로원센에서 열린다.
포스터 제작은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전해주려는 얘기를 가장 함축적이고 효과적으로 1장의 이미지 속에 담아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이 때문에 1장의 포스터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회의가 필요하며 선택되지 못한 수많은 B컷 사진들이 버려진다. 이 전시회의 제목처럼 이제 포스터는 영화의 꽃이라고까지 불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영화광고디자인회사 '꽃피는 봄이 오면'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몽정기> <박하사탕> <사마리아> <우리형> 등의 포스터와 제작과정의 뒷모습, 아깝게 선택되지 못한 배우들의 B컷 사진 등이 플래시 동영상과 슬라이드를 통해 공개된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프레스킷(언론용 보도자료), 시나
한국영화 포스터와 그 뒷 얘기를 만나는 전시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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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은 그레그 마크스의 스릴러영화. 아무런 연관이 없을 듯한 두 사건을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처럼 지나간 사고 순간의 조각난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 제목 11시14분은 두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의미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전에 힐러리 스왱크의 열연을 확인할 수 있는 유머가 녹아 있는 볼 만한 스릴러.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은 평범한 수준이며, 부록으로 감독, 주요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제공한다.
힐러리 스왱크의 유머러스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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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타이틀의 매력은 영화나 공연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맥스용으로 제작이 된 <아이맥스: 카레이싱>은 그 특성상 대형 화면에서 봐야 제 맛이지만, 워낙 화질과 음향이 뛰어나 가정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카레이싱의 세계를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를 방불케 하는 폭발적인 사운드가 일품으로, 시종일관 현장감 넘치는 감상을 가능케 한다. 부록으로 스피드에 목숨을 건 레이서들의 인터뷰 영상과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 모음을 수록.
시원한 카레이싱 세계 속으로, <아이맥스: 카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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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번영을 위해 잘 나가는 동생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청춘을 보내는 형. 그의 유일한 재능이라면 역전에서 알아주는 싸움꾼이라는 점. 쌍둥이 형제의 해프닝을 그린 이 영화는 한국영화 대다수 코미디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1회성 웃음이 줄을 잇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정해진 결말이 너무 뻔하다. 왜 형은 싸움을 잘하는 재능을 십분 살려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정준호의 1인2역 연기가 핵심인 영화답게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록 가운데 쌍둥이 만들기에 관한 부가영상이 눈에 띈다.
정준호 쌍둥이 만들기 공개, <역전의 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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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DVD! 참 오랫동안 기다린 물건이다. <쉘 위 댄스?>는 일본 평단과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미국 개봉 당시 가장 성공적인 외국영화로 기록됐으며, 한국에서도 드물게 성공한 일본영화였다. 그러나 DVD는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오 마사유키 감독 또한 10년이 지나도록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 등 이래저래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리메이크영화의 개봉에 따라 올해 초에 오리지널영화의 DVD(16분 가까이 삭제된 미국 개봉 버전을 수록했다)가 미국에서 출시된 데 이어, 4월엔 제대로 된 일본판 DVD가 선보였다. 그리고 일본판 DVD에 상응하는 품질의 국내판 DVD가 나올 거라는 소식이 들렸고, 감독의 음성해설이 수록된다고도 해서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다. 마침내 출시된 국내판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는 있다. 하지만 예전에 나온 LD에 수록됐던 수오 마사유키의 음성해설과 일부 부록을 재사용한
수오 마사유키에게 풍기는 오즈의 향기, <쉘 위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