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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4월21일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18살 소년 할람 포(제이미 벨)는 나무 위 오두막에 틀어박혀 주변 사람들을 훔쳐보며 지낸다. 새어머니 베리티(클레어 포라니)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믿는 할람은 그녀와 다투다 즉흥적으로 관계를 맺은 뒤 집을 나와 무작정 에든버러로 향한다. 우연히 어머니와 꼭 닮은 호텔리어 케이트(소피아 마일즈)를 발견하고 그녀를 따라간 할람은 케이트의 호텔에 일자리를 구한 뒤 호텔 꼭대기 시계탑 뒤편의 다락에 몰래 머무르며 그녀를 훔쳐보기 시작한다.
100자평
<영 아담>, <어사일럼>의 데이빗 맥킨지 감독이 연출을 맡고,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 제이미 벨이 주연을 맡은 <할람 포>는 대단히 잘 만들어진 성장 영화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욕망의 이끌림이 주인공의 운명을 죄의식 가득한 파멸로 치닫게 했던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할람 포>에는 원형적이고 성적이며
제이미 벨의 <할람 포>,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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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서울 전 수도여고
수도여고는 이전했지만, 서울 남영동에는 여전히 수도여고가 남아 있었다. 폐교가 된 채. 그리고 그 안에는 <여고괴담>의 공포 역시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공교육의 폭력성을 공포영화로 풀어낸 <여고괴담>의 영어제목은 ‘속삭이는 복도’(Whispering Corridors)다. 대낮에 홀로 찾은 폐교에는 속삭이는 복도들이 층층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최강희가 쾅쾅쾅 하는 발소리와 함께 다가올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복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여고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을 복도에는 과거의 활기보다는 영화 속 공포감만이 싸늘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모습이 공교육의 실체와 일면 닮아 있는 것 아닐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학교의 모습 역시 폐교의 으스스한 분위기만큼이나 어둡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시작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듯 폐교를 빠져나왔다.
<친절한 금자
사진기자 서지형이 찾은 영화 속 촬영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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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충남 태안군 신두리
누구도 홍상수 감독에게 사랑의 판타지를 기대하지 않지만, 신두리를 찾는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낭만을 기대할 것이다. 내 기억에 바닷가에는 늘 낯선 이성이 있었고, 가끔씩 그들과의 짤막한 연애를 그려보기도 했으니까. 중래(김승우)와 선희(송선미) 역시 바닷가에서 만난 낯선 이성들이었고, 휴가지에서의 연애가 늘 그렇듯 그들의 연애도 결국엔 시시하게 끝이 나버린다. 실제로 신두리는 인파가 북적거리는 여느 해변과 달리 인적이 드물고 식당들도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으로 사라지는 해를 보고 있노라니, 신두리 어딘가에서는 분명 남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몰을 보며 바닷가를 거닐면 낭만보다는 쓸쓸함이 앞선다. 쓸쓸해진 이들은 이성과의 만남에 목마름을 느낄 것이고, 자연히 바닷가에서 스친 낯선 이성에게 수작을 걸게 되지 않을까. 물론 여름도 아니고 휴가철도 아닌 4월 어느 날 이곳을 찾은 낯선 남자에게
사진기자 서지형이 찾은 영화 속 촬영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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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길을 걷다 낯이 익은 곳을 발견한다. 어디에서 봤을까.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그곳의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퇴색되었던 기억은 선명해지고, 현재의 장면은 빛을 발한다. 비단 이미지만이 아니다. 주인공의 귓볼을 스치던 은은한 바람의 감촉, 쏟아지던 빗속에서 비릿하게 퍼져가던 피냄새, 아이를 잃고 낯선 도시의 아스팔트에 쓰러져 흐느끼던 한 여인의 비통함까지…. 영화에서 봤던 명장면을 실제로 조우한다는 것은 시각적 즐거움 이상의 만족을 선사한다.
이렇듯 명장면을 선사한 촬영지를 직접 가보고 싶은 맘이 간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절실한 바람을 안고 사진기자 서지형이 한국영화 속 명장면을 남긴 촬영지를 찾아가보았다. 사진으로 그곳을 만나고 나면 다가오는 주말 그곳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을 게다.
