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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야외촬영이라 신났던 날이다. 매일 세트장, 레스토랑 이런 곳에서만 찍다가 밖에 나오니 좋더라.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주혁씨는 스탭들이랑 축구를 하며 즐거워했다. 주혁씨가 보기와는 좀 다르다. 볼 때는 차분한 이미지인데 현장에서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스탭들을 웃기고, 장난도 많이 걸었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고나 할까. 예진씨는 촬영할 때 다른 스케줄이 겹쳐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도 짜증내는 일 없이 밝은 모습만 보여줬다. 사진의 장면은 아내가 다시 결혼한다며 결혼반지를 돌려주는 대목인데, 하루 종일 땡볕 아래 있느라고 지쳤을 텐데 슛 들어가면 두분 다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숨은 스틸 찾기] <아내가 결혼했다> 까불다가도 슛 들어가면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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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계의 대부 서극 감독은 영화 홍보차 한국을 찾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지난 13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핸드프린팅 행사를 갖기 위해 부산을 찾은 그는 “원래 유명한 감독들만 이런 행사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척 기뻐했다. 더불어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을 꽉 채운 청중에게 예정시각을 훨씬 넘기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무리 시간이 모자라도 객석 질문은 꼭 받아야겠다”는 말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대신 화장실 갔다 와서 질문을 받겠어요”라며 서둘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아마도 서극 감독이 자신의 유년기에 대해 이날처럼 장광설을 늘어놓은 건 처음이지 싶다. 그가 <접변>(1979)을 만들며 홍콩 뉴웨이브의 대표주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서극은 베트남 사이공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당시 좋아했던 영화들은 춤추고 노래하
[울트라 마니아] 옛날 옛적 서극 감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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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개봉을 앞두고 강이관 감독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싹 잊은 듯했다. 알려졌듯이, 4년 전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까지 마쳤지만 <사과>는 곧바로 국내 관객과 조우하지 못했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개봉 시기를 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결과는 언제나 미정 혹은 연기였다. 그러는 사이 <사과>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는 국내 관객과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가 해외영화제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을 리 없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14기)와 <세친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의 연출부를 거친 뒤, 뒤늦게 데뷔전을 치르는 강이관 감독. 개봉을 일주일여 앞둔 10월8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의 마음고생보다 지난 4년 동안 숙성시킨 <사과>에 대해 물었다. 그것이 오랫동안 관객과의 만남
[강이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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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리 쇼씨.
=네, 안녕하십니까? 아, 인터뷰 전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휴대전화기 갖고 계십니까?
-네, 여기요. 그런데 왜… 혹시 어디 전화하실 데라도?
=(갑자기 휴대전화기를 낚아채더니 창밖으로 휙 던져버린다.)
-아니, 이 사람이? 왜 남의 전화기를 버려욧?
=(기자 앞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그것도 이리 주세요. 그것도 던져버리게.
-(노트북을 확 끌어안으며) 이 양반이 미쳤나? 휴대전화기도 모자라서 노트북까지? 게다가 이건 이번에 큰맘 먹고 12개월 할부로 바꾼 거라구욧!
=흠… 그 노트북 안 치우시면 인터뷰 못하겠습니다. 옛날 기자들은 수첩하고 펜만 갖고도 인터뷰 잘하던데 왜 요즘은 죄다 노트북을 끼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지만 제 노트북이 눈에 거슬린다면 뭐 치워드립지요. 그런데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네. 혹시 기계치세요? 거 젊은 양반이 왜 그렇게 기계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제가 복사가게 직원이었는데 설마 기계치
[가상인터뷰] 정체 모를 ‘눈’에 조종당하는 <이글 아이>의 제리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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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터>의 속편 <팬더모니엄> 제작
전세계를 돌며 6억2600만달러를 벌어들인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속편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하는 속편의 제목은 <팬더모니엄>. 2011년 6월3일로 개봉일까지 정한 상태다. <팬더모니엄>은 용 문서를 받아든 포가 쿵후 마스터의 후계자로서 수행을 계속하는 이야기로, 전편의 스토리 디렉터였던 제니퍼 여 넬슨이 메가폰을 잡으며, 포와 타이그리스에게 목소리를 빌려줬던 잭 블랙과 안젤리나 졸리도 <팬더모니엄>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오스카 시상식을 노리는 <더 리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신작 <더 리더>의 개봉일이 당겨질 전망이다. 본래 2009년 1월9일 개봉예정이었으나, 제작사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는 2009년 오스카 시상식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올 12월경까지는 개봉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심각한 소재
[해외단신] <쿵푸팬터>의 속편 <팬더모니엄> 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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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목이 우거진 저 공원은 어딘지, 자매처럼 붙어다니는 코믹한 느낌의 트리오는 누굴지, 극중에 등장하는 고운 선의 만화는 따로 출신이 있는 건지 등등. ‘고양이 감성’이란 말로 묶일 만한 이 카테고리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궁금한 몇 가지들.
