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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말 걸기. 9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의 목표다. 올해 들어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되는 이벤트가 부쩍 늘어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벤트 기획을 맡은 김상미씨는 "이전의 공연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관객을 맞았다면, 올해는 이벤트의 공간을 영화의 거리 전체로 넓히면서 축제를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뿐만 아니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영화제의 일원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그렇게 기획된 행사가 바로 '퍼레이드'와 '낭독 이벤트-말 거는 책'이다. 오감으로 즐기는 '퍼레이드'의 첫 테이프는 3일 오후 4시 유쾌한 록큰롤 밴드 오브라더스가 끊는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춤추며 커플 댄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즉석에서 트위스트 콘테스트를 연다. 5일 오후 4시 곱게 차려입은 신랑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행진하는 전통혼례 퍼레이드는 또 다른 볼거리. 예술가들의 사려 깊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낭독 이벤트는 홍대의 젊은 예술가 집단 프로젝트
넉넉하고 친절한 전주영화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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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카락스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퐁네프의 연인들>)이 <캡틴 에이헙>의 주연으로 전주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시네마스케이프’ 상영작 <엠 M>의 니콜라스 프리비데라 감독의 GV도 추가됐다. 반면 예정됐던 만남이 취소된 게스트도 있다. <하늘, 땅 그리고 비>의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 감독, <스트리츠>의 주연배우 이네사 키슬로바 등은 개인사정으로 방문이 취소됐다. 이밖의 행사일정과 게스트의 변동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V 일정 변동, 꼬박꼬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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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36시간이죠. 30시간 일하고 6시간 쉬면 하루가 갑니다.” 프로그램팀 박혜진 씨의 일상이다. 그렇게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었다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런데 이처럼 '혹독한'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프린트 수급을 맡아 190편이 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작품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갔다. “필름 통관시키고, 상영 준비하고, 상영 끝나면 잘 포장해서 다시 돌려보내고…. 짧은 시간에 큰일을 하자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도 축제가 끝나면 준비했던 과정이 생각나면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스탭들도 앞으로 정말 하지 말자고 얘기하다가 그 다음 해가 되면 다시 모이고.(웃음)”
올해는 지난해의 업무에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의 제작과 배급이 추가됐다. 감독들이 주목받는 섹션인 만큼 이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몇 달 전 차드에 내전이 일어났을 때 디지털 삼인삼색 중 한명인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차드에서
“내전이 진행 중인 나라 영화도 끝까지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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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는 한 해 독립영화의 흐름을 발빠르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관객평론가상을 수상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인상깊게 봤는데 올해는 내 손으로 직접 최고의 작품을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요. 지난해 전주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Seoul Station> <Tower Crane>을 만들었던 서원태 감독의 신작 <Synching Blue> 등이 개인적인 기대작입니다.” 야무진 포부의 주인공은 이도훈씨. 한국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영화의 흐름’ 섹션 상영작 10편을 감상하고, 감독 인터뷰까지 진행한 뒤 관객평론가상 수상작을 결정하게 될 4인 중 한명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등에서 관객심사단으로 활동한 경력의 오은정씨, 지난 2005년 1박2일 동안 영화 세편만 보고 돌아갔던 전주영화제의 아쉬운 기억을 지워버릴만큼 영화제를 한껏 즐기는 것이 목표중 하나인 장병호씨, 그
