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슬은 <용의주도 미스신> 촬영 때 짬이 나면 모니터하거나 아니면 감독과 동료들과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런데 권오중 앞에서 내숭을 떠는 장면을 삼청각에서 촬영하던 바로 이날은 좀 이상했다. 기분이 정말 좋았는지 분장 중에 자기 흥에 취해서 눈까지 감고 노래를 불렀다. 현장에서 털털하고 씩씩한 모습이긴 했지만 달밤에 노래 부를 줄은 몰랐다. 손짓을 보면 트로트 같긴 한데 사실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쌀쌀한 늦가을 밤에 하늘하늘한 여름 옷을 입고 연기를 해야 했으니 추위를 달래기 위해서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누구에게 말하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정말 좋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한예슬의 이런 모습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숨은 스틸 찾기] <용의주도 미스신> 분장가창 미스신
-
사람이 죽었는데 슬프기보단 웃기다.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MR. 후아유>는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관이 잘못 배달되는 일을 시작으로 형제 사이엔 돈 문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자친구를 따라 장례식장을 찾은 한 남자는 약을 잘못 먹어 해롱해롱한다. 게다가 죽은 남자의 옛 애인이라고 찾아온 난쟁이 게이는 섹스장면이 찍힌 사진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다. 엎치락뒤치락 인물들의 다사다난한 익살극이 인형극에 성우로 출연했던 프랭크 오즈 감독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목소리, 인형극 <세서미 스트리트>의 목소리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 자기 냄새 물씬 나는 작품으로 완성해낸 <MR. 후아유>를 통해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짐 헨슨과 만나며 쇼의 세계로
프랭크 오즈 감독이 <MR. 후아유>에서 장례식을 배경으로 가져왔을 때 짐 헨슨의 이름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인형극
[알고 봅시다] 프랭크 오즈, 후 아 유?
-
소년을 처음 본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에서였다. 세상의 희망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눈의 그가 부모가 떠난 집안을 지키는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데리고 힘겹게 연명하는 걸 본 관객은 많이 슬퍼했고, 칸영화제는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쥐어주며 격려를 보냈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재목감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 녀석이 많이 컸다. 원래 어른스러웠으니 그건 말할 것도 없고, 명랑하고 씩씩해졌다.
<아무도 모른다>의 성공 이후에 <별이 된 소년>에서는 코끼리와 우정을 나누는 어린 조련사로, <슈가 앤 스파이스-풍미절가>에서는 사와지리 에리카와의 풋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야기라 유야가 이번 영화 <붕대클럽>에서 맡은 ‘디노’라는 역할은 좀 코믹하고 엉뚱하다. <아무도 모른다>의 소년을 연상하면 뜻밖인데 정작 야기라 유야는 “사실 디노는 내 성격과 많이 닮았고 다른 게 있다면
[야기라 유야] 구원의 천사가 된 소년
-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배우. 알 만한 사람들은 2006년 장영남이 김지숙, 서주희 등 쟁쟁한 연극계 선배들에 이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무대에 올린 배우라는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억눌린 여성의 성(性)을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그녀는 5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별도의 분장없이 소리와 제스처만으로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언뜻 왜소해 보이는 체구와 큰 눈망울, 마치 잔잔한 순정만화에서 빠져나온 듯 소녀 같은 이미지의 그녀를 보노라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이 과연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잔뼈가 굵은 장영남은 이미 대학로에서만큼은 빅 스타다. 최근에는 <경숙이, 경숙 아버지> <친정엄마> <멜로드라마>를 차례로 무대에 올렸고, 현재는 “연말연시를 모두 반납하고” <연극열전2>에서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
