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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의 흥행 경주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디즈니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를 비롯해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팀이 3년 만에 다시 뭉친 <로봇>, 2차 대전에서 활약했던 전서구(메시지를 전달하는 비둘기)들의 모험담을 그린 <발리언트>가 14일부터 차례로 개봉한다. 세 애니메이션은 동물이나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야생이 싫은 ‘뉴요커 4마리’, 애 키우기 힘든 로봇가족, 비둘기들의 정보전
<마다가스카>(14일 개봉)의 동물들은 야생세계보다 문명화(?)한 동물원을 좋아한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알렉스(목소리 연기 벤 스틸러)는 구경꾼들에게 받는 환호와 날고기 스테이크, 갈기 미용 서비스를 즐기는 팔자 좋은 사자다. 유기농 풀을 먹고 러닝머신에서 질주하는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건강염려증 환자 기린 멜먼(데이비드
[주말극장가]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로봇> <발리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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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으악!”
지난달 초 영화 <마더> 시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마치 공포영화라도 관람하고 있는 양 괴성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딸의 남자와, 혹은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젊은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젊은 여자인 나한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수선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구리다’는 생각을 했었다.
젊은 그들에게 공포였던 <마더>가 당사자격인 마더, 어머니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연장상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관 개봉해 3주 동안 2천여 명이 들었으니, 예술영화 치고도 흥행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쪽에서 연장상영을 결정한 것은 ‘어머니 관객’들의, 눈에 확 띄는 지지 때문이었다. 극장 쪽은 애초에 ‘20~30대 여성 가운데 오피니언 리더’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하지만 젊은
[팝콘&콜라] <마더> 의 늙음·성에 대한 고찰, 이땅 어머니들의 조용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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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씨 맞으세요? 하마터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질 뻔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이 영화 개봉되면 앞으로 한 2년 동안은 영화 못 찍을지도 몰라요” 하고 까르르 웃음을 쏟던 그는 예고편을 통해 본 금자 캐릭터가 좀 이상하다는 말에 “많이 이상하죠? 상당히 상태가 안 좋죠?”라며 유쾌한 리듬으로 받아넘긴다. 그동안 차가움, 과묵함, 감춤 등의 단어가 어울렸던 이영애가 얼굴에 반달 모양의 주름을 새긴 채 명랑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다. 방 안에 홀로 있어도 헤죽 입을 벌리고 싱글거릴 것 같은 저 ‘오버스러움’의 정체는 뭔가.
“예고편을 보면서 제가 좋다는 느낌이 드니까 기대되는 건 맞죠. (웃음)… 음악이나 믹싱이 안 된 채로 가편집본을 봤는데, 제가 저에 대해서 100% 만족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시나리오보다 훨씬 재밌게, 전체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설레기도 하고….” 이쯤되면 고도의 논리를 구사하지 않는다 해도 사정이 대충 짐작된다. 이영애가 평소와 달리 들떠 있는 이유는
“금자요, 상당히 상태가 안 좋죠?”,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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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경주 강동면 유금리에 들를 때마다 선호네 집만은 빼놓지 않고 거쳐가는 것 같다. 그만큼 그들은 불행하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내던져서 바보가 되었다는 이출식, 한쪽 팔을 못 쓰고 다리를 저는데다 머리도 모자란 그의 아내 김붙들. 짚신처럼 짝을 맞춘 그들은 맏딸 선향을 강물에 떠내려 보냈고, 열두살 먹은 아들 선호마저 소아암을 앓고 있다. 눈물과 한으로 뭉쳐진 삶. 그러나 단칸방에 모여앉은 세 식구는 익은 대추를 모은다는 민요 <대추>를 부르면서 춤추고 웃는다. 그 웃음을 보는 이들은 눈물이 난다.
국립극장에서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겨앉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능숙한 손길로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는 연극은 아니다. 목욕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은 선향의 혼에게 어린 생명을 부탁하다가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이를 갈던 동서지간의 드잡이도 어느새 제상 앞에 모인 <전원일기>다운 풍경으로 변화한다. 그럼에도 한 대목 한 대목이 쉽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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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생명과 같은 사랑을 원한다면 난 그대를 사랑하지 않겠소. 생명은 한숨과 같은 것이니까. 그러나 그대가 영혼과 같은 사랑을 원한다면 난 그대를 사랑하겠소. 왜냐하면 영혼은 영원한 것이니까.’
