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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장진이 계속 영화를 만들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_강우석
씨네21: <강철중>이 비로소 KnJ의 첫 작품인 것 같다.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같이 한 건 처음 아닌가.
강우석: 그동안은 (장)진이가 찍는 영화를 뒤에서 조언 정도만 했지. 사실 장진은 자기가 찍은 걸 가지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잘 안 들어. (웃음) 그래도 편집으로는 나한테 들이대더라고. 사실 그렇게 계속 같이 했다고 봐야지.
씨네21| 함께 파트너를 꾸린 건 언제였나.
장진: 10년 정도 됐죠. <간첩 리철진>이 처음이니까. 그때부터 제가 연출한 영화는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했어요.
강우석: 그때 내가 같이 하자고 했지. 누가 <기막힌 사내들>을 보고 하는 말이 진짜 코미디영화가 나왔다는 거야.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제목 듣고는 와닿는 게 없었어. 하지만 영화 보고 깜짝 놀랐어. 유머의 소리내는 방식이 독특하더라고. 만약 내 스타일과 비슷했다면 그냥 잘
<강철중>의 감독과 각본가로 본격 의기투합한 강우석·장진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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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공공의 적>의 속편인 <강철중>이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2편의 강철중 검사가 아닌 강철중 형사가 돌아온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장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다. 유머든 주제의식이든 직설적인 화법으로 내던지는 강우석 감독이 대사와 캐릭터와 상황의 엇박자에서 유머를 만들어내는 장진 감독의 스타일과 어떻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4월 지금 충무로에선 <강철중>에 관한 호의적인 소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두 감독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번에는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 그들에게는 겸손이란다. 심지어 이날 사무실로 공수된 포스터 시안에는 배우들의 이름보다도 두 감독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강우석 감독, 장진 각본.’ “각본에 이름이 이렇게 세게 박힐 줄은 몰랐네.”(장진) “처음에는 배우 이름도 빼라고 했어. 우리가
[강우석 vs 장진] 빅 재미,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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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로의 귀환>을 이해하려면 1976년작 <나, 피에르 리비에르>라는 영화를 알 필요가 있다. <나, 피에르 리비에르>는 르네 알리오 감독이 노르망디에서 실제로 일어난 엽기적인 친족 살인사건에서 소재를 얻은 영화로 주·조연급을 모두 현지인을 기용해 만들었다. <노르망디로의 귀환>은 당시 조감독이었던 니콜라 필리베르가 2006년 노르망디로 돌아가 <나, 피에르 리비에르>에 출연했던 사람들의 30년 뒤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악역으로 출연해 연기와 실제를 혼동한 마을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았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가족 모임의 만년 화제라며 웃음꽃을 피우는 이도 있다. 젖소와 돼지를 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카메라와 필름이 가져다준 센세이션은 어떤 것이었을까. 필리베르 감독이 말하는 표면적인 의도 뒤에 숨은 진짜 의도는 후반 30분부터 공개된다. 영화 출연진 중에 가장 궁금한 인물, 살인자 리비에르를 연기한 클로드 에베르의 소재를 찾던
30년만에 노르망디로 돌아온 진짜 이유, <노르망디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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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스테펙의 하루는 단순하다. 누나를 따라다니고 비둘기 장수 곁을 얼쩡거리다 기차역에 놀러간다. 단순한 일과와는 다르게 소년의 머리 속은 정교한 트릭을 설계하는 것으로 바쁘다. 기차역에서 스테펙은 의식처럼 동전을 레일에 뿌리고 장난감 병정을 침목에 세우는데, 누군가 동전을 주워가고 기차가 떠난 뒤에도 병정들이 넘어지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테펙의 바람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 가족을 떠난 아빠가 돌아오는 것. 매일 플랫폼에서 만나는 남자를 아빠라고 생각하고는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몇번의 우연과 모험이 더해져 정말로 기적이 찾아온다. 우연이 잦으면 필연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트릭스>는 작은 트릭들로 우연과 필연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소년의 동화같은 이야기로, 행운에 대한 소년의 믿음은 햄버거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촬영해 흥미롭게 표현됐다. 영화는 대부분 스테펙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런 연유에서 카메라는
빛나는 폴란드의 여름, <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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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 Hunters│2007│기욤 이베르넬, 아르튀르 크왁│84분│프랑스, 벨기에 등│오후 5시│CGV 4
프랑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동명 TV애니메이션을 스크린에 옮겼다. 리안 추는 여러 마을을 유랑하며 모험을 즐기는 방랑자다. 그는 거대한 성의 주인 아놀드 경으로부터 세계를 암흑 속에 빠트린 용을 처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리안 추 일행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놀드 경의 조카 조와 함께 세상의 끝으로 떠난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디즈니 영화’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드래곤 헌터스>는 ‘영웅의 모험’이라는 주제의 전형성만 제외한다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다른 길을 걷는다. 인물간의 갈등과 반전 등 내용적인 요소를 과감히 생략한 것이 그 증거다. 주인공은 별다른 갈등없이 모험을 떠나고, 에필로그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대신 볼거리 하나는 확실하게 챙긴다. 정교한 3D 작업을 통해 탄생한 어둠의 세계는 실사영화를 방불케 한다. 애벌레와 괴물 박쥐, 용과의
