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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은 만 열아홉살 소년이다. 무엇이든 이제 ‘처음’일 게 많은 나이. 그는 인생의 제2기에 돌입해 있다. 2007년 가을,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으로 배우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 전인 2006년 가을, 드라마 <황진이>로 탤런트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전에도 장근석은 이미 스타였다. 밝은 햇살 아래 친구와 함께 학교 담장을 멋지게 뛰어넘는 모 교복CF, 고아라와 함께 새하얀 교실에서 춤추는 모 이동통신CF는 이미 장근석의 알려진 얼굴을 이용한 것들이었고 봉태규, 현빈, 한예슬, 이윤지 등이 출연한 시트콤 <논스톱4>(2003∼2004)에서 장근석은 밝은 갈색 머리칼에 꽃무늬 셔츠가 잘 어울리는 꽃미남 대학생으로 안방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근석은 자기 이름을 내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장근석의 영스트리트>), TV 가요프로그램 MC와 케이블TV 리얼리티쇼 MC를 진행하기도
[장근석] 열아홉,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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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6일 일요일 오후 5시, 용인 성지중학교 복도에 때아닌 뮤지컬 무대가 펼쳐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섯 번째 인권영화프로젝트 중 방은진 감독이 연출하는 <진주는 공부중>의 촬영현장이다. “우린 아직 어려요. (…) 바람이 불면 절벽으로 밀어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스스로 날아요.” 방준석 음악감독이 만든 곡에 방은진 감독이 가사를 붙인 노래에 맞춰 교복을 입은 26명의 여학생들이 춤을 춘다. 안무가 박해준(<발레교습소> 등)과 함께 총 10회에 걸쳐 율동을 익힌 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특별한 조명없이도 그저 눈부시다. 한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스탭을 돌아보며 “너무 귀엽지?”라고 반문하는 감독이 카메라 뒤에서 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 역시 더없이 즐거워 보인다. 중학교 2학년. “거대한 입시지옥에 아직은 발을 들이지 않은, 주어진 환경을 완전히 받아들이거나 완전히 튕겨져나간 이들로 나뉘기 전의 시기”를 배경으로, 전교 1등과 꼴등이 한반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우리가 스스로 날게 해주세요, <진주는 공부중>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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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천정명)는 산속 도로에서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외진 숲속에서 눈을 뜬 그는 정체불명의 어린 소녀 영희(심은경)를 따라간다. 마치 동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도착한 그는 영희 외에 오빠 만복(은원재)과 막내동생 정순(진지희), 그리고 그들의 부모를 만난다. 하룻밤 신세를 진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집을 나서지만 미로를 헤맨 것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은수는 매일 숲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급기야 아이들의 부모가 사라져버린다. 은수의 불안과 의혹이 깊어가는 가운데 다락방에서는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눈치챈다.
데뷔작 <남극일기>(2005)로 의미있는 실패를 경험했던 임필성 감독의 어둡고 공포스러운 세계는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여전하다. 원색으로 가득한 즐거운 아이들의 집이 화려하고 달콤할수록 결국 아이들을 향한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
어두운 유년의 공포 <헨젤과 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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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노빠가야로, 한번 더 묻겠다. 내가 누군지 아나!” 지난 12월26일, <원스 어폰 어 타임>의 41회차 촬영현장.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 일본군 야마다(김수현)에게 봉구(박용우)가 소리친다. 사실 야마다 입장에서는 그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는데다, 봉구 또한 자신을 누구라고 속여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다. 적막한 긴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건 성동일이 연기하는 미네르-빠의 사장. “저기 이러시지 말고 칼은 좀 빼놓는 게….” 봉구가 사장의 배를 때리고 칼을 피하면 이어서 야마다와 봉구의 접전이 벌어진다. 김수현과 박용우의 액션연기를 보던 성동일과 미네르바의 요리사 역을 맡은 조희봉이 부러운 눈으로 내뱉는 한마디. “저걸 참… 우리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저런 건 못해. (웃음)”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를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와 희대의 도둑인 춘자가 일본에 빼앗긴 동방의 빛을 둘러싸
빼앗긴 동방의 빛을 찾으러 경성 최고의 사기꾼이 납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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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당신에게 신이 말을 걸어온다면. <신과 나눈 이야기>는 미국의 강연가 닐 도널드 윌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신문기자,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했으나, 삶의 밑바닥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그것을 5권의 책으로 펴내며 종교적인 가르침을 설파하는 강연가가 됐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윌슨(헨리 제니)이 미국을 순회하며 강연회를 펼치는 모습과 신의 음성을 듣게 되기까지의 삶을 교차로 오가며 전개된다. “당신 안의 사랑이 바로 신(神)이다”, “영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는 세상이 와야 한다” 등 연단에 선 그의 이야기와 객석의 환호를 나란히 보여주는 강연장면은 종교 방송의 중계 화면을 지켜보는 듯하다. 흥미를 주는 것은 윌슨이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공동 야영지에서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는 노숙자들, 버린 피자 조각을 뜯어넣어 끓이는 식사, 곡절 끝에 취
