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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for This is My Body/2007/미셀랑쥬 퀘이/105분/프랑스, 아이티/오후 2시/전주 8
전위적이고 초현실적인 <먹어라, 이것은 나의 몸이니>는 미국 감독 미셸랑쥬 퀘이의 첫 장편영화다. 7분여간 창공에서 아이티 섬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무속의식과 군무 등 민족문화적 장면을 지나, 원주민 소년 10명의 대저택 방문을 쫓아간다. 병든 노모을 모시는 백인 여자와 흑인 시종이 사는 저택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서사가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이음새는 투박하다. 배경음악에 영화 속에서 연주되고, 연주장면이 배경음악으로 전환되는 청각적 경계의 희석은 시각적 혼돈에 비하면 친절한 편. 여주인과 시종의 몸이 뒤바뀌고, 서로의 나신을 관음하며, 밤이면 흑인에서 백인으로 변하는 기괴한 이미지를 따르다 보면 차라리 영상예술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데이비드 린치, 스탠리 큐브릭의 영향을 받았다는 감독에 따르면, 현실성 보다는 즉흥성에 무게를 두고 작업한 결과다.
전위적이고 초현실적 <먹어라, 이것은 나의 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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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 Girl/1966/알렉산더 클루게/88분/독일/오후 8시/메가박스 9
“우리가 어제와 이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변한 위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화면을 채우는, 명쾌한 잠언과 같은 자막이다. 하지만 뒤를 잇는 주인공 아니타(감독의 여동생 알렉산드라 클루게가 연기했다)의 행로는, 좀처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법정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판사로 보이는 남자와 그녀가 주고받는 대화로 미루어, 그녀가 동독의 라이프치히 출신 유대인으로 서독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원하고 있다는 점 등이 정보로 주어지긴 한다. 을씨년스러운 베를린 시내에서 화려한 숍을 드나들고, 급작스레 경찰에게 쫓기고,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호화로운 호텔 메이드로 일하다가 절도 혐의로 쫓겨나고, 서독 문화부의 고위 관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 아니타의 행동들 모두는 그녀의 ‘만만찮은 서독 혹은 자본주의 적응기’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배반하는 소제목과 중간자막, 인물의 심리와 맞아떨어
전통적인 영화 언어를 끊임없이 거부 <어제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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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세계 영화사에 미친 영향에 비한다면 베트남의 영화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베트남 전쟁은 60년대 후반 제3세계의 혁명 영화들이나 서구의 자기 반성적이고 혁신적인 현실참여 영화들의 도화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정글 속에서 개미떼처럼 몰려다니는 베트남 군인들의 모습, 혹은 무덥고 습한 지옥 같은 국가의 형상이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할리우드 덕택인데, 베트남 전쟁이 할리우드의 제국주의적인 시선을 완성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는 꾸준히 <람보>의 아류작들을 반복생산하며 반공적인 영웅서사를 완결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할 때조차 참전 군인들의 시선 안에만 머물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전주 영화제에서 열리는 베트남 영화 특별전은 전쟁을 겪어야했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1960년대에서 90년대
목격하라! 베트남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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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미처 다 올라가기도 전에 환호가 상영관을 채웠다. 주연배우 한효주와 이영훈을 만났다는 기쁨에 좌석에서 일어나 스크린 앞으로 밀려나온 <달려라 자전거>의 첫 관객들은 영화제 스탭의 장내 정리 멘트가 거듭될 때까지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2001년 단편영화 <신동양 수-퍼맨>을 만든 임성운 감독의 첫 장편 <달려라 자전거>는 첫사랑의 아픔을 성장통으로 겪어내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하정(한효주)의 이야기다. 첫 질문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관객에게 마이크를 돌리기가 무섭게 공중에 손들이 뻗어 나왔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가장 슬펐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모두 첫사랑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첫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임성운 감독은 “첫사랑의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것은 집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말에 크게 공감해, 엔딩은 영화만들기 전부터 하정의 떠남으로 정해놨다”고 연출의도
첫사랑은 달콤쌉싸름한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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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less/2007/지아 장커/81분/중국/오후 10시 30분/메가박스 6