[장영남] 배우의 덕목을 아는 여자
-
-
(1993년 <슈퍼마리오>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컴퓨터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비평가들은 할리우드의 영감의 샘이 마침내 말라붙었노라 조소를 금치 못했다. 그러나 사실 모든 종류의 그래픽아트는 언제나 영화세계에 영감을 부여해왔고, 그건 ‘망가’(漫畵)가 풍요로운 영화적 소재를 제공해온 아시아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좀더 생각해보자면, 그런 방식의 영화화가 아시아나 할리우드에서만 제한적으로 행해진 것 또한 아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1940년대 처음 등장한 카툰 캐릭터를 토대로 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다. <이상적인 남편>(an Ideal Husband)과 <임포턴스 오브 빙 어니스트>(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같은 문학 각색물로 잘 알려진 올리버 파커와 <스파이스 월드> 같은 팝문화 코미디를 제작한 버나비 톰슨이 공동으로 감독한 <세인트 트리니안>(St. Tr
[외신기자클럽] 덜 섹시하고, 더 멍청하게
-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잊힌 한국의 옛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김기영, 이만희, 정창화, 김수용 감독, 그리고 배우 김승호 등이 이 회고전을 통해 현재의 관객과 멋진 대화를 나눠왔다. 이두용 감독은 진심으로 여기 추가하고 싶은 이름이다. 1981년 <피막>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라는 화두의 원조쯤 되며(같은 해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1983년 <물레야 물레야>는 현재 한국 영화인들에게 어떤 상징과 같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첫 번째 한국영화였다. 1970년대 데뷔 초의 그는 <어느 부부>(1971) 등을 통해 당대의 주류라 할 수 있었던 낡은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싸웠고, <용호대련>(1974)으로 시작된 이른바 태권 액션영화의 놀라운 활력은 홍콩과 일본의 액션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창성을 보여줬
[이두용] “후배 감독들이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
배우 장근석<씨네21> 표지촬영 현장과
영화<기다리가 미쳐>에 관한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들이 직접 내는 돌발퀴즈가 있습니다.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정답은 2007년 1월 13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장근석] 연애 백과사전 <기다리다 미쳐>
-
<황금나침반>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 주말동안 전국 28만3000명을 동원한 <황금나침반>이 전국누적관객 224만16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스크린 수는 전국 400개. 방학시즌이 도래한 만큼 향후 <황금나침반>의 관객동원력은 꾸준할 전망이다. 2위는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이 차지했다. 주말이틀동안 전국에서 19만7317명을 불러모은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은 <나는 전설이다>를 하락시키며 전국누적관객 111만7680명을 기록했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색즉시공 시즌2>가 3위를 차지했다. 수요일 예매순위 집계에서는 5위권 밖에 머물렀지만, 코미디영화의 특성상 현장구매량의 증가에 힘입어 지난 주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5위는 개봉 첫 주를 맞이한 덴젤워싱턴, 러셀크로가 주연한 <
<황금나침반>,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
[정훈이 만화] <헨젤과 그레텔> 남기남 잔혹동화
[정훈이 만화] <헨젤과 그레텔> 남기남 잔혹동화
-
장례식은 좋은 이야깃거리다. 장례식이 아니었으면 모이지 않았을 가족들은 각자의 문제들로 바쁘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국영화 <축제> 속 가족이 그랬고, 장례식은 아니었지만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에서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밀과 드러내지 않는 속내가 이와 닮았으며, <HBO> 시리즈 <식스 핏 언더>의 에피소드에서 매회 반복되는 장례식은 애통하기보다 어색하고 뒤탈이 많았다.
