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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돌아왔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김종현 집행위원장은 올해 10회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여느 때보다 더 바쁘게 뛰어야 했다. 1998년 학생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를 만들었던 그는 학교쪽과의 갈등으로 해직당한 뒤 올해 초 복직했다. 서울영파여자중학교의 영어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면서 학기 중에도 해외영화제를 순방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는 그는 아이들의 시험이 끝난 요즘에서야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내 천성이 아이들을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이 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즐거움을 느끼는 건 맞는 것 같다. (웃음)” 내년에도 선생님의 외도는 계속될 예정이다.
-요즘도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치고 있나.
=지금은 아이들에게 영화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아직 그들에게 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더라. 복직한 뒤에도 영화제작반이 아니라 밴드
[김종현] 학교에서나 영화 일을 하면서도 중심은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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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죽음이란 없지. 살아남은 자들이 허무한 거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마지막 장면에서 창이(이병헌)가 내뱉는 이 대사는 지도를 쫓아 대추격전을 펼치다 부하를 잃은 보스의 허탈감을 보여주는 말일 뿐 아니라 아끼던 스탭을 잃은 김지운 감독의 공허한 내면의 울림이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놈놈놈>의 모든 스탭과 배우들에게 허무할 정도의 슬픔을 안겨준 이는 고 지중현 무술감독이다. <놈놈놈>에서 정두홍, 허명행 감독과 함께 무술감독으로 참여했고, 스턴트맨과 배우로도 활약한 그는 지난해 9월21일 촬영지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 32살. 유달리 지중현 감독을 아꼈던 김지운 감독은 그의 사망 이후 창이의 대사를 만들어 애도의 뜻을 담았고, 엔딩 크레딧에도 ‘故 지중현, Bana Tehrani Ali Asghar(<놈놈놈>에 출연한 이란 배우로 지난
[지중현] 대평원 추격신을 가슴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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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오이 유우였다면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바사키 고우가 쿵후를 한다는 소식은 다소 심드렁했다. 어린 시절부터 배구선수로 활동한데다 출연했던 작품에서 종종 액션연기를 해왔던 그녀다. <배틀로얄>에서는 낫으로 친구들의 목을 끊는 악녀였고, <일본침몰>에서는 낙석을 피해다니는 구조요원이었으며, <도로로>에서는 남장무사였다. 물론 <메종 드 히미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는 밀도 높은 감성연기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대역이나 와이어없이 무술연기를 했다는 소식을 놀랍게 들을 필요는 없다. 분명 남들이 말려도 자기가 하겠다고 했을 것이고, 그러다 다쳐도 울지 않았을 것이다. <소림소녀>의 출연제의를 받고서 크게 마음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평소 K-1 경기를 즐겨봤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다 와이어액션도 해본 터라 연기가 즐거울 거라 생각했다. 단지 운동을 좀더 해야 할 것 같더라.
[시바사키 고우] 울지 않는 소녀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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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4일자 <스포츠 칸>은 어느 탈북자의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000년, 한국에 정착한 유상준씨의 이야기다. 그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영화 <크로싱>이 사전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이미 자신의 사연으로 <닥터봉> <자귀모> 등을 연출했던 이광훈 감독과 정식계약을 체결해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탈북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실제 탈북자를 배려하지 않아 속상할 뿐”이라며 법률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0일 뒤인 지난 7월14일, 이광훈 감독에 의해 <크로싱>에 대한 영화상영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심심할 때면 찾아오는 충무로의 유사소재 공방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공방의 관건이 된 <크로싱>의 에피소드는 주인공 만철의 아들인 명철이 몽골 국경 인접지대의 사막을 건너다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이다. <크로싱
[포커스] 또다시 불거진 유사소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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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놈놈놈> 놈놈놈의 진짜 의미?
[헌즈다이어리] <놈놈놈> 놈놈놈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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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극장가를 접수했다. 지난 7월 17일 개봉한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개봉 첫 주만에 전국관객 218만명을 돌파했다. 전국 7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놈놈놈>은 개봉 첫날에만 40만1606명을 동원했고, 주말을 합쳐 총 관객수 218만 6000명(배급사 집계)을 불러모았다. 개봉 첫 주말 기록으로 볼때 역대 최고기록을 보유한 <괴물>(263만명)과 <디워>(220만명)에 이어 3위을 기록한 셈. 올해 최고기록인 <인디아나 존스4: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비교할 때도 <놈놈놈>의 기록은 주목할만하다. 예매율(약 70%)과 스크린 수에서 비슷한 수치를 보였던 <인디아나 존스4>의 개봉 첫 날 스코어는 21만1496명이었으며, 첫 주 기록은 약 160만이었다. 놈들의 다양한 신기록 행진이다.