“독립영화와 관객을 잇는 가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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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즈의 9시간짜리 영화 <엔칸토에서의 죽음>이 전주 매그넘 영화 사진전 특별 전시관에서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매일 한 차례씩 오전 11시에 상영을 시작한다. 당초에는 영문자막만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한글 자막이 추가됨으로써 관객의 편의를 훨씬 돕게 됐다. 한편, 6일과 7일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지하 소극장에서도 하루 씩 특별상영할 예정이다. 역시 한글과 영문 자막이 제공된다. <엔칸토에서의 죽음>은 필리핀의 숨은 거장 라브 디아즈의 신작이며 쓰나미로 폐허가 된 고향을 찾아온 한 시인과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자세한 내용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참조(www.jiff.or.kr)
<엔칸토에서의 죽음> 한글 자막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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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설치된 루미나리에가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영화제를 빛내는 루미나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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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 참석할 게스트 명단이 발표됐다.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영화 단체, 국제영화제 관련인사들과 봉준호, 이대근, 이명세, 이장호, 이현승, 임권택 등 감독 및 원로 배우들이 참석한다. <밀양>의 여주인공 전도연과 국제경쟁 심사위원을 맡은 엄지원을 비롯하여 폐막식 사회를 맡게 될 류수영, 오승현등 영화제를 빛낼 배우들도 자리를 빛낸다. 한편, 나카무라 토오루, 에이코 코이케, 아볼파즐 잘릴리, 크리스 후지와라, 데프네 귀르소이, 제이 후버트 등 해외 배우 및 심사위원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외 게스트 명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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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예년과 동일하게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7시에 열린다. 어쿠스틱 그룹 이바디의 개막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송하진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개막 인사, 각 섹션별 심사위원과 홍보대사 김재욱, 김성은의 소개 등이 있을 예정이다. 1시간 여 진행될 개막식의 사회는 안성기와 최정원이 본다. 개막식이 끝난 직후에는 개막작인 만다 쿠니토시의 <입맞춤> 상영이 있을 예정이다. 개막식 및 개막작 상영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간의 영화 축제에 돌입한다.
개막식,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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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이미지들을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딩했을 때, 그 이미지들이 위치하는 곳은 어디일까. 2008 대안공간 루프 신진작가 공모전 당선으로 개인전을 열게 된 정흥섭 작가는 온/오프 공간, 그리고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에 대한 의문에서 고찰을 시작했다. 먼저 작가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해 이를 A4 용지로 출력하였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해진 이 이미지들은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3차원 아닌 3차원’에서 현실 세계의 2차원으로 환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출력된 종이를 손으로 뜯고, 뭉치고, 붙여서 온라인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3차원적인 조형물을 만든다. 온/오프 공간에 대한 고민은 이렇듯 시각적 체계에 대한 물음으로도 이어지는데, 그는 일상 속의 물건들을 이용해 다시금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을 확장해 나간다. 책상 위, 신발이 놓인 현관, 주방의 선반 등의 공간을 잡은 사진 속에서 우리는 흰색 물감이 칠해진 물건에 다시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
[전시] 온라인 이미지의 새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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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타이프에 대해서는 지난 몇년간 좀 애증을 갖고 있었다. 저평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좀 재미없었던 ≪Around the Sun≫ 이후 이 남자가 뭘 하고 있었느냐. 그는 이러저러한 패션쇼의 제일 앞줄에 앉아 나이 어린 스타들이랑 담소를 하는 것으로 소일했고, 영화 프로듀서로서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값비싼 식사를 하러 다녔고, 마크 제이콥스의 신상 캠페인 모델을 했다. 그러나 얼터너티브 록의 선구자가 얼터너티브 패셔니스타가 됐노라 푸념하는 사이 R. E. M의 14번째 앨범 ≪Accelerate≫가 등장했다. 이번 앨범은 확실히 지난 몇년간 R. E. M이 들려준 사운드와 다르다. 초창기의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복귀했다는 뜻이다. U2와 카사비앙 같은 밴드와 동업한 프로듀서 잭나이프 리의 입김이 강렬해진 덕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오버 프로듀싱이 철저하게 배재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아주 짧고 세다. 앨범 전체가 34분밖에 안 된다.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아쉬워서 아
