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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의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중국의 체조영웅 리닝(李寧)이었다.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그 넓은 경기장을 옆으로 누워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보니, 그냥 바로 붙이면 되지 굳이 불안하게 왜 그러나 싶기도 하면서 오바이트가 쏠릴 정도였다. 양궁선수에게 불화살로 성화를 점화하게 하는 것은 이해되는 일이지만, 그런 와이어가 체조선수와 무슨 관계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균형 감각 때문인가? 하여간 1984년 LA올림픽 남자체조부문에서 불과 21살의 나이로 3관왕에 오른 그는 뒤늦게 올림픽에 참가한 ‘중공’의 올림픽 영웅이었다. 이름 발음과 비슷한 링 종목에서 보여준 신기의 기술은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것은 물론 다소 행운의 결과이기도 했다. 여전한 냉전의 시대, LA올림픽은 체조 강국 ‘소련’이 불참한 대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소련이 참가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리닝은 도마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 골드’로 귀국해야만 했다.
이
[울트라 마니아] 꼬고 또 꽈~, 올림픽 체조영웅 리닝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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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시사회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을 보았다. 5시 방향 뒤쪽에서 비스듬히. 나의 자리는 극장의 맨 뒷줄, 그는 바로 앞줄 왼쪽이었다. 속눈썹이 참 길다고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과 세 배우가 입장하자 정두홍 감독은 열렬히 박수를 쳤다. 마이크를 잡은 김지운 감독은 무대인사를 하고 정두홍 무술감독이 이 자리에 있다고 알렸다. 관객이 두리번거렸다. 벌떡 일어나 목례라도 하면 분위기가 화목할 텐데, 정두홍 감독은 질색하며 좌석 깊이 몸을 파묻었다. 수줍은 사람이네. 설마. 그 날의 잔상이 인터뷰를 감행하게 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지만, 정두홍 무술감독이라면 야전에서 만나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다. 한끼 식사나 몇잔의 커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올 사람, 어깨를 부대끼고 넘어지며 무엇인가를 함께 만든 다음에야 간신히 첫 문장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대상.
정두홍은 액션 연기자로서 무술감독으로서 싸우듯 일을 해왔지만, 우선 무술감독이기 위해서도 싸
[김혜리가 만난 사람] 무술감독 정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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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때는 세종 30년인 1448년.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화약을 연구하던 아버지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은 뒤 나랏일에는 관심을 끊은 채, 장사에 재미를 붙이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인연을 맺은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이 그를 찾아온다. 창강은 설주에게 별다른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묘령의 여인 홍리(한은정)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설주는 홍리의 미모에 반해 그녀의 안위를 살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의심을 품는다. 집에서 가져올 게 있다는 홍리를 따라나선 설주의 무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들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그 일로 설주는 홍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홍리는 세종의 명으로 신기전을 개발하던 도중 명나라 무사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도감 해산의 딸이었으며,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신무기인 신기전을 개발중이었던 것. 한편, 조선을 찾은 중국의 사신은 신
신무기 개발을 둘러싼 액션오락물, 영화 <신기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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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49번째는 고 이만희 감독의 차녀인 영화배우 이혜영이 기증한 이만희 감독의 유품입니다.
