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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죽여서 얻는 게 뭐죠?”_<데스워치> │ DVD 출시
<GP506>의 한핏줄 영화라고 부름직하다. 1차 세계대전 중 폐허가 된 독일군의 참호를 발견한 영국군 중대가 그 안에서 점차 미쳐가며 서로를 죽인다는 내용의 공포영화. 나이를 속이고 입대한 젊은 병사로 등장하는 벨은 동료들에게 연약한 낙오자 취급을 받지만, 결국 모두가 미쳐가는 가운데에서도 칼부림의 광기에 휘말리지 않는 인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참혹한 도살장. 이미 그곳에서 소년의 앳된 얼굴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 아빠도 나보고 미쳤다고 말하는걸.”_<춤스크러버>
<아메리칸 뷰티>보다 7℃ 정도는 더 싸늘한, 미국 중산층에 대한 냉소와 성장영화의 형식을 기묘하게 반죽해놓은 작품. 가전제품 광고처럼 모두가 멋들어진 집에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교외의 한 마을. 부모들이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동안, 아이들은 로커룸 앞에서 마약을 나누며 그들만의
놓치면 아쉬울 제이미 벨의 미개봉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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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와 닮은꼴의 유년기
제이미 벨의 유년기는 <빌리 엘리어트>와 묘하게도 닮은꼴이었다. 벨의 어머니는 열여섯의 나이에 그를 임신했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를 떠났다. “60년대에 발전이 정지되어버린 듯한” 영국의 변두리 시골 마을에서 홀어머니의 손에 자라난 벨은 빌리처럼 허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소년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축복”이 있었다면, 그건 춤에 매혹된 집안이었다. 댄서 출신의 할머니, 이모, 어머니를 둔 벨은 동네 소녀들의 춤 수업을 흘끗거리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큰 소리를 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토슈즈를 바지 속에 숨긴 채 발레를 배우러 다녔다. 그리고 1999년, 2000 대 1의 경쟁을 제치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낙점을 받은 소년은 영화가 개봉한 이듬해 감히 상상치도 못했을 압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를 제치고 BAFTA(영국 아카데미: British
<빌리 엘리어트>에서 8년 뒤, <할람 포>의 배우 제이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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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년을 기억한다. 작은 뼈마디가 금세라도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릴 것처럼 온몸을 뒤흔들고 중력을 거부하듯 세차게 날아오르던 소년, 빌리 엘리어트. 열망과 두려움, 환희와 울분을 격정적인 몸짓에 응집해 폭죽처럼 터뜨렸던 열네살의 제이미 벨은 2000년 스크린이 발견한 영롱한 보석이었다. 그리고 2008년. 어느덧 20대에 들어선 벨은 <빌리 엘리어트> 이후 처음으로 고향땅 영국으로 날아가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마찬가지로 영화의 제목이 곧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할람 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나무 위 오두막에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할람은 어머니의 드레스를 걸치고 립스틱을 바른 채 망원경으로 세상을 훔쳐본다. 새어머니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부글대는 호기심과 성적 열망으로 관계를 맺는가 하면, 고향에서 도망쳐나와 머무르게 된 런던에서는 시계탑 뒤편의 다락에 몰래 기거하며 어머니와 꼭 닮은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본다. 찬란한 희열로 허공을
[제이미 벨] 빌리, 이젠 어른이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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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계상은 예상 밖이다. 낯 가리지 않는 서글함, 툭하면 눈썹을 씰룩거리는 요상한 표정, 말을 거르지 않는 솔직한 태도. 하긴 영화들도 그랬다. 희망이 엇나간 청춘의 <발레교습소>, 오랜 연애의 구질함들이 들춰지는 <6년째 연애중>, 바닥까지 한심한 호스트 인생 <비스티 보이즈>. 단순하고 밝은 삶은 그 주위에 없었다. 직선적인 영웅물보다 흐트러진 사람 이야기가 좋다는 올해 만 서른의 늦깎이 연기자. 그렇지만 충무로의 신선한 얼굴. 그리고 범상찮은 연기력의 동갑내기 배우 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힘. 2006년 군 제대 뒤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는, 단연 주목할 만한 젊은 배우 중 하나다.
-기자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고 했는데, 어땠나.