핀 라이트가 비추는 무대에서 슬립 차림의 여자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일찍 깨시더라도 절 깨우지는 마세요. 저는 아침잠을 즐기거든요. 그럼 불을 끌까요?’ 넋을 놓고 혜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영민이 보인다. 그 순간 영민이 되어 침을 꼴깍 삼킨 것은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혜린(황신혜)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브로드웨이와 뉴욕을 향한 그의 눈에 한국의 무대는 천박하고 상투적이다. 그런 그에게 뉴욕의 산부인과 의사라는 오성우가 찾아오고, 그에 비하면 가난하고 수줍은 영민의 사랑은 우습고 촌스럽다. 그리고 그는 화려한 꿈을 좇아 뉴욕으로 떠나버린다. 무대 위에서 보였던 아름답지만 허영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내가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혜
[스크린 속 나의 연인] <기쁜 우리 젊은 날> 의 황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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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일 밤 11시15분
언제나 정답이 존재하고, 반짝거리는 최신 기구들이 잔뜩 등장하는 빈틈없는 드라마도 지루할 때가 있다. <환상특급> <트윈픽스> <X파일>류의 어둡고 해답이 모호한, 때로 등골 서늘한 이야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는 것. 최근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확산되는 <닥터 후>는 1963년부터 지금까지 27시즌의 600편이 넘는 에피소드가 방영된 영국산 TV시리즈물이다. 900살 먹은 외계인 ‘닥터’가 그 주인공으로, 육체를 바꿔가며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닥터의 모습이 바뀌어도 아무 지장이 없다. 닥터는 전화부스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빈티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다시 말해 요즘 시간여행 이야기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전화부스의 조악함도, 대의를 위해 소소한 희생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닥터의 오싹한 대범함도 <
상상력이 즐겁다, <닥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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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17일(일) 밤 11시45분
2004년 3월쯤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물을 전기분해해 추출한 수소 등을 동력원으로 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시작품 개발이 지난해에 끝났고, 2008년경이면 상용차 개발도 완료될 것이라는 기사였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있다 없다며 서로 우기며 내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 잡지에서 보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책에서 읽었다는 친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30여년 전에 초등학생들끼리 이런 얘기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던 데에는 그 상상력을 유발시킨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동네 극장이나 등하굣길 동네 어귀에서 그 무렵 개봉했던 <맹물로 가는 자동차>의 영화포스터를 보고 그런 언쟁(?)들을 촉발시켰던 것 같다.
그러나 이형표 감독의 1974년 연출작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보기 전에 위
[한국영화걸작선] 젊은 날의 오수미, 신일룡, <맹물로 가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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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17일(일) 오후 1시40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1950년대에 중요한 작품을 여럿 만들었다. <다이얼 M을 돌려라>와 <너무 많이 아는 사람>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이다. 비슷한 시기에 히치콕이 만든 영화들처럼, <현기증> 역시 특정한 모티브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에선 ‘죄의식’이라는 것, 그리고 한 여성을 향한 남성의 미묘한 심리가 부각되고 있다. 히치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주인공 남자는 어느 불가능한 여성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미 죽은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싶은 욕구와 비슷할 것”이라며 작품에 숨어 있는 은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스카티 퍼거슨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심각한 현기증을 느끼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경찰일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어느 날 그는 친구 개빈 엘스터로부터 부인 매들린을 미행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스카티는 그녀의 아름다
현대 스릴러영화의 교본,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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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캔디의 차이점 세 가지. 1. 신데렐라는 원래 귀족이지만 캔디는 아니다(<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시라). 2.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나지만 캔디는 왕자 같은 ‘싸가지’를 만난다. 3. (특히 한국에서는) 신데렐라는 가족을 탈출하여 왕자님과 결혼한다. 그러나 캔디는 일도 성공하고, 멋진 남자도 만난다… 는 기본이고, 그 성공을 통해 가족을 먹여살리거나 가족을 되찾는다. 한국 드라마의 캔디와 그의 어머니는 <스타워즈>의 의수 부자를 능가하는 끈끈한 운명으로 얽혀 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꿋꿋이 자란 딸은 패션디자이너, 배우, 요리사 등 인기 직종을 선택하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멋진 남자들을 통해 승승장구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어머니가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 그들은 모정까지 버려가며 자식을 부잣집에 놓고 오거나(<패션 70s>의 준희), 주인공의 아버지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관계가 되기도 하며(<그 여름의 태풍>), 가난한
대한민국 드라마를 휩쓰는 캔디 스토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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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된 ‘인적 드문’ 별장. 새끈한 몸매의 남녀 일곱이 짝짓기를 위해 모였다. 하지만 함께 게임을 하고, 누군가를 탈락시켜 최종까지 남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진지한 대화나 생각도 그리 필요하지 않다. 대신 욕망에 충실히 반응할 몸과 마음이 요구된다. 현재 미국 <플레이보이TV>와 채널 웹사이트에서 네 번째 시즌이 인기리에 방송 중인 <리얼 섹스 세븐 데이즈>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겠지” 내지 “누구 것이 가장 클지 궁금해” 등 원초적인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짝짓기 쇼다.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진행된 덕분에(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화끈하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 2001년 시작한 이 시리즈가 무려 5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웹사이트 페이지 뷰 숫자가 올라가는 만큼 출연자들에게 돌아가는 상금의 액수도 커진다’는 독특한 규칙의 힘이 크다. 돈을 좋아하는 까닭에 ‘팬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 출연자들이
[TV 성인관] 쇼쇼쇼 짝짓기 쇼, <리얼 섹스 세븐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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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드라마를 두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섣부를 수도 있지만 ‘마니아 드라마’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낮은 시청률에 열혈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가 딱 그런 모양새다.
