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tantango│1994│벨라 타르│435분│헝가리, 독일, 스위스│오후 2시│CGV 5
누군가 오늘 <사탄 탱고>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그는 다른 세 편의 영화 보기를 포기한 것이다. 상영시간이 거의 7시간인 이 영화는 더 많은 작품을 섭렵하고 싶어 하는 영화제의 열성 관객에게는 필시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사탄 탱고>의 지지자들은 알려준다. “평생 동안 생각하고 영향받아왔으나 사용해보지는 못한 어떤 것들을 이 영화가 요약하고 있었다.” ‘죽음 3부작’을 통해 혁신적인 언어를 새롭게 사유한 구스 반 산트가 실은 벨라 타르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신비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 카메라가 걸어가는 인물들의 뒷모습에서 잡아낸 형상, 프레임 안으로 들고나는 소리들의 세심한 관여, 시간의 앞서고 뒤서는 구조의 조합이 바로 이 영화에서 온 것이라는 걸 당신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평론
진정 타르의 최면적인 영화 <사탄 탱고>
-
헝가리의 거장 감독 벨라 타르를 평론가 홍성남이 만났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의 <사탄 탱고>가 상영된 뒤 국내에도 벨라 타르 지지자들은 암암리에 늘어났는데,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라 타르가 영원할 것만 같은 염세적인 그의 세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철학자를 꿈꿨다던데.
=어린 시절 1968년의 ‘68혁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68년을 기점으로 많은 개방이 이루어졌고, 헝가리에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중요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당시에는 장 뤽 고다르, 미클로시 얀초 등 훌륭하고 신선하고 혁명적인 영화들을 주로 봤다. 나는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민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선박회사에서 일했다. 16살에 8mm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의 내용이 정치계와 관료
“인간의 존엄성은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다”
-
아직은 쌀쌀한 밤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영화 <바르게 살자>의 야외상영을 관람했다.
어린이날 맞아 영화 보자~
-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영화제가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를 훨씬 능가하는 초반 매진율로도 예상할 수 있었듯, 전주영화제의 9번째 만찬은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5월5일 오후 9시 현재 영화제쪽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상영관을 찾은 관람객수는 487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천여명 증가했다. 매진 상영 횟수 또한 지난해 83회에 비해 113회로 크게 늘었으며, 총 7만6천8백석의 전체좌석 점유율은 5일간 평균 89.14%로 전년 대비 3% 가량 높았다. 영화제 4일차인 5월4일에는 94.1%를 기록하여 연휴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객석점유율과 이벤트 참여 인구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영화의 거리 유동인구 역시 5만명 가량 늘어난 2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9회 상영작들, 역대 최고의 인기 누려
-
-
맛의 고장 전주에 왔으니 잘 차린 한상차림을 기대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형식을 갖춘 한정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기란 쉽지 않다. “국일 떡갈비”는 형식과 가격, 이 두 가지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음식점이다. 떡갈비가 이 집의 메인메뉴인 것은 분명하나, 갈비와 함께 나오는 열다섯 가지 밑반찬도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다. 10000원이란 가격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금거북이판에 담겨 나오는 떡갈비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야채와 과일을 다져넣은 양념 덕분에 고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여기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것이 다슬기탕인데, 섬진강에서 직접 잡아온 다슬기에 손수제비와 각종 야채를 넣고 끓였다. 바다냄새가 물씬 나는 맑고 시원한 국물은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다슬기탕은 7000원, 남천교 다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50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063-282-3330)
맛있는 떡갈비에 훌륭한 밑반찬까지!
