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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혼돈 Quiet Chaos
안또넬로 그리말디 | 이탈리아 | 2008년 | 112분 | 컬러 | 국제경쟁부문
대기업의 중역 피에트로(난니 모레티)는 아내를 잃고도 울지 않는다. 다만 학교 앞에서 딸의 하교를 기다리거나 이따금 딸의 학교 앞 벤치에 앉아 맑은 공기를 들이쉬면서 그저 밝아만 보였던 과거를 담담하게 회상할 뿐이다. 피에트로의 행동은 눈에 띄면서도 초연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연민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직장의 동료들은 부처같아 보이는 피에트로에게 고된 회사일과 가정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다. 딸인 클라우디아는 거꾸로 읽어도 같은 뜻이 되는 회문을 학교에서 배워오는데 화면으로 읽을 수 있는 피에트로의 태도 역시 통째로 뒤집힌 환경에도 의연한 점이 회문과 같다. 그러나 돌심장을 가지지 않은 이상 마음 속마저 털털할 수는 없는 법이다. 외로운 홀아비는 뒤늦게 눈물을 쏟아내면서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세속적인 일상으로 복귀한다. 홀아비의 자기치유와 홀로서기를 그려낸
조용하고 담담한 <조용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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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비키니의 복수> Woman Revenger
차이양밍/대만/1981년/85분/컬러/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장르
‘강추’ 상영작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작품이다. 하지만 7,80년대 동 아시아를 휩쓴 영화적 분위기를 고찰해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하얀 비키니의 복수>는 1980년 초반, 여성을 주인공으로해 폭력, 강간, 고문등의 소재를 선정적으로 묘사했던 ’타이완블랙무비’의 대표작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암흑가에 뛰어든 여자경찰이다. 친구가 야쿠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녀는 야쿠자들의 다음 목표인 친구의 동생을 찾아나서는 데, 이 과정에서 그녀는 친구의 동생을 씻기며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목욕 도중에 남정네들과 싸우는 등의 고초를 겪는다. 게다가 복수를 위해 모인 여성무술인들은 하얀 비키니를 입고 남자를 유혹하며 작전을 펼친다.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묘사를 일삼는 이 영화의 특징은 최근 <
암흑가에 뛰어든 여자경찰 이야기 <하얀 비키니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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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노래> Birdsong
알베르 세라/스페인/2008년/98분/흑백/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2008년 칸 감독주간을 통해 소개된 작품. <기사에게 경배를>로 역시 2006년 칸 감독주간을 통해 주목받은 알베르 세라 감독의 신작이다. 동방박사 3인이 별의 안내를 받아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간다는 성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새들이 노래>는 관객에게는 매우 강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여행담이다. 영화는 그들의 여행길을 느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관조한다. 사막의 풍경을 담는 흑백톤의 영상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햇빛의 움직임, 그리고 동방박사들의 느릿한 걸음걸이뿐이다. 동방박사들을 기다리는 마리아와 요셉의 표정은 그들의 축복이 아니라,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는 이벤트를 고대하는 듯 보일 정도. 게다가 밤장면들은 아예 형체를 구분할 수 없도록 촬영됐다.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있으나, 대사가 중요치는 않
동방박사, 성서의 이야기 모티브 <새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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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Say Anything
카메론 크로 | 미국 | 1989년 | 100분 | 컬러 | 공식초청부문
