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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우린 액션배우다> 봤어?”란 질문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봤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올해 독립영화계의 최대 화제작을 미리 접한 발빠른 시네필일 것이고, “보지 않았다”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올해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영화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지만 웬만한 코미디영화 못지않게 웃기고, 정신없이 웃다보면 어느새 코끝이 찡해오는 <우린 액션배우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정병길 감독과 다섯명의 액션배우들을 만나 1년6개월의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직접 들었고, 이를 제작일지 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이와 더불어 개성 넘치는 여섯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6년 겨울, 병길이 영화 촬영을 제안하다
정병길: 2006년 겨울,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찍고 나니 장편다큐멘터리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문득 나의 첫 연출작 <칼날 위에 서다>와 2004년 이
이것이 진짜 액션 다큐멘터리다! <우린 액션배우다>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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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장난스러움이 강지환의 제일 첫 번째 이미지”라고 그의 어떤 팬은 자신의 블로그에 간절하게 써놓았다. 주로 모범생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형을 많이 해왔으며 말썽 많은 귀공자의 표정을 많이 지어왔기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것이다. <경성스캔들>에서는 경성 최고의 발랄한 멋쟁이로, <쾌도 홍길동>에서는 기존의 홍길동이라는 모델을 뛰어넘는 현대적 인물형으로 분했다. 굳이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도 그의 많은 역할은 강지환의 이미지를 장난스러운 귀공자 타입에 가깝게 묶어놓았다. 물론 그건 아직 흉이 아니다. “개그 본능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존 드라마에서 그런 이미지 표현이 많이 됐기 때문일 거다.”
개인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건 “한 작품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연기할 때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지환이 맡은 배우 수타는 기쁘고 즐거운 쪽보다는 슬프고 노여운 쪽에
[강지환] 난 지금 도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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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의 깡패 ‘강패’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소지섭은 깡패가 되고 싶은 꿈을 꾸었다. 군 입대로 3년간 떠났던 소지섭이 복귀작으로 <영화는 영화다>를 고른 이유는 매끄럽게 읽힌 시나리오 외에도 강패와 그가 가진, 같은 목마름 때문이었다.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었다. 부스스한 머리 모양과 단벌 느낌의 블랙 슈트도, 20번 이상 대본을 읽고 나서 떠올린 스타일이다. 최대한 힘 빼고 신경 안 쓰고 가고 싶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해내야 마지막도 멋있다는 로망에서 벗어나 정말 제대로 배우가 되고 싶었다. 수염은 자라게 내버려뒀고 메이크업도 없었다. “피폐하고 탁한 인물”이라는 그의 표현대로, 영화에서 강패는 강박적으로 문단속을 하며 수면제와 알코올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 그런 기댈 곳 없는 남자에게 어느 날 꿈을 실현할 기회가 온다. 상대배우를 폭행해 촬영 중단 위기에 놓인 영화배우 수타(강지환)가 출연을 제의한 것. 솔깃한 제안을 받
[소지섭] 난 지금 연기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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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다. 한명은 깡패고 다른 한명은 영화배우다. 전자가 후자의 삶을 살기는 어렵지만, 후자는 스크린에서 가상으로나마 전자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9월11일 개봉)는 배우의 연기와 실제의 삶, 영화와 현실이라는 닮은꼴들이 가지는 매력과 한계를 이야기하는 액션드라마다. 상대배우 2명을 잇따라 폭행한 영화배우(강지환)는 깡패(소지섭)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하고, 한때 영화배우를 꿈꾸었던 깡패는 모든 액션을 진짜로 한다는 조건으로 영화에 출연한다. 주먹과 연기라면 자신있는 두 남자는 처음에는 카메라 안팎에서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촬영이 막바지로 달려갈수록 서로에게 물들고 조금씩 닮아간다. 77년생 동갑내기에 두 번째 영화 출연,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이 친숙한 필모그래피 등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 강지환과 소지섭을 올림픽 열기가 뜨겁던 8월12일에 만났다. 편집이 한창이라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두 배우는, 아직은 영화 속 캐릭터
[소지섭, 강지환] 배우같은 깡패, 깡패같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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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의 한가운데 앉아 동서남북 하늘 가득한 별에 둘러싸여 똥을 싼다. 그 해방감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쾌감… 완전히 오르가슴이다.” <러브 앤 프리>의 저자인 일본의 괴짜여행가 다카하시 아유무가 몽골의 대초원을 여행하고 남긴 말이다. <그날 밤 게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는 이 ‘초원방분’의 전설을 좇아 몽골을 찾은 한국의 여덟 여행가가 그곳에서 겪은 경험을 담은 공동 여행기다. 몽골에서 어찌나 ‘미칠 듯한’ 경험을 많이 했던지 공동집필명도 ‘초원광분’이다. 인천공항에서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 3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절대 쉽사리 갈 수 없는 곳인 몽골을 향해 그야말로 ‘무작정’ 떠난 이들은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알리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려 미칠 것 같아 이 책을 냈단다. 책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하다보면 몽골이란 곳이 얼마나 따뜻하고도 현명하게 여행자들을 품어주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두개의 달을 만들 정
