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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대표하는 캐릭터들.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플로토 그리고 구피. 이들의 활약을 그린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수록한 클래식 단편애니메이션 DVD가 나왔다. 지금은 모든 애니메이션이 3D로 제작되고 있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평면적인 2D화면의 느낌이 새롭다. 구피의 슬랩스틱코미디가 인상적인 <구피처럼 야구해봐!>, 암벽 등반에 나선 미키와 도널드 그리고 플로토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그린 <등산은 즐거워> 등이 수록이 되었다.
반가워! 미키와 친구들, <미키의 폭소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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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부인이 될 여자와 영화를 본다. 소리로 들리는, 줄스 다신의 <리피피>. 주인공이 항상 행운에서 비켜나 운명처럼 비극을 맞는 프랑스산 범죄영화의 대표작이다. <매치 포인트>의 남자도 기어코 범죄를 저지르지만 용케도 그에겐 운이 따른다. 소포클레스의 말- ‘태어나지 않는 게 가장 큰 은혜다’- 이 인용되는 <매치 포인트>는 얼핏 염세주의를 표방하는 듯하다. ‘상류계층과 결혼하기 위한 보통 사람의 고군분투’라는 고전적 주제는 몇 세기를 넘어오면서도 그 결말이 항상 우울했다. 하지만 <매치 포인트>는 ‘행복이 꼭 즐거울 수는 없다’는 식의, 그저 그렇게 씁쓸한 코미디가 아니다. 죄를 지은 자 뒤에서 단죄나 구원이 아닌 행운을 노래하는 <매치 포인트>는 악을 정당화한 사샤 기트리의 후기작과 전복성이 넘치는 막스 브러더스의 희극에 근접한 영화다. 더불어 누군가가 도덕적 문제를 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양가적 해석이 가능한 결론 앞에서
우디 앨런의 영국산 블랙코미디, <매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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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에는 형제 같은 영화 두편이 있다. 리처드 브룩스의 <냉혈한>(1967)이 살인사건과 여파에 관한 살인자쪽 기록이라면, 베넷 밀러의 <카포티>는 책의 보이지 않는 손인 작가 쪽 기록에 해당한다. <카포티>는 사건이 일어난 1959년 11월15일부터 살인자가 사형을 당할 즈음까지 트루먼 카포티의 행적을 뒤따른다. 그런데 <카포티, 캔자스에 가다> 정도의 그럴싸한 제목을 제쳐두고, 전기도 아닌 영화의 제목을 <카포티>로 정한 까닭이 궁금했다. 미국 DVD와 책으로 먼저 보고, 이어 극장에서, 다시 한국 DVD로 접한 다음 어렴풋이 짐작한 바는 이렇다. 작가와 감독은 카포티가 보낸 한 시기를 불러와 작가로서의 그에 관한 정설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인 콜드 블러드>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여러 재기 넘치는 글의 작가로, 뉴욕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손과 혀끝을 조심하
천재 작가의 이중 심리, <카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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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누아르를 만들겠다고 나대는 세상이다. 거친 형사가 총질한다고, 멍청한 여자가 눈을 부라린다고 누아르가 만들어지는 줄 안다. 누아르의 탐정들은 암흑 속을 헤매는 자들이며, 그들의 두뇌가 명석하다 해서 사건이 풀리진 않는다. 그리고 팜므파탈이란 자연스레 태어나는 법이다. 그녀의 얼굴과 몸과 말에 남자가 정신을 잃고 함정에 빠질 때, 두 사람은 위험하고 우아한 밤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 세계가 어디 쉽게 만들어지겠나. <원초적 본능2>는 가짜 누아르가 판치는 요즘 옛 누아르의 정취를 부활시킨 영화다. 캐서린 트레멜은 어떤 면에서 선배 팜므파탈을 능가한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동정심이라곤 없는 그녀는 냉혹하고 위험하기로 역대 최강이며, 그 어두운 유혹에 샤론 스톤의 나이 든 몸매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트레멜을 돕겠다면 영화마저 거짓말을 지어낼 것 같으니 남자는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초적 본능2>
옛 누아르의 정취를 부활시키다, <원초적 본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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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씨네피플을 모집한다. ‘시네마테크 부산과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사람들’(People of Cinematheque Pusan & PIFF)이라는 뜻의 씨네피플은 일정한 가입비를 내면 부산국제영화제와 시네마테크 부산을 1년 동안 할인된 관람료로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도다. 일반회원과 VIP회원으로 구분돼 운영되며 씨네피플 홈페이지를 접속하거나 시네마테크 부산을 직접 방문해 가입가능하다. 일반회원 가입비 3만원, VIP회원 가입비 50만원.
