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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인도의 대중에게 3시간30분짜리 판타지를 제공하는 꿈의 공장’. 오랫동안 인도영화를 수식해온 말들 중 하나다. 특히 도시의 고급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일반 서민과 인도 사회의 독특한 위계체계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3시간30분 남짓한 동안 근대성과 전통, 종교와 과학, 옛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던 영화는 비록 오락물이라는 외관을 하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문화의 전장(cultural battleground)이라 불릴 만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경제개혁이 시작되면서 인도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고 인도영화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단돈 10루피(한화 250원)’로 꿈을 살 수 있는 영화관은 점차 농촌 지역이나 도시 외곽의 정체 모를 냄새가 가득한 영화관들을 지칭하는 말로 변질되기 시작했고, 도시의 영화관들은 그보다 스무 배나 비싼 관람료
변화의 바람 거센 발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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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코> Naoko Winning-Runners
후루마야 도모유키/ 2008/ 121분/ 니카츠 100년전
열 두 살의 나오코는 가족과 함께 섬에 갔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섬의 어부가 나오코를 구하지만, 그는 죽어버린다. 죽은 어부의 아들인 유스케는 달리기 선수가 되었고, 고등학생이 된 나오코는 그의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달리기 대회를 보러 간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말하지만, 유스케는 이미 모든 것을 잊었다고 답한다. 대회에서 지고 섬으로 돌아간 유스케를 따라 나오코는 섬으로 향한다. 역전 달리기 대회를 준비하는 유스케의 팀 매니저로 함께 하기 위해서. <나오코>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8년에 걸쳐 <빅코믹 스피리츠>에 연재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니카츠는 로망 포르노만이 아니라 청춘영화에서도 발군이었다. 청춘의 빛과 떨림을 명징하게 잡아내는 청춘영화는, 로망 포르노와 상극인 것 같지만 묘하게 통하는 구석이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찔한 젊음 <나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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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들의 행렬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23일 이후 알짜 게스트들의 PiFan 방문이 줄을 잇는다. 24일에는 <제1규칙>의 케빈 통 감독을 비롯 <도쿄잔혹경찰>의 니시무라 요시히로 감독, 배우 이영희, <엽기 좀비 오토>의 브라이언 브루스 감독 등이 GA를 갖는다. 25일에는 <머신 걸>의 노보루 이구치 감독과 배우 마미 코모리, <칼라 말람 불란 멩감방> 무하메드 모흐드 칼리드 감독이, 26일에는 <페르마의 밀실>의 루이스 피에드라히타와 로드리고 소페나 감독과 폐막작 <싸이보그, 그녀>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 등이 초대된다. 공식 초청 게스트 외에도 24일에는 <로보트 태권 V>의 32번째 특별행사를 맞아, 김청기 감독과 실사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 등이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다. 한편 23일과 24일 예정됐던 <판타스틱 단편걸작선3>과 <렛 미 인>, 24일 예정됐던 &
영화인 부천 방문 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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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중반을 넘어섰지만 아직 즐길거리는 많다. 23일 오후 2시 CGV 부천 7관에서는 <나오코> 상영후 '닛카츠 스튜디오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이란 주제로 메가토크가 열린다. 닛카츠주식회사의 대표 사토 나오키와 영상사업본부장 유레 케이조가 일본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27일까지 복사골문화센터 2층 전시장에선 MoMA의 디자인 상품을 볼수 있는 전시 <PRIVIA Avenue>가 열리며, 부천시청 1층 아트센터에선 27일까지 북아트 전시회가 진행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24일 저녁 6시에 경기아트홀에서 열리는 '열린이의 꿈-음악과 영화의 만남' 공연과, 24일까지 오후 4시 이후 중동공원 야외무대, 디 몰 타임스퀘어 광장 등에서 게릴라처럼 펼쳐지는 PiFan 유랑단의 거리 공연도 노려볼 만하다.
While the film festival has made its halfway through, there are a lot
다양한 전시 관객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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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날 언론을 상대로 처음으로 공개된 <눈눈이이>는 화려한 액션과 스피디한 편집, 주연배우들의 불꽃 튀기는 연기 대결, 이병준의 감초 연기 등이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
이 날 시사 후 가진 간담회에는 지난 제작보고회 때와 마찬가지로 곽경택 감독과 한석규, 차승원, 김병준 등 주조연 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안권태 감독의 바톤을 이어받은 곽경택 감독은, "잘해도 본전, 못하면 독박인 영화를 선뜻 맡은 것은 사제지간인 안권태 감독의 부탁 때문이었다"며 의리를 과시했다. 이어 "잘하면 안(권태)감독 얘기 많이 할 것이고, 혼나면 내가 윗사람이니까 대신 혼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한석규는 워낙 자연스러운 욕설연기 덕에 "여섯 살 아들이 예고편을 보고 자꾸 욕을 한다"며 가족들에겐 나중에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너
한석규 vs 차승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언론시사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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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이 '눈'에 힘을 꽉 주고 돌아왔다!
