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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하우스>는 시간의 차이를 넘어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다. 이현승 감독,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레이크 하우스>는 원작의 이야기틀을 그대로 살리면서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애틋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두 영화의 사소한 차별점은 원작과 리메이크작 제목의 차이가 보여준다.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는 <레이크 하우스>가 되면서 바닷가의 집을 호숫가로 옮겨오고 집을 유리로 바꾸었다.
케이트(샌드라 불럭)는 레지던트 과정을 끝낸 뒤 고향을 떠나 시카고의 한 병원에 일자리를 얻는다. 호수 위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집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케이트는 다음 세입자에게 메모를 남긴다. 그 집에 알렉스(키아누 리브스)가 이사온다. 성공을 위해 가족을 버린 아버지(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지었지만 지금은 황량해진 이 호숫가의 집을, 알렉스는 복원하
따뜻한 멜로영화, <레이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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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극장전>에서 멈칫거렸던 여행이 다시 시작됐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는 내켜하지 않는 미술감독 창욱(김태우)을 앞세워 서해안으로 향한다. 창욱이 애인이라 소개한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은 불청객이다. 불청객은 두 남자 사이에서 야릇한 감정선을 조율하는데, 중래에게 좀더 기회를 준다. 문숙에 따르면 “일단 자야 애인”인데 창욱과 뽀뽀만 했다고 밝혀주니 저지르기 좋아하는 중래의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중래와 문숙이 잠자리를 갖기까지의 기승전결도 대단하지만 감정과 감성의 쓰나미는 그 다음이다. 중래는 약간 치사한 방식으로 문숙을 내친 뒤 홀로 서해안 여행지로 되돌아온다. 거기서 문숙을 닮았다고 여기게 된 선희(송선미)를 만나 또 한번 남성 엔진을 발진시키는데 문숙이 불쑥 찾아오는 바람에 새로운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관계를 횡단하는 주체는 중래지만 그를 횡단하는 건 문숙이다. “우리가 (우주를) 의식해주지 않으면 우주는 무의미”하다고 믿는 문숙이 중래를 의식해주자 중
살가운 홍상수 영화, <해변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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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로 간주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버지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할머니와 엄마의 보살핌 아래 살아왔던 두 아들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와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은 아버지(콘스탄틴 라브로넨코)의 느닷없는 귀향 혹은 침입이 탐탁지 않다. 집에 돌아온 날 오후 내내 죽은 듯이 자던 아버지는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다음날 “엄마가 허락했다”며 두 아들을 데리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아버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여행은 아이들의 생각과 달리 하나도 즐겁지 않다. 아버지는 시종 강압적이고 명령조이며 엄격하다. 여행 일정도 마음대로 바꾸는 바람에 안드레이와 이반은 질질 끌려다니다시피 한다. 그 와중에도 형 안드레이는 아버지에게 순종하려고 노력하지만 동생 이반은 드러내놓고 반항한다. 위험수위를 넘실대는 갈등과 다툼, 침묵과 강압 속에서 세 부자는 쪽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어딘지도 모를 외딴섬에 이른다.
<리턴>은 7개의
부자관계에 관한 이야기,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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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가. 8월30일 오후 7시30분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 가면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속시원히 들을 수 있다. 영화제작사인 청어람은 이날 자리에서“봉준호 감독의 영화 이야기 뿐만 아니라 <괴물>의 제작과정에 대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행사를 소개했다.“관객들이 작성한 질문지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직접 답변”하는 시간도 있을 예정이다.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괴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7월27일 개봉한 <괴물>은 8월26일 하룻동안 전국관객 23만27명을 동원, 개봉 31일만에 전국누계관객 1185만2473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괴물>은 전국누계관객 1174만명을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치고 역대 흥행 영화 2위의 자리에 올랐다. <괴물>은 어눌한 강두(송강호)를 비롯한 박씨 가족이 강두의 딸 현서(고아성)를 구하기 위해
봉준호 감독, <괴물>의 탄생에 대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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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에게 웃음의 감각을, 그리고 워킹 타이틀에서 드라마 만듦새를 훔쳐온 뒤 이를 성정치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워킹 타이틀이 류덕환을 캐스팅해 동아시아판 <빌리 엘리어트>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헤드윅>이 류덕환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씨름판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천하장사’와 ‘마돈나’를 용접시킨다는 게 신선한데, 그 방식은 이렇게 익히 보아온 장르적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무진 개성이 돋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천하장사 마돈나>는 적어도 세 가지 장면에서 이들 영화를 뛰어넘는다.