첫 시작이 그리 암울하진 않았다. 지난 5월 <해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개월 동안 수목 드라마 왕좌를 지킨 <해신>의 뒤를 어떤 드라마가 이을 것인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린 <해신>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맞붙은 여러 드라마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운 ‘포스트 <해신>’ 드라마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6월1일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부활>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면승부는 흥미진진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우세를 점쳤다. 주인공만 놓고 봤을 때, 엄태웅은 김선
마니아 드라마, ‘부활’할까,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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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 여름은 긴긴 겨우내 그리웠던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함께 다양한 영화제와 페스티벌로 시작된다. 그중에서 올해로 9회를 맞는 판타지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신선하고 발랄한 영화와 흥미로운 이벤트로 북미주 최대의 장르 영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판타지아영화제가 몬트리올 한인회 주최로 진행 중인 복합문화축제 2005(Culture Quebec-Coree 2005)를 지원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의 한회분 상영권을 한인회에 기증하였으며 이는 영화제 대표 피에르 코르베이와 아시안 섹션 프로그래머인 영화감독 이미정의 적극적인 협조에 의해 이루어졌다. 올해 영화제에는 22개국 130여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그중에는 <썸> <돌려차기> <실미도> 등 50여편의 한국영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1996년 판타지아영화제의 시작과 함께 몬트리올에 소개되었던 한국영화는 판타지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올해에
[몬트리올] 제9회 판타지아영화제, 개막작은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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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다시 한국영화가 페사로에 초대됐다.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페사로는 92년 한국영화특별전을 기획하여 30여편의 한국영화를 이탈리아에 소개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영화제이다. 6월25일부터 7월3일까지 9일 동안 열린 페사로영화제 중에는 장선우 감독의 대표작 12편을 소개하는 영화전과 송일곤 감독의 <깃>과 장율 감독의 <망종> 등 한국 디지털영화 10편을 소개한 한국 디지털영화 특별전이 동시에 열렸다. 이중 <망종>은 마지막 날 ‘리노 미치케’상을 받았다.
페사로영화제는 ‘새로운 영화’를 발굴, 소개하는 데 전념해온 41년 역사의 영화제다. 올해 장선우 영화전과 한국 디지털영화 특별전은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현실을 영상으로 엿보고 저예산으로 힘들게 작업하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집행위원장 조반니 스파뇰레티는 “유럽에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미지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도
[로마] 새로운 영화 발굴하는 페사로영화제, <망종>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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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보다보면 진짜 배우가 연주했을까? 아니면 대역일까? 문득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연주 장면이 인상 깊었던 영화라면 거의 대부분 진짜 배우의 실력이라고 보면 맞다. <뉴욕타임스>는 7월10일자 기사에서 ‘60일 만에 완벽하게(보이지만 가짜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는 속성 코스’를 소개했다. <젓가락 행진곡>을 겨우 치는 수준이었던 배우가 두달 만에 쇼팽의 곡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순전히 연기의 차원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마지 발터는 대역을 쓰기보다는 배우가 피아노를 배워서 직접 연주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한다. “연기자는 스스로 음악가의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악보를 읽고 음악가의 정신 자세를 이해해야만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다”는 것. 그는 <피아노>의 홀리 헌터(당시 피아노 실력이 상당했으나 약간의 교정이 필요했다)부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피아노 연주 장면, 진짜 배우가 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