명장면,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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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왕국이 개점을 앞두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약 4개월이다. 개점 준비가 한창인 중국은 지금 날이 갈수록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선진문화를 주입하고자 정부가 강제하는 각종 규제들과 티베트 탄압 등 중국 내 인권문제를 향한 전세계적인 비난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조화의 여정이라 이름붙인 성화 봉송길은 각국에서 벌어진 시위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겠다는 전세계 총리들의 뜻이 연이어 통보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4월15일 영화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이하 <포비든 킹덤>)의 주연배우인 성룡과 이연걸의 기자간담회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아마 중국으로서는 <포비든 킹덤>이 달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림픽을 앞둔 지금, 중국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높일 영화로 안성맞춤이다. <서유기>를 원작으로 한 <포비든 킹덤>은 보스턴의 한 백인 소년이 어느 날 신비로운 힘
중국에서 무술쌍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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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튜브! 인터넷을 서성이다 창 몇칸을 열었더니 열세살 장한나의 워싱턴 케네디센터 공연 실황이 떡하니 뜬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앉은키가 소녀의 정수리 높이와 어슷비슷하다. 하이든 첼로협주곡 다장조의 활주하는 피날레 3악장. 몸통 높이가 소녀의 빗장뼈를 넘나드는 첼로가 어르는 대로 요동치니 행여 넘어질까봐 조마조마한데 웬걸, 장한나는 곡의 9부 능선에 다다르자 지휘자 아저씨를 향해 씨익 미소를 날린다. 칭찬을 바라거나 예우하는 웃음이 아니라, 카우보이가 나란히 말 달리는 동료에게 부는 휘파람 같은 미소였다.
음악 신동은 클래식 음악산업의 주요한 엔진이다. 장한나는 그러나 처음부터 신동과 영재라는 말이 은근히 암시하는 정신적 미숙과 서커스적 기교의 결합과는 거리가 있었다. 꼬마 천재 타이틀을 공유한 중국계 피아니스트 헬렌 황과 런던 바비칸센터에 장한나가 나란히 선 1995년, <인디펜던트>는 장한나의 정체 모를 원숙함과 헬렌 황의 철두철미한 기교를 대비했다. “
[김혜리가 만난 사람] 음악가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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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퀴어시네마의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여성감독 바버라 해머가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제를 방문한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제주도 해녀들과의 닷새를 담은 30분짜리 다큐 <제주도 해녀>를 공개했다. 포스트모던 예술에 깊이 영향을 받아 매우 실험적 성향을 띠는 전작들에 비하면 <제주도 해녀>는 다소곳하고 전통적인 형식의 다큐다. 시작은 여행책자였다. 7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하며 샀던 여행책자에서 해녀에 대한 짧은 단락을 읽고 이를 잊지 못한 그는 결국 제주도를 찾았다. 또래의 서양 할머니와 한국의 제주도 할머니들이 함께한 5일. <제주도 해녀>는 우리에게도 생소한 그녀들의 비릿한 바다 노래로 가득하다. 빨랫줄에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오징어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갯벌마다 스며든 아픈 역사의 기억. 짧은 은발을 한 색목인 할머니의 카메라가 낯설었는지 <제주도 해녀&
[바버라 해머] “잊혀지는 여성의 역사를 찾아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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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시네마천국>을 만들었다. 2007년에는 인터뷰집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을 번역했다. 그리고 2008년 3부작 다큐멘터리 <성장통>을 완성했다. EBS 김현우 PD의 다큐멘터리 입봉작이다. 근근이 이어왔던 영화와의 인연 때문일까, 인적 드문 길을 엿보는 눈썰미가 꽤나 당차다. 내레이션이나 설명 크레딧을 배제한 채 인터뷰와 인터뷰이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자막만으로 이루어진 영상에세이 형식이 남다르고, 중학교 1학년생부터 91살 노파까지 총 90명을 넉달에 걸쳐 인터뷰하여 얻어낸 30분짜리 테이프 600개는 묵직하다.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성장한다. 개인의 아픔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김현우 PD가 내내 되뇌었다는 <성장통>의 주제는 또 어떤가. 인생과 사회를 돌아본다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의 속내는 그러나 담담한 진심과 세심한 배려가 촘촘히 얽혀 따스하다. 1부 <만남>은 20대 후
[김현우] 3일간 잔잔한 다큐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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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장기는 두 가지다. 첫째, 중급 이상의 건실한 스릴러 연출하기. 출세작 <프라이멀 피어>부터 <프리퀀시> <다크엔젤> <하트의 전쟁>을 거쳐 <킬위드미>에 이르기까지 그는 스릴러 장르에서 꾸준히 안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왔다. 두 번째 장기. 그는 새로운 젊은 배우를 발굴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콜린 패럴, 라이언 고슬링, 짐 카비젤, 에드워드 노튼이 모두 호블릿의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됐다. 인터넷 살인마를 다루는 <킬위드미> 역시 눈여겨볼 신인이 등장하는 스릴러영화라는 점에서 호블릿의 전작들과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와 서면인터뷰를 했다.
-대본의 어떤 요소에 끌려서 연출하게 됐나.
