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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 가까이 한국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선두에 있었다. 산업이 성장하지 않았는데, 영화인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게다가 책임지지 못할 머니게임을 벌였다고 했다. 강 위원장에게 영진위는 비난의 핵심 표적이었다. 영진위가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상업영화도, 다양성 영화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그가 5월28일 4기 영진위의 수장이 됐다. 업무 파악을 이유로 그가 인터뷰를 미루는 동안 신임 위원장에 관한 소문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영화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사업을 추진하던 기존 영진위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영진위가 최종 구성된 지 이제 보름. 위원장이 직접 수정했다고 하는 내년 사업계획안을 구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리를 마련한 건 그런 정황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주의자인 강 위원장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2시간
[강한섭] 홈런은 홈런타자가 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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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 When the Full Moon Rises
모하마드 모드 칼리드 말레이시아 2008 110분 부천초이스:장편
먼저, 주의부터 드려야겠다. <전설의 고향> 류의 고전적인 공포영화를 싫어하시는 분, 시니컬하거나 썰렁한 유머에 관심 없으신 분, 귀신의 비주얼만큼은 완벽하게 무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이는 말레이시아 어로 ’보름달이 뜰 때’라는 뜻이다)을 보지 마시라. 관객의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만큼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고된 기자인 살레가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사람들이 사라진다. 복직하기 위해 마을에서 특종을 잡으려는 살레는 마을의 이곳저곳을 드나든다. 그의 주변으로 아름다운 여인들과 그를 저지하려는 방해꾼들, 그리고 초자연적인 무엇이 모여든다. 전반적으로 흑백 누아르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콧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페도라를 쓴 ’한량’ 남자
보름달이 뜰 때 <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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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의 비행접시> Summer of the Flying Saucer
마틴 더피 | 2007년 | 86분 | 아일랜드, 스웨덴 | 패밀리판타
히피는 공산주의자로 통하던 아일랜드의 조용한 마을 마요주. 15살, 히피 차림의 댄은 마을 어른들에게 문제아로 통한다. 아내를 잃고 외골수가 된 아버지 역시 농장 일에 무관심한 아들이 못마땅하다. 그러던 중 댄은 농장 뒷마당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돕기로 한다.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에 맞서 외계인을 보호하는 동안 외계 소녀와 댄은 사랑에 빠진다. <그해 여름의 비행접시>는 어른이 된 댄이 돌아보는 자신의 소년기다. 회고조의 SFX는 그래서 다분히 감상적이고 소박하다. 외계인은 검은 두건 하나로 복장을 완성하고, 그들의 초능력은 길거리에서 주운 듯한 평범한 돌멩이 하나로 발현된다.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비행접시 역시 어린이 특촬물에서 보던 조악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네스를 맘껏 마실 수 있는 낡은 바,
어른이 된 댄이 돌아보는 자신의 소년기 <그해 여름의 비행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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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해피 체인소우> Negative Happy Chainsaw Edge
기키타무라 다쿠지/ 2007년/ 104분/ 일본/ 월드 판타스틱시네마
고등학생 유스케는 단짝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사로잡혀있다.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좀도둑질을 일삼던 그는 어느 날 밤 전기톱을 든 괴물과 싸움을 벌이는 예쁘장한 여고생 에리를 만난다. 유스케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싸우다 죽겠다”는 치기에 사로잡히고, 밤마다 벌어지는 괴물과의 결투에 동참한다. 다키모토 다쓰히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할리우드 호러에서 쏙 빼낸 듯한 살인마를 등장시키며 막을 열지만 그 골자는 청춘의 성장담이다. 무시무시하던 괴물과의 사투는 모험과 공포의 세계로 주인공들을 밀어넣는 대신, 한 차례 두 차례 반복되면서 마치 등교를 하는 것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다. 유스케는 떠나버린 친구에 대한 일그러진 콤플렉스로 속을 앓고,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에
청춘 성장담 <네거티브 해피 체인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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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바이러스> Others
오스카 캠포 | 2008년 | 84분 | 콜롬비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스템 엔지니어 호세의 몸에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공포스러운 피부병. 동료는 이 질병이 아마존 정글로부터 전파되었으며 뛰어난 번식력으로 사람의 온몸을 잠식,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그를 위협한다. 섹스를 즐기며, 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36살의 남자는 끔찍한 박테리아의 출현 이후, 자신이 삶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음을 느낀다. 게다가 자신이 계속 복제되는 초현실적인 현실까지 맞닥뜨린다. 결국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잔인한 싸움에 휘말리고 평온했던 현실은 악몽이 된다. <클론바이러스>는 한 남자의 혼란을 통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인류의 재앙을 환기시킨다.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오스카 캠포 감독은 <클론바이러스>를 통해 이 끔찍한 바이러스의 원인이 포스트 9·11이 남긴 공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인류의 재앙 <클론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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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클로> Resiklo