초원방분의 전설을 찾아 몽골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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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시장의 신이여, 나에게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현실의 윤택함부터 달라. 지식은 그런 뒤에 줘도 된다.” 첫눈에 반한 아가씨 뒤를 쫓아 헌책시장에 간 청년의 마음속에 책의 바다는 무료할 따름이다. 한없이 달려나가는 상상 속의 로맨틱 엔진만으로 코피를 내뿜는 청춘의 응시를 느끼지 못한 아가씨는 교토 거리의 모험에 사뿐사뿐 발을 디딘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매우 기묘한 환상담이다. 교토에 사는 모리미 도미히코에게 있어 교토는 술과 웃음이 흘러넘치는 판타지의 무대. 하늘에서 잉어가 떨어지고 밤길에는 남의 팬티를 벗기는 술버릇으로 유명한 술꾼이 돌아다닌다. 청년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기미가 안 보이고, 봄에서 겨울로 시간이 흘러간다. 최근 출간된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와 더불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기묘한 청춘 모험담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로, 작가의 능청스런 수다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
술꾼의 충고를 들어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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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각각 서로 다른 문을 통해 세계에 도달하며 이 문 가운데 하나는 전적으로 소설의 몫이다.” 밀란 쿤데라는 <커튼>에서 소설에 주어진 문제의 ‘몫’을 규명한다. 삶의 산문성과 대결하는 데에 탁월한 소설의 본질과 그것이 문학사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출렁거렸는지 돌아본다. <커튼>은 소설이 아니지만, 드라마보다 엄격한 통찰로 독자를 매료해온 쿤데라의 소설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이 그린 포물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다시 한번, 예술이 역사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브라스밴드가 아님을 명백히 한다. 두쪽에서 네쪽 사이 분량의 아담한 에세이들은 네개의 장으로 분류됐으나, 독서의 리듬을 제어하는 것 외에 딱히 구획의 의미는 없다. 유럽 문학 지형도에 관한 균형잡힌 통찰은 저자가 중부 유럽 출신이기에 독자가 얻는 선물이다. 톨스토이와 카프카의 성취에 대한 해설은 어떤 비평가의 그것보다 명쾌하다. 그럼 왜
유럽 문학 지형도에 대한 균형잡힌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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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이 몸이 제 조국이에요.”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어.” 한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렇게도 다르다. 시점이 다르다면 가능한 일이다. 여자가 말하는 여자는 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한몸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지인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독한 에고이스트다. 김선우는 조선의 천재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그린 <나는 춤이다>에서 시점의 차이로부터 발생한 빈틈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채운다. 소설의 밑바탕이 되는 건 인간 최승희에 대한 사실적 기록이지만,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과 그녀의 분신이기도 한 춤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펜끝에서 새롭게 태어나 생명력을 얻는다. 보는 내내 뛰어난 무희가 등장하는 한편의 영화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는 이 소설의 모태가 시나리오이기 때문이고, 작가의 본업이 이미지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시집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펜끝으로 재탄생시킨 무희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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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잠실종합운동장에 다시금 빅탑이 솟아오른다. 2007년 <퀴담>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의 또 다른 공연이 한국을 찾는다. <퀴담>의 강렬한 무대를 경험한 관객이라면, 혹은 그 명성의 일부라도 전해 들은 이라면, 가슴 설렐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의 제목인 ‘알레그리아’(Alegria)는 스페인어로 환희 또는 희망이라는 의미. 발랄한 체조와 텀블링 연기가 일품인 ‘파워 트랙’, 단장을 짚고 우아하게 균형을 잡는 ‘핸드 밸런싱’, 공중 기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플라잉 맨’, 일사불란한 군무가 압권인 ‘러시안 바’ 등이 인생의 즐거움을 암시할 환상적인 묘기들이다. <퀴담>을 관람한 이라면 누구나 기대를 품을, 상상의 세계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괴이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관객에게 알레그리아의 세계를 소개하는 가이드 격인 플러, 어떤 담대한 심장이라도 녹일 듯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
