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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본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스타벅스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37개국에서 1만178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단한 글로벌 기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익 배분은 그다지 전 지구적이지 않다. 개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점이 없는 스타벅스는 본사가 모든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 따라서 순익도 미국 본사가 독점한다. 내 주변에는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원두를 볶은 지 오래된 듯 커피는 맛이 없는데도, 커피 한잔 값이 웬만한 한끼니 식사 가격을 상회한다. 게다가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는 극우 시오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인물. 서방 세계의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 ‘Innovative Minds’의 이스라엘 기업 불매 운동에 따르면(www.inminds.co.uk/boycott-starbucks.html) 스타벅스 회장은 이스라엘과 미 군부의 핵심 후원자다. 1998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이스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된장녀’와 탈식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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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읽은 것이 발단이었다.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뒤늦게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를 보았다. 걷잡을 수 없는 탈주의 욕구가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한시바삐 배낭을 둘러메고, 트렁크를 끌고, 공항에 들어서야 할 것만 같았다. 낯선 거리에 발을 내딛고, 지도를 펼쳐든 채 어눌한 현지어로 길을 묻고, 허름한 아파트를 숙소로 잡고, 다국적의 친구들과 속살대며 얼마 남지 않은 20대의 뒷머리를 불살라야 할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두근거림은 무척이나 오래된 것이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넌 순간부터 저 너머에 존재하는 낯선 공기는 솜털 한올한올을 곧추세울 듯한 짜릿함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흔히 말하는 여행의 미덕,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의 신선한 자극과 시야를 넓혀주는 가르침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원초적인 떨림, ‘낯섦’과 접촉했을 때 솟아나는 두려움과 흥
[오픈칼럼] 바르셀로나와 양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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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만에 치과에 갔다. ‘파로돈탁스’까진 아니더라도 이에 처방을 하고 싶단 생각은 애초부터 있었지만, ‘치과의사는 도둑놈’ 설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와중 새로 생긴 치과가 있어 충동적으로 방문해보았다. 충동적이라 함은 양치질을 하지 않았단 뜻이었다. 당연히 재앙이 일어났다. 요새 의사 자격시험을 얼굴로 뽑는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은데…? 20대 후반의 그 의사는 확실히 도둑놈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
의사는 번쩍번쩍 무섭게 빛나는 치료 기구들을 내 입에 갖다댈 때마다 <X파일>의 멀더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조금 시리실 겁니다.”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앞에 있는 고화질 모니터에 비쳐진 내 치아 상태 때문이었다. ‘타도! 치과 의료 기술 및 과학 문명!’을 속으로 외치고 있는 사이, 위생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서너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내 치아를 마치 키보드 청소하는 사람처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DEL 키
[이창] 나약함을 견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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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은 오랜 세월 ‘갑빠’를 숭앙하여, 이 시대 갑빠의 올곧은 ‘道’를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온, 아메리칸 네오 갑빠의 선두주자다. 한데 그냥 갑빠면 갑빠지, ‘네오’ 갑빠라 함은 또 무엇인가. 이는 그의 최고의 히트작 <히트>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실베스터 형님, 장 클로드 형님 또는 돌프 형님 등 근육적(즉 물질적) 관점에서의 갑빠를 보유한 배우에만 의존해왔던 기존 힘자랑 무비들과는 달리,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 그닥 근육적이지 못한 연세의 큰형님들을 과감히 기용, 당대 최고 수준의 박진감을 선보임으로써, 진정한 갑빠의 세계는 물질이 아닌 정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던 <히트> 등의 영화들을, 기존 힘자랑 무비들과 구별하기 위해, 필자 홀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콜래트럴>까지, 나름대로 팽팽하면서도 세련된 갑빠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던 그 역시, <마이애미 바이스>를 리메
투덜군, <마이애미 바이스>의 ‘공허한 갑빠의 오류’를 답답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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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몇 차례 발언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시간> 시사회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작해서 <100분 토론>을 거쳐 사죄문 소동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기덕 감독이 <연합뉴스>에 보낸 사죄문의 전문을 보지 못해 그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보도된 내용이 맞다면 그걸 사죄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당신들이 맞고 내가 틀렸다, 당신들을 우롱해서 죄송하다, 는 말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자학과 자책은 김기덕의 진심이라고 믿기 어렵다. 정말 김기덕 감독은 자신을 “열등감이 낳은 괴물”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할까? 역설에 관한 약간의 상식을 동원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그의 글을 사죄문이 아니라 차라리 격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쓰레기로, 괴물로 이름 붙인 사회를 비판하는 격문.
