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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의 마스터키. 키보드 맨 왼쪽 위에 위치한 [Esc] 버튼은 영어단어 Escape(도망, 탈출, 벗어나기)의 줄임말이다. 한겨레 매거진 <Esc>의 콘텐츠를 엮어 만든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은 유난하지 않게, 그러나 특별하게 놀기를 권하는 책이다. 트렌디한 카페나 클럽을 즐기라는 뻔한 제안이 아니다. 재미없인 못산다는 <Esc> 필자들이 까다로운 감각의 체로 걸러낸 실용정보의 정수다. 일상에서 재미찾기가 이 책의 골자인 만큼 소재도 일상적이다. 공항, 테마파크, 동물원, 홍대 앞, 레지던스, 파티, 문방구, 노트북, 부엌, ‘세컨드 라이프’, 속옷, 카메라, 와인 등.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코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방법 7가지와 일상 속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방법 7가지가 차례로 펼쳐진다. 공항에서 잠자기, 세계의 폭탄주 만들기, 안전운전을 위한 수칙,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제과제빵 용어사전 등은 14가지 제안에 따라오
특별하게 놀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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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외우기 힘들었던 것들은 멜로디나 장단을 넣어서, 또는 노래에 담아 외운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잘 외워졌다. 광고도 다르지 않다. “브랜드를 잘 기억하도록 노래로 만들어라!”
장동건이 빈 욕조에 몸을 담그고 노래를 부른다. 천하태평 긍정적인 인생관을 담고 있어 더 매력적인 이 CM송, 일명 ‘되고송’ 은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패러디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리더십을 노리고 TV에만 월 70억원이라는 업계 최고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이슈를 만들었던 KTF ‘쇼’에 비해 모호하고 어려웠던 SK텔레콤의 T가 이번 광고로 일단 쉽고 편해졌다. 광고가 히트했는지의 바로미터는 ‘패러디가 활발히 되느냐’인데 그런 점에서 T의 이번 광고는 확실히 떴다.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광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면서 흐르는 BGM(Back ground music), 광고 끝부분에 노출되는 브랜드명에 멜로디를 넣어 쉽게 기억시키는 징글(
[CF 스토리] 노래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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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이 더 뜨거워진다. KBS2 <미녀들의 수다>와 MBC <놀러와>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SBS <더 스타쇼>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4월28일 첫 방송되는 <더 스타쇼>는 최수종과 박수홍이 호흡을 맞춰 다양한 영역의 스타들을 만나는 토크쇼. 최수종은 SBS <최수종 쇼> 이후 4년 만에 토크쇼 진행자로 나선다. <더 스타쇼>는 정통 토크쇼다운 면모로 신변잡기식이 아닌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초대손님들도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스타들을 초대한다. 첫회 손님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인 심형래에 이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축구선수 박지성, 가수 보아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끼 많은 공처가’ 최수종이 ‘국민 MC’ 유재석, ‘미녀들의 오빠’ 남희석을 상대로 얼마만큼 시청점유율을 뽑아낼 수 있을까? 승부 결과는 화요일 오전 인터넷 뉴스로 확인하시라!
[이주의 추천프로] 최수종, 도전장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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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시티>의 폐지에 앞서 슬며시 사라진 드라마 장르가 있다. 바로 청소년 드라마다. 지난해 KBS2 <최강 울엄마>와 SBS <달려라 고등어>를 끝으로 청소년 드라마는 맥이 끊겼다. 드라마의 성격과 방송시간대에 견주어 시청 타깃층이 모호하고,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였다. 청소년 드라마는 표면적으로 고아라, 하지원 등 신인 연기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지만 내용적으로도 가치가 충분했다. 가출·왕따·자살·동성애 등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내 세대간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지원으로 단막극 형식으로나마 청소년 드라마가 제작돼 가뭄 끝 단비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다문화가정과 왕따를 소재로 방영한 MBC <나도 잘 모르지만>에 이어, 5월7일 KBS1에서도 단막극 <정글피쉬>(시간 미정)가 전파를 탄다.
<정글피쉬>는 2007
[TV] 청소년 드라마는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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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이념적 보수에서 시장적 보수로 변신했다. 한마디로, 수구꼴통의 오합지졸들이 시장주의 탈레반의 군대로 정연한 대오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민주당 세력은 여전히 과거에 한나라당을 물리쳤던 마법의 공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즉 민주와 통일이라는 80년대 이념으로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결정적 오류다.