1. 원작자 _ 오시마 유미코
<구구는 고양이다>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만화는 24년조(쇼와 24년(1949년) 앞뒤로 태어난 소녀만화를 주로 그리는 만화작가를 가리킴)라 불리는 소녀만화의 대가 오시마 유미코의 작품인데 이누도 잇신은 오시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표해왔다. 이누도 감독의 대학 시절 연출작 <빨간 수박, 노란 수박>과 2000년작 <금발의 초원> 역시 오시마의 만화가 원작이며, 이누도 감독은 <메종 드 히미코>의 출발점도
[알고봅시다] 아기 고양이 구구와 함께 하는 삶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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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물들이 또 한번 사고를 친다. 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 그리고 펭귄들이 이번엔 아프리카로 떠난다. 사고의 시작은 역시 펭귄들이다. 부서진 비행기를 고쳐서 마다가스카를 떠나려는 시도를 한 것. 우여곡절과 우연이 만나 비행기가 뜨기는 떴는데, 안락한 동물원이 있는 그리운 뉴욕 대신 아프리카의 너른 들판에 그들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아프리카는 동물들의 고향. 알렉스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헤어져 지냈던 가족들과 조우하지만, 역시나 도시 맛 좀 본 동물원 식구들은 야생의 맛을 아는 옛 가족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충돌을 빚는다. 대사와 상황으로 관객을 웃기는 만큼 목소리 캐스팅은 전편보다 화려하다.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벤 스틸러, 크리스 록, 사샤 바론 코언에 허스키한 알렉 볼드윈까지 가세했다. 귀기울여 들을 부분은 사자 가족들의 목소리다. 벤 스틸러가 연기하는 알렉스의 누나인 니타는 실제 스틸러의 누나인 코미디언 에이미
[what’s up] 오 마이 스위트 홈,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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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로 기념하는 독립영화계의 겹경사다.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주년과 이달 문을 연 독립영화 배급사 ‘키노아이’의 창립 기념을 맞이하여 ‘인디스페이스+키노아이 디지털영화제’(줄여서 DiEx)가 10월10일부터 닷새간 열린다. 장소는 인디스페이스, 씨너스 이체 AT9, 대전아트시네마, 부산국도&가람예술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고 영회진흥위원회가 후원하는 이 영화제는 90분에서 100분 내외 7편의 독립장편영화(<슬리핑 뷰티> <하늘을 걷는 소년> <가벼운 잠> <사람을 찾습니다> <도화지> <딱정벌레> <아메리칸 좀비>)를 상영한다. 출품작에서 여성감독의 강세가 눈에 띈다. <슬리핑 뷰티>로 ‘여자 김기덕’이라 불린 이한나, <도화지>의 김선희, <딱정벌레>를 만든 김은희. 여기에 한국계 미국 여성인 <아메리칸 좀비>의 그레이스 리를 포함하여 7편의
‘여자 김기덕’이 만든 영화 개봉 전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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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영화에 대해 듣는 이야기(특히 외국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영화의 많은 수가 멜로드라마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이 모두 할리우드의 복제품은 아니지 않은가. 첫 번째 얘기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건 지나친 단순화인데다가 멜로드라마는 열등한 싸구려 장르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영화의 많은 걸작들은 결국 멜로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들에 일말의 진실이 없는 건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 개념 자체를 생각해보면 꽤나 의미심장하다. 멜로드라마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음악을 의미하는 ‘멜로스’(melos)에서 왔다. 한국 감독들은 특정한 장면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음악을 과다하게 사용한다.