-
시나리오 작가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 전주를 찾은 작가 아청은 4일 새벽 2시에 한국에 들어왔다. 다음날 공식행사만 두 개를 연거푸 하면서 식사도 건너뛰었다. 통역이 걱정하자 그가 한 말. “괜찮아. 정 배고프면 쓰러져 버리지 뭐”. 1949년생으로 시에진의 <부용진>, 첸카이거의 <해자왕>, 티엔주앙주앙의 <작은 마을의 봄> 등에서 원작자 혹은 각본가로 활동해온 그의 작업은 하나 같이 재치보다는 근심과 정중함을 안고 있지만, 아청 본인은 재치만발이며 반문의 달인이다.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 없지만,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더니 “동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쁜 소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걸 너무 많이 봤으니까”라고 답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시시껄렁하게 농담이나 반문만 하는 건 아닌 것이 “시나리오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물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때, “만약 영화를 보러
시나리오의 힘은 관계 묘사에서 나온다
-
반칙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흥미진진한 감독의 주변 인물들은 다큐멘터리의 재료로서 이미 더이상 훌륭할 수가 없는 존재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한 게임이다. 올해 전주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우린 액션배우다>는 서울액션스쿨 8기를 수료한 정병길 감독이 동기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결과물이다. 골때리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뼈있는 농담을 버무린 <락큰롤에 있어서 중요한 세 가지>를 만든 정병길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는 전작과 많은 지점을 공유했다.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싶은 요절복통 인터뷰에, 시도때도 없이 개입하는 내레이션, 산만한 구성 등이 그것이다. 지난 5월3일과 5일에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영화 속 액션배우 5인이 감독과 함께 했다. 엄청난 열광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축제를 즐기는 그들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뒤풀이에 끼어들었다. 인정한다. 취재는 뒷전이고, 이 유쾌한 친구들을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위노나 라이
요절복통 유쾌한, 우린 액션배우다
-
전주영화제는 일반 극장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실험적인 영화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안적인 영화미학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그동안 피터 쿠벨카, 피터 체르카스키, 하룬 파로키, 아르타바즈드 펠레시안 등 유명 실험영화감독들의 작품과 강연이 있었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실험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의 작품과 그의 강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일 것. 2006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원웨이 부기우기>와 <27년 후>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위스컨신대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위 두 작품에서 제임스 베닝은 산업화되고 있는 위스컨신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 정확하고 계산적인 쇼트의 배열로 우리 사회적 인간에 관한 잔상을 던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그가 새롭게 선보일 작품은 레일로드의 약자로 알려진 <RR>과 70년대 로버트 스미드슨의 기념비적인 대지미술작품인 ‘나선형 방파제’를 담은 <시선을 던지다>이다. 기차의
실험영화의 파라다이스를 만끽하라
-
“영화감독으로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크다. 흥분된 상태라 말을 정리하기 힘들지만, 이제까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란 생각과 청춘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내 머릿속에서 교차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면 어떠한 자아비판이 될 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실록연합적군>의 상영 후, 후끈 달아오른 극장의 열기를 이어간 사람은 이명세 감독이었다. 일본 운동권 학생들의 자아비판과 집단적 광기에 대한 두려움과 놀람의 감정을 고백한 그는 “질문이 많으실 테니 ‘시네토크’는 관객 여러분의 몫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이 감독은 시의적절한 질문으로 와카마쓰 고지 감독과 함께 하는 ‘시네토크’의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해냈다. 관객들은 세 시간이 넘는 상영에 지치지 않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다음은 지난 5월4일 저녁을 뜨겁게 달군 <실록연합적군>과 미처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들의
“내 모든 걸 담보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던 5월4일 오후 프레스 센터 1층 게스트라운지. 미국실험영화의 숨은 거장 제임스 베닝과 대화하기 위해 두 사람이 동석했다. 그를 이 자리에 초청한 유운성 프로그래머 그리고 5일 제임스 베닝의 영화 <시선을 던지다>의 시네토크 모더레이터를 맡은 민환기 중앙대학교 교수. 제임스 베닝 영화의 전도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이 그와 그의 영화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는 제임스 베닝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이다.
민환기│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왔는지 말해줄 수 있나.
제임스 베닝│단편을 몇편 만들었고, 장편은 20편 정도 만들었다. 독학으로 시작했다. 전통적인 내러티브 영화가 아닌 카메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궁금했다. 서서히 카메라 사용법을 알게 되면서 이런 저런 걸 시도하기 시작했다.