마크 레이스/ 2007년/ 120분/ 필리핀/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외계인의 침공으로 완전히 황폐해진 지구. 소수의 생존자들은 파라이소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겨우 삶을 영위해간다. 우주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외계인들에게 맞서기 위한 생존자들의 최종병기는 고철 더미를 이용해서 만든 로봇(<매트릭스3 레볼루션>과 <자붕글>의 형제쯤 된다)이다. <리시클로>는 지난해 마닐라영화제에서 7개 부문을 휩쓸며 필리핀 자국영화의 자랑거리가 됐다. 그러나 자국의 자랑거리가 언제나 국제적인 자랑거리인 것은 아니다. <리시클로>에서 오리지널리티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찾는 건 무리다. 로봇들이 공터에서 전쟁을 벌이는 클라이맥스의 특수효과는 게임 화면에서 오려붙인 것 같고 <에이리언2>를 비롯한 80년대 할리우드 SF 활극에서 도용한 장면들도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리시클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두
필리핀 자국영화의 자랑거리 <리시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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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콜라이트> Acolytes
존 휴이트 | 2007 | 91분 | 호주 | 부천 초이스 : 장편
남자 둘과 여자 하나. 2-1의 인간관계는 항상 불안한 균형 위에 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혹은 서로 다른 두 우정 안에서. 제임스와 마크는 여자친구 체이슬리와 함께 다닌다. 제임스와 체이슬리는 서로 사귀는 관계지만 이 둘 사이엔 둘의 친구 마크가 있다. 영화는 어린 시절 게리의 괴롭힘에 고생했던 제임스와 마크가 게리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정작 영화의 모든 불안은 게리와의 관계보단 제임스와 마크, 체이슬리의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나온다. 키스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마크의 눈과 제임스를 보내고 방에 단둘이 앉아있는 체이슬리와 제임스. 영화는 살인과 복수, 사랑과 우정의 문제를 교묘하게 뒤틀린 관계 안에서 설명한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조여오는 게리의 협박과 이에 대응하는 마크와 제임스의 행동은 아픈 과거에 대한 재연이자 환기고, 체이슬리가 마크와 제
살인과 복수, 사랑과 우정 <아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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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으로> ただ、愛のために
히로키 류이치 | 2008 | 90분 | 일본 | 스트레인지 오마쥬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소녀가 있다. 후회할 것 같은 일이 있을 때 그 사건의 원인으로 돌아가 상황을 다시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여객 터미널의 승차권 판매원으로 일하는 소녀 유리는 남자친구의 죽음을 목도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건 무엇보다 싫다고 생각한 그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남자친구를 살리고 대신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다. 시간을 돌리는 대신 빛을 잃게되는 운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잃는 건 시력 이상이다. 남자친구의 기억, 추억으로 새겨넣은 시간들은 모두 없던 것이 되고, 소녀는 외롭게 새로 씌어진 시간 안에서 모든 짐을 다 짊어진 채 살아간다. <바이브레이터>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바이브레이터>의 황량한 고속도로 대신 이번엔 부두의 서늘한 풍경을 가져왔다. 시간을 돌린다는 다소 SF적인 설정이 있지만 영
부두의 서늘한 풍경 <오직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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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Shadow Sprit
하라다 마사토/ 2007년/ 133분/ 일본/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호러소설가 교고쿠 나쓰히코는 일본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불린다. <망량의 상자>는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 나쓰히코의 팬이라면 원작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원작의 중심인물인 퇴마사 추젠지 아키히코, 그의 친구인 소설가 세키구치와 다른 이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장미십자탐정사무소의 에노키즈가 그대로 등장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베 히로시가 맡은 에노키즈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는 것. 이들의 주변에서 몇 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영화는 시작한다. 한 소녀가 기차역에서 사지가 잘리는 열차사고를 당하는데, 사건을 맡은 형사는 그녀가 막대한 유산 때문에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시내에서는 토막난 소녀의 사체가 상자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
원작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망량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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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저녁 6시 부천 고려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로보트태권 V의 생일잔치가 열린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는 7월24일 캐릭터 로보트태권 V의 32번째 생일을 맞아 '로보트태권 V Celebration 2008'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로보트태권브이의 신철 대표와 김청기 감독, 실사 영화화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 할리우드의 프로듀서 윌리엄 타이틀러, 한상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하며 새로운 로보트태권 V의 디자인 영상도 최초로 공개된다.
