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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혹한 얼굴
작가 밀란 쿤테라는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책 <화가의 잔인한 손>의 서문을 썼다.
소멸해가는 주체의 형상이라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앞에서 밀란 쿤테라는 우리가 연인을 연인으로 알아보게 만드는 기호적 최소 단위에 의문을 던진다. 그 의문을 <시간>이라는 영화에 맞춘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연인을 연인으로 알아보게 되는 최소 단위는 무엇일까? 얼굴이라면 구체적으로 얼굴의 어떤 선, 주름 아니면 윤곽! 입술의 색, 눈빛이나 위를 향한 아니면 아래를 향한 눈 꼬리…. 얼굴이 아니라면 함께 지낸 시간만큼 누적된 공유된 기억. 몸이나 냄새, 소리?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이 연쇄적 질문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시간>은 얼굴을 설정한다. 그러나 <시간>의 서사의 화살은 예컨대 성형으로 얼굴이 바뀌었을 때 나는 그 변화의 경과를 알고 있지만, 그 경과를 알지 못하는 내 연인은 나를 어떻게
세희의 의식이 빚어낸 판타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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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목표는 영화였다.” <예의없는 것들>의 윤지혜는 말했다.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눈매, 오똑한 콧날은 차갑고 이국적인 느낌. 말투나 태도는 아주 털털하다. 고등학교 때 <어린 왕자>로 처음 무대에 오르고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그의 눈은 언제나 영화를 향했다. 윤지혜는 “영화연기를 배울 곳이 따로 없고, 연기를 제대로 배우는 공간은 무대라 생각해서 연극과에 갔다”고 한다. <델리카트슨 사람들> <성스러운 피>에 열광했던 대학생 윤지혜가 <여고괴담>에 탑승한 과정은 흥미롭다.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과 오기민 PD는 “오디션 없이 사진 한장만으로 윤지혜의 출연을 결정”한다. 본인도 “이미지로만 캐스팅됐다. 갑자기 불려간 탓에 연기력이 있을 리 없었다. 째려보며 분위기만 잡는 게 전부”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상상도 못했던” <여고괴담>의 정숙 역은 그녀를 단박에 호
고양이과 배우의 가능한 변화들, <예의없는 것들>의 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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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공백기 이후 <아파트>로 복귀한 고소영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가 화려한 조연진을 발표했다. 서른살이 되도록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해본 여자 나정주(고소영)와 그녀가 12년 만에 만난 성공한 동창생 오태훈(이범수)의 조력자로 선택된 이들은 김정민, 이중문, 오미희, 오달수, 윤종신, 그리고 옥지영. 나정주와 오태훈의 고교시절 모습으로 조안과 유건은 일찌감치 캐스팅된 상태였다.
<언니가 간다>는 첫 남자가 남겨준 아픈 기억으로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믿는 ‘언니’ 나정주가 12년 전 고교시절로 돌아가 열여덟살의 자신에게 인생을 바로잡기 위해 코치하는 과정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연기를 선보인 가수 김정민은 12년 전 나정주를 배신한 뒤 현재 잘나가는 톱스타가 되어 매일같이 정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인물 조하늬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김정민은 “영혼까지
<언니가 간다>의 조연군단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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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중복? 말복 지나고 입추도 지나갔다. 이 지긋지긋한 천연 찜질방도 조금만 더 견디면 가을이다. 다들 산으로 바다로 산소 충전을 하고 오셨는지. 아니면 태평양, 대서양 넘어 스펙터클한 원정을 다녀오셨는지. 그나저나 휴가 끝물에 여행자 10계명이라니, 웬 뒷북이냐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극장가에는 여름 휴가의 기운이 어느 정도 남아 있으니 이해해주시길. 그중에서도 배낭여행의 므흣한 판타지를 와르르 무너뜨린 놈이 하나 나왔으니, 바로 그 이름도 정직한 <호스텔>이다. 하여 낭만 찾으러 갔다가 비명횡사한 미소년들을 기리는 차원에서, 소심한 A씨를 모셔 영화에서 얻은 안전여행 10계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동남아 순회여행을 다녀온 A씨는, 오늘의 태양보다 내일 뜰 태양을 더 걱정하고, 로마에 가도 꿋꿋하게 서울법을 고수하는 소심+우아+안전제일주의자. 당신이 오지 탐험가보다는 A씨와 같은 프랑스 철학자 스타일에 더 가깝다면, 기억해뒀다가 다음 휴가 때 다시
믿거나 말거나! 소심한 여행자를 위한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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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여전히 ‘괴물’이었다. 8월 3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를 지켜낸 <괴물>이 지난 8월20일 개봉 25일만에 전국 관객 1100만을 넘어섰다.(배급사집계) 이는 지난 8월16일 개봉영화 사상 최단기간인 21일 만에 전국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지 4일만의 일이다.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가 각각 54일, 57일, 61일 만에 1100만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속도다. 또한 제작사 청어람은 이날 <괴물>이 전국 1천112만9천652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여, 이로써 <괴물>은 <실미도>의 1천108만을 넘어서 역대 흥행 3위에 등극했다. 역대 흥행 1,2위인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각각 1천230만명과 1천174만명의 관객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개봉 2주차의 <각설탕>이 가족물에 어울리는 소재와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 <괴물> 110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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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코올의 힘