첫 장면은 씨름부 로커에서 감독(백윤식)이 동구(류덕환)에게 샅바를 매주는 장면이다. 햇살이 비스듬히 따뜻하게 사제지간 사이로 내리는데 이렇게 따뜻한 사제지간, 동시에 이렇게 무심한 듯 자애롭게 방목하는 스승은 유
동아시아판 <빌리 엘리어트>, <천하장사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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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흥행 시즌이 끝나간다. 1주 간격으로 이어지던 연이은 블록버스터의 행진이 끝나던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마크 월버그가 출연하는 풋볼 영화 <인빈시블>이 차지했다. <인빈시블>의 개봉 첫 주말 3일간의 수입은 디즈니가 예상한 1700만달러로 지난 주 1위였던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의 데뷔 성적(15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봉 첫 주 1억달러 고지를 넘었던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비롯한 여름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여 <인빈시블>의 조용한 데뷔성적은 여름 성수기의 폐막을 알리는 전조라는 것이 할리우드의 중론. 전직 속옷 모델인 마크 월버그 덕에 여성관객이 전체의 47%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인 <인빈시블>은 ‘무적의’, ‘불멸의’ 라는 의미(invincible)처럼 1위로 데뷔했지만 그 결과는 박스오피스 최대 성수기인 5월-8월 시즌의 끝을 알린다고 <로이터통신>
<인빈시블>, 성수기 막바지에 1위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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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지의 잠재력을 시험하고 영화보기의 대안을 제시하는 서울국제실험영화 페스티벌 ‘EXiS 2006’이 9월1일(금)부터 6일(수)까지 6일간 서울아트시네마와 스페이스 셀(Space Cell)에서 열린다. 영화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제경쟁부문(EX-NOW)은 444편의 응모작 중 선별된 93편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핸드메이드 기법을 통해 관습적인 시각에 저항하는 피터 체르카스키의 <빛과 사운드를 위한 장치 입문>, 프레임으로 구분되는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적 편집이 돋보이는 <여행중>, 두쌍의 쌍둥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표면적 동질성 아래 숨겨진 개별성을 탐구하는 <나는 나>, 공간화된 기억과 재개발의 기대가 충돌하는 부산시 광안3동을 배경으로 내면의 혼란을 이미지화한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3동> 등이 상영된다. 국제비경쟁부문(EX-CHOICE)은 좀더 자유스러운 실험까지 흡수하려는 시도로 55편의 작품이 선별되었다. 먼
빛과 사운드의 변신을 소개합니다,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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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만리장성의 높은 벽에 가려져 있는 중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9월1일부터 5일까지 서울 CGV용산, 9월4일부터 6일까지 부산 CGV서면에서 열리는 CJ중국영화제는 1930년대 무성영화부터 최근작까지 중국영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서는 2005년 홍콩의 금상장협회가 중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101명의 영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역대 중국어권 영화 베스트 100’에서 1위를 차지한 페이무 감독의 <작은 마을의 봄>(1948)을 비롯해 전설적인 배우 완령옥의 자태가 인상적인 <신녀>(1934), 제5세대 감독의 출현을 알린 첸카이거의 <황토지>(1984), 장이모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붉은 수수밭>(1987),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펑샤오강의 <갑방을방>(1997) 등이 상영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중국에서 방송과 영화를 관리하는 중국 광파전영전
대륙영화의 비밀을 공개한다, CJ중국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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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탭도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개별 스탭의 구성, 역할, 책임소재 등을 꼼꼼히 명시한 직무분석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인적자원 육성과 제작환경 개선 소위원회 산하 실무추진단(단장 이현승)이 오는 9월 말 공청회와 함께 ‘한국 영화산업의 직무분석과 직무표준을 위한 시안’을 공개한다. 직무분석이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개별 스탭의 역할, 업무내용, 참여기간을 상세히 밝히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직무분석과 직무표준의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영화 현장 스탭이 꿈을 위한 막연한 ‘희생’이나 ‘기회’가 아니라 구체적인 ‘직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산업적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발표에 앞서 연구 내용을 현장 영화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논의를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직무분석과 직무표준은 개별 영화사나 단체의 실행만으로 정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네21>은 직무분석을 필두로 제작 시스템의 합리화를 위해 실무추