씨네21 표지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안현민', 차승원.
그가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제작보고회 당시 레게머리로 파격변신한 것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섹시승원', '간지승원'이라는 별명에 대한 차승원의 생각!
코믹배우, 흥행배우라는 이미지 때문에 생긴 부담감은 없을까?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전에 관한 차승원이 주는 힌트는?
영상 중간에 돌발퀴즈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정답은 8월 4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 지면의 공지와는 달리 한석규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영상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수첩 선물도 차승원 씨의 친필 싸인만 담겨져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차승원] ‘104분’동안 반전인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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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에 관해 말할 때 이준익은 남의 작품을 말하듯 감동도 잘하지만 꼼꼼한 분석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진지하고 열광적이다. 물론 너무 광의적으로 논점을 가져갈 때는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자기의 생각을 늘 흥미롭게 듣게 만드는 데 재주가 있다. 어쩌다 벌어지는 시시비비도 호쾌하게 또 다른 화두의 단초로 삼는다. <님은 먼곳에>는 그동안 이준익의 영화에서 여성이 묘사된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어쩌면 그의 말하기는 꼬리를 물고 자신의 생각과 열광을 이어나가는 방식에서 그가 만드는 영화와 닮아 있다. <님은 먼곳에>를 설명하는 그의 말 속에는 때때로 논리적 비약과 쟁점이 있지만, 적어도 이 자리가 그의 진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준익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첫 번째 여성주인공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인지, 이 영화의 여성성에 관해 특히 더 주의 깊게 의견을 피력했고, 거기에 작은 의심이라도 보일라치면 이
[이준익] “히스토리가 아니라 허스토리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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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이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것이다. 장점은 첫째, 베트남 참전에 대한 당시 한국사회의 콘텍스트를 보여준다. 둘째, 한국대중음악사의 중요 지점인 베트남 위문공연단에 대한 풍속사적 고찰이 담겨 있다. 반면 치명적인 약점은 주인공의 심리가 불가해하여 서사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베트남 참전의 콘텍스트를 보여주다. 베트남전은 8년간 한국군 32만명이 참전하고 5천명이 전사한 사건이지만 이에 대한 성찰적 텍스트가 부족하다. <하얀전쟁>(1992)과 뮤지컬 <블루 사이공>이 꼽히지만, 이들 역시 참전자를 냉전체제와 독재정권, 분단과 고엽제의 피해자로 그리는 데 그친다. <알포인트>에 이르러서야 한국군 역시 가해자였음을 인식하는데, <님은 먼곳에>는 <알포인트>의 그들이 어떻게 해서 혼돈의 늪으로 걸어들어왔는지, 그 후방의 맥락을 보여준다. 그들은 낭만주의와 반공주의에 이끌려
<님은 먼곳에> 남성 지식인 이준익이 빠진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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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이후 이준익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화들은 모두 겸손하고 정직하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분명히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만든다. 그의 영화들이 지금까지 계속 남성 중심적이었던 것도 사실은 그런 정직함의 반영이다. 그는 자신이 여성주인공을 내세워 영화를 만들 만큼 여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가 수애를 주인공으로 여성주인공 영화인 <님은 먼곳에>를 만들었다. 어떻게 된 걸까. 그동안 여자들에 대해 연구를 좀 한 걸까? 아니면 여성 캐릭터에 몰입할 만한 자신감이 그냥 생긴 걸까? 아니면 여성성이나 여자들에 대해 할 말이 생긴 걸까?