혈기는 남아돌고 평범한 연애는 사절이다. 그래서 젊은 커플은 금지된 사랑을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로이드 도블러(존 쿠색)는 분수에 맞는 사랑을 택하는 대신 모든 남학생들이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학교의 스타 다이앤 코트(아이원 스카이)을 연인으로 맞이한다. 영화는 문제아 로이드와 모범생 다이앤의 즐거운 한 때를 감미로운 80년대의 발라드와 록, 따스한 시애틀의 풍광으로 장식하며 위무하지만 그 효력은 잠시뿐. 다이앤의 유학 날짜가 가까워오고 부모의 눈길이 곱지 않은 빛을 띄게 되면서 풋내나는 커플의 행복은 커다란 장애물을 사이에 둔 애절함으로 뒤바뀐다. 두 사람의 연애가 풋풋하면서도 절절한 것은 물론 당대의 하이틴 스타 존 쿠색과 아이원 스카이가 주연으로 나서고 신예 감독 카메론 크로가 메가폰을 쥐면서 이뤄낸 쾌거다. 어리면서도 패기 넘친다는 공통점으로 묶인 이 셋은
장식이 화려하게 빛나는 <금지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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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퍼 하우저의 신비> The Enigma of Kaspar Hauser
베르너 헤어조그/서독/1974년/109분/컬러/독일영화사 특별전
일요일 낮, <서프라이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다.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는 그만큼 기이한 실화를 기초로 한다. 1828년, 독일의 어느 일요일, 뉘렌베르크의 시장에서 한 부랑아 소년이 발견된다. 세상과 차단된 채 자란 소년은 동물과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에 의해 직립보행을 배운 소년은 몇마디 말과 카스퍼 하우저란 이름을 얻는다. 이후 서커스 단에서 생활하던 중 어느 교수 집으로 도망온 그는 그때부터 학문과 음악, 미술, 종교, 언어 등을 접하게 된다. 동물이나 다름없던 소년은 문화를 습득하면서 나름대로의 자아세계를 형성하고, 종교와 합리주의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때부터 그를 실험대상으로 몰아간다.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1833년 가슴 깊숙한 곳을 칼에 찔린 후 한 많고 탈
합리주의에 매몰된 독일의 분위기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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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부속 행사들이 열린다. 7일(일) 오후 7시 30분에는 동대문운동장역 근처 케레스타 광장에서 영화 <바보>가 상영된다.영화와 함께 영화음악연주회도 준비된다고 하니 동대문으로 발길을 옮겨 보는 것도 좋겠다. 영화제 공식 블로그에 접속해 이벤트에 참여하면 영화제 공식 티셔츠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초대권, 미니 USB 마우스 등의 상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행사는 영화제가 끝나는 11일(목)까지로 충무로와 관련된 글과 사진 등을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올린 후 CHIFFS 2008 공식 블로그에 해당 게시물의 URL을 덧글로 달거나 트랙백을 남기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 참조. 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다양한 부대 행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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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를 방문한 게스트 및 언론매체에서 온 기자들은 얼마나 될까. 국내외 게스트를 담당하는 초청팀에 따르면, ID카드 신청량으로 따졌을 때 국내 게스트 832명, 해외게스트 58명(동반자 포함)으로 총 890명의 게스트 ID카드가 신청됐다. 사전에 게스트 ID카드가 배부된 해외게스트 58명을 제외하고, 9월5일까지 311명이 게스트ID 카드를 찾아갔으며 아직 국내게스트 521명은 게스트 ID카드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한편, 언론매체를 담당하는 홍보팀에 따르면 국내,외 언론매체로부터 총 486명의 프레스 ID카드가 신청됐으며 9월5일까지 188명이 프레스ID 카드를 수령해갔다.
ID카드로 본 영화제 게스트 약 900명, 기자들은 500명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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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기념품 샵이 붐비고 있다. 영화제가 마련한 기념품은 영화제 로고가 새겨진 컨버스 가방과 담요, 핸드폰 줄, 포스터, 두툼한 메인 카달로그 이외에도 충무로 영화제의 포스터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티셔츠 등 다양하다. 올해 기념품 가운데 특이한 것은 소설가 이외수가 자신의 필체를 새긴 머그컵과 연필꽂이, 접시. 영화 제작 현장에 사용되는 가로 세로 크기 20cm의 슬레이트도 충무로 영화제만의 독특한 기념품으로 높은 인기를 받으며 팔려나가고 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기념품은 영화제 기간동안 중앙 시네마, 씨너스 명동, 남산골 한옥마을, 다음 티켓부스 근처, 대한극장 앞을 찾아가면 구입할 수 있다.