홍상수 영화에서 술자리는 연애라는 메인코스에 이르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애피타이저 코스다. 술 없이는 연애도 없다. 왜냐하면 견고한 이성의 자리를 허물어내야 누군가 스며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은 등장인물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머쓱하고 쑥스럽게 연애의 세계로 들어선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홍상수 영화에서 술자리엔 1인당 평균 소주 2병이 올라온다. <수정>처럼 주인공이 부자일 경우 양주와 와인이 올라올 수도 있지만 대개 주종목은 소주다. 가장 많은 소주가 올라온 술자리는 <생활>에서 명숙과 경수 그리고 성우가 함께 마신 소주 6병이다. 그 정도 알코올양이면 성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명숙이 경수에게 “우리요… 어색한 거나 깨게 뽀뽀할까요”라는 대사를 던질 수 있다. 술자리가 여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생활>에서 명숙과 경수, <극장>에서 동수와 영실, <해변>에서 중래와 문숙…. 아
연애는 남녀의 미래다! 연애학자 홍상수 따라잡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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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연애는 남녀의 미래다. 홍상수 감독이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이래 10년째 해온 영화 작업에 따르면 그렇다. 신작 <해변의 여인>까지 홍 감독은 줄기차게 연애를 이야기했다. 물론 홍상수만의 영화 구조와 리듬을 제치고 연애만을 이야기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그렇다고 홍상수가 영화 언어를 발명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연애의 영화라기보다는 연애의 생성과 소멸의 영화이다. 그의 연애영화에는 생활이 없다. ‘생활의 발견’은 끝내 없고 애써 그 발견 이전과 이후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그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생활을 발견하게 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해변의 여인>까지 연애박사 홍상수의 자취를 따라가보았다. 연애라는 당신의 미래를 앞당기려면 밑줄 쫙. 지금 그 미래를 벌써 끝내버렸다고 해도 밑줄 쫙. 연애는 시작해도 끝나도 늘 현재진행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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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남녀의 미래다! 연애학자 홍상수 따라잡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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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가 되자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갱스터들이 출몰하였다. 갱스터영화의 연원에 관해서는 조셉 폰 스턴버그의 <지하세계>(1928)와 그리피스의 <피그앨리의 총사들>(1912)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뮤지컬 다음으로 사운드 출현의 수혜를 입은 장르라 할 만한 갱스터영화는 3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빛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고전적 갱스터영화의 원형으로 대표되는 영화는 <리틀시저>(머빈 르로이, 1930), <공공의 적>(윌리엄 웰먼, 1931), <스카페이스>(하워드 혹스, 1932)다. 이 세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갱스터영화는 무엇보다 당대 사회의 ‘무질서’가 빚어낸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영화사가 로버트 스클라는 “할리우드의 갱스터들은 사회 무질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은 무질서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것에 복수를 감행했고, 또 그것의 희생양으로서 최후를 맞았다”라고 쓴
사회의 무질서가 낳은 타락천사들, 할리우드 갱스터 액션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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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순수하게 민간인으로다가….” ‘빠마머리’를 한 정준하가 조직원으로 추청되는 30여명의 검은 인파를 이끌고 우아한 한옥 대청마루 앞에 와서 읍소한다. ‘가문’의 대모 홍 회장(김수미)을 돕겠다는 그와 함께 나선 과거의 조직원들은 양수리 운당 세트의 습기와 더위에 지친 표정이다. 밤 10시가 넘어간 시각. 주위의 어둠에 묻힐 만큼 짙은 초콜릿색이 된 스탭들의 피부색이 여름 한낮의 햇볕이 어떠했을지 가늠케 한다. 조명빛이 자리한 데마다 각종 나방들이 푸드덕푸드덕 날아든다. 스탭 하나가 나서서 대청마루에 설치해둔 조명기구에 달라붙은 손바닥만한 나방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잡아 딱지치기 하듯 바닥에 내쳐 죽인다.