이준익 영화 최초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다 그중 가장 정확한 답은 맨 마지막 것인 듯하다. 최근 그가 한 인터뷰를 보면 그는 여성상, 여성성, 페미니티로 변주되는 비슷비슷한 단어들을 끝도 없이 남발한다. 그에게는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숙제와 같다
<님은 먼곳에> 이준익 감독 최선의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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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는 베트남전쟁 파병군으로 끌려간 남편을 찾으러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간 순이의 이야기다. 순이의 이름은 써니가 되고 써니의 직업은 위문밴드의 홍일점 보컬이다. <왕의 남자>로 ‘천만’ 감독이 된 뒤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등 음악과 밴드에 관한 이야기를 세 번째 이어가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시사 직후 평은 엇갈렸다. 이준익 영화가 처음으로 창조한 여성주인공에 대한 해석에서 차이가 났다. <씨네21>은 그중에서도 <님은 먼곳에>의 순이가 감독의 의도조차 뛰어넘어버린 독창적 인물형이 되었다는 듀나의 지지론과 이준익의 영화가 기존 영화의 여성성의 묘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황진미의 비판론을 싣는다. 한편,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님은 먼곳에>에 관한 설명도 함께 싣는다. 찬반공방, 그리고 감독의 변까지 듣고 나면 이 영화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님은 먼곳에
써니의 시대, 순이의 전쟁 <님은 먼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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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의 조감독으로 있던 오우삼은 드디어 1973년 <철한유정>으로 데뷔한다. 27살이라는 제법 젊은 나이에 메가폰을 잡고 원규가 무술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친구의 재정적 지원으로 만들 수 있었으나, 청일전쟁 시기 무기밀매를 일삼던 갱들의 다툼을 그리면서 지나친 폭력묘사를 이유로 제때 개봉을 못하게 된 쿵후영화였다. 이때 골든하베스트가 오우삼을 스카우트하면서 이 영화를 같이 사들여 재편집하고 수정작업을 거쳤지만 오우삼의 의도가 잘 반영되지 않아 결국 오래도록 창고에서 썩어야 했다. 이때부터 그는 주로 회사가 요구하는 기획영화들에 매진하게 되는데, 당대의 코미디 스타였던 허관영과 함께한 <발전한>(1977)이 만족스런 성공을 거뒀고, 그 감각을 인정받은 그는 다시 허관영을 기용해 복권에 당첨된 한 시한부 인생 남자의 엉뚱한 이야기를 그린 <전작괴>(1979)로 다시 한번 성공을 거두며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의 코미디영화가 사실 잘 연상되지
[울트라 마니아] 오우삼 최초의 건파이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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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과> Le Conseguenze dell’amore
<가족의 친구> L’Amico di famiglia
파올로 소렌티노. 근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탈리아 감독의 이름이다. <일 디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는 전작 <가족의 친구>와 <사랑의 결과>로 칸영화제의 초대를 연이어 받은 바 있는데, 두 영화는 우연히 젊은 여자에게 매혹된 중년 남자의 이야기다. 두 남자는 애정이 초래할 결과들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한다. <사랑의 결과>의 지롤라모는 8년째 호텔에서 생활하는 남자다. 주변인들의 호기심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비로운 생활을 고수하던 그는 호텔 바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가족의 친구>의 제레메이는 노모와 살고 있는 남자다. 재봉사이자 돈 앞에선 상어 같은 고리대금업자인 그는 결혼자금을 빌리러 온 부부의 딸을 본 순간부터 부질없는
이탈리아 정치영화의 신성을 만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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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정재승은 맹렬한 독서가다. 서평을 통해 정재승 교수가 권한 책의 목록을 더듬어 가다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라는 책 제목에 혹했다. 의사로서 40년 동안 지켜본 임종의 풍경을 기록한 이 책의 첫장에서 저자 셔윈 B. 뉴랜드는 다음과 같이 썼다.“시인, 수필가, 역사가, 소설가, 현인들은 죽음에 대해 글을 자주 쓰지만 그들이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죽음을 수없이 보며 사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죽음에 관해 거의 글을 남기지 않는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consilience 지식의 통합)이 왜 필요한지 설파한 어떤 글보다 뉴랜드의 문장이 사무쳤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2001)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1999)에서 정재승은 그가 사랑하는 과학을 ‘회원제 클럽’으로부터 예술, 정치, 경제, 사회가 북적이는 광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자 흥미가 동한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두 책은 지금까
[김혜리가 만난 사람] 물리학자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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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는 로토스코핑 작업을 거친 터라 모든 스틸이 숨은 스틸이다. (웃음) 영화의 특성상 현장 스탭들은 카메라에 걸려도 상관이 없었는데, 스틸 사진의 경우에는 완전 고역이었다. 카메라가 많게는 7대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촬영 속도는 어찌나 빠르던지. 세 친구가 목욕탕에서 장난치는 장면은 감독님이 당시에 스틸을 이용해서 스톱모션 형식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연속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워낙 습하다 보니 카메라 보호를 위해 목욕탕의 안과 밖을 몇 차례씩 들락거리면서 찍어야 했다.”
[숨은 스틸 찾기] <그녀는 예뻤다> 그놈들은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