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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로어> Dark Floors
감독 페테 리스키 | 핀란드 / 2008년 / 84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한번의 불길한 정전과 그 뒤, 세상은 모든 게 변한다. 페테 리스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다크 플로어>는 짧은 시간에 변해버린 병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다.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는 소녀 사라는 끊임없이 “크레용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사라의 아빠는 병원의 치료를 믿지 못해 아이를 데리고 도망하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둘이 함께 탄 병원의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추고 몇 분이 지난 뒤 다시 작동한다. 시끌벅적했던 병원 내부가 어떤 인기척도 없이 조용해졌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혀 있었던 5명의 사람들은 영문 모를 상황에 당황한다. <다크 플로어>는 일면 감금된 이들의 공포를 그린 <큐브>와 영혼에 민감한 소녀가 세상을 구원할 열쇠를 가진 <엑소시스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폐소공포
짧은 시간에 변해버린 병원 <다크 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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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인페르노> Doctor Hell, the Movie
파코 리몬 | 스페인 / 2007년 / 84분 / 금지구역
길었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이. 암에 시달려 수척했던 꼬마는 하루아침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TV를 비롯한 모든 언론에선 이 아이의 실화를 ‘기적의 치료’라 보도하고, 사람들은 이제 암, 에이즈 등의 질병도 치료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갖는다. 영화는 이후 화제의 중심이 된 병원의 내부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부터 희망은 끝도 없는 절망과 경악으로 급반전한다. 사람들의 몸과 장기로 실험을 하고 사람 안에 또 다른 사람을 배양하는 미치광이 의사는 병원을 가슴은 풍만하지만 덜렁거리는 성기를 가진 사람, 눈과 코가 마음대로 뒤섞여 형태 불명이 된 환자들로 채워나간다. 기적의 치료로 인간을 바꾸겠다는 의사의 미친 신념이 병원 전체를 뒤틀린 욕망의 결과물로 만든 셈이다. 의사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한 간호사 가르시아, 그녀의 심장을 도려내라 지령 받은 남자, 그의
파코 리몬의 강렬한 장편 데뷔작 <닥터 인페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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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지맨> Mirageman
어네스토 디아즈 에스피노자/ 칠레 / 2007년/ 90분/ 부천 초이스: 장편
마코는 괜찮은 무술 실력을 제외하면 별 볼일 없는 남자다. 직업은 나이트클럽 직원. 그런데 별 볼일 없는 남자가 자신이 별 볼일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성폭행당하는 TV 리포터를 우연히 구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마코는 사회의 폭력에 맞서서 싸우는 슈퍼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름도 정했다. 미라지맨. 신기루의 남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장벽은 현실이다. 히어로 코스튬을 만들었지만 이걸 갈아입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언론은 스스로 히어로라 부르는 미치광이를 놀리는 데 바쁘다. 그러나 비밀경찰이 소녀 납치 사건을 미라지맨에게 의뢰하면서부터 일이 점점 꼬여가기 시작한다. 2006년 첫 장편 <킬트로>(Kiltro)로 칠레 상업영화의 가능성을 해외에 알렸던 어네스토 디아즈 에스피노자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쿵후영화와 히어로영화의 컨벤션을
맛깔스런 액션영화 <미라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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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나> Nocturna
빅터 말도나도, 아드리아 가르시알/ 스페인/ 2007년 / 80분 / 애니 판타
고양이 꼬리처럼 낭창대며 감겨드는 포근한 밤에 고독한 소년이 모험을 떠나는 테마는 보편적 성장의 테마다. 따스한 낮의 오렌지 빛이 묘연한 밤의 에메랄드 빛과 섞이는 저물녘, 한 꼬마가 고아원 옥상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외로운 꼬마 팀은 야구공같이 앙증맞다. 팀의 유일한 위안은 모두 잠든 밤 신비한 문고리로 창문을 열어 별 하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죽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 별이 사라지자 걱정하던 팀에게 녹터나의 낯선 존재들이 나타난다. 고양이 떼를 이끌고 다니는 고양이치기 캣세퍼드와 수호 고양이 토비모리는 별을 찾아 떠나는 팀을 돕지만, 점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밤과 녹터나 일원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녹터나>는 스페인의 환상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와 배경의 이미지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녹터나’란 낮의 세계가 평안히 영
스페인의 환상 애니메이션 <녹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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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쌰으쌰 드림팀 Dream Team
키티콘 리오시리쿤 | 타이 | 2008년 | 91분 | 패밀리 판타