‘민주’의 과제는 민주적 정권교체(김대중), 참여민주주의(노무현)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통일’의 과제 역시 굴곡은 있었지만 개성공단, 북한관광, 정상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내며 진전돼왔다. 이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자 대중은 다른 욕망을 갖게 됐다. 상부구조에 눈을 빼앗긴 사이에 삶이라는 하부구조가 망가진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당(민주)과 민노당(자주)의 부진은 여기서 비롯된다. 민주당은 아직 패배의 원인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왜 졌는지 모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미안함과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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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노래는… ‘되고송’이다. 그 잘나신 얼굴로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면 근심이 사라진다. 후렴부는 주문처럼 입에서 맴맴 돌고 심지어 개사까지 내 멋대로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의학적으로 음악치료가 있다던데 혹 이런 효과일까. 장동건이 한 이동통신 CF 광고에서 부른 ‘되고송’은 이상한 힘이 있다.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힘을 발산한다. 이 무한 긍정의 에너지가 이번주 마감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정말 이번주는 죽어라 일했다. 제2창간이란 거대한 미션 아래 몇달 전부터 준비해온 개편작업은 씨네리의 시계를 멈추게 할 정도였다. 결국 13년 씨네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기사를 만들었다. 물론 인력보강 없이(밑줄 쫙. 사장님 보세요~). 취재팀은 원고 쓰느라 허덕이고, 사진팀은 촬영하느라 허덕이고, 디자인팀은 디자인하느라 허덕이고, 이 모든 팀의 중심고리인 편집팀은 편집하느라 허덕이다 각 팀들이 놓친 부분까지 챙기다 죽을 뻔했다.
이럴 때마다 혼자 흥
[오픈칼럼] 생각대로 하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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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적벽대전. 1962년 추석, 극장가의 형국이 그러했다. 을지극장엔 <화랑도>가 진을 쳤고, 국제극장엔 <인목대비>가 납시었다. <진시황제와 만리장성>은 국도극장에 성벽을 쌓았고, <칠공주>는 피카디리극장을 차지했다. 그리고 명보극장엔 <대심청전>이 판을 벌였다. “제작비가 1천만원이 훌쩍 넘는” 대작영화들이 한날한시에 극장가를 분할 점령했다. 게다가 5편 모두 ‘색채(컬러) 시네마스코프’라는 간판을 앞세운 사극이었다. 추석 프로에 “사운을 건” 제작사들의 혈투는 1961년 <춘향뎐>과 <성춘향>이 벌인 대국만큼 후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신경전은 몇 곱절 이상이었을 것이다. “전례없는 제작비의 경쟁이… (중략)… 한정된 국내시장… (중략)… 에서 어느 정도 승산을 가질 수 있을지 테스트 케이스가 될 것이다.”(<동아일보> 1962년 8월28일)
1960년대 들어 급부상
[한국영화 후면비사] 충무로 스펙터클에 목숨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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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처음 접한 귀여니 영화였는데, 저에겐 그냥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건 영화가 ‘멋진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운 놈들이 다들 견딜 수 없는 막장들이었다는 거죠. 마조히즘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섭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다 불쌍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딱했던 건 여자주인공을 맡은 차예련이었습니다. 전 몇년 동안 습관적으로 이 배우의 경력을 지켜봤죠. 이유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전 1편을 제외한 모든 <여고괴담> 시리즈의 졸업생들에게 습관적으로 관대해요. 그냥 다들 ‘우리 편’ 같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은 굉장히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전 <구타유발자들>의 시사회 때 기자들이 다 나가고 텅 빈 상영관 객석에서 동료 출연배우들과 함께 우두커니 서 있던 그 사람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충격을 먹은 적 있습니다. 딱 에드워드 고리가 그린 뱀파이어가
[듀나의 배우스케치]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차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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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영화는 매혹적이다. 영화제란 할리우드와 동아시아, 유럽 몇몇 나라에 한정된 영화 메뉴가 간만에 다양화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공유한 베트남, 유구한 역사 실크로드의 기억을 간직했지만 소련 연방의 붕괴와 함께 독립한 젊은 국가들이 포진한 중앙아시아로 발길을 돌려보자. 익숙한 명성을 확인하는 것에 비할 수 없는 것이 발견의 기쁨이다.
1990년대 포스트 소비에트를 엿보다, 중앙아시아영화 특별전
안시환/ 영화평론가
‘중앙아시아 특별전: 포스트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5개국 영화’는 구소련 해체 뒤 독립국가로 분리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장편 10편과 단편 2편을 소개한다. 소련 해체 이전 작품과 2000년대 작품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해체 이후 1990년대 작품이 중심이다. 초청작의 인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작품은 카자흐스탄 초청작이다.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에 참여한 바 있는 다레잔 오미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5] 前代未聞,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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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영화제에서, 7시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를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롱테이크의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 벨라 타르, 난해한 실험성으로 급진적인 영화의 예시를 제시한 알렉산더 클루게 등은 도전 자체가 의미있는 거장이다. 그러므로 기억할 것. 제아무리 훌륭한 영화라도, 보지 않은 모든 영화는 무용지물이다.