On July 25, the anniversary of Robot Taekwon V will be celebrated at 6 p.m. at grand ballroom, Koryo Hotel. Robot Taekwon V Co. will host a 'Robot Taekwon V Celebration 2008' on its 32th anniversary. The new video of Robot Taekwon V de
로보트 태권V 32번째 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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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에 접어든 PiFan의 중간 성적이 나왔다. 7월 20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100% 매진을 기록한 작품은 <집오리 들오리 코인로커> <아메리칸 좀비> <미라지맨> 등을 포함한 80여개 작품이며, <52구역>를 비롯한 <하녀> <도쿄 잔혹 경찰>등의 작품이 9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매진이 임박한 상태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집계된 좌석점유율은 32%로 작년 영화제의 중반 기간 점유율 59%와 비교할 때 감소한 편이다. 이 같은 감소요인은 작년과 달리 시민회관 처럼 좌석수가 많은 대형관이 포함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It's time for the mid-festival report. As of 9 p.m., July 9, there were 80 sold-out films including <The Foreign Duck, The Native Duck and God in a Coi
80여 작품 전회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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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 더이상 필요없다. 태풍 갈매기로 인해 취소됐던 야외행사들이 하나둘씩 재개되고 있다. 주말에 취소된 판타스틱 콘서트는 23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동안 한차례 부천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이날 공연에는 ‘누렁이’를 제외한 5개 밴드, 윈디씨티, 킹스턴루디스카, 타바코쥬스, 크라잉 넛, 와이낫이 참석하고 공연 후 밤 10시부터는 <리틀 러너>가 같은 장소에서 무료 야외상영될 예정이다. 7월 21일 월요일과 22일 화요일로 예정된 판타스틱 콘서트와 야외상영은 원래 일정대로 진행된다. 한편 부천시청이 주최하는 <겟스마트>, <스피드 레이서> 무료 야외상영이 24일과 25일 저녁 8시30분에 각각 부천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물론 한가지는 꼭 기억하자. 야외행사들은 갑작스런 우천시 취소될 수 있다.
The sun rises again in Bucheon. Outdoor events cancelled due to typhoon
야외행사 속속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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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도란스’라 이름 붙여진 올해 한국영화회고전은 왕년의 한국 첩보액션영화 모둠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8편은 그 중에서도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액션의 공간을 확장해 나간 작품들이다. 도쿄와 홍콩을 중심으로, 팜므 파탈의 음모와 007 첩보가 펼쳐지는 동아시아 첩보활극은 당시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반공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에 대한 집단적 매혹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특히 반공 이데올로기와의 결합은 당시 아시아 경제의 성장과, 해외 로케이션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홍콩이나 일본영화계와 비교해볼 때 한국첩보영화가 지닌 독특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해외 로케이션과 할리우드 상업 장르의 한국적 수용이라는, 이른바 한국영화 세계화 전략의 초기적 형태였다. 이전 한국액션영화의 대표배우들이었던 장동휘, 박노식, 허장강, 오지명, 문오장, 황해, 이대엽 등이 여전히 이 장르에서도 맹활약했음을 떠올려보면 이들 첩보활극은 당시 한국액션영화의 대형화 경향
한국산 첩보액션의 할리우드적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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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시간을 과거로 돌린다고 했을 때 그건 복잡한 과학으로 입혀진 SF물이 아니다. 시간을 돌리는 대신 시력을 잃는 여자의 이야기 <오직 사랑으로>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홀로 새롭게 쓰여진 시간 속에 외롭게 살아가는 여자 이야기다. 언제나 그랬듯 여자가 주인공이고 그 여자의 넓은 품은 황량한 느낌의 부두를 부드럽게 감싼다. 7월16일 개막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선 개막작 <유어 프렌즈>를, 부천영화제엔 <오직 사랑으로>를 들고 내한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을 만났다.
-<오직 사랑으로>는 어떻게 구상했나.
=TV 드라마 시리즈 기획의 연장에서 출발한 영화다. 주인공이 초능력을 가진다는 설정의 시리즈 드라마가 있다. 코미디, 호러, 러브 스토리 장르는 다양하다. 나는 거기서 러브 스토리의 양식을 가져와 영화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초능력이란 것도 모두 다 다른 종류인가.
=그렇다. 다 다른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
“여성의 위대함이 만든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