GOD의 ‘육아일기’나 축구를 소재로 한 ‘날아라 슛돌이’는 TV 프로그램 코너는 오랫동안 시청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확실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유행과 시대를 넘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힘이 있다. <으쌰으쌰 드림팀>이 흥미로운 까닭 이와 같다. 영화는 열 살이 채 안 된 유치원 아이들이 줄다리기 팀을 결성해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여기에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유치원 교사 누렉과 성인 축구팀의 호랑이 코치 비드, 극성맞은 아이들의 부모가 합류한다. <으쌰으쌰 드림팀>은 분명 극영화의 형식을 띠지만, 연기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영화 속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편의 귀여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귀여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 <으샤으샤 드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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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토마스 알프레드손 / 스웨덴/ 2008년 / 114분 / 부천 초이스
<렛 미 인>은 ‘죽이는 영화’다. 무시무시하고 슬프고 재미있고 심금을 울린다. 장담하건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북구에서 날아온 이 비범한 괴담의 송곳니가 당신의 목덜미를 파고들 것이다. 눈송이가 분분한 스웨덴의 까만 밤. 속옷 바람의 소년이 칼을 움켜쥐고 차가운 유리창을 응시하고 있다. 들릴락 말락 하는 그의 혼잣말이 우리를 얼어붙게 한다. “돼지처럼 꽥꽥거려봐. 어서.” 그것은 소년의 귀에 쟁쟁한 협박의 메아리인 동시에 복수를 꿈꾸는 소년의 대꾸다. 연약해 보이는 12살 소년 오스카는 힘센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해 진 뒤 인적 드문 놀이터에 혼자 나가 놀던 오스카는 어느 추운 밤 아파트 옆집에 이사 온 소녀 엘리와 마주친다. 두 외톨이는 친구가 되지 않기로 합의하지만 이내 모스부호 같은 신호로 벽을 두드려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황홀한 러브 스토리 <렛 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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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띠> Black Belt
감독 나가사키 슌이치 열혈남아:아시아의 액션영화 상영작
와이어도, 스턴트도, 과장된 음향 효과도 없다. <검은 띠>는 오직 맨 몸과 기술로 승부하는 정직한 액션영화다. 이 영화에선 심지어 ’싸움을 위한 싸움’도 경계하는데, 그건 일본의 예의바른 전통무술 가라테, 그 중에서도 방어를 최선으로 여기는 가라테가 사건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가라테의 고수 히데타카는 죽으면서 세 명의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남긴다. "공격을 위해 무술을 사용하지 말라"는 유언과 가장 힘센 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검은 띠. 스승의 뜻에 충실한 기류와 공격적인 무술로 절대 강자가 되고자 하는 타이칸은 히데타카의 죽음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또다른 제자 초에이의 눈으로 이들의 행보를 쫓는다. 1시간35분 동안 두 명의 고수가 선보이는 가라테의 기술은 다채롭다. 특히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기류의 절제된 가라테와 타이칸의 화려한
맨 몸과 기술로 승부하는 정직한 액션영화 <검은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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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만큼 에이타는 말수가 적었다. 많이 알려진 <노다메 칸타빌레>의 활기찬 류타로보다 그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과묵한 도르지에 가까워보였다. 일본에 사는 부탄인 도르지를 연기한 그는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있듯 간단한 질문에도 거듭 생각한 단어로 신중히 답했다. 2005년 영화 <써머타임머신 블루스>로 첫 주연 자리를 꿰참과 동시에 드라마, CF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일본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에이타. 그와 가진 30분간의 인터뷰는 그의 묵중한 대답 덕에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원작은 어떻게 읽었나.
=이사와 씨의 작품을 읽은 게 처음이다. 2년 전에서 현재로 오는 이야기 전환 방법이 새로웠다. 놀람도 많았지만 도르지가 어떤 복장일지 말투일지 상상하며 읽었다.
-도르지란 캐릭터는 내면이 복잡하다. 어떻게 접근했나.
=가능하면 많이 결정하지 않고 가려고 했다. 다만 가와사키를 연기한 마츠다
믿음직한 일본영화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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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그렉 애러키는 없다’ 애러키가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 베로니카의 갈등을 그린 로맨틱 드라마 <키싱 투나잇>(1999)을 발표했을 때 평단은 동요했다. ‘자 여러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그렉 애러키의 영화입니다’ 애써 부연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판이었다. 뻔뻔하게도 그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분노, 욕설, 그러니까 지금까지 자신을 규정짓던 모든 요소를 일거에 버리고 나타났다. 앞뒤 잴 것 없이 이건 <리빙 엔드>의 충격적인 연출로, 선댄스의 기대주로 촉망 받으며 퀴어 시네마의 선봉장으로 지지 받아온 그를 향한 기대에 침을 뱉는 배신행위자, 자신의 작품의 모든 제목을 ‘엿같은(Fuck)’이라고 바꿔도 별 무리 없을 것 같았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변절과 같은 행위다.