탁. 탁. 운당의 나방들이 강제 추락사를 당하는 동안 종면 역의 정준하와 팔봉 멱의 김학재는 번갈아 대사 NG를 낸다. 가문의 장남 인재(신현준)와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봉명필(공형진)이 홍 회장의 김치사업을 훼방놓은 것에 대해 저들이 복수를 하겠다며,
김치로 가문을 일으키리라~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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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뉴욕에서 <네버 포에버>를 촬영 중이다. <시간>의 개봉 전까지 한국에 오지 못할 거라는 소식을 먼저 전해 들었다. 그러다 그는 이미 촬영이 끝난 <구미호 가족>의 후반작업을 위해 잠깐 들어왔다. 그리고 짬을 내 <시간>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나눠 써야만 가능한 그 바쁜 스케줄이 그의 요즘 인지도를 쉽게 말해준다.
하정우가 눈에 깊이 들어온 건 물론 <용서받지 못한 자>의 태정으로 나왔을 때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좀더 두고보아야 확신이 들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였고, 그 한 편의 호연으로 판단한다는 건 주저되는 일이었다. 주변의 몇몇이 보내는 그런 호감으로서의 보류를 하정우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가 지금 바쁘게 자신을 내몰고 있는 것도 이제부터 나를 더 주목해야 할 거라는 자기의 존재증명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 점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 다음 출연작으로 김기덕
<시간>의 배우,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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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운 여자”라는 말이 저절로 입속을 맴돌았다. 소파에 몸을 기댄 까무잡잡한 피부의 신애라는 드라마 속 친숙한 이미지와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차인표의 아내. 여덟살난 아들 정민이와 지난해 12월 입양한 딸 예은이의 엄마. 사실 많은 기사들이 그녀의 매력이나 연기력보다 아내 그리고 엄마라는 꼬리표를 더 부각하곤 했다. 1989년 MBC 특채 탤런트로 데뷔, 2005년 3월 드라마 <불량주부>에서 남편 대신 돈벌이에 나선 ‘최미나’로 출연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신애라. 사실 17여편의 드라마를 거친 그녀의 경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그녀가 아빠없이 자란 소년의 유년을 그린 여인광 감독의 데뷔작 <아이스케키>로 처음 영화에 도전했다. 충무로에 첫걸음을 디딘 여배우의 자의식은 얼마나 충만할까. 17년차 배우의 공고한 직업관을 캐내겠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그것이 오산임을 곧 깨달았다. 연기 역시 삶의 일부임을 일러주던 그녀의 똑 부러지는 목소리
<아이스케키>의 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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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4일 개봉하는 김기덕 감독의 열네번째 영화 <시간>이 전국 12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기덕 감독은 <시간>의 시사회의 기자간담회와 <100분토론> 출연 자리에서 한국에서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의 어려움과 <괴물> 같은 영화의 스크린 점령에 대해 솔직한 발언으로 일관한 뒤, 최근에는 일련의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여 눈길을 끌었다.
김기덕 감독의 열세번째 영화 <활>은 돈을 내고 자신의 영화를 봐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여 공식 기자시사를 갖지 않고, 단관개봉 방식을 택한 바 있다. 그 결과 <활>은 전국 1450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이후 <시간>의 시사회장에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새 영화가 전국 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간>의
개봉관은 다음과 같다.
서울: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 압구정), CGV인디영화관(상암, 강변), 메가박스 코엑스, 광
<시간> 8월24일 12개관에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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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와 손예진이 드라마에서 만난다. 드라마 <연애시대>를 통해 새로운 드라마의 가능성을 선보였던 제작사 옐로우필름은 내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진행중인 드라마 <에이전트 제로>에 두 사람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현재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에 출연 중인 설경구는 첫번째 드라마 출연이라는 점에서, 손예진은 성숙한 면모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연애시대> 이후 두번째로 옐로우 필름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형사사건에 개입된 형사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게 될 <에이전트 제로>는 60분물 24편이 한 시즌을 이루어 전개되는 국내 최초의 사전제작 시즌드라마. 이밖에도 김희재(<실미도> <공공의 적>), 황조윤(<올드보이>), 전철홍(<주먹이 운다>) 등 인기 작가가 대거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옐로우필름 오민호 대표는 “드라마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설경구, 손예진, 드라마 <에이전트 제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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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5 수상작순회상영회”가 진주를 찾는다. 오는 8월31일에서 9월2일까지 진주산업대학교 소공연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상영회는 서울독립영화제2005 개막작 <상어>(김동현), 대상작 <안녕, 사요나라>(김태일, 카토 쿠미코), 최우수상작 <낙원>(김종관), 우수상작 <십우도2-견적>(이지상) 등 21편의 우수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CJ-CGV 장편영화지원작을 포함한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뉜 이번 프로그램은 그간 수상작에 한정되었던 것에 비해 한결 다양한 면모를 자랑한다. 입장료는 4천원이며 전회 관람권은 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시작한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순회상영회”는 이번 진주 상영회 이후 9월28일에서 10월1일까지 서울에서 마지막 상영회를 가진 뒤 전국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에 참가한 지역은 삼척, 강릉, 전주, 청주, 춘천, 부산, 제주, 인천 등 17개로 애초 계획했던 12개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진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