<놈놈놈>이 관객들을 장악하면서 1위와 2위의 격차는 넓어졌다. 지
<놈놈놈>, 개봉 첫주 218만명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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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과 탁재훈이 술독에 빠졌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지난 16일 홍대의 한 클럽에서 '개업 파티'를 열었다. 영화의 내용대로 주점 개업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진행된 이날 제작보고회는 주연배우인 예지원과 탁재훈, 김정민 감독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예지원, 탁재훈이 듀엣을 결성해 '술이야'를 열창했고, 맥주를 앞에 놓고 인터뷰를 하는 취중 토크가 진행되는가 하면,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기자들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탁재훈은 간담회에서 “<놈놈놈> 간담회 때는 질문 많이 하지 않았느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웃기는 놈'이다.”등 화제작인 <놈놈놈>을 의식한 발언을 많이 해 눈길을 끌었다.
술만 마시면 필름 끊기는 32살의 엽기적인 그녀 유진 역을 맡은 예지원과 그녀의 뒷수습만 10년째인 만만한 흑기사 철진 역을 맡은 탁재훈. 두 사람의 요절복통 코믹 연기
예지원, 탁재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제작보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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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전부터 호평 일색으로 각종 외신을 뜨겁게 달구더니 단숨에 1억5534만달러를 벌어들여 미디어의 상찬이 결코 호들갑이 아님을 증명했다. <배트맨 비긴즈>로 배트맨의 기원을 새로 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속편 <다크 나이트>로 미국 극장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려는 듯 보인다. 첫 주말 수입으로 1억5534만달러를 쓸어담은 <다크 나이트>가 갈아치운 흥행기록은 다음과 같다. ① 이전까지 2007년 5월 개봉한 <스파이더맨3>가 정상을 차지했던 개봉일 박스오피스 전미 최고 기록을 6640만달러로 갱신했고, ② 역시 <스파이더맨3>가 세웠던 개봉 첫주 최고 주말수입의 정상을 가져갔다. ③ 이제까지 개봉했던 모든 영화의 첫 3일 개봉기록으로도 1위이며, ④ 가장 빨리 1억달러에 도달한 영화이기도 하다. ⑤ 4366개관에서 상영된 <다크 나이트> 덕분에 2008년 7월18일 시작
<다크 나이트> 첫주 1억5534만달러 벌어들여 줄줄이 흥행기록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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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워드 맨> The Sword Bearer
필립 얀콥스키 | 2006년 | 108분 | 러시아 |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시적 영상은 잊어라. 할리우드 영웅물의 러시아식 변주인 <스워드 맨>은 러시아영화의 변화하는 현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가위손’처럼 손에서 칼이 솟는 남자 사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능력 때문에 어릴 적부터 그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닥치는 대로 살해를 일삼는 그는 악몽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런 그의 노력에도 ‘폭력적인 사샤의 손’은 살해 본능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사샤는 자신의 폭력을 잠재워줄 운명의 여인 카이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러시아 국민배우 올렉 얀콥스키의 아들인 필립 얀콥스키 감독은 누아르풍의 화면과 심리 묘사 사이로 컴퓨터그래픽과 액션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러시아식 몽환적 SF를 창조한다. 영화 속 사샤의 폭력에는
할리우드 영웅물의 러시아식 변주 <스워드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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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How to Get Rid of the Others
앤더스 로노 클라룬드/ 덴마크/ 2007년/ 94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한 무리의 군인들이 덴마크 시민들을 야밤의 학교로 끌려온다. 겉보기에는 한없이 선량한 시민으로 보이는 그들이 대체 왜 돼지 떼처럼 끌려왔을까. 이유는 덴마크 정부가 국가 존속을 위해 새롭게 창안한 정책 ‘뉴 코펜하겐 크리테리아’ 때문이다. 국가에 기여한 것보다 더 큰 해택을 받아온 시민들을 모조리 제거한다는 이 정책은 도무지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파시즘의 산물이다.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은 체육관에 갇혀 처형을 기다리는 일군의 무리에 초점을 맞춘다. 누구는 휠체어 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중년 장애인이다. 하는 일도 없이 국가의 사회보장정책에 기생한 죄로 끌려온 셈이다. 다른 누구는 예술가다. 처형을 집행하는 군인에 따르면 “예술가는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표적”이다. 왜냐고? 국가에 실질적인 이득을 주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블랙 코미디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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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규칙> Rule Number One