=‘디즈니’답다거나 풋볼 결승전 따위를 다루는 착한 영화에는 모든 게 평화롭게 끝나는 해피엔딩이 필요하다. 케빈 코스트너의 영화 <꿈의 구장>에서 내레이터가 말하지 않는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
[그레고리 호블릿] “난 30년간 다이앤 레인의 광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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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페이스(myspace.com)의 CEO 크리스 드월프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15일부터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는 한글판 마이스페이스(kr.myspace.com)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마이스페이스가 뭐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세계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적 싸이월드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유대에만 초점이 맞춰진 싸이월드와는 조금 다르다. 가입자들은 직접 제작한 음악이나 동영상을 수많은 네티즌에게 홍보하는 장소로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씨네21>이 크리스 드월프를 만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마이스페이스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독립영화인이나 뮤지션들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시장에 마이스페이스 서비스를 개시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장이다. 일단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우리에게 한국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광고시장이라는 건 중요하다. 인터넷
[크리스 드월프] “한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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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아이언맨>을 차별화하고 싶었나.
=토니 스탁이라는 주인공 자체가 그리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는 학교에서 왕따라 관객이 감정을 쉽게 이입할 수 있고, 다른 히어로들도 원래부터 영웅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토니 스탁은 아이언맨으로 변화하기 전까지는 버릇없는 애처럼 구는 남자다. 그러나 자신을 재창조하면서 점점 마음을 바꾸어나간다. 철갑 슈트를 만드는 게 바로 그것의 메타포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마블 코믹스계에서는 드물게 슈퍼파워가 없는 히어로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히어로로 창조한 남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슈퍼히어로 역에 아주 잘 들어맞는 배우는 아니다. 그가 첫 번째 선택이었나.
=물론 그가 첫 번째 선택이었다. 대신 마블 코믹스쪽을 설득하기가 꽤 어려웠다. 그들은 좀더 젊고 슈퍼히어로처럼 생긴, 더불어 다우니 같은 과거사가 없는 배우를 원했다. 그러나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존 파브로] “정치와 오락의 균형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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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슈퍼볼 개막식에 참석한 것 같다.” 존 파브로 감독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4월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에 첫인사를 건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현대적인 도시가 인상적”이라는 짧은 소감을, 존 파브로 감독은 <아이언맨>이 4월30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을 들어 “한국이 할리우드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보이 공연, 레이저 쇼 등 떠들썩하게 진행됐던 기자회견이 막을 내린 뒤, 직접 감독과 배우를 만날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 관객에겐 시트콤 <프렌즈>를 통해서도 익숙한 배우이자 <엘프> <자투라: 스페이스 어드벤쳐>의 연출자인 존 파브로 감독, 약물중독으로 탈 많던 과거를 청산하고 마흔넷의 나이에 돌연 슈퍼히어로로 변신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나 <아이언맨>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블록버스터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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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유흥이며 시체는 장난감이다. 가장 교묘하게 살인한 자 혹은 가장 영민하게 사인을 밝혀내는 자가 승리하는 <패솔로지>의 잔혹한 경주에서 선두에 선 것은 발군의 능력을 음습한 게임에 남용하는 의사 테드. <히어로즈>에서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선량한 청년, 마일로 벤티밀리아가 냉혈한으로 돌아왔다. 모든 능력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영웅임에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갈등하던 <히어로즈>의 여린 가슴, 피터 페트렐리가 깊게 각인되어 있을 관객에겐 생경한 동시에 그만큼이나 신선한 발견이다. <스타워즈>를 보러 극장을 찾던 어린 시절 “이십세기 폭스 로고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느꼈던 떨림을 잊을 수 없어” 연기를 택했다는 벤티밀리아는 차근차근 모범적으로 스타의 길에 들어선 배우다. UCLA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단 한줄의 대사를 받은 TV시리즈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의 단역으로 입문해 특유의 “성실함”으로 영토를 넓혔다.
[마일로 벤티밀리아] 지극히 모범적인, 할리우드의 희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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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과 짜고 고스톱을 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1998년 데인저 마우스(본명 브라이언 버튼)가 알반과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 ‘고릴라즈’. 그들이 만들어낸 (그것은 록도 힙합도 일렉트로니카도 덥도 아니었지만 편의상 용어를 정하자면) 얼터힙합 사운드를 접하는 순간 눈앞에서 번개를 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스튜디오 앨범이라곤 ≪Tomorrow Comes Today≫를 포함해 고작 3개에 불과했지만 알반과 데인저 마우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재치만점 21세기 하이브리드의 극치였다.
2006년. 미국 팝신에 날스 바클리라는 또 하나의 괴물이 등장했다. 그것은 데인저 마우스와 토머스 캘러웨이의 프로젝트 듀오. 토머스 캘러웨이는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한 힙합그룹 구디 몹(Goodie Mob) 출신이다. 현재 미국 남부 랩의 주류 장르인 ‘더티 사우스’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그룹이기도 한데, 그 더러운 입으로 데인저 마우스와 함께한 날스 바클리의 1집 ≪St. Els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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