1931년 서울 왕십리에서 출생한 이만희는 집 근처의 광무극장, 동화극장, 동도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보며 유년 시절을 보냈고 <자유만세>(1946)를 보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1955년 군 제대 뒤 배우 수업과 함께 연극무대에서 활동했으며, 안종화 감독의 조감독 황학봉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 것을 계기로 안종화, 박구, 김명제 감독의 문하에서 5년 가까이 연출 수업을 받았다. 1961년 데뷔작 <주마등>을 시작으로 1962년 뛰어난 연출역량을 보여준 스릴러영화이자 출세작인 <다이얼 112를 돌려라>를 내놓았다. 이어 1963년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해였다. 장동휘, 최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50] 이만희 감독의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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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정/ 애니메이션 감독
달궈진 아스팔트 열로 벌겋게 익어가던 다리를 교차하며, 서둘러 낙원상가쪽으로 향했다. ‘서울아트시네마 애니충격 감독열전’이라는 타이틀로 장형윤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로 살아가기는 참 힘들다(물론 쉬운 게 어디 있겠냐마는). 이른바 돈 안 되는 단편영화를 누가 상영하고, 홍보없이 정보없이 어느 관객이 나서서 보겠는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서울아트시네마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거대한 멀티상영관들 사이에서 서울아트시네마 같은 공간이 굳건히 버텨주기를 바라며 나도 언제 한번 이곳에 포스터를 한장 붙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ㅎㅎㅎ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29] 권미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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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스오피스 연간 최고수익 눈앞에
중국 박스오피스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은 2008년 중국영화계가 새로운 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우삼 감독의 중국 복귀작인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과 <쿵푸팬더>의 호조 덕분으로, 올해 말까지 전망되는 극장수익은 총 40억위안. 2007년 연간 총수입인 33억위안을 크게 웃돈다. <쿵푸팬더>는 개봉 첫주에 1억위안을 벌어들이며 중국 개봉 애니메이션 중 최고수익을 기록했고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중국영화 최초로 3억위안의 수익을 달성했다. 한편 베이징의 새영화연합(New Film Association)은 올림픽 기간 동안 극장수익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코폴라의 <도청>, TV시리즈로 제작된다
TV시리즈 <매드맨>(2007)을 방영하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AMC>가 프랜시스
[해외단신] 중국 박스오피스 연간 최고수익 눈앞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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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드는 세 번째 배트맨 영화에 대한 루머는 새로울 게 없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감독과 배우들의 미적지근한 대답에도 놀란표 <배트맨3>에 대한 추측과 네티즌의 바람은 끊인 적이 없었다. 지난 1월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부터는 3편에 대한 루머의 초점이 ‘어떤 악당이 조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물음표로 모아졌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고 한달이 지나도록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는 지금, 3편에 대한 팬들의 갈망은 ‘팬 메이드 포스터’로 탄생하기에 이른다. 어설프고 조악한 그림장난부터 배경에 깔린 신문의 제호를 <The Gotham Times>로 맞추고 하비 덴트에 대한 기사까지 배치한 수준급까지 다양하다. 팬들이 지은 3편의 타이틀은 <The Dark Knight Returns> <Gotham Knights> <Shadow of the Bat> 등으로 악당으로
[what’s up] 배트맨의 세 번째 악당, 누가누가 더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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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으로 중국은 우리 일상의 한복판에 다가와 있다. 영화 역시 거기에 한몫을 하긴 하지만 아직 이 ‘중앙의 제국’을 정면에서 다루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오늘의 중국은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스크린을 통해서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많은 영화 제작을 주문한 게 사실이다. 그 예로 전세계 영화감독들이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패치워크 작품 <비전 베이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볼 만한 작품은 유위강 감독이 요리를 주제로 해 만든 영화 한편뿐이다. 열정을 가지고 편집한 온갖 음식재료들이 화면에서 튕겨나와 대형 프라이팬 속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소스 안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빈대떡 속에 돌돌 말려들어가기도 하면서…. 출연배우 역시 입맛 돋우는 스타들, 때론 양조위가, 때론 서기가, 군침을 흘려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에 비하면 다른 영화들은 정말이지 싱겁다.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
[외신기자클럽]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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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40대면 손주를 얻기도 했지만 이제는 40대에 첫아이를 갖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제 나이 든다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지 않게 유럽에선 60대 어른들이 록음악과 청바지를 즐기는 것이 흉이 되지 않는다. 68세대가 6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며 생긴 현상이다.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든 ‘영원히 젊은 마음’에 머물러 있어 철이 덜 든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독일에서 40, 50대 중년 여성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베른트 뵐리히감독의 독일영화 <달과 딴 애인>(Der Mond und der andere Liebhaber)의 한나는 50대 여성이다. 그런데도 붉은 립스틱에 가죽점퍼를 입고 록 콘서트에서 극성팬처럼 가수들과 하룻밤을 즐기기도 한다. 그녀는 19살 딸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부터 고통을 남성 편력에 기대어 덜고자 한다. 자비네 데르플링어 감독의 오스트리