초창기 얼터너티브 사운드로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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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야. 이 순간은 바로 천지가 창조되는 순간. 환상이 시작되는 순간.” 공연의 시작을 앞에 두고 세 광대가 말다툼을 벌인다. 전쟁, 예술, 사랑의 화신인 그들은 자신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연의 소재로 선택하려 하지만 무대 막이 오르자 어쩔 수 없이 세 가지가 모두 들어간 이야기를 펼쳐낸다. 세 광대가 선사하는 동화의 주인공은, 음악가 한스. 전쟁이 발발하자 피아노를 치던 손으로 총을 잡은 그는 부상을 입고 홀로 남겨진다. 길을 헤매다 우연히 적군과 마주친 그는 반사적으로 총을 겨누지만 외로움은 이들 사이에도 우정을 이끌어내 두 남자는 나란히 앉아 서로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여기가 어느 한적한 도시의 작은 카페라고 상상해보는 건 어때?” 적군의 이야기 속 춤추는 여인 마리. 적군의 여동생이라는 그녀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그 눈부신 광경에 한스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전쟁이 숨을 조여올지라도 예술과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환상동
세 광대가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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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만화 수용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유럽은 여전히 우리에게 만화 변방이나 다름없다. 일본 ‘망가’에 길들여져 유럽 만화의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자들의 편식증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기준을 한참 뛰어넘는 선정적인 표현도 유럽 만화가 소개되지 못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서서히 불고 있는 유럽 만화의 출간 붐은 균형있는 만화섭식을 위한 반가운 소식이다. 세기의 모험가 ‘코르테 말테제’ 시리즈로 유명한 위고 프라트가 글을 쓰고 에로틱 만화의 거장 밀로 마나라가 그림을 그린 <인디안 서머>는 적당히 야하면서도 유럽, 특히 이탈리아 만화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 유럽 만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특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 밀로 마나라의 에로티시즘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인디안 서머>가 밀로 마나라의 작품 중 가장 점잖은(?) 작품이라니 아쉬울 따름. 혹 말초적인 자극만 가득하리라 예단하는 독자들이 있을
이탈리아 아트 카툰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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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으로 ‘미학’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저자가 이번에는 강의안을 토대로 서양미술사를 개관했다. 단호하고 투명한 글투는 여전하고, 잔잔한 시야에 이미지부터 냅다 던져 논의에 시동을 거는 화법도 변함없다. <서양미술사I>은 걸작들의 면면을 시대순으로 열거하고 예술제도의 변화를 부언하는 양식사를 배제한다. “피상적 사실의 홍수”로 독자를 헛배 불리기 싫어서다. 물론 겉보기에 이 책은 고대부터 모더니즘까지 차근히 순차 편집된 통사다. 그러나 내용은 형태와 색채, 투시법 등의 조형 원리와 역사적 헤게모니를 번갈아 장악한 이질적 예술 충동에 대한 해명이다. 저자는 각 장의 화두와 관점을 과거 연구자들로부터 빌려왔는데 이는 <서양미술사I>을 미술에 관한 책인 동시에 미술사관(史觀)의 역사로 읽게 한다. 예컨대 파노프스키는 비례론과 원근법, 아순토는 중세인의 미감을, 알베르티는 <회화론>을 ‘제공’
동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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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의 가장 도발적이며 아름다운 재해석.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영국의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한국을 비롯한 33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신화총서>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사고>로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스코틀랜드 작가 알리 스미스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이피스 신화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소녀를 사랑한 소녀가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소년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이피스 신화는 <소녀, 소년을 만나다>에서 영국의 레즈비언 커플, 앤시아와 로빈에게 투영된다. 실제 레즈비언으로 반려자인 새라 우드와 20년간 함께 살아온 알리 스미스는 성적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일상적 억압들을 꼬집는 한편, 스코틀랜드 지역의 민간 신화와 설화를 접목해 신비롭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 너, 우리, 그들로 이어지는 시선의 교차는 사려 깊고, 고대 신화를 현대인의 삶속에
심장을 떨리게 할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