애러키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게 이 같은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만큼만 그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일본계 미국인. 가진
저항을 통해 성장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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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만주 벌판에서 놀던 옆집 형이 뻥치는 거라 생각하고 들으세요.(웃음)"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강의였다. 부천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환상영화학교 2008의 첫 테이프는 소문난 액션영화 매니아 오승욱 감독이 끊었다. 7월19일 오전 10시, <60,70년대 한국액션영화 강의>라는 주제로 복사골문화센터 6층에서 진행된 오 감독의 강의는 액션영화의 변천사를 한국의 역사적 상황과 함께 엮어내 흥미를 끌었다. 오 감독은 "두 시간 안에 모든 얘기를 다 할 수는 없다"며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듯 빠른 어조로 수업을 이끌어나갔다.
1950년대- 폭력이 일상다반사였던 시기
1950년대는 폭력이 일상다반사였던 시기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과연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볼 수 있었을까. 혹은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놈,놈,놈>과 <짝패>의 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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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퀴어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부천에 왔다. 소년들의 풋사랑을 다룬 퀴어영화 <시암의 사랑>의 감독 추키아트 사크위라쿨, 주인공 윗위싯 히란야웡쿨, 조연여배우 칸야 랏타나페치가 그들이다. 감독 사크위라쿨은 이미 스릴러 <13>으로 작년 부천초이스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두운 스릴러를 찍은 직후에 밝은 로맨스 영화를 만든 이유를 묻자 그는 두 영화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나는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그러므로 둘은 사실 같은 이야기다.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영화가 <13>이었다면 밝은 면에 대한 영화가 <시암의 사랑>이다". <시암의 사랑>은 개봉하자마자 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며 배우들을 모두 태국의 스타로 치켜올렸다. 고교 밴드부원으로 활약하다가 캐스팅된 ‘뮤’역의 위트위싯 히란야웡쿨은 갑작스러운 성공이 아직까지도 얼떨떨한 모양이다. "중국 팬 사이트도 생겼다. 갑자기 인기가
"퀴어영화라기보다는 성장영화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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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먼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액션이란 무엇일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수 초 안에 대답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이긴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액션영화를 꿈꾸는 감독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없을 것이다. 20년간 현장에서 온 몸으로 답을 체득한 정두홍 무술감독은 "액션은 내용물이고 감독은 그릇이다. 당신의 아이디어에 따라 액션도 달라진다."는 말을 남겼다. 7월19일 오후1시 경기아트홀 2층에서 환상영화학교 2008의 일환으로 진행된 정두홍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의 공연은 현장의 열기를 무대에서 재현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예비감독 장요한과 연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배우 홍연근은 정두홍 감독과 함께 각각 하나의 액션시퀀스를 연출해냈다. 내일의 공연을 맡은 <옹박4:초콜렛>의 무술팀도 객석에 앉아 이들의 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다음은 베테랑 무술감독이 공연으로 말하는 '액션영화에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감독은 액션영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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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기의 정교함과 우아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음식을 담아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유럽자기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불러도 될 정도. 부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유럽자기박물관’은 유럽자기의 자존심을 지켜온 세계적인 명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소다.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영국의 로열우스터,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같은 회사들이 18~20세기에 제작한 876점의 유럽자기가 관객을 맞이한다. 세브르의 대표 작품 ‘평화의 꽃병’, 유럽 최초로 중국식 백색자기를 만든 마이센의 작품들,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 로열우스터 과일그림 금커피세트가 모두 여기에 있다. 유럽 최고의 예술가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베를린 K·P·M의 자기액자도 볼거리 중 하나.
유럽자기 관람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드는 건 자기에 얽힌 에피소드다. 각각의 자기는 아라비안나이트, 라퐁텐 우화 등 그림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테마 외에도 작품 고유의 역사적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전시장 안의 터
유럽의 명품 자기는 사연이 많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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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함께 보니 재밌는 영화가 두 배는 더 재미있어요.” 18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진행된 <선생님은 외계인> 상영 후. 피판레이디 유진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는 색다른 행사를 가졌다. 영화 시작 전, 무대 인사를 통해 PiFan의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담당한 것. 피판레이디로서 유진은 영화제에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지 흔쾌히 ‘오케이’를 아끼지 않는다. 영화제의 마스코트로 국한됐던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피판레이디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 “영화제 홍보대사는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할 일은 많지만 수고스럽지는 않아요.” 그녀는 PiFan에서의 행사들은 하기 꺼려지는 ‘일’이라기보다 맘껏 경험하고 싶은 ‘즐거운 이벤트’임을 강조한다. 특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르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PiFan이기에 피판레이디로서의 활동이 더 즐겁다고. “개막작 <바시르와 왈츠를>를 보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렇게 독특하고 신선한 애니메이션은 처
“피판레이디라서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