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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의 고담시가 이전에 묘사된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로케이션 촬영이 훨씬 많았다. <배트맨 비긴즈>가 한달 정도 시카고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면 이번 작품은 몇달 동안 시카고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단순히 시카고의 거리풍경을 촬영하는 데서 더 나아가 회의실이나 사무실 등을 비롯한 각 건축들의 실제 실내에 이르기까지 실제 크기의, 실제 장소를 담아냄으로써 대도시의 질감을 담아내고자 했다.
-<배트맨 비긴즈>에 이어 <다크 나이트>를 만들게 된 동기는.
=<배트맨 비긴즈>가 끝난 바로 그 자리에서 배트맨이라는 새로운 창조물이 고담시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떤 것이 될까라는 가정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악의 무리로부터 고담시를 구해내기 위해 탄생한 배트맨에 대한 고담시의 반작용이 조커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발전시켜보는 것을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히스 레저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은.
=그와는 몇년
[크리스토퍼 놀란] 히스의 몸짓, 표정 하나 하나가 놀라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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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을 보면 마치 다음 편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데이비드 S. 고이어: 그렇지 않다. 그건 크리스(감독)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이 자체만으로도 가장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자 했다.
=조너선 놀란: 영화는 코믹북과는 달리 그 자체로 완결된 엔딩을 필요로 한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어떻게 디자인했나.
=데이비드 S. 고이어: 원작으로 돌아가서 그가 시리즈에서 어떻게 처음 등장했는지,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조커는 이른바 혼란의 전도사다. 그는 어떤 대의명분도, 어떤 행동의 이유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배트맨에게 곤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대다.
=조너선 놀란: 그런 까닭에 작가로서 조커만큼 쓰기 쉬운 캐릭터도 없지 않았나 싶다. 그의 행동을 일일이 정당화할 필요도 없고, 다른 캐릭터들에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감정 포물선을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데이비드 S. 고이어: 조커는 그의 행동에 대해 설명
[조너선 놀란, 데이비드 S. 고이어] 조커의 약점이라면, 배트맨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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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잡아낸 수직의 도시 고담을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시작된다. 그대로 빨려들어가 끝없이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 핑하니 현기증마저 도는 눈앞에 펼쳐진 고담시. 전작 <배트맨 비긴즈>(2005)를 통해 내상을 가진 영웅의 기원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를 통해 영웅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다소 무겁게 그려나가고 있다. 배트맨은 다른 수퍼영웅들에 비해 확실히 좀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캐릭터다. 그의 특별한 능력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얻어진 초능력이라든가, 다른 행성 출신이란 점 등이 아니라 물려받은 막대한 부에 기반한다. 억만장자의 산업자본가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고담시의 정의를 되찾는다는 명분 아래 배트맨의 가면을 쓰지만 그의 선한 의도와 달리 그의 존재 자체는 오히려 악의 무리들이 더 결집하게 되는 계기가 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배트맨 앞에 등장한
<다크 나이트> 밤의 기사, 미치광이 살인마와 격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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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여 입식사열전> Eat and Run-6 Beautiful Grifters
오시이 마모루 외/ 일본/ 2007년/ 123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모든 음식점 주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무시무시한 인간들. ‘먹고 튀기’를 생업으로 삼는 ‘다치구이시’는 2006년 오시이 마모루가 자신의 장편 <입식사열전>을 통해 탄생시킨 가상의 존재다. 음식점 주인과 무전취식주의자들의 대결을 시침 뚝 떼고 민속학적 중대사처럼 그려놓았던 전작에 이어 속편인 <진 여 입식사열전>은 오시이 마모루와 네 명의 감들이 다치구이시를 모티브로 연출한 6편의 기상천외한 중·단편을 선보인다. 금붕어 모양의 사탕을 만들어달라 요구한 뒤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게의 모든 사탕을 싹쓸이해버리는 전설의 여인, 맛 좋은 버번을 노리고 술집을 순례하는 서부시대의 총잡이, 옥수수밭에 기거하며 지나가는 장사꾼들을 홀려 음식을 얻어내는 미모의 소녀, 크레페에 걸신들린 아이돌 지망
오시이 마모루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진 여 입식사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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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어스 스킨> Mysterious Skin
그렉 애러키 | 2004 | 107분 | 미국 | 판타스틱 감독백서