“쓰레기통을 뒤지면 향기가 난다.” 언젠가 김기덕은 자신
[편집장이 독자에게] 김기덕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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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 작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헬보이>의 현장에서는 감독과 원작자 모두 무척 즐거워 보인다. 델 토로 감독은 기본적으로 원작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고,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 역시 전작을 통해 델 토로의 영상 세계에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델 토로는 비주얼은 원작을 가급적 충실하게 살리는 반면, 캐릭터 설정에서는 많은 변화를 주었다. 신참 요원 마이어스의 등장은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쉽게 안내하기 위한 궁리의 결과였고, 리즈와 헬보이의 로맨스 구도는 ‘이형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영화다운 독특한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각색물의 요건이 원작의 향기를 보존하되 그것이 옮겨갈 매체에 맞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라면, <헬보이>는 두 창작자의 행복했던 만남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DVD에는 이들의 즐거운 작업을 담은 메이킹 다큐 외에도 시간을 들여 볼 만한 부록이 잔뜩 들어 있다. <만화의 이해>로 유명한 만화 연구가
[서플먼트] 만화 원작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헬보이 감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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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돌아와요 순애씨〉(사진·연출 한정환, 극본 최순식)가 31일 16부작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7월12일 첫 방송 때부터 시청률 15.2%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데 이어 평균 21.3%(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돌아와요…〉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일석(윤다훈)의 본처 순애(심혜진)와 내연녀 초은(박진희)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독특한 설정에 힘입었다. 덕분에 불륜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질질 짜는 신파조가 아닌 코믹 장르를 섞어 유쾌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어디선가 봤던 장면인데’ 하며 보는 이들의 낯익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즘 드라마의 경향에도 충실했다. 영화 〈매트릭스〉 〈처녀들의 저녁식사〉 〈원초적 본능〉을 패러디하고, 퓨전 사극 형식으로 꾸민 전생 신을 곁들여 색다른 재미도 선사했다.
제작진은 “마냥 ‘웃긴’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극중에서 보인 진한 모성애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자평했다. 초은의 몸속으로 들어간 순애가 바뀐 외모
‘돌아와요 순애씨’ 돌아올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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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까지 7편의 영화를 만들고 숱한 인터뷰를 해오면서 홍상수(45) 감독은 인터뷰 자체에 지친 듯했다. “아무래도 난 인터뷰 하기에 적합한 감독이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영화 만드는 방식이 똑 같고 그래서 같은 말 또 하고….” 그래도 홍 감독에게선, 이런 저런 얘길 하다보면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쥐어 짜내는 수밖에.
-이 영화를 시작하게 한 모티브가 있다면.
=내가 영화판에서 알던 한 여자와 비슷한 여자를 시골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전혀 모르는 여자인데, 내가 그 여자를 아는 것처럼 미소 짓고 하더라. 그 여자는 나를 생판 모를 텐데.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다. 그게 출발점이다. 비슷한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가 떠나고, 다른 비슷한 여자를 봤다…. 거기에 ‘이미지’라는 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영화에서 고현정은 다른 때보다 살쪄보인다.
=나는 찌우라고 한 적 없다.(웃음) 배우들이 열심히 자발적으로 도와줬다. 고맙다. &l
홍상수 감독, “고현정은 옆에 함께 선 느낌 주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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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오시엔은 투자한 8부작 드라마 〈가족연애사〉(김성덕 극본·감독, 제이엔미디어홀딩스 제작)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초까지 짭짤한 재미를 봤다. 밤 12시20분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2~3%를 기록해 지상파 3사를 뛰어넘었다. 세 딸과 부모의 성생활을 지상파에선 꿈도 못 꿀 수위로 보여주며 유머를 섞은 덕도 있다. 오시엔은 여세를 몰아 올 10월 세 아들의 이야기 〈가족연애사 2〉를 내보낸다.