지아 장커는 다큐멘터리 <무용>이 화가 리 샤우동을 주인공으로 했던 다큐멘터리 <동>에 이어지는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중국의 혁신적인 패션 디자이너 마커. “요즘 중국에서 영적인 가치를 탐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오해받는다. 중국은 더 물질적으로 되어가고 사람들은 빵이나 차를 생산하게 되는 것에 가장 관심을 갖는다”고 꼬집어 말하는 마커는 과연 지아 장커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아티스트임에 분명하다. “우리 몸에 밀착해 있는 옷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지아 장커는 화답하며, “마커의 ‘무용’ 컬렉션이 나로 하여금 중국의 사회적 리얼리티를 성찰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의복에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그리고 전통을 껴안을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건 무용한 짓이라고 무시해온 중국 패션계에 조종을 울리기 위해 패션 디자이너 마커가 도리어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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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mance of Astrea and Celadon/2007/에릭 로메/109분/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오후 5시/CGV 5
1995년에 타계한 프랑스의 영화감독 피에르 주카(에릭 로메가 “포스트 누벨바그 세대 중 장 외스타슈와 함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감독)가 수년 전 로메의 로장주 영화사를 찾아와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던 것이 실은 17세기 프랑스의 유명 목가 소설 <아스뜨레>였다. 이 영화 <로맨스>의 원작이다. 주카의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그의 사후에 소재를 찾던 로메는 평소 자신과 문학적 취향이 유사하던 주카의 미완성 프로젝트를 생각해냈고 마침내 <로맨스>(원제는 <아스트레와 셀라동의 사랑>)에 착수했다. 이렇게 하여 주카에게 이 작품을 헌사하고는 있으나, 로메는 당연하게도 초점을 옮기고 형식을 바꿔 ‘로메적인’ 것으로 만들어냈다. 미남 목동 셀라동은 착한 시골 처녀 아스뜨레와 연인사이다. 그런데 어느 날 셀
‘로메적인’ 것으로 만들어 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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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실수했다. 인정한다. “한국에도 당신 팬이 꽤 있다”고 너스레를 떨고 “와… 정말 그런가. 고맙다. 역시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답을 들을 때까지는 민망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한 질문에 ‘그녀’와 통역이 웃고 난리가 났다. 2003년 ‘골든 애로우상 화제상’이라는 걸 수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남자친구와 같이 있던 사진이 신문에 나서 화제가 된 것을 두고 준” 요상한(?) 상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러면서 이어 하는 말. “하지만 뭐 괜찮다. 그 때 남자친구가 지금 남편이 됐으니까.” 에이코 케이코는 쾌활하다. 개막작인 <입맞춤>에서 사형수에게 교감을 느껴 옥중결혼까지 하는 그 무표정의 여자가 아니다. “보통 여배우라면 이런 역할은 안할 거라고 다들 말렸다. 하지만 난 했다. 실은 이 작품 바로 전에도 다들 말린 시대극에 출연했다. 눈썹 없는 옛날 여인 말이다(웃음).” 에이코 케이코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여주인
그라비아 모델에서 연기파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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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 잠수함은 부력을 조절하기 위한 돌이나 모래를 싣는다. 그게 바로 발라스트다. 이를 제목으로 빌어온 랜스 해머 감독은 설명한다. “인생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에 대한 은유”라고. <발라스트>는 한 사내의 자살로 쌍둥이 형과 아버지와 전남편을 잃은 세 사람이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리라는 예감을 가지기까지를 다룬다. 자연광과 핸드헬드로, 흑인 빈민이 전체 주민의 90%에 달하는 미시시피 지역을 감싼 강렬한 슬픔을 포착한 이 영화는, ‘LA에서 태어난 백인 감독이 만든 선댄스 영화’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고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한 해머 감독의 취향은 명백히 유럽이나 아시아 영화 쪽이다. “10년전 미시시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비통함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그곳에 거주하는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하여, 세달간 리허설을 진행하고, 배우들의 언어로 대사를 구성한 뒤, 영화 순서대로 촬영을 진행한 제작
선댄스와 베를린이 인정한 ‘중고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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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 삼색 중 <나의 어머니>를 완성한 튀니지 출신의 나세르 케미르는 과거와 대화하는 영매이며 이야기를 지어내는 셰라자드다. 영화는 간결하고 평온한 듯 보이지만 현실과 환상을 액자식 구조로 겹쳐 놓은 이미지들은 역동적이다. 그 안에는 능히 공감할 만한 삶의 기본적인 감정들이 있다. 전주를 두 번째 찾은 그에게 <나의 어머니>에 대해 물었고, 그는 한 문장씩 천천히 시(詩)적인 대답을 풀어냈다.