충무로를 행복한 일터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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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변환은 우리 대부분의 생애 동안 일어났다. 레코드판을 경험한 적이 없더라도 VHS 비디오 테이프를 성급하게 되감기해본 신선한 기억은 있을 것이다. 마치 개인 영화제라도 되듯, VHS는 세계영화로 가는 출입문이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필자는 런던의 서로 다른 골목 구석에 있던 홍콩, 일본, 한국 비디오 가게에 회원가입을 했다. 그곳 모두 불법이었고 결국 지방정부에 의해 문을 닫게 되었다. 1984년 비디오녹화법은 값비싼 비용을 들여 등급 내지 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영화들의 대여와 판매를 금했다. 한국 비디오 가게는 런던 교외에 있는 슈퍼마켓의 뒷방에 숨겨져 가장 오랫동안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필자는 두개 대륙에 거쳐 캐비닛과 상자들에 담긴 수백장의 VHS 테이프를 갖고 있다. 친구 중엔 수천장에 달하는 컬렉션들 때문에 그들 아파트와 집에 매여 있는 이들도 있다. 그 컬렉션들의 내용은(그리고 그 존재 자체도) 영화와 텔레비전
[외신기자클럽] 영화 수집, 그 참을 수 없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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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정부가 다큐멘터리 <다윈의 악몽>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올해 오스카 후보에 올랐던 <다윈의 악몽>은 유럽으로 대량 수출되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살코기 한점 돌아가지 않는 탄자니아의 ‘나일강 농어’(Nile Perch)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의 해악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탄자니아 대통령 자카야 키크웨테는 <다윈의 악몽>이 나일강 농어 수출의 부진을 초래한 원흉이라고 지목하며 영화를 조사하기 위한 의회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했고, 영화에 출연한 많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와 정부로부터 국외추방의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일강 농어 산업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다윈의 악몽>이 나일강 농어 수출의 부진에 끼친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오히려 수출의 부진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오랜 가뭄으로 줄어든 빅토리아 호수의 수량과 탄자니아 정부의 남획이라는 것이 식량농업기구의 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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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농어 수출 부진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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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 자리한 캐나다 국립영화연구소(National Film Board of Canada)에서 몬트리올 출신의 벤 아델만과 사미르 말란 감독의 다큐멘터리 <봄베이 콜링>이 북미 프리미어 상영되었다. 몬트리올 출신의 영화감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NFB는 몬트리올 출신의 젊은 감독 두명이 인도의 떠오르는 도시 뭄바이(옛지명은 봄베이)에서 신흥직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하자 1년여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물이 소개되는 자리에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관객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봄베이 콜링>은 에픽센터 테크놀로지 콜센터 직원들의 모습을 따라가며 빠르게 변화하는 뭄바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빠른 비트로 담아낸다. 매우 시사적인 이 다큐멘터리는 발리우드영화를 삽입해 지루할 법한 인터뷰 사이를 촘촘히 메워주며, 출근하는 그들의 모습 뒤로 뭄바이 구석구석을 훑는 세심함까지 보여준다.
[몬트리올] 문화와 생활 모습은 달라도 세계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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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돌’(Crazy Stone)이 중국 관객을 미치게 하고 있다. 중국 극장가에 돌풍이 몰아치고 있는 <크레이지 스톤>은 인민폐 3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극장수입만 2천만원(RMB)을 벌어들였다. 영화의 감독은 스물아홉살의 닝하오. 그동안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다져온 젊은 감독 닝하오는 이 작품에서 특유의 감각적 연출을 펼쳐 보이며 중국영화 안에 적절한 장르영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충칭의 한 소도시에 자리한 어느 공장이 파산위기를 맞자 최후수단으로 전시회를 연다. 여기에 진열된 값비싼 보석을 훔치기 위해 모여든 어수룩한 전문보석털이범과 소도둑들, 그리고 보석을 지키려는 책임감에 똘똘 뭉친 공장관리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다.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영향이 적잖이 느껴지는 영화는 시종일관 꼬이고 꼬이는 우연과 실수 속에 중국 서민들의 애환과 울분을 섞어 현실감있는 ‘
[베이징] 중국 극장가에 불어닥친 의미있는 ‘돌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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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가 DVD용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사업부 ‘워너 프리미어’를 신설한다고 8월21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워너 프리미어는 해마다 15편의 영화를 제작해 극장을 거치지 않고 DVD로 곧장 배급할 예정. 동명 극장판 영화의 속편으로 2007년 봄 출시되는 <듀크스 오브 해저드2>가 워너 프리미어의 첫 타이틀이다. 워너 프리미어 영화 중 일부는 온라인과 극장에서 상영될 수도 있다고 워너는 밝혔다. 워너 프리미어의 사업 모델은 월트 디즈니와 유니버설. 디즈니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속편을 비디오용 영화로 제작해 알찬 수익을 올렸고 DVD 시장에서 같은 행보를 계속했다. 고전애니메이션의 추억을 조악한 속편이 훼손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알라딘>의 속편 <알라딘2: 돌아온 자파>는 <귀여운 여인>보다 더 큰 수익을 디즈니에 안겼다는 후문이다. 유니버설은 2004년
DVD용 영화, 할리우드 신사업으로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