사라진 다섯 시간. 18살의 청년 브라이언은 10년 전의 어느 하루를 애써 잊고 지낸다. 친구 닐과 함께 야구부 코치에게 납치돼 성추행을 당했던 그는 이후 상처를 시간으로 덮은 뒤 무덤덤한 생활을 이어간다. UFO를 믿고, 에일리언 책을 탐독하며, 공부밖에 모르는 듯 세상과 이어진 끈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닐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돈을 받고 몸을 팔며 술을 마시고 거리를 헤맨다. 그렉 애러키 감독의 2004년 작품인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아동 성추행이란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상처의 치유, 시간의 의미를 묻는다. 브라이언은 조심스레 닐을 만나려 시도하고 닐은 그와 만나면서 시간 저 건너편에 두고 잊었던 상처를 마주한다. 그렉 애러키 감독은 8살 이후 떨어져 살
상처의 치유, 시간의 의미 <미스테리어스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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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오테르> The Auteur
제임스 웨스트비 | 미국 | 2008년 | 80분 | 오프 더 판타스틱
웨스 앤더슨이 포르노영화를 찍으면 아마 이런 모양새가 되었을까? 오테르 도밍고 감독은 <나의 왼발>과 <레퀴엠>의 포르노판 <My left Nut>과 <Requiem for a Wet Dream>을 연출한 포르노계의 대부. 스스로 포르노 영화계의 ‘스탠리 큐브릭’이라 여길 정도로 자부심에 차 있었지만, 필생의 역작인 <Full Metal Jackoff>에 쏟아진 혹평과 사랑하던 여인과의 불화로 지금은 한물간 감독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던 중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필름 페스티벌에 공로상 수상자로 참가한 도밍고는 그곳에서 여전히 자신에게 열광하는 팬과, 예전 함께 작업했던 배우, 자신에게 적대적인 라이벌을 만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다. 특히 히피들의 자유로운 섹스 광경을 본 뒤 그는 재기의 영감을
퇴물 감독 오테르의 현재와 그의 작품세계 <포르노 오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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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영화 <52구역>은 기억에 갇힌 남자에 대한 몽환적인 스릴러다. 건축가 이아소나스는 페넬로페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이아소나스는 페넬로페와 그녀의 물건들이 아파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한다.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아소나스는 천천히 자기 마음속으로 들어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새기기 시작하고, 결국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게 된다. 슬프게도 혹은 재미있게도, 알렉시스 알렉시우 감독이 <52구역>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예산이 없었던 탓에 한정된 장소,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모든 것이 벌어지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렉시우 감독은 적은 예산이라는 장애를 끝내주는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 이아소나스는 좁은 아파트에 갇힌 채로 끝없이 지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러나 기억은 끝없이 반복되며 정해진 비극으로 치닫을 뿐이다. “이건 한 캐릭
“한 캐릭터가 자기 마음에 갇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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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업도, 무술공연도 좋았다. 하지만 액션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액션영화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첫 수업을 시작한 7월19일부터 폐막을 하루 앞둔 22일까지, 환상영화학교에 참석한 서른 명의 감독은 네 조로 나뉘어 네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시나리오부터 촬영까지, 영화를 만들며 이들이 거쳐야 했던 고민의 흔적을 뒤쫓아보았다.
1. 시나리오랩
스무 명 넘는 수강생이 한데 모여 듣는 편집분석 강의와 달리, 시나리오 수업은 열 명 내외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적은 인원인 만큼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한 강사의 꼼꼼한 첨삭이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7월22일 강의에서 집중 지도를 받은 학생은 <기술직 공무원을 만나다>를 만든 정동락 감독. 강의를 맡은 <거칠마루>의 김진성 감독은 미리 준비된 평가 기준에 맞춰 학생의 작품을 찬찬이 분석했다. "광우병을 소재로 만든 건 시의성 있고 좋아보이는데, 인물이 싸우는 이유가
액션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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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과 한명의 소녀. 우연히 연쇄살인범이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들은 자신들을 학대해온 친구를 살해하기 위해 그를 끌어들인다. 섣부른 판단, 무모한 계획은 걷잡을 수 없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호주 감독 존 휴이트는 이 혼란의 사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십대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할리우드 틴에이저 무비의 시끌벅적함은 없다. “서구에서 만들어지는 하이틴물은 자위, 마약 같은 눈요깃거리로 시작해 결론에 가서는 해피엔딩이 찾아오는 식이다. 난 좀 더 어른스러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트뤼포의 <줄 앤 짐>을 연상시키는 삼각의 관계. 사건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셋은 질투와 소유의 긴장을 드러낸다. 결국 그들이 겪는 공포는 결국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겪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 성장을 향한 몸부림이다.