가시적 세계 그 너머로 침투하는 시네아스트, 벨라 타르 회고전
홍성남/ 영화평론가
옴니버스영화 <비전스 오브 유럽>(2004)에 포함된 벨라 타르의 작품인 <프롤로그>는 빵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단 하나의 숏 안에 담아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5분짜리 영화는 어쩌면 타르 영화의 요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지속의 무게를 담으려 하고 인물과 세계가 만나서 빚어지는 어떤 공기를 포착하려 하며 결국에는 가시적인 세계 그 너머로 침투하려는 의지를 가진 카메라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4] 巨匠本色, 거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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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의 장점 중 하나는 진보적인 실험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해왔다는 점이다. 모두가 어려운 영화일 거라고? 그렇지 않다. 세계가 조금이라도 좋아지고 풍성해지기를 바란다면 혹은 딱딱해진 지각과 감각이 만개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아래의 영화들을 추천한다. 자, 겁먹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스크린에 몸을 맡기자. 그럼 신천지가 열린다.
<이윤동기와 속삭이는 바람> Profit Motive and the Whispering Wind
2007년 │ 존 지안비토 │ 58분 │ 미국
정치적이며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는 존 지안비토의 신작. 영화는 인적이 드문 묘비들과 미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기념비들을 무수히 비춘다. 그곳에는 바람이 불고 그 바람 소리를 따라 과거 역사는 현재로 불려온다. 이 영화의 시선은 이미 죽어버려 땅속에 묻힌 것들을 의도적으로 오래 응시함으로써 지금 다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시선의 회복을 촉구한다. 그 공간에 관한 관조적 시선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3] 驚天動地, 실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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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다 낯선 이름들이다. 하지만 지난 한해 이런저런 영화제를 순회하며 세계영화의 중심으로 곧 들어올 신예들이라고 판명된 미래의 명단이다. 이중 당신을 매혹시킬 새로운 이름은 누구일까. 영화제의 재미란 낯선 이름과 처음 보는 영화에서 나의 공감을 발견해보는 것이기도 할 텐데, 그렇다면 다음의 작품들은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늘, 땅 그리고 비> The Sky, the Earth and the Rain
2008년 │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 │ 110분 │ 칠레, 프랑스, 독일
잊을 만하면 사냥꾼의 총성이 귀를 찢는 어두운 숲과 변화무쌍한 하늘, 휑뎅그렁한 해변을 가진 칠레 남부 섬마을. 차가운 돌멩이처럼 응어리진 외로움과 무력감을 안은 채 살아가는 세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그들은 혼자 걷고 혼자 비를 바라보고 혼자 사과를 베어물고 혼자 라디오를 듣는다. 간혹 서로 속삭이는 위로의 말은 관객에게까지 들리지 않는다. 상점 판매원으로 일하며 병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2] 刮目相對, 신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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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The Obscure
2007년│ 류우에 │ 87분 │ 중국
오우삼의 <적벽대전>, 펑샤오강의 <집결호>, 더 거슬러올라가면 장이모의 <인생>. <소설>을 연출한 류우에의 경력은 촬영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자오선생> 외에도 <미인초> <십삼괘포동>을 연출했으며 <소설>은 그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류우에는 네 번째 연출작 <소설>에 이르러 이를 데 없이 비범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마침내 탄생시켰다. 중국의 유명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생과 시와 문학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 그 자리에 진행 보조원으로 자리한 한 여자가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그 여자가 문득 이 호텔에서 지난 과거의 남자를 재회하면서 허구의 이야기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둘은 서먹함과 반가움으로 재회를 기념하며 아이같이 즐거워하지만 밤이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1] 名不虛傳, 작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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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에 다시 영화의 빛이 축복처럼 퍼진다.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1일부터 9일까지 그 빛을 뿌린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기존의 ‘인디비전: 국제경쟁’ 부문의 명칭을 ‘국제경쟁’으로 바꿔 신인들의 경쟁을 독려하는 한편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전주만의 대안적 기치는 여전히 고수함으로써 변화와 전통의 균형 감각을 자랑하고 나섰다. 예년에 비해 많은 1204편이 출품됐으며, 그중 40개국에서 온 195편의 알찬 상영작을 만날 수 있다. 튼실한 프로그램 외에도 헝가리의 거장 감독 벨라 타르, 프랑스의 유명배우 드니 라방 등 각국의 해외 게스트도 속속 전주를 찾을 예정이다. 영화의 고을에서 열리게 될 대안의 잔치를 어떻게 즐겨야 할까. 그 즐거운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 다섯 가지 키워드로 상영작을 미리 소개한다. 작가, 신성, 실험, 거장, 미지의 세계. 여러분께서는 어느 쪽에 빠져도 즐거우리라.
웰컴 투 전주! 대안의 잔치를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