<MR. 후아유>는 장례식 소동극이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애인이라며 난잡한 사진으로 대니얼을 협박하는 난쟁이 피터와 진정제로 잘못 알고 먹은 환각제 때문에 나체로 지붕 위에 오르는 예비 신랑 사이먼의 에피소드가 소동의 중심에 있다. 영국식 주택의 공간과 정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촬영된 영화는 불청객 피터의 존재와 진정제 통 속의 약이 환각제라는 정보를 따라 전개되는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동
알 수 없는 이름, 가족 < MR. 후아유 >
-
사랑은 추신으로밖에 말하지 못할 만큼 용기가 없다. 세실리아 아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P.S 아이 러브 유>는 부끄럽다고, 귀찮다고, 티격태격하느라고 일상의 뒤편으로 미루어놓았던 말 ‘사랑해’가 세상 어떤 말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영화다. 갑작스런 남편 제리(제라드 버틀러)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여자 홀리(힐러리 스왱크)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싸웠던 기억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후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낸다. 그러던 그녀에게 남편의 편지가 도착한다. 죽기 전 제리가 준비해두었던 이 편지들은 며칠에 한통씩 홀리에게 배달되는데 홀리는 이후 편지의 말들을 따라 1년의 세월을 산다. 남편과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사랑하고, 완성할 수 없는 그 사랑의 불완전함을 하소연하며 눈물 흘린다. 영화는 제리의 편지를 따라, 홀리의 후회를 따라 하염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도 길어지면 서서히 짜증이 나는 법. <P
긴 러브레터 < P.S 아이 러브 유 >
-
고교 졸업 뒤엔 대입이 있고, 대입 뒤엔 취업이 있고, 취업 뒤엔 결혼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연한 듯 짊어지고 사는 삶의 굴레는 대개 한 모양이다. <꿀벌대소동>의 첫 시퀀스가 주는 생각은 엉뚱하게도 그런 것이다. 똑같은 옷들이 즐비한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똑같이 생긴 친구들과 모여 졸업식을 치르자마자 일제히 한 기업에 취직해 평생 한 가지 일을 하고 산다는 게 <꿀벌대소동>이 묘사하는 모든 꿀벌의 운명. 배리(제리 세인펠드)는 그런 규격에 맞춘 듯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 영화가 짚어주는 그들의 현실이 묘하게도 우리의 것을 강하게 환기해, 배리의 열망이 쉽게 이해된다.
바깥세상에 나간 배리는 꽃집을 운영하는 여자 바네사(르네 젤위거)와 친구가 된다. 꿀벌이 인간의 말을 하고, 사법제도 등 인간사회의 시스템에 무리없이 합류하며, 그 사실이 다시 사람들에게 별탈없이 수용된다는 이야기의 몇몇 전제는 일종의 엉뚱함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인간이 양봉업으로
유재석의 더빙 연기 도전 <꿀벌대소동>
-
보스니아 수도인 사라예보의 한 마을 그르바비차, 에스마(미르자나 카라노비크)는 12살 난 딸 사라(루나 미조빅)와 함께 살고 있다. 사라는 아버지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전사한 전쟁영웅으로 굳게 믿고 있다. 에스마는 하나뿐인 딸에게 먹이기 위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농어를 사고, 수학여행 경비 200유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주변 여기저기에 손을 내민다. 시내 한 클럽의 웨이트리스로 고되게 일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건 오직 사라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전사자 가족의 경우 수학여행 경비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전사 증명서를 떼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스마는 증명서 발급을 차일피일 미룬다. 화가 난 사라는 엄마에게 대들고, 이윽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르바비차>는 두 모녀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품고 시작하지만 사실 그것을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스니아에서 나고 자란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세르비아군이 저
여성과 평화에 대한 영화의 진정성 <그르바비차>
-
제목을 풀어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1989년 12월22일 오후 12시8분, 당신은 시청 광장에 있었습니까?’ 질문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김일성 정권을 모델삼아 27년간 루마니아를 지배했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에 반대하는 대규모 저항이 벌어졌고, 헬기를 통해 도주하려던 그의 모습이 생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어 독재자의 몰락으로 기록된 그 시점. 혁명이 시작된 서쪽 국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루마니아의 작은 동부 도시에서 당신은 어떤 혁명을 겪었는가.(영화의 영어 제목은 ‘12시8분, 부카레스트의 동쪽’) 이건 무한 변주가 가능한 질문이다. 1980년 5월18일, 1987년 6월10일, 혹은 2002년 그 여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습니까. 사건 위주의 역사 기술이 범하는 숱한 오류가 시작된, 과정과 결과의 연속선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쉽게 간과해버리는 그 질문. 단호하고 유머러스하게 하나의 질문을 파고드는 이 영화는 전세계의 모든 관객이 각자의 역사
동유럽식 유머의 힘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