<아콜라이트>는 얼마 전 십대의 나체를 찍어 논쟁을 일으킨 호주 포토그래퍼 빌 핸슨의 사진과 닮았다. 푸르스름한 냉기가 감돌 정도로 섬뜩하며, 또 침착
“눈요기 거리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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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 The Facts in the Case of Mister Hollow
로드리고 구디뇨 / 캐나다 / 2008 / 6분
추리영화의 매력은 대개 사건의 진실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만담가 탐정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답을 구하는 추리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은 입증한다. 이 영화는 단 한 마디의 나레이션도 없이 스산한 음악과 팀 버튼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고딕적 영상으로 일관한다. 주어진 자료라곤 100여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신문기사와 몇 명의 남녀가 포함된, 출처를 알 수 없는 낡은 사진 한 장 뿐이다. 그런데 카메라가 사진을 천천히 훑기 시작하면서 시선의 흐름은 곧 하나의 서사가 된다. 사진 속 남자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들의 차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와 그녀 곁의 남자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영상은 말없는 이야기꾼이 되어 진실을 풀어놓는
관객 스스로 답을 구하는 추리영화 <할로우 씨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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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The Most Beautiful Night in the World)
2007 / 일본 / 텐간 다이스케 / 160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은 일본의 거장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아들 텐간 다이스케의 작품. 다이스케는 사랑과 욕망이 도처에 표류하던 아버지의 세계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성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은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을,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원시성 강한 성행위의 모습은 자연스레 <나라야마 부시코>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아들의 세계는 아버지의 그것보다 훨씬 보드랍고 달콤하다. 아름다운 비밀 병기 여인과 미친 천재 소녀, 최음제 폭탄을 제조하는 테러리스트가 즐겁게 모여 사는 마을은 히피의 낙원 같다.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한직으로 내쫓긴 어느 기자가 이 마을로 내려오면서 기괴하고 발칙하고 엉뚱한 사건들이
평화롭지 못한 현대 사회의 폭력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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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린> The Screen at Kamchanod
송삭 몽콜송 | 태국 | 2007 | 98분
1989년 1월 29일. 한 영사기사가 캄챠노드 숲의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틀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상영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말없이 영화를 감상하던 그들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초월적인 존재에 관심을 보이던 의사 윳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여자친구와 기자들을 이끌고 캄챠노드 숲으로 떠난다. 그때부터 이들 일행을 둘러싸고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재앙을 겪는 이야기는 공포영화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설정이지만, <더 스크린>의 서두르지 않는 촘촘한 접근방식은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다. 유령에 대한 윳의 신경증적인 집착과 숲에 대한 일행의 공포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한편 공포의 중심에 위치한 유령은 영역을 침범하려는 사람들에게
서두르지 않는 촘촘한 접근 <더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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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릭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에이블 데인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세련된 감각으로 완성된 잘 빠진 느와르다. 911과 음모이론, 감시라는 모티브가 보기좋게 들어맞고 40년대 할리우드 느와르를 표방한 영상은 단촐하지만 긴장감 있는 화면을 완성한다. CF와 TV 프로그램의 편집을 담당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소식을 듣고 영화 연출을 결심했다는 폴 크릭 감독. 느리고 신중한 그의 어투에선 현 미국 정치에 대한 불만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911과 음모이론이 영화의 주요 설정이다. 어떻게 떠올린 아이디언가.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두번째 선출되었을 때 매우 슬펐다. 미국이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안들었고 그 안에서 내가 할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 미국 정치의 어두운 면을 전하고 싶었다.
-911에 대한 당신의 의견, 음모이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글쎄…. 나는 정답을 갖고있지 않다. 다만 내가 말 할수 있는 건 우리가 듣는 건 진실이 아니라는 거다. 인터넷
“미국은 나찌와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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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70 동경전선> Operation Tokyo Expo '70
최인현ㅣ1970ㅣ한국ㅣ94분ㅣ코드네임 도란스
박동근(박노식)은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만국박람회(만박)를 구경하느라 신이 났다. 함께 숙소를 쓰는 승구(오지명)도 만박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 중 하나다. 한편, 조총련은 엑스포70을 기해 거의 1만여 명의 한국 관광객이 일본 땅을 밟자, 허선생(허장강)을 중심으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해 북송하라는 북한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려서 고향 원산을 떠나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조차 못하는 미라(윤미라)도 포섭 대상인데, 허선생은 어머니 김정숙이 도쿄에 와 있다며 어머니를 만나려면 전화를 달라고 해 포섭작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민완 정보원인 박동근이 승구와 힘을 합해 조총련의 본거지로 잠입한다.
역시 최인현 감독의 같은 해 작품인 <황금70 홍콩작전>(1970)과 비교하자면 도쿄와 오사카를 무대로 했음에도 다소 밀도가 떨어진다. 무
‘빨갱이들에게 자유를 가르치기 위한’ 작품 <엑스포70 동경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