켈빈 통/홍콩, 싱가포르/ 2008년/93분/부천 초이스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제1 원칙. 유령을 믿지 마라. 신참 형사 리는 선배에게 항상 꾸중을 듣는다. 경찰엔 하루 185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중 180통은 살인, 강간, 납치, 강도 등의 신고 전화 그리고 나머지 5통은 “내 집에 이상한 게 있다”로 시작하는 무의미한 전화들이라고. 한번의 사고로 경무과로 좌천당한 리는 같이 일하게 된 베테랑 선배에게서도 자꾸만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무시하라고 주의를 듣는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학교, 병원으로 계속 이어지고 리는 이 사건이 자신의 과거 사고와 어딘가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현실의 외벽을 조금씩 갉고 들어오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영화는 리가 사는 현실이 사실 허울뿐인 규칙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것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형사 버디물을 취하지만 동양 호러의 혼을 좀비영화의
동양 호러의 혼을 좀비영화의 틀로 재구성 <제1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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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친구 부트나스 Bhoothnath
비벡 샤르마 | 인도 | 2008년 | 136분 | 패밀리 판타
춤과 노래로 떠들썩한 발리우드표 호러라면 공포는 잠시 접어두자. 인도의 한 지방, 고아로 이사 온 7살 방쿠 가족. 더없이 멋진 저택인데도 이곳은 유령의 집으로 불린다. 일 때문에 집을 떠난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두려움에 빠진 방쿠에게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유령이 아니라 천사라며 안심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방쿠는 유령 부트나스를 만난다.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부트나스의 목적과는 아랑곳없이 새 친구가 필요한 방쿠는 ‘천사’ 부트나스가 반갑기만 하다. 둘은 곧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유령친구 부트나스>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 통용하는 호러영화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부트나스의 행동 뒤에는 가족 간의 불화라는 숨겨진 사연이 존재한다. 순수한 소년 방쿠는 사리사욕에 찌든 어른들과 달리, 부트나스의 아픔을 치유하고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플롯은 단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 통용하는 호러영화 <유령친구 부트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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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버> Shiver
이시드로 오르티즈/ 스페인/ 2007년/91분/월드 판타스틱시네마
스페인 호러물에서 아이들은 자주 어둠 속을 방황한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아이들(<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이 그랬듯, 이들에게는 찬란한 햇빛보다 서늘한 그림자가 더 친숙한 듯하다. <쉬버>의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10대 소년 산티는 아예 햇볕을 오래 쬐면 온몸에 반점이 생기고 고통을 느끼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 그는 굳이 몸을 숨겨 태양을 피하지 않아도 될 산속 시골 마을로 전학을 간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에게 어둠은 안식처가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다. 마을의 숲에서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산티는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오는 위험에 두려움을 느낀다.
<쉬버>는 숲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의 관습을 꼼꼼히 차용한다. 카메라를 들고 숲 속을 배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블레어
숲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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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러브 익스프레스 Quickie Express
디마스 쟈야디니그랏 | 인도네시아 | 2007년 | 117분 | 오프 더 판타스틱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는 자가 루저다.” 별 볼일 없는 남자 조조는 하찮은 자신의 삶을 낙관주의로 위로하며 산다. 청소부 일을 하며 끼니를 때워도 음악을 들으며 희망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에겐 한 남자가 찾아오고 그는 조조를 남창으로 스카우트한다. 겉으론 피자회사지만 실제론 피자가 아닌 몸을 배달하는 이 조직은 여자들에게 웃음과 쾌락을 주고 돈을 버는 곳이다. 헌터의 끈질긴 설득으로 이곳에 몸담게 된 조조는 훈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최고의 남창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100% 희망이 펼쳐진 건 아니다. 피자배달부를 조롱하는 시선, 의사 여자와 사랑에 빠졌어도 어쩌지 못하는 곤란함이 남창 조조를 옥죄어온다. 인도네시아에서 2007년 큰 인기를 얻으며 화제작이 된 이 영화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주인공을 유쾌하게 위로한다. 두
<러브러브 익스프레스>가 제시하는 새로운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