[베를린] 독일 중년 여성들은 새로운 사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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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선배님은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카메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우라 촬영 중간 대기하는 장면에 들이대기가 두려웠고 또 뻘쭘한 순간도 많았다. 물론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 벽은 조금씩 낮아졌는데, 돌이켜보면 위 사진을 찍었던 극중 백 반장의 회상장면 촬영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 이날 촬영장소는 서울 테헤란로. 한석규 선배님은 제작진 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든 가운데 혼자서 연기를 해야 했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동안이야 상관없지만 컷 소리가 나고 다음 테이크에 들어서기까지의 대기 시간 중에도 시민들은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촬영을 해야 하는 스탭들이 안쓰러워 선물을 안긴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그 짧은 순간, 한 선배님은 두손 넣고 엉덩이는 살짝 뒤로 뺀 귀여운 포즈를 선보였다. 촬영이 시작된 뒤, 그리고 이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다신 볼 수 없었던 그 전설의 포즈를 순간 포착하
[숨은 스틸 찾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짠! 백 반장의 애교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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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만 해도 그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숨이 찰 정도로 긴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2000년작 <다찌마와리>에서 구레나룻 수염을 기른 폭력조직의 회장님을 연기했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독립단체의 간부 이명학 역할을 맡았으며,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완에게 권투를 배우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교도관으로 나왔고, <야수와 미녀>에서 검사인 김강우를 해치기 위해 류승범을 도와주는 깡패로 출연했던 그 배우, 헉헉,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가 세편의 TV드라마에서 눈길 끄는 조연으로 출연한 뒤로 이런 설명은 구차해졌다. <무적의 낙하산 요원>에서는 문정혁에게 얹어가려는 치사한 정보부 요원으로, <왕과 나>에서는 월화와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개도치로, <일지매>에서는 악행을 뉘우치고 일지매를 돕는 공갈 아제로 변신하면서 그는 꽤 험상궂은 얼굴과 발음하기 다소 까다로운 안길강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
[안길강] “나는 더이상 고독한 들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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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살이 엄청 빠지셨네요! 축하드려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구에 도착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으니까요. 직접 땅도 갈고 밭도 매고 집도 짓고 하다보니 살이 쑥쑥 빠집니다. 저한테 광대뼈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니까요. 큭큭.
-정말 멋져요. 이젠 V라인도 막 생기시려고 하네요. 사실 케이블TV에서 <도전 팻 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도 느낀 거지만 뚱뚱한 사람들이 살 빠지면 갑자기 훈남훈녀로 돌변하더라고요.
=맥크리 집안이 이래봬도 대대로 훈남 집안 출신입니다. 살만 더 빠지면 아주 볼 만할 겁니다. 우하하하하.
-그래도 좀 힘들진 않으세요? 아무래도 이제는 중력이라는 걸 어깨에 메고 사셔야 하잖아요.
=사실 되게 힘들긴 합니다. 갑자기 아틀라스라도 된 기분입니다. 척추와 다리뼈를 사용해서 걸어다녀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익숙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가 봅니다. 더 큰 문제는 게으름이죠.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예전처럼 공중부
[가상인터뷰] <월·E>의 엑시엄호 선장, 캡틴 맥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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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풉무비(Spoof Movie).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단어로 바꾸자면 패러디영화(Parody Movie)다. 말 그대로 잘 알려진 영화들을 비틀고 풍자해서 만드는 코미디영화라는 의미다. 8월21일 개봉하는 <슈퍼히어로>가 바로 그런 영화다. 그런데 스풉무비들이 사용하는 기법은 아주 간단하고도 뻔하다. 다른 영화의 유명한 장면을 뒤틀어서 재현하거나 아이콘적인 캐릭터를 천하에 쓸모없는 멍청이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토록 뻔한데도 이런 바보 같은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뭐냐고? 스풉무비의 빛나는 역사와 재능을 모르시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1. 스풉무비의 못 말리는 대가들
세명의 역사적인 대가들이 있다. 먼저 서부극 장르를 패러디한 <불타는 안장>(1974)으로 스풉무비 장르를 창조한 멜 브룩스다. 그는 이후 고전 호러영화를 패러디한 <영 프랑켄슈타인>(1974), 앨프리드 히치콕의 세계를 마음대로 재조합한 <고소공포증>
[알고 봅시다] 비틀기와 뒤집기, 멍청함과 뻔뻔함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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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과 제주코리아극장에서 열리는 제주영화제는 올해로 7회를 맞이한다. 시기와 장소를 감안하면, 제주라는 이름의 영향력에 기댄 단순한 휴양영화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영화제는 관광지의 특성을 영화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편, 우수한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을 담아내는 독립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영상발전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영화제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영화제쪽에선 2011년인 10회 영화제부터 국제영화제로 변신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다른 국제영화제의 형식을 모델로 삼아 베끼기보다는 제주의 지역색이 살아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주영화제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영화로 지새는 제주도의 푸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