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여성영화제의 전체 상영작 및 세부 행사 내용이 발표됐다. 4월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열리는 올해 영화제 상영작 규모는 29개국 100여편. 개막작은 브라질 신진 감독 타타 아마랄의 <안토니아>로, 상파울루 변두리에 거주하는 흑인 소녀 네 명이 힙합 뮤지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극영화다. 타타 아마랄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내한이 예정되어 있다.
여성과 관련한 이슈들을 다양한 특별전을 통해 발언하는 여성영화제는 올해 청소녀 특별전과 이주여성특별전, ‘퀴어 레인보우’와 ‘제국과 여성’ 이라는 테마 섹션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청소녀 특별전은 7회 때 10대들의 성문제를 다루었던 ’영페미니스트 포럼’ 섹션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확장된 주제를 보여준다. 성 정체성 찾기, 왕따 문화를 비롯한 집단 내 소통의 문제, 마약과 임신 및 육아 등의 문제를 10대들이 직접 기록한 단편과 그 윗세대들이 만든 다큐 및 극영화로 접할 수 있다. ‘퀴어 레인보우’는 트렌스젠더와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별도로 묶은 섹션.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이 섹션이 “로제 트로셰, 제이미 배빗, 모니카 트뢰트, 셰릴 두니예 등 중요한 퀴어영화계 레즈비언 감독들을 여성영화의 계보에 끌어들여 여성영화를 확장하려는 목적을 가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주여성특별전은 아시아 내 이주민 여성들이 당하는 억압과 착취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으며 ‘제국과 여성’ 섹션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멕시코, 대추리라는 구체적인 공간들 속에서 ‘제국’의 존재와 여성이 맺게 되는 억압적인 관계를 다룬다.
메인 섹션인 ‘새로운 물결’은 국내 관객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의 감독들 작품이 주를 이룬다. 여성영화제가 사랑해온 베라 히틸로바와 이란 뉴웨이브 세대의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에 속하는 인물들로, 이름있는 세계 여성 감독들의 활동이 지난 한 해 부진했음을 간접 시사한다. 단편 애니메이션 8편을 포함해 총26편이 묶인 이 섹션에서 국내 작품은 8편에 이르러 새로운 여성작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영화제의 뜻도 읽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명성과 업적에 기반한 감독 특별전의 올해 주인공은 마르타 메자로스. 1960년대 이스트반 자보와 함께 헝가리 뉴웨이브를 이끌었고 1975년 <입양>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감독의 영화 5편이 소개된다. 감독의 내한과 함께 마스터클래스도 있을 예정.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매년 90%를 넘나드는 높은 관객 점유율을 자랑하는 밀도 있는 영화제”라는 말로 서울여성영화제에 대한 긍지를 표하며 “열정적이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영화제의 클라이맥스인 주말 동안에는 일반 관객과 퀴어 커뮤니티가 어울릴 수 있는 파티를 비롯해 소울재즈와 라운지 음악과 함께 하는 그루브 파티, 여성 보컬과 소녀 펑크밴드들이 출연하는 록 공연 등이 열리며 관객 서비스 공간인 ’관객다방’에서는 인디 뮤지션들의 어쿠스틱 라이브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