PIFF는 또한 부산 외 지역 관객을 위한 숙소인 피플 하우스(PIFFle House)의 예약도 받고 있다. PIFF측이 올해 피플 하우스로 지정한 숙소는 함지골 청소년 수련관과 해운대 아르피나(부산유스호스텔). 이들 숙소는 개막일인 10월12일부터 폐막일인 10월20일까지 제공되며 씨네피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용요금 및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부산국제영화제, 씨네피플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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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침몰>이 <괴물>을 제치고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제목 그대로 일본이 침몰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침몰>은 1973년 400만부 이상 팔려나간 고마쓰 사쿄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한 재난영화. 자국에서 7월15일 개봉해 첫주에만 100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블록버스터다. 한국에서도 일본만큼의 성적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25% 내외의 고른 예매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5주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일본침몰>의 기세에 2위로 밀려났지만 15% 안팎의 예매율을 유지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마돈나가 되고픈 소년을 내세운 <천하장사 마돈나>는 인터파크의 기록(26.2%)을 제외하면 15% 정도의 예매율로 <괴물>을 바싹 추격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시월애>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 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주
<일본침몰>, <괴물> 제치고 예매율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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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하우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을 4월10일 LA에서 만났다. 12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 해도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두 사람은 살가운 분위기로 인터뷰에 응했다. 두 사람이 그간 꾸려온 삶과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레이크 하우스>에서의 호흡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인으로 출연하기에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은 쉽게 그림이 그려지는 커플은 아니다. 12년 전 <스피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라면 더더욱. 12년 전 <스피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함께 액션을 하는 장면이 마지막 키스신보다 더 강렬해서, 두 사람이 <레이크 하우스>의 원작 <시월애>의 두 주인공 이정재와 전지현처럼 멜로영화에 어울리는 ‘꽃 같은’ 느낌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은 옷차림에 말수가 적은 키아누 리브스와 막힘없이 활발한 성격에 시종일관 이야기를 늘어놓는 샌드라
<레이크 하우스>의 샌드라 불럭, 키아누 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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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
류덕환_동구
-어떻게 출연했나.
=<웰컴 투 동막골>이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고 있을 즈음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하고 싶어서 두달 안에 몸무게 25kg을 찌우겠다고 이해영, 이해준 감독에게 약속을 해버렸다. 동구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캐릭터였으니까, 지금 놓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체중을 늘리는 데 실패한다면 영화 자체를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달 동안 정말 열심히 먹었다. 20kg까지는 순조롭게 늘어나다가 몸무게가 정체돼서 정말 5분만 빼고 하루 종일 먹다가 밤에 피자를 토한 적도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흔히 남자가 여자를 연기할 때 어머, 한다든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곤 하는데, 자칫 비호감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포크를 입에 물거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면서 어깨를 살짝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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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문세윤: 원석이 형은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참 어떻게 저렇게 생겼나, 난 정말 예쁘게 뚱뚱한 거구구나 싶었어요. (웃음) 용훈씨는 전에 게임TV에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봤고, 서로 동갑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뻘쭘해하다가, 영화로 다시 만나서 친해졌죠. 덕환이는 딱 봤는데 일단 착하더라고요. 생긴 거 자체가 착하잖아요? 그리고 주연배우로서의 스타성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게 없고. (웃음)
김용훈: 세윤씨는 워낙 TV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그냥 연예인 보는 것 같았어요. 어, 간호사 왔구나. “으흐응~~”, 이거 할까봐 좀 겁이 났죠.
문세윤: 제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보여준 개그가 2억4천만원어치는 될 겁니다.
김용훈: 메이킹 필름 빨리 보고 싶어요. 이건 위험한 발언이지만 영화보다 메이킹 필름이 더 웃길지도 몰라요.
-동구와 덩치 셋은 독특한 캐릭터들입니다.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되어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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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깨물어주고 싶은 덩치들!