익숙한 종교적 가르침을 재확인 <신과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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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 경윤(김강우)의 일상은 여러모로 고단하다. 애인인 수진(이수경)은 난데없이 이별을 고하고, 어린 시절 동네친구인 윤서의 누나 혜서(김성령)는 실종된 동생을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처참히 살해된 한 남자의 시체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윤은 동료 형사인 은주(김민선)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던 중 피해자의 부인인 정미숙(오지영)을 탐문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증거도, 살인동기도 없다. 한편 피해자의 동료이자 정미숙과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다. 두 피해자의 과거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동성애자이자, 10년 전 한 부대 한 내무반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에게 강간당한 한 후임병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경윤은 수진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혜서의 부탁을 거절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CSI>
동성애에 대한 지독한 혐오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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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히아. 마키아벨리는 그를 가장 이상적인 전제군주로 꼽았고, 혹자는 그 가문을 이탈리아 마피아의 전신이라고 한다. <보르히아>는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알레한드로 6세 일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극으로, 이탈리아를 장악하려는 가문의 야심을 살인, 근친, 불륜 등 스캔들을 통해 보여준다. 15세기 말, 알레한드로 6세로 선출된 로드리고 보르히아(루이스 오마르)는 정부에게서 태어난 4명의 사생아를 바티칸으로 불러 가문의 권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화는 장남 체사레(세르지오 페리스 멘체타)의 캐릭터에 무게를 싣는데, 승리를 열망하는 군인과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는 아들, 여동생을 향해 금지된 감정을 품은 오빠 등 다양한 모습을 조명해 유럽사 속 매력적인 인물을 스크린에 되살렸다. 동생 후안을 살해했다는 의혹 속에서 추기경의 옷을 벗고 속세로 돌아간 체사레는 ‘황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Aut Caesar, Aut Nihil)는 문장이 새겨진 칼을 들고 공적을
로마를 가지려는 시저의 후예들 <보르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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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돌이켜보면 뭐 그럴 게 있었나 싶다. 길어야 2년 남짓, 서너달에 한번씩은 만날 수 있고, 이 땅의 모든 젊음이 거치는 통과의례인데, 세상없는 이별처럼 서러워하고, 다시는 못 볼 듯 애달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막상 ‘닥치면’ 예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꼬이기 쉬운 사람이 군대간 남자. 다음은 애인 군대 보낸 여자”라는 영화 속 대사는 식상하지만 무시못할 진리다. 군대를 사이에 두고 이별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이 땅의 피끓는 청춘이 한번쯤 겪었을 법한 남녀상열지사에 새삼스레 관심을 기울인 영화 <기다리다 미쳐>의 미덕은, 그처럼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명명백백함을 차근차근 따져보는 성실함에 있다. 이를 위해 택한 방식은 정밀묘사가 아닌 점묘법이다. 유행을 반영하듯 연상연하 커플(손태영, 장근석)을 등장시켜 이들의 현실적인 오해를 살펴보고 홍대 앞 인디밴드의 군생활을 짝사랑 커플(장희진, 데니안)을 통해
통통 튀는 로맨틱코미디 <기다리다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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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포에버>는 1977년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홀로 칩거하던 그녀에게 일어났을 가상의 사건을 구성한 작품이다. ‘세기의 소프라노’로 불리던 마리아 칼라스(파니 아르당)는 옛 연인 선박왕 오나시스가 세상을 떠나자 공식적인 활동을 모두 접고 파리의 한 아파트에 은둔한 채 살아간다. 칼라스의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녀를 찾아가 자신이 제작하는 오페라영화에 출연해줄 것을 제안한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촬영해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를 입히자는 것. 일본에서의 참담했던 마지막 공연 실황에 젊은 시절 목소리를 입힌 편집본을 보고 전율에 사로잡힌 칼라스는 래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카르멘>을 영화화하고자 결심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더욱 잘 알려진 프랑코 제피렐리는 실제로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오페라 <노르마> <라트라비아타> <토스카>의 무대를 연출했으며,
친구 마리아 칼라스에게 바치는 헌사 <칼라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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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핑거>는 잊고 싶은 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도시의 독신남 준(이케우치 히로유키)은 어릴 적 기억이 모조리 상실된 남자다. 그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은 물론이고, 첫 섹스, 첫 여행에 관한 기억까지 없다. 정신과 의사에게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담을 받지만 남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죽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뿐이다. 어느 날 시골집을 찾은 준은 그곳에서 동생인 쿠미(후쿠다 아키코)를 만난다. 지능이 다소 모자란 쿠미는 어색하게 오빠를 맞이하고, 도시로 돌아온 준은 그때서야 과거의 기억들을 조금씩 끄집어낸다. 첫 여행, 첫사랑, 심지어 첫 섹스까지 동생인 쿠미와 함께했던 것. 준은 되살아난 과거를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게 다시 쿠미를 찾아간다.
