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내 방송가에서 '톱스타 캐스팅=시청률'라는 공식이 무너진 지는 이미 꽤 됐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톱스타만 캐스팅하면 방송 편성부터 시청률까지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권상우의 '못된 사랑', 최지우ㆍ이정재의 '에어 시티', 장진영ㆍ송일국의 '로비스트', 고소영의 '푸른 물고기'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톱스타 캐스팅에 성공한 상당수 드라마가 쓴 맛을 보면서 이런 분위기가 크게 옅어졌다.
와중에 톱스타들이 지키고 있던 또 하나의 '성역'이 최근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연기력 분야다.
사실 톱스타들은 그동안 연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아 왔다. 톱스타라는 착시효과가 있는데다 이전 드라마와 촬영 기간이 넉넉한 영화 등에서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쳐왔기 때문에 설사 신작 드라마에서 다소 어설픈 연기를 펼치더라도 일반 시청자들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톱스타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연기 품평을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 드라마 등을 시청하며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송혜교, 문소리, 박신양 등 애초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주인공들이 줄줄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송혜교는 현빈과 함께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의 주인공을 맡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시청률은 7% 대에서 출발해 3회에는 5% 대까지 떨어졌다.
문소리와 박신양도 마찬가지. 문소리의 MBC TV '내 인생의 황금기'도 10% 대 초반의 시청률에서 맴돌고 있으며, 박신양은 문근영과 함께 SBS TV 대작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주인공으로 투입돼 대단한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시청률은 10%대 중후반으로 기대이하다.
아이디 'soccersy'는 송혜교의 극 중 연기에 대해 "아무튼 대사전달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고, 'ring3427'은 "음량을 어느 정도 크게 해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발음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혀가 짧은 건지 대사전달이 너무 안 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풀하우스', '올인', '가을동화' 등에서 수준 높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송혜교로서는 다소 당황할 수 있는 지적이다. 네티즌은 해당 배우가 예전에 보였던 호연은 일단 머릿 속에서 지운 채 눈앞에 펼쳐지는 연기에 대해 그들만의 엄격한 잣대를 갖고 신랄한 연기 품평을 하는 분위기다.
문소리도 영화 '오아시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바람난 가족'에서 빛나는 연기를 펼쳐 갈채를 받았지만 처음 도전하는 셈인 드라마 연기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이디 'qkqrnlah'는 "'오아시스' 때는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이 드라마의 연기는 듣기가 거북스럽다. 책 읽는 것도 아니고…."라며 일침을 날렸다.
드라마 '쩐의 전쟁',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등에서 호쾌한 연기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박신양도 "사극 톤도 아니고, 또 현대극 어투도 '쩐의 전쟁' 때가 생각날 만큼 똑같다. 이도 저도 아닌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만이 가득하다"(harmonyty)라는 아픈 지적을 받았다.
물론 일부 네티즌의 지적이 시청자 대부분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품평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배우와 기획사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 기획사의 대표는 "고액 몸값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청자들은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다니 과연 어느 정도 연기를 하는지 지켜보자'며 이전보다 더 냉정하게 스타의 연기를 평가하는 것 같다"며 "또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스타의 이미지만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스토리와의 연결성, 주변 배우와의 연기 호흡 등 종합적인 관점으로 드라마를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에 따라 배우와 기획사는 네티즌의 연기 품평에 잔뜩 긴장하는 등 예전보다 연기력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드라마 대본이 나오면 곧바로 해당 부분에 대한 개인 연기 교습을 받는 연기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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