환상과 환희, 태양의 서커스 그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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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브루니가 프랑스 대표 여성이 된 지 1년 반이다. 사르코지의 부인이자 프랑스 영부인으로서 내국인들로부터 격렬한 애증의 대상이 된 지 1년 반이 지났다는 얘기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그의 오빠 바지니오 브루니 테데스키를 기리는 그녀의 새 앨범 <<Comme Si De Rien N’etaite>>는 프랑스 차트 1위와 유럽 전체 차트 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된 이 앨범에는 밥 딜런의 <You Belong To Me’>를 비롯해 체 게바라에게 바쳐진 이탈리아 싱어송라이터 프란체스코 구치니의 <Il vecchio e il bambino>와 줄리앙 클레르와의 합작 <Je suis une enfant> 등이 수록되었다. 불어 발음에 꼭 맞춘 것 같은 촉촉한 음성은 그대로지만 다소 시니컬하고 담백한 전작들을 좋아한 팬이라면 이 앨범이 좀 낯설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부르는 러브송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부인, 그녀의 달콤 촉촉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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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드로잉으로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 사이사이로 혼란스러운 풍경이 떠오른다. 붉은빛을 띤 캔버스는 마치 참혹하도록 황폐해진 도시 풍경을 묘사한 듯 보인다. 치열하면서도 절박한 무질서의 이 그림 아래에는 새의 발을 본뜬 브론즈상이 캔버스를 받들고 있다.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이 브론즈상은 오히려 그림 속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4.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인도 현대 작가 지티쉬 칼랏의 신작 시리즈 <Skinside Outside>다. 1974년생인 젊은 작가의 눈에 포획된 인도의 현재는 근대화의 기치와 경제성장 이면의 고민과 혼란의 이미지다. 작가는 특정 작품의 형태 안에 작가가 보고 느낀 인도의 현대 모습을 빼곡하게 새겨넣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작한 뼛조각으로 실물 크기의 자동차 형상을 만든 <Collidonthus>는 그 뼛조각 속에 거리 폭동이나 폭격 이미지 등을 표현했고, 하트 모양으로 구부러진 다리 교각의 조각 <Lipid Opus>
인도의 현재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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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베딩필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심정은 이거였다. 또 하나의 재능없는 팝계 혈연(血緣) 마케팅이 시작됐구나. 어쩔 수 없는 오해였다. 나타샤 베딩필드의 오빠는 2002년 <If you’re not the one>으로 전세계 팝시장을 휩쓸어버린 재능있는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런 오빠의 여동생이 음반을 낸다 하니 썩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는 없었던 거다. 하지만 나타샤 베딩필드의 데뷔앨범 ≪Unwritten≫은 오빠의 것에 비견할 만한 역작이었고, 그녀는 49회 그래미에서 최우수 여성보컬부문 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미국시장 진출까지 해냈다. 다들 2집 앨범 ≪N.B.≫를 소포모어 징크스라 칭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I wanna have your babies>는 그해 최고의 팝송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08년 1월 발매된 3집 앨범 ≪Pocketful of Sunshine≫은 어떠냐고?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며 2집의 부진을 씻어버린 이 앨범은 지금까
또 한걸음 진화된 베딩필드 가문의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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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중계방송은 평균 시청률 30%를 웃돌며 ‘대박’을 터뜨렸지만 중계를 지켜본 댓글가엔 코웃음이 넘친다. 한마디로 “방송사는 삼류고, 대표팀 선수들은 일류”(김승원)란다.
언론에서 앞다퉈 비난한 ‘막말 중계’ 때문일까? 수영선수 박태환을 응원하다 “펠프스, 힘내라!”고 외쳐버린 해설자, 내내 괴성만 지르다 금메달을 따자 “울어도 좋아요!” 하며 울음을 터뜨린 캐스터, “밀어붙여! 안 돼!”라며 반말로 일관한 심권호 전 국가대표에 대한 반응은 뜻밖에 “완전 재밌었음”(한나)이다.
“다 괜찮아! 소리 질러…막 질러! 해설자가 안 시끄럽고 조용하면 경기가 재미없는 거 아세요?”(민우올시다) “다 좋아 죽는데 무슨 해설이냐. 같이 소리 지르는 게 낫지. 중계석에서 바늘로 허벅지 찌르며 침묵수행하리?”(세상에 단 하나) 해설자의 흥분을 북돋우는 댓글이 줄은 잇는 가운데 ‘해설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렇게 하면 수비를 잘할 수 있고 공격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
[댓글로 보는 TV] 금메달 못 따도, 애국가 안 나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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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파이가 007처럼 폼나는 건 아니다. 수재들만 모이는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마트에서 컴퓨터 수리공으로 일하는 척은 어느 날 CIA 요원이 된 동창생으로부터 정부의 극비 메일을 받고 영문도 모른 채 스파이가 된다. 가족에게도 비밀로 숨긴 채 스파이가 됐지만 척의 생활은 그전과 똑같다. 세계를 무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지도 않고, 기상천외한 무기를 들고 적과 육탄전을 벌이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생활을 하며 알 듯 모를 듯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게 전부다. 제임스 본드가 세계를 무대로 뛴다면 척은 동네를 무대로 뛰는 ‘생활밀착형’ 스파이인 셈이다. 2007년 9월 미국 <NBC>에서 방영한 코믹첩보물인 <척>은 <가십걸> <The O.C>를 연출한 조시 슈워츠 감독이 총괄 프로듀싱 및 극본을, 영화 <미녀 삼총사>의 감독 맥지가 연출을 맡았다. 치열한 두뇌싸움이 빚는 긴장감보다는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코믹
[이주의 추천프로] 코믹해, 동네를 뛰는 생활밀착형 스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