김성덕(48·사진) 감독은 코미디와 시트콤으로 잔뼈가 굵었다. 1986년 문화방송 코미디작가 공채 1기로 시작해 시트콤 〈세 친구〉 〈남자 셋 여자 셋〉을 만들었다. 영화 〈보스상륙작전〉(2002년) 〈은장도〉(2003년)도 그의 작품이다. “노총각들의 이야기인 〈세 친구〉 뒤엔 신혼부부를 다루고 싶었어요. 지상파에선 도저히 안 되니까 상대적으로 심의 적용이 덜 까다로운 케이블에서 19살 시청가로 만든 거죠. 품격 있는, 보는 게 창피하지 않은 섹스 이야기를 하고 싶었
‘가족연애사 2’의 김성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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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부작인 〈시리즈 다세포 소녀〉(슈퍼액션, 수·목 밤 10시)에서 곽지민(22·사진)은 7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지난 24일 시사회에서 선보인 ‘어떤 그리움’편에서는 극중 꽃미남 집단 에프 포(F4)가 보는 가운데 남자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장면이 등장했다. ‘거사’를 치른 후 ‘부르르’ 떠는 능청스러움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인터넷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영화와 동시에 제작된 〈시리즈 다세포 소녀〉에서 곽지민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두눈박이를 연기한다. 28명의 주인공 중 가장 예쁜 인물로 에프 포의 명진에서 스님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만 실은 싸움도 잘하고 야한 동영상에도 즉각 ‘반응’하는 인물이다. 최근에 업데이트된 시리즈까지 다 봤을 정도로 만화의 광팬이라는 곽지민은 “두눈박이의 애환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두눈박이를 여성스럽게만 표현했고, 만화에는 가족관계나 친구 등 두눈박이가 살아온 환경을 생략했지만 전 두눈박이의 성장배경을 많이 생각했어
‘시리즈 다세포 소녀’의 곽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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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과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의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감독의 진용이 한층 화려해졌다.
올해 11회인 부산국제영화제 쪽은 29일, 행사 기간 중인 10월15~18일 열릴 PPP에 참여할 프로젝트 내역을 발표했다. 영화제 쪽은 그동안 참가를 신청해 온 130편의 프로젝트 가운데 추려서 36편을 뽑았다.
행사의 폭을 전세계로 넓힌 결과, 〈클림트〉 등을 연출한 칠레의 거장 라울 루이즈, 〈인트랩먼트〉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감독 존 아미엘 등의 신작 프로젝트가 참가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에서 참가하는 감독들의 명단은 여전히 쟁쟁하다.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오른쪽 두번째), 대만의 차이밍량, 일본의 아오야마 신지(맨 왼쪽), 타이의 펜엑 라타나누앙, 중국의 자장커(왼쪽 두번째), 홍콩의 프루트 챈 등이 신작 프로젝트를 가지고 참가한다.
한국에서도 차기작이 궁금한 감독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다. 이명세(맨 오른쪽) 감독은 30대 소설가의 환영과 현실
올 부산영화제 감독들 더 쟁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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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의리를 위해 사람을 찌르고 자수한 수현과 뭣하나 되는 것 없는 강력계 형사 성우가 인질과 인질범이 되면서 벌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 전형적 버디무비인 <강적>은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사람이, 누명을 쓰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칠게 묘사한다. 부가영상으로 조민호 감독과 영화평론가 강유정의 음성해설, 감독에게 들어보는 수현과 성우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배경 설명,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액션 만들기, 삭제장면 모음 등을 제공한다.
인질과 인질범의 묘한 우정, <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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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영화는 대략 100여편이다. 지난해 82편이 제작됐던 것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동통신사 자금 유입과 우회 상장 등으로 메이저 제작사들이 라인 업을 확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 영화 연간 100편 시대’. 한국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곳곳에서 영화 한편 만들어서 개봉하기가 갑자기 너무 힘들어졌다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영화 제작·배급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제작 편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스태프나 장비·세트장은 물론이고, 개봉일정 잡는 게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배우 일정에 맞춰서 촬영 스케줄을 잡았지만, 요즘은 장비 스케줄에 따라 스케줄을 짠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종호 엠케이픽쳐스 프로듀서는 최근 충무로의 ‘장비 대여 러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카메라는 물론 조명이나 크레인까지 장비 하나 빌리는 게 배우들 스케줄 빼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촬
[팝콘&콜라] ‘한국영화 연간 100편시대’ 개봉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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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세계 공략을 위한 프로젝트 ‘J 호러 시어터’의 세 번째 작품.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한 과거의 희생자들이 환생한다.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려는 영화 촬영진들이 겪는 의문의 죽음. 최근 가장 주목받는 호러 영화감독 시미즈 다카시의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부가영상은 1시간 분량의 꼼꼼한 메이킹 필름과 인터뷰가 볼 만하다. DVD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시미즈 다카시. <환생>의 주제와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주온> 감독이 선보이는 미스터리호러, <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