가방, 슬레이트 등 영화제 기념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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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사무국이 단체관람이 예정된 작품목록을 공지했다. 4일, <들개>를 비롯한 일부 영화를 상영한 극장에서 단체관람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편을 호소한 관객들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6일 상영작 가운데 단체관람이 예정된 영화는 오전 11시의 <우연 혹은 필연>, <브레멘음악대>, <지상에서 영원으로>, 오전 11시30분의 <밀회>, 오후2시의 <성공시대>, <미지와의 조우>, 오후 2시 반의 <괴물>, <블라인드 러브>, 저녁 8시의 <청춘의 십자로>등이다. 다음날인 7일 일요일은 오전 11시의 <거짓말쟁이 야콥>, <롤라 몬테스>, 오후 2시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닥터 지바고>, 오후 2시 반의 <텔 미 썸딩>, 오후 5시의 <스카우트>등의 상영작에 단체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8일 월요일부터 영
영화제측, 약속대로 단체관람 작품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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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에게 맥조휘라는 황금 콤비가 있듯, 현재 홍콩영화계 최후 거장으로 칭송받고 있는 두기봉에게는 위가휘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주윤발 주연 <화평본위>(1995)로 데뷔한 뒤 TVB 방송국에서 일하던 시절 알고 지냈던 두기봉과 함께 1996년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누아르건 코미디건 종종 두기봉과 공동연출을 하거나 각본을 써주며 밀키웨이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데, 두기봉이 ‘밀키웨이의 실제 브레인’이라 말할 정도로 탁월한 아이디어와 프로모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매드 디텍티브>는 밀키웨이 이미지의 지난 10년을 총결산하는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귀마광상곡>(2004), <희마랍아성>(2005), <최애여인구물광>(2005) 등 최근 두기봉과 공동 연출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유에서였나?
=보통 두기봉과 함께 할 때 두 가지 형태의 영
우리의 ‘밀키웨이 스타일’은 계속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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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어떻게 할리우드의 신천지로 떠올랐을까. 지난 10년동안 할리우드에 유행처럼 번졌던 아시아 영화의 리메이크 붐에 대한 흥미로운 세미나가 열렸다. ‘리메이크 게임: 할리우드와 아시아, 그 문화교류의 역학관계’란 제목이다. 5일 오후 2시 명동아트센터에 열린 이 세미나에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의 저자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를 비롯해 <스크린 인터내셔널> 대만 주재원인 스티븐 크레민, 그리고 미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켄 클라인 버그가 참가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오늘 세미나의 주제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관객들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는 할리우드가 아시아 영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5가지 이유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가 가진 습성, 그리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의 성향과 맞닿아 있었다. 첫번째
소재와 비용 절감의 매력, 리메이크는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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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버마의 하프>(1956)는 이미 전쟁 중의 병사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영화감독이면서 히로시마에서 살아남은 영화 감독인 다사카 도모타카가 연출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병을 앓게 되자 이치가와 곤이 감독 자리를 물려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별로 관심도 없는 프로젝트에 대신 자리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는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을 읽고 나서 이것을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것이 자기가 할 일종의 사명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말로 하면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을 완수한 그는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이치가와의 영화 경력에서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할 최고작이 아니라) 분수령에 해당하는 작품이 <버마의 하프>이다. 이치가와의 영화로는 처음으로 <키네마 순보> 베스트 텐 리스트(5위)에 오른 이 영화로 이걸 만든 감독은 일본의 영화비평가들로부터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으로 <버마의
냉철한 비평가, 영화를 그리는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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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오래된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스무살이던 1969년, 게일로드 카터의 무성영화 음악연주를 보고선 “나도 저걸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옛 것에 대한 애정때문이었을 것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일년 중 삼분의 이 이상을 해외에서 공연”하며 보낼만큼 바쁜 오르가니스트이자 무성영화 음악연주자다. 그는 이번에 남산 한옥마을에서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황태자의 첫사랑>을 배경으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그에게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지난 1992년, 처음 <황태자의 첫사랑>에 맞춰 연주를 한 그는 공연 하루 전날 자신이 “동명의 엉뚱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됐다. “평소 6주 정도 걸리는 작업을 밤을 꼴딱 새워 하루만에 완성”시키는 초능력을 발휘해서 겨우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인터뷰 동안 무성영화 음악연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
상상력을 타고 무성영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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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대해서 아주 고약한 인상이 있었어. 그 무식한 놈들 때문에…” 1968년 만들어진 조긍하 감독의 <잘돼갑니다>는 박정희 정권의 검열로 개봉하지 못한 비운의 영화다. <잘돼갑니다>의 시나리오를 썼던 한운사(85) 작가는 3.15 부정선거와 이승만의 하야를 다룬 본격 정치풍자물인 이 영화가 개봉 직전 당국의 제지로 인해 창고로 직행했고, 20년 후에야 햇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중에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신비성이 없어져버렸지. <제1공화국> 같은 드라마들이 이미 만들어졌으니까” 1960, 70년대 인기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잘 살아보세> <누가 그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잘돼갑니다>가 제때 개봉했다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후락이가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야. 국도극장에서 제대로 개봉했다면 조긍하 감독도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르고, 기
세상을 향한 또렷한 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