<천하장사 마돈나>의 씨름부는 바깥에서 보기엔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부원 한명 한명이 빛을 내는 동아리다. 전국대회 우승은 멀기만 하지만 그들은 모두 꿈이 있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덩치만큼이나 넉넉한 관용이 있다. 그러기에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동구는 모여 앉아 떡볶이 10인분쯤 간식으로 해치우는 씨름부원들 틈에서 행복으로 향하는 험한 길을 계속 걸어갈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학금에 눈이 멀어 씨름을 시작했지만 이내 씨름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동구, 동구의 향수 냄새를 뿌리치지 않고 약간 헷갈려하기까지 하면서 음미하는 덩치1, 말 한마디 없지만 풍경으로 사라지지 않고 웃음을 주는 덩치2, 간지럼을 너무 타서 상대방과 맞붙기만 하면 혼자 나가떨어지는 덩치3, 그리고 그들 모두가 섞여 빚어진 씨름부라는 또 하나의 존재. 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함께 영화를 찍었던 시간까지 궁금해졌기에, 늦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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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9월2일(토) 밤 11시
1982년 <원 프롬 더 하트>가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실패한 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다음해에 두편의 청춘물, <아웃사이더>와 <럼블피쉬>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들 역시 그를 재정적 위기에서 구해주지는 못했다. 두 작품 모두 당대의 떠오르는 스타들(맷 딜런, 다이앤 레인, 니콜라스 케이지, 미키 루크 등)을 대거 기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럼블피쉬>는 <아웃사이더>보다 훨씬 더 실험적이고 암울하다. 청춘의 분노와 슬픔이 적당히 낭만화된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다른 청춘물과 그다지 차별성을 지니지 않지만, 미장센이나 인물들의 표정과 대사, 그리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유독 과잉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런데 그 에너지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청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추하고 비참한 군상을 취하게 하는 마약의 기운처
마약 기운처럼 퍼져나가는 청춘의 상처, <럼블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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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와 돌이켜보면 권태와 허무야말로 이 사회의 특질이었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이런 일상성의 사회적 특질을 내면화하고 있다. 일상성이란 지루한 반복을 중심원리로 하는데,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다시 내일로 이어지는 쳇바퀴를 우리에게 연상시킨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사연 많은 인물들에게도 일상성의 하중은 압도적인 것이어서, 투명한 역사적 신념이라는 것은 과거라는 이름으로 닫혀 있다. 스스로를 끈 떨어진 스파이로 규정하는 김기영은 물론이거니와, 남한에 잔존하고 있는 그의 동료들, 또 아내와 친구들, 심지어는 그들 모두를 실시간으로 탐색하고 있는 국정원의 박철수조차 이 견고한 무의미로부터 도무지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정말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으냐?” 이 말은 김기영의 부친이 주체사상을 맹목적으로 암송하던 어린 김기영에게 되묻는 말이다. 이 말의 끝에서 그의 부친은 이런 말을 덧붙인다. “큰 물이
이데올로기를 소멸시킨 일상의 역설, <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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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국 105편의 드라마가 경합을 벌인 제1회 서울 드라마 어워드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이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29일 한국방송 공개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윤철 피디와 나란히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배우 김선아씨는 “한류의 발전을 도모하며 만들어진 서울 드라마 어워드에서 받은 상이라 뜻깊다”며 “삼순이로 인해 상도 많이 받고 살도 많이 올랐다”는 수상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장편극 부문에서는 한국방송 <해신>과 미국의 <위기의 주부들>이 나란히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으나,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거상 차오쯔융>이, 단편극은 일본의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이 수상하는 등 아시아 세 나라가 작품상을 고루 나누었다. 류시원, 황수경, 한석준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는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으로 단편극 최우수상과 음악감독상을 받은 구사나기 쓰요시가 유창한 한국말
서울 드라마 어워즈 최우수상 <내 이름은 김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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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만든다면 어떨까. <영웅> <연인>의 장이모와 <무극>을 만든 첸카이거의 발자취를 따라 펑샤오강이 <햄릿>의 중국판 <야연>으로 대륙무협에 출사표를 던졌다. <야연>은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중원을 호령하기 전 5대10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0세기 중국 화북에는 다섯 왕조, 화남에는 열개 주가 천하쟁패를 다투고 거란은 호시탐탐 중원 진출을 노린다. 1천척의 배를 띄울 만한 아름다움과 100명의 군사와 싸울 수 있는 무용을 겸비한 황후 완(장쯔이)은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그가 급사하고 황제의 동생 리(거유)가 황위에 오른다. 한편 완은 원래 황제의 양아들이자 황태자 우 루안(오언조)을 몰래 흠모했다. 황태자 우를 살리기 위해 리와 재혼하는 완. 황태자 우는 아버지가 숙부에게 살해당하고 계모가 재혼한 사실에 절규한다. 완을 손에 넣은 리는 우를 제거하기 위해 끊임
10세기 중원에 펼쳐지는 <햄릿>의 비극, <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