<리틀핑거>는 <글로잉 그로잉>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연출한 호리에 게이 감독의 2005년작이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통 불가능
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리틀 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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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빛을 비추다’, ‘계몽하다’는 뜻의 ‘일루미나타’는 극중 펼쳐지는 연극의 제목이자 그 연극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맥>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겸 배우인 존 터투로의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는 극작가 투치오의 새 연극 <일루미나타>의 첫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 동부의 어느 극장. 투치오(존 터투로)는 극작가로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명망있는 배우 레이첼(캐서린 보로위츠)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받고 있다. 연극 <루스티카나>가 공연되던 중 주인공을 맡은 배우 피에르(매튜 서스맨)가 졸도해 공연이 갑자기 중단되자 투치오는 무대에 올라 다음 프로그램은 <일루미나타>가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문제는 극장주가 큰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할 <일루미나타> 대신 입센의 <인형의 집>을 공연하고 싶어한다는 것. 좌절한 투치오가 교태 넘치는 왕년의
결국 승리하고 마는 사랑의 힘 <일루미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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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난감이든 토해놓는 거대한 만능 백과사전. 팔딱거리는 진짜 물고기로 장식된 모빌. 안아달라며 두팔을 벌리는 수줍은 헝겊인형. 미스터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먼)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는 온갖 진기한 물품으로 가득하다. 물론 이들 장난감이 발휘하는 마법이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언급되는, “10만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참 좋은 집”이라고 외치는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는 종류의 것들이다. 그러나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만큼 볼거리가 많은 마고리엄의 장난감백화점에는, 이상하게도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마저 다리를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움이나 즐거움의 감정이 빠져 있다. 화려하나 생기를 잃은 이곳의 풍경은 영화 전체의 색채를 묘하게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43살에도 여전히 천진한 마고리엄은 어느 날,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구두 가게에서 평생 신기 위해 여러 켤레를 샀다는 구두도 다 닳아 지금 신고 있는 것이 마지막이다. 장
크리스마스용 가족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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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로 봐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남편 벤자민(데이비드 듀코브니)과 아내 한나(릴리 테일러)는 사이가 더없이 좋고, 고등학생인 딸 사만다(올리비아 설비)는 그 시절의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이유없는 약간의 반항심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갑자기 차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랬다. 한나와 사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만다의 영혼은 세상을 뜨고 딸의 몸속으로 한나의 영혼이 들어간다. 사고의 충격에 빠져 있던 벤자민은 불가사의한 빙의 현상에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딸의 육체 안에 들어가 있는 아내, 그 아내와 같이 사는 남편에게는 이런저런 갈등과 헤프닝이 벌어진다.
<더 시크릿>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의 리메이크작이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았고 <크로우2> <여왕 마고>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감독을 겸하고 있는 뱅상 페레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에서 일단 반가운 건, 우리에
초자연 멜로드라마 <더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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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다. 온 가족을 고급아파트에서 부양하면서 주일마다 미사를 드리고 명절마다 할렘의 빈민층에 기부하는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 그리고 마약쟁이 친구에 여색이 심하며 아이를 만날 기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이혼남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 전자는 1970년대 뉴욕의 마약계를 호령했고, 후자는 뉴욕 경찰 대부분이 연루됐던 마약사업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투신했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가족조차 믿지 않는 프랭크와 외모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청렴한 리치의 공통점은 단 하나, 직업의식이다. 흔한 편견을, 역시나 명백한 대조법으로 돌파하는 두 캐릭터의 매력적인 대비가 <아메리칸 갱스터>의 메인 재료라면, 베트남전과 흑인민권운동과 미국식 자본주의 등 들끓던 시대의 어둑한 초상은 최고급 향신료. 전통의 우아함을 강조하는 까다로운 미식가와 스타일과 화려함에 열광하는 신세대를 함께 만족시킬 메뉴다.
사실 이 방면의 대가는 차고 넘친다. 두편의 <
믿음직스런 장르물 <아메리칸 갱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