영웅의 모험 <드래곤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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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장만 더 찍어보면 어떨까?” 촬영을 마치려는 사진기자에게 아볼파즐 잘릴리는 포즈를 취하며 또 한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유머러스하고 부드러웠다. 모든 질문에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아름다운 대답을 내놓고, 전세계 모든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앞으로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는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다. “이란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14세기 시인 하페즈(종교적 학식이 높은 사람을 이르는 말)의 삶과 사랑을 다룬 <하페즈>를 잘릴리 감독이 만들었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볼파즐 잘릴리 감독은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장이기도 하다.“어떤 영화든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야 한다. 찾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찾는 것은 희망과 신앙이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부모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믿고 희망을 가진다. 영화인들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방식의 희망과
이란에서 온 진정한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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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ast│2008│랜스 해머│96분│미국│오후 5시│CGV 5
푸르스름한 황폐함이 가득한 첫 화면을 마주하면 품게 되는 첫 질문. 미시시피란 어떤 곳일까. 흑인의 비율은 높고, 흑인의 소득 수준은 낮기로 유명한 주라는 정보가 주어진다면 <발라스트> 속 세 인물의 무기력한 유영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할 수도 있겠다. 쌍둥이 형제의 자살 시도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을 맺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자살에 실패한 한명의 형제, 자살에 성공한 쪽의 아들과 그 어머니가 황량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요한 분투를 한발짝 뒤에서 바라본다. 목표없는 소년은 총을 겨눈 채 용돈을 요구하고, 세상이 두려운 엄마는 선의의 손길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중요하고 근사한 대사는 말해지는 법이 없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도 기대하지 말자. 바라봄 그 자체가 영화로 가능한 최대치의 호의라는 듯 그 무엇에 대해서도 함부로 논평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확연하다.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
새로운 출발을 향한 조심스러운 희망의 시선 <발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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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특별전 중 한 작품으로 전주를 찾은 영화 <알마티에서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1941-1944>의 GV가 5월6일 오후 5시 상영 뒤 메가박스 6관에서 열렸다. 저널리즘을 전공한 카자흐스탄의 이고르 고노폴스키가 연출한 이 작품은 독창적인 영화이론가이자 소비에트식 몽타주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실천자로 명망이 높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마지막 생애 몇년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묻는 평론가 홍성남씨의 질문에 이고르 고노폴스키는 “그는 유명한 이론가였고 영화감독이었으며 배울 점이 많은 위대한 인간이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감독들이 만들고 있는 많은 영화도 여전히 에이젠슈테인의 영화에 기초하고 있다”며 제작동기를 밝혔다. 나이 지긋한 그러나 열정적인 한 관객은 “<이반 대제>를 만들면서 에이젠슈테인이 국가와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궁금하다. 에이젠슈테인이 <전함 포템킨>을 만들던 시절과 오늘 본 영화에
“중앙아시아에서 에이젠슈테인의 영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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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Columbus: The Enigma│2007│마노엘 데 올리베이라│70분│프랑스, 포르투갈│오후 8시│프리머스 2
우리 나이로 올해 100살이 된 영화의 살아있는 신선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정력 넘치는 신작. 신대륙 발견자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평생 동안 콜럼버스로 불린 적이 없고 그의 서명은 모두 크리스토퍼 콜롱이었다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가 실은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이탈리아인이 아니라 쿠바에서 태어난 포르투갈인이라는 질문을 안고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평생을 탐문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는 흔한 역사추리물의 구조 바깥에 있다. 1946년 동생과 함께 포르투갈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주인공 마누엘 루치아노, 그와 결혼하여 콜럼버스의 자취를 좇는 좋은 동료가 된 아내 실비아.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며 그들이 믿는 가설을 입증할 무엇을 찾으러 다닌다.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는 젊은 시절 루치아노 역은 배우에게 맡기지만 영화 후반