-디지털이 당신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35mm 필름으로는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디지털은 이미지와 소리의 관계를 필름보다 훨씬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어머니>는 어떤 구상을 통해 나온 영화인가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뵐 수 없었다. 거기서 부재라는 비극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또 하나는 내가 하려던 어머니에 관한 사전을 만드는 일이 계기가 됐다. 사전은
“모든 서사는 <아라비안 나이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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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택시기사들에게 물었다. “전주에서 제일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이 어디인가요?” 대답은 “다래콩나물국밥”이다. 전주 토박이 출신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이곳의 국밥은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전주식 콩나물 국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펄펄 끓인 뚝배기에 날계란을 풀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삼백집’식과 멸치나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삶은 콩나물을 넣고 데치는 ‘남부시장’식이 있다. 다래콩나물국밥은 남부시장식이다. 국과 밥, 반찬이 따로 나오므로 원하는 만큼 재료를 넣어 ‘셀프 국밥’을 만들 수 있다. 팁 한 가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수란(반쯤 익힌 계란)에 야채와 고소한 김을 넣고 비빈 다음 국밥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콩나물국밥은 4000원, 홍지서림 골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063-288-6962)
택시기사들이 강추하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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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영화’라고 말할 때, 이 어휘는 묵시적으로 ‘이야기가 있는 영화, 곧 narrative cinema’를 의미한다. 스토리가 없으면, ‘실험’, ‘급진’, 혹은 ‘순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모두 골치 아픈 예술지향적인 영화라는 뜻이 숨어 있다. 그러나 영화의 탄생은 원래 이야기가 없는 필름의 상영이었다. 뤼미에르 형제가 그렇게 시작했고, 그의 동료들이 대개 그런 영화들을 들고 나왔다. 영화는 원래 이랬는데, 이를 ‘오염’시킨 장본인이 멜리에스다. 이야기를 넣고 ‘재미’를 추구했다.
‘프로그램’, 철학적 주제 다루는 영화에세이
알렉산더 클루게(1932-)는 지금도 영화는 이야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오랜만에 베니스영화제의 비경쟁부문에 <75세 알렉산더 클루게>라는 작품으로 참여하며 그는 여전히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래 영화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로 영화를 대
깨어 있는 의식, 선동하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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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화사한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울창하게 드리워진 나무들만이 호젓하게 오는 이를 맞는 여기는 전주동물원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이곳은 선하고 소박한 광주 시민들이 웃고 즐길 수 있었던 마지막 장소였다. 거기에는 마을 사람들의 익살과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 있었다. 직접 찾은 그곳은 봄날의 동물원이 모두 그렇듯 나른한 분위기였다. 동물들은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동물원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전주동물원은 지방 동물원으로는 유일하게 반달가슴곰과 재규어 등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공간의 규모도 크다. 완벽하게 다 돌아보려면 한 시간이 걸릴 정도. 사육장의 간격이 넓은 데다 사이마다 꽃과 나무가 울창해 동물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큰 공원을 걷는 느낌이다. 어느덧 성당에서 야유회를 나온 민우(김상경) 일행이 게임을 즐기던 잔디밭에 도착했다. 푸르름은 그대로지만 사람은
동물보다는 사람이 그리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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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입맞춤>(THE KISS)'에
배우 코이케 에이코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이케 에이코는 <개와 고양이>(2004) <한밤중에 야지상 기타상>(2005)
<남자는 그걸 참을 수 없어>(2006)등 다수의 작품에 출현했다.
영화에서 엔도 쿄코 역을 맡은 코이케 에이코는 살인범에게 애정을 느끼는 역할로
깊고 절제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영상을 통해 배우 코이케 에이코와 영화<입맞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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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2008] 개막작 <입맞춤>의 배우 코이케 에이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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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입맞춤>(THE KISS)'에
감독 만다 쿠니토시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러브드'가 2001년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해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고,
이어 2004년에는 '터널'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될 만큼 독특한 연출 세계를 선보였다.
영상을 통해 감독 만다 쿠니도시와 영화<입맞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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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2008] 개막작 <입맞춤>의 감독 만다 구니토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