=영화로선 괜찮았고, 배우로선 좀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는데 편집된 부분들이 있어서. 지원(윤진서)과의 이야기들이 많이 잘렸더라. 그래서 승우가 왜 지원에게
[윤계상]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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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4월22일 4시30분
장소 스폰지하우스 명동
이 영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16여년의 시간을 담는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소녀 마르잔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좇는다. 부유하고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자유롭게 자란 마르잔은 이소룡과 마이클 잭슨을 숭배하고 감자튀김을 사랑하는 소녀다. 하지만 독재 왕정을 몰아내고자 했던 혁명의 이상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교체되고, 이라크의 침공으로 나라가 전화에 휩싸이면서 마르잔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2007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100자평
매혹적이다. <페르세폴리스>는 뽐내듯이 최첨단의 기법을 동원해 밋밋한 교훈을 전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정반대로, 2차원의 흑백이라는 소박한 그릇에 복잡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 선사한다. 한국관객들에겐 생소하고 난해할 이란의 현대사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순간들로 생생하
차도르 쓴 펑크 소녀 <페르세폴리스> 언론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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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미>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며 형무소에서 백악관까지 간
라디오의 대통령 '피티그린'을 그린 영화로
1970년대 미국사회와 그 속에서 변혁기를 맞고 있는
흑인사회를 함께 엿볼 수 있는 영화로
오는 5월 1일날 개봉 할 예정이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를 클릭해주세요
[개봉작 NEW] <톡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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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재현 지수 ★★★★
라디오 다시듣기 희망 지수 ★★★☆
백인 출연 지수 ★
라디오 방송국 WOL의 PD 듀이(치웨텔 에지오포)는 교도소에 수감된 형의 면회장에서 우연히 교도소 최고의 인기 DJ 피티(돈 치들)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피티는 석방 뒤 막무가내로 듀이를 찾아가 라디오 DJ를 시켜달라며 방송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마침 새로운 DJ를 물색하던 듀이는 방송국장 손더링(마틴 신)까지 속이고 피티에게 기회를 준다. 문까지 꼭 걸어 잠근 채 방송을 시작한 피티는 울렁증에 시달리고 과격한 언사로 손더링을 괴롭게 하지만, 밀려오는 청취자들의 전화 연결 요구에 손더링은 피티의 DJ 자리를 보장한다. 지나치리만큼 솔직담백한 피티의 입담은 점점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며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고, 듀이의 꿈이었던 TV 토크쇼 출연까지 이루어진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국 마이크에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피티가 방송 사고를 내면서 둘은 갈라서고 만다.
<톡투미>는 &l
흑인영화의 유구한 전통 <톡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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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의 정력지수 ★★★
에로 마니아들의 반가움 지수 ★★★★
아낙네들의 육덕스러움 지수 ★★
아낙네의 음기가 천지를 호령하는 어느 마을이 <가루지기>의 무대다. 떡장수 변강쇠(봉태규)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마을사내들 중에서도 제일 가는 부실남. 속된 말로 “껍땅만 남자일 뿐 속 빈 강정”이다. 과부할멈(윤여정)에게 동정을 뺏기는가 하면, 여러 아낙네들에게 물건을 희롱당하며 하루하루를 굴욕으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마을로 흘러들어온 달갱(김신아)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지만 고자나 다름없는 강쇠에게 사랑은 언감생심 꿈꾸기 힘든 그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쇠는 우연히 만난 백발도사(송재호)에게 비책을 얻고 그의 도움으로 ‘힘세고 오래가는’ 마을 제일의 사내로 거듭난다. 오줌줄기로 산불을 진압하고, 힘센 절구질로 아낙네들의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그를 아낙네들이 가만둘 리 없는 건 당연한 일. 강쇠의 몸부림에 신음으로 화답하던 아낙네들은 저마다 선물을 싸들고 그의 집에 줄
21세기판 변강쇠전 <가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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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관찰력 지수 ★★★★
내러티브 밀도 지수 ★★
감독과 배우(특히 하정우)의 호흡 지수 ★★★★
삶이 이처럼 쉬워도 되는 걸까. 골프 연습장이며 고급 헬스클럽을 오가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승우(윤계상)는 청담동의 잘나가는 호스트다. 그에게 쿨하게 연애를 걸어오는 지원(윤진서) 역시 그와 동종업계 종사자인데 알고 보니 월세 350만원짜리 집을 감당할 만큼 잘나가는 몸이다. 승우의 누나와 동거 중인 또 다른 호스트 재현(하정우)은 당장 내일의 생활비도 없는 몸이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 일보 직전이다.
삶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 걸까. 한순간에 망해버린 집안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승우는 잠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할 정도로 아끼는 여자친구를 한시도 믿지 못한다. 언제나 당당한 지원은 앞날을 향한 가늠에 누구보다 능함에도 불구하고 어제까지 한 침대를 썼던 이의 믿음 하나를 얻지 못해 대낮에 대로변에서 무참히 맞는다. 천냥 빚에 발목 잡힌 재현은 당장 오
돈이라는 이름의 욕망에 눈이 먼 이들 <비스티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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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수 ★★★★
유머지수 ★★
모험지수 ★★★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치가의 아들은 다시 정치가가 되고, 거대 기업 사장의 아들은 다시 거대 기업을 이끈다. 아오야마 고쇼의 만화를 원작으로 1996년부터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중 6번째 작품인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기술은 발달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한 삶을 추구하고 그렇게 변한 삶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든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5년이 걸릴 성장을 1년 안에 가능하게 하는 기술도 발명되지만 이는 모두 특권층을 위한 신기술일 뿐이다.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은 점점 더 악화되는 일본사회를 소년 탐정단의 힘으로 바꿔가는 모험을 그린다. 최첨단 게임인 코쿤 체험 행사에 참여하게 된 코난과 장미, 미란 등은 가상의 19세기 런던으로 가 영국의 살인마 잭 더 리퍼와
흥미진진한 모험극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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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지수 ★★★☆
불륜지수 ★★★★☆
몰입지수 ★★★☆
헝클어진 성장기를 그린 영화 <할람포>는 내면의 순수가 환멸의 현실을 겪고 엉클어지는 성장영화의 문법을 순순히 따르는 법이 없다. 관능과 금기를 가로지르지만 소년은 결코 저 검은 욕망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담백한 순수 청년으로 남아 있지도 않다. 그의 이름이 할람 포다. 로맨스와 치정, 음모와 진심, 여유로운 향유와 고통이 뒤섞인 소년의 성장기는 복잡한 증명문제처럼 도통 다음 해법이 예측되지 않는다.