[외신기자클럽] 음악, 눈물, 그리고 순수에 대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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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설, 새로운 영화를 만나자. 일련의 실험적인 프랑스 작가를 일컫기 위해 ‘누보로망’이라는 표현이 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50년대 중반이므로, ‘새롭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지적 작가의 위치를 전제하는 전통적인 문학에 반기를 들고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려던 누보로망의 시도는 지금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오는 10월14일부터 11월9일까지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 시네마 특별전’을 통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소개되는 24편의 영화는 누보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는 작가 세명의 대표작이다.
이론가이자 소설가로 누보로망의 대표적 기수였으며 이후 시나리오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알랭 로브그리예와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들과 함께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여든살이 넘은 현재까지 한결같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알랭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 등 몇번씩 소개됐던 고전부터 로브그리
알랭 레네, 로브그리예, 뒤라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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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10월, 차가워진 바람에 핫한 영화 한편이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월1일부터 시작해 15일까지 진행될 팝몬트리올 페스티벌은 지금 현재의 영화와 음악을 다루는 축제로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눈에 띄는 영화들이 프리미어로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예술 전반에 걸친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트리샤 시카와 마이크 와퍼 공동감독의 <로커빌리 514> (Rockabilly 514)라는 다큐멘터리(혹은 로큐멘터리(rockumentary))는 올해 팝몬트리올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영화다.
로커빌리는 초기 로큰롤 스타일로 1950년대에 크게 유행했는데 록과 컨트리 뮤직을 섞은 듯한 흥겨운 리듬이 특징이며, 하위문화로서 미국에서 꾸준히 발전해온 장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지난 3년간 몬트리올의 로커빌리 문화를 사랑하는 인물들을 인터뷰했고 특히 1950년대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몬트리올] 50년대 로큰롤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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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텔레그래프>가 전하는 2008년 여름 영국 극장가 호황의 원인은 “경기 침체”다. 불황이어도 기분전환을 위한 재밋거리는 찾게 마련이고, 그중 저렴한 영화관람이 혜택을 봤다는 뜻이다. 영국영화배급자연합(FD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가 경제 난항을 겪은 지난 3개월 동안, 영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1969년 이래로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영국 극장가는 5360만명의 입장객을 맞이했고, 총 5억9890만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이는 2007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장객은 5%, 극장수입은 14% 상승한 수치다. FDA 대표인 마크 베이티는 영화는 경기변동과 반비례하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라며, “저녁에 3시간 외출한다면 술집이나 경기장보다 극장에 가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날씨마저 우중충한 영국의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들이 <아이언맨>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l
불경기 덕? 다양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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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에 몰두하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는 사람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상상마당 6월 우수작인 유승환 감독의 <히말라야>는 그렇게 외롭고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여자와 작가 지망생인 남자는 히말라야를 여행하다 만난 사이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바다를 구경하고, 술을 마시며 서로의 근황을 얘기한다. 줄거리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고, 너무 단조로운 영화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 가지 정서를 끝까지 밀고가는 감독의 우직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히말라야. 유승환 감독은 2001년 3월 혼자서 히말라야 트래킹을 했다. 14박15일.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이상과 현실이 하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번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유승환 감독.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된 스물여덟의 남
[이달의 단편] 외롭고 두려운 사람들, 히말라야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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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 경쟁부문의 <하이브리드>(Hybrid)는 짧은 로드무비다. 홀로 여행하던 프랑스인이 유조차를 얻어탄다. 유조차 운전사는 생수병에 모아놓은 소변을 주유소에 팔고, 심지어 기름 대신 소변으로 멈춘 자동차를 가게 만든다. 그리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소변을 통해 기묘한 소통에 이른다. <하이브리드>를 들고 부산을 찾은 김새노 감독과 주연배우 크리스토퍼 루지를 해변에서 만났다. 영상원 영화과에 재학 중인 김새노 감독과 루지는 2년 전 함께 <크리스 인 코리아>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에 참가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떠올린 이야기인가.
=김새노: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줌이 마렵고 기름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 건 아니다. 원래 썼던 시나리오에 노인이 소변으로 자동차를 가게 하는 에필로그가 있었는데, 그 노인 캐릭터를 가져와서
[김새노, 크리스토퍼 루지] 따로 또 같이 두 남자의 하이브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