유적지 오딧세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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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2004) 이후 김동원 감독의 신작은 <상계동 올림픽, 그 후>였다.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 스스로도 “상계동 주민의 가난하지만 강했던 생명력이 지금도 여전한지 안부를 묻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그는 상계동 빈민들의 20년을 따라잡는 대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씨름했다. “처음엔 자신없어서 못한다고 했지.” 지난해 4월 재미언론인이자 한국유엔인권센터 소속의 활동가인 한우성 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다큐 제작 제안을 했을 때 그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변영주 감독한테 부탁해보라고 했다. 이쪽에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상계동 올림픽, 그 후> 촬영을 막 시작하기도 했고.” 적임자가 아니라고 뒤로 한발 물러섰지만, 한달 후 마음이 싹 바뀌었다. 일본 우익들이 워싱턴포스트에 ‘열받는’ 전면광고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위안부들이 강제 징용이 아니
끝나지 않은 고통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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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 웰즈의 영화가 RKO 영화사의 재정 위기를 초래한 1942년,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발 류튼이다(훗날 최고의 작가로 위치한 웰즈와 B급영화를 제작하던 남자를 나란히 언급하게 만든 사연은 영화사의 한 아이러니라 하겠다). RKO가 바랐던 건 1930년대에 유니버설사가 제작한 ‘몬스터’ 시리즈처럼 관객의 흥미를 확 잡아끌 오락거리였을 텐데, 류튼의 목표는 좀 더 높았다. 데이비드 O. 셀즈닉 휘하에서 영화경력을 시작한 류튼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질좋은 영화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자율권을 보장받은 류튼은 감독, 촬영, 각본, 미술, 음악을 담당할 지인들로 ‘호러 사단’을 구성했고, 그의 사단이 발표한 일련의 작품들은 호러영화의 역사를 바꾸게 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절, 불세출의 제작자들이 이름을 날렸지만, 류튼의 존재감은 그중 각별하다. 짧은 기간 동안 호러영화 장르에 전념했던 그는 일개 제작자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들을 해냈다. 셀즈닉의 영향을 받아 영화의 제작과정 전체
호러영화의 역사를 바꾼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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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이 전주를 찾았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보여준 불안하고 자유로운 눈빛은 여전했지만 세월은 소년같이 아름다웠던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으로 흔적을 남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손에 든 봉지 안에서 색색의 필기구를 꺼내며 “딸에게 주려고 샀다”고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였지만, 전주영화제 초청작 <캡틴 에이헙>과 레오스 카락스의 <도쿄!> 프로젝트 <오물>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눈은 확고했고, 마임과 수화를 섞은 듯한 손동작은 창조적인 방법으로 공기를 갈랐다.
-핸드프린팅을 남겼는데, 세계에 몇 개의 손도장이 남아있나?
=처음이다. 매우 영광이다.
-영화로 만나는 것이 오랜만이다.
=출연작이 많지 않지만, 필모그래피는 나의 인생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영화들은 나에게 사진첩이나 마찬가지며 그 영화들을 보면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캡틴 에이헙>에는 어떻
“에이헙의 여정은 인간의 존재 이유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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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카르데나스와 라우라 카르데나스. 이스라엘은 멕시코 출생에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고, 뮤직비디오나 광고 등을 많이 작업했다. 라우라는 도미니크공화국 출신으로 순수미술과 사진을 전공했다. 멕시코 북쪽지방에 위치한 인디오 부락 타라우마라를 배경으로 한 <코초치>는 이 마을 소년들의 성장기이자 그들이 떠나는 여행에 관한 영화다. 눈치챘겠지만 둘은 부부다.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된 그들의 공동연출작 <코초치>는 카르데나스 내외의 데뷔작이다. 둘은 “쿠바 국제영화방송학교에서 만난 뒤 지금은 멕시코시티에 함께 살며 작업하고 있다.” 혹시 부부라서 작업 중에 더 쉽게 싸우게 되는 건 아닐까 했더니, “일을 같이 안 하더라도 싸우는 게 부부 아닌가. 같이 일하며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별로 싸울 일은 없다”고. 이 영화의 주제는 간단하다. “인디오라고 하면 어딘지 불쌍하고 가난하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들의 진짜 삶과 문화를 잘 모르지 않나
“인디오들의 진짜 삶을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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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계속 들어온다. 조금만 더 늦게 갔으면 자리를 못 잡을 뻔했다. 술 한잔 걸치기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마차집”으로 향하는 이유는? 이곳의 양념족발 때문이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고소한 참깨가 쫄깃한 족발과 참 잘 어울린다. 연탄불에 바로 구워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양념족발도 유명하지만 돼지갈비 또한 별미다. 매콤하게 양념한 여느 갈비와 달리 “마차집”의 양념갈비는 참기름이 듬뿍 들어가 고소하다. 고춧가루를 뿌린 파채와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을 자주 찾게 만드는 건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좁지만 친숙한 느낌을 주는 낡은 공간과 2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푸근함이 정겹다. 양념족발과 돼지갈비 모두 7000원, 명동사우나 맞은편에 위치한다. (063-288-5740)
새콤 쫄깃한 족발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