할람(제이미 벨)의 유일한 취미는 건축가인 아버지가 지어준 높은 나무집에 올라가 사람들의 은밀한 생활을 엿보는 것. 이 17살의 피핑톰은 새엄마가 자신의 죽은 엄마를 살해했다고 믿으며 그 음모를 파헤친다. 새엄마와 싸우다 예기치 않게 그녀와 첫 섹스를 하게 된 할람은 충격과 모멸감에 집을 떠나 무작정 에든버러로 향한다. 나무 타던 실력으로 에든버러의 높은 빌딩들의 능선을 여유롭게 타고 다니던
헝클어진 성장기를 그린 영화 <할람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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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지수 ★★★
비극지수 ★★★
리비도지수 ★★★★
왜소한 체격의 키 작은 청년 디떼는 시골 식당의 웨이터다. 그는 식당을 찾는 부자 노인들을 관찰하며 ‘부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혹은 돈의 습성에 대해 생각한다. 때마침 지폐로 카펫을 만들 정도의 돈을 번 어느 상인이 ‘무엇을 사고 어디에다 팔지 알아야 돈을 번다’고 설파하는 모습에 매혹된 디떼는 인생의 목표를 백만장자에 두기 시작한다. 그는 한 일터에서의 배움이 무르익고 자신의 운이 다했음을 느낄 때마다 좀더 큰물로 옮긴다. 그때마다 그의 곁에는 새로운 여자가 생기고 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생긴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디떼.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직급을 승격시키는 기술 또한 늘어간다. 하지만 어느덧 히틀러의 시대가 도래하고, 이 체코 청년은 시대의 급물살을 타는 법 또한 익히게 된다.
<가까이서 본 기차> <줄 위의 종달새> <거지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체코
인생사를 통해 본 격변의 시대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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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호감 지수 ★★★
교훈 지수 ★★★☆
성인관객 재미지수 ★★☆
<호튼>은 너무 작아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세계의 ‘천재지변’으로 시작한다. 둥근 이슬 한 방울이 풀잎에 미끄럼을 타더니 솔방울을 굴리고 그 솔방울이 민들레 군락을 들이받는다. 예민한 꽃들은 와글와글 홀씨를 공중에 흩뿌리고, 그중 먼지 한톨이 샤워 중이던 코끼리 호튼(짐 캐리/차태현)에게 날아간다. 구해달라는 가냘픈 비명의 출처가 먼지임을 발견한 호튼은 그 안에 사는 조그만 사람들을 보호하겠다고 결심한다. “아무리 작아도 사람은 다 사람”이라는 호튼의 대사는 이 이야기의 씨앗이자 열매다. 연통을 통해 우연히 호튼과 인사를 나눈 ‘누군가 마을’의 시장(스티브 카렐/유세윤)은 덩치 큰 새 친구에게서 마을을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약조를 받는다. 하지만 티끌을 애지중지하는 호튼을 정글의 이웃들은 미친 코끼리 취급한다. 평소 호튼이 아이들의 교사 노릇을 하는 걸 못마땅해하던 극성 엄마 캥거루(캐롤 버넷/최수민
이질적 존재와 공존할 필요 <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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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1주일 단위로 쓰는 <씨네21>에선 계절 감각도 남다르게 느끼게 된다. 4월 창간기념호를 만들다보면 봄이 이렇게 가는구나 싶고, <아이언맨> <스피드 레이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등 할리우드 대작이 몰려오면 벌써 여름이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신호는 영화제를 통해서도 확인한다. 여성영화제가 봄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전주영화제는 늦봄과 초여름이 교차하는 표지판 같고 부천영화제로 여름을 보내고 나면 가을은 부산영화제와 함께 찾아온다. 여성영화제가 끝나고 창간기념호도 만들어놓고 전주영화제를 기다리는 지금은 오랜만에 주위 풍경에 눈길을 돌리는 시기다. 벚꽃이 언제 피었다 졌는지 몰랐는데 나무들의 연둣빛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계절이 왔다. 전주영화제가 살랑살랑 유혹하는 것 같다.
전주영화제는 <씨네21>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영화제다. 올해도 몇몇 기자들이 나를 전주에 보내달라고 편집장
[편집장이 독자에게] 전주영화제의 유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