민환기│대학에서는 수학을 배운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제임스 베닝│내가 카메라를 처음 접했을 때 학생은 아니
“모든 역사는 풍경에 어떤 방식으로든 쓰여 있다”
-
정신적으로 받은 큰 충격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때 그것을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른다. <라라 선샤인>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는 작가 수진이 자신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구원을 찾아가는 영화다.
새 작품을 준비하던 수진은 미술관에서 어느 화가가 한 여자를 마구 때리고 성폭행하다 죽은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사건은 정당방위로 밝혀져 여자에게 무죄를 선언하였으나, 수진은 이 사건이 정당방위를 가장한 계획된 살인사건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녀는 사건의 피해여성이 어린 시절 화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자신의 작품 속에서 피해여성을 자신이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여 만들어 낸 허구의 작품을 통해 대리적인 구원을 받으려는 수진은, 그러나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자신의 가설이 거짓된 믿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허
고통과도 같은 구원, <라라 선샤인>
-
My Winnipeg│2007│가이 매딘│79분│캐나다│오전 11시│메가박스 10
시간과 뗄 수 없는 공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위니펙. 위니펙.” 영화 속에서 워낙 감미롭게 불리는지라 누군가의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캐나다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이곳 위니펙은 캐나다 출신 실험영화 감독 가이 매딘의 고향이자 그가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는 터전이다. 마니토바 주의 수도이며, 감독이 직접 쓰고 읽은 내레이션에 따르면 “몽유병이 전세계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곳”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리듬감있는 내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료화면과 연출된 픽션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위니펙의 기원과 역사, 그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감독 자신의 과거가 한데 엮이는 이른바 ‘다큐 판타지 실험영화’다. 자장가처럼 낮은, 그러나 끊김없는 기차소리가 영화 내내 지속되는 가운데 관객들은 “언제나 겨울이고, 언제나 잠에 빠져 있는” 도시, ‘나의 위니펙’의 무의식을 탐험하게 된다
다큐 판타지 실험영화 <나의 위니펙>
-
El Cielo, La Tierra Y La Lluvia│2008│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110분│칠레, 프랑스, 독일│오후 2시│전주시네마타운 8
영화가 눈을 뜨면 카메라가 늙은 나무 둥치를 훑어 올라간다. 카메라의 몰입은 치열하다. 나무가 나무 아닌 추상으로 보였다가 이윽고 다시 나무로 보일 때까지 응시는 지속된다. <하늘, 땅 그리고 비>에서 세계와 그 안에서 인간을 보는 토레스 레이바 감독의 눈길이 대략 이러하다. <하늘, 땅 그리고 비>는 다큐멘터리 <노 웨어 노 플레이스>가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칠레의 토레스 레이바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이따금 사냥꾼의 총성이 귀를 찢는 컴컴한 숲과 변화무쌍한 하늘, 휑뎅그렝한 해변을 가진 칠레 남부 섬마을. 차가운 돌멩이처럼 응어리진 외로움과 무력감을 안은 채 살아가는 남녀가 있다. 그들은 혼자 비를 바라보고 혼자 사과를 베어물고 혼자 라디오를 듣는다. 간혹 서로 속삭이는 위로의 말은 관객
인간과 환경의 섞임에 관한 영화 <하늘, 땅 그리고 비>
-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에 참여한 바 있는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의 장편 데뷔작 <카이라트>(1991)는 그의 영화적 아버지인 브레송적인 스타일에 누벨바그의 생동감을 겹쳐 놓은 듯한 작품이다. 1988년에 만든 자신의 단편영화 <한여름의 더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카이라트>는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구조이다”라고 말하는 오비르바예프의 영화관이 보다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 작품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대학에서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방황하는 ‘카이라트’라는 젊은이의 불안정한 심리의 표상인 듯, 갑자기 날아온 돌에 유리창에 구멍이 뚫리는 수미상관적인 극의 구조 속에서, 동일한 장면을 반복시키는 등의 편집을 통해 일상적 시간의 흐름에서 일탈한 낯선 분위기가 극 전반을 휘감고 있다. 오미르바예프는 의도적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지우려 하는데, 빛과 음영의 대칭을 강조하는 흑백의 영상은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북돋우며
오비르바예프의 보다 명확한 영화관, <카이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