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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대해서 아주 고약한 인상이 있었어. 그 무식한 놈들 때문에…” 1968년 만들어진 조긍하 감독의 <잘돼갑니다>는 박정희 정권의 검열로 개봉하지 못한 비운의 영화다. <잘돼갑니다>의 시나리오를 썼던 한운사(85) 작가는 3.15 부정선거와 이승만의 하야를 다룬 본격 정치풍자물인 이 영화가 개봉 직전 당국의 제지로 인해 창고로 직행했고, 20년 후에야 햇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중에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신비성이 없어져버렸지. <제1공화국> 같은 드라마들이 이미 만들어졌으니까” 1960, 70년대 인기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잘 살아보세> <누가 그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잘돼갑니다>가 제때 개봉했다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후락이가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야. 국도극장에서 제대로 개봉했다면 조긍하 감독도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르고, 기
세상을 향한 또렷한 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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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는 다시 보면 낭만적인 상투성으로 가득 찬 영화이다. 불륜의 열정과 이별, 의리와 복수, 반항적인 사병과 타락한 장교 등 흔히 볼 수 있는 테마들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이런 상투성이 빚어내는 통속적인 흥분에 감동했다. 무엇보다도 그런 상투성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카, 프랭크 시나트라, 도나 리드 등 당시의 촉망 받는 스타들이 경쟁하듯 자신들의 장점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빛났던 단 한 명의 스타는 단연 ‘몬티(Monty)’, 곧 몽고메리 클리프트(1920~1966)였다.
그는 삐딱한 태도로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더블백’을 메고 등장하면서부터 단숨에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맑은 눈, 짙은 눈썹, 얼굴의 윤곽선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미남이었다. 그렇게 ‘바르게’ 생긴 청년이 옳지 않은 일에 반항하는 태도는 더욱 강렬한 동일시를 자극했다. 제임스 딘이 몬티의 태
오직 ‘몬티’를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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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기네스북을 펴낸다면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2000)은 여러 부문에서 손꼽힐 영화다. 11명의 조감독이 장면별 연출을 맡고, 35mm 카메라 8대와 디지털카메라 10대를 동원해 만든 <실제상황>은 독특한 제작방식으로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200분 찍어서 10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호언은 처음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쉬리>를 전후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촬영이 몇회차인지’, ‘필름을 얼마나 썼는지’ 너도 나도 뽐내던 때, 김기덕 감독은 하루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영화 촬영을 뚝딱 끝내겠다는 실험으로 주류를 도발했다.
‘특급촬영’ 시도는 더 오랜 과거에도 있었다. 1966년 여름 일간지들은 “사상 최단 시간의 촬영으로 만들어질 극영화”의 출현을 알린다. 이만희 감독의 ‘서스펜스 드릴러’ <지급거래>가 이색 주인공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촬영은 30시간 안으로, 만 이틀이
30시간 ‘특급촬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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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보다 맛난
가을 프로야구.
‘싱글족’, 소득세 75만~120만원 더 낸다
가난하고 시집 못 간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받고 지랄.
환율 치솟고 증시 급락
뭐야 이거… 무서워…
1년 내내 여행계획 세웠다 엎었다….
짧은 추석 연휴, 귀향 포기 속출
기름값도 비싸고 시간도 없다
추석 때는 아르바이트나; -_-
매케인, 44살 여성 페일린 지명
페일린?
…누구?
롯데 11연승
올해 부산의 남자 수험생들에게
여친보다, 잠보다 더 무서운
롯데 상승세….
김성근, 역대 두 번째 1000승
2002년의 김 감독님을 기억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칠레, 노인에 비아그라 무료 배급
워우워우워우….
약도 좋지만 허리 쓰시려면 운동도 꼭….
랜디 뉴먼 신곡 <Korean Parents> 논란
“한국 애들이 더 똑똑하다고?
죽어라고 공부할 뿐이야.
부모들이 그렇게 만들지.”
KBS 뉴스서 피켓 글씨 삭제돼
‘어청수 사퇴’가 삭제되었다고.
진작 사
[이주의 한국인] 가을 전어보다 맛난 가을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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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살 빼려고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여름이 지나버렸다. 될대로 되라 심정으로 밤마다 술을 마셨다. 원래 입춘부터 입추까지가 살 빼기 적기라는데. 으흐흑. 정신 차리고 이제라도 그만 망가져야겠다. 위기다. 날이 선선해지면 몸이 체지방을 비축하려들어 가만있어도 살찌기 쉽다잖아.
요 며칠 취해 지내면서, 이른바 ‘9월 위기설’도 흘려들었다. 사실 위기설은 촛불정국 때 대통령이 꺼낸 얘기라 별로 믿고 싶지 않았다. 환율급등, 주가급락, 외국인 매도세 급증 등등 급한 단어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정부는 급하게 경기 부양책들을 내놓는다. 뭔가 진짜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사람이 급할 때는 가장 익숙한 것을 찾는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공구리 정신’이다. F/W 시즌을 건설경기 부양으로 열었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은 대운하 재추진 희망을 밝히며 경인운하 민간 사업자 모집 스케줄을 밝혔다. 도심 개발 규제를 풀면 집값이 다시 들썩
[오마이이슈] 진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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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사의 한장은 ‘표현의 자유’라는 항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나 유신독재 시절은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한국영화는 표현에 대해 엄격한 제약을 받아왔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보수성에서 비롯됐겠지만, 영화의 경우에는 거듭된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아온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성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지난 7월31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9조 제2항 제5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도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제한상영관도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을 만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위헌성을 제기해왔다. 이미 1996년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과 2001년 등급보류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상영가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의아할 정도다.
이제 제한상영가라는 등급 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문석의 취재파일] 제한상영가 등급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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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의 기대작 <모던보이>는 일제강점기에 낭만의 화신임을 자부하는 문제적 청년 이해명이 비밀을 간직한 매력적인 여인 조난실을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예측불허의 사건과 변화를 그린 영화.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박해일과 김혜수는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파 배우답게 확실하게 변화된 이미지를 선보인다고.
지난 8월 28일 박해일과 김혜수는 표지 촬영을 위해 씨네21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문제적 커플답게 사진 촬영의 컨셉도 매우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박해일은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 위에 장난기 가득한 바람둥이의 이미지를 얹었고, 김혜수는 만인이 기억하는 독보적인 섹시함에 미스터리한 신비로움을 가미했다.
사진촬영에 이어 열린 씨네21 동영상 인터뷰에서 박해일과 김혜수는 시종일관 진중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해 영화에 대한 두 배우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 <모던보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조난실의 춤과 노래, 방대한 컴퓨터 그래픽, 그리고 영화의
[박해일, 김혜수] 경성 최고의 ‘모던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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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Old Fish
고군서/중국/2008년/113분/컬러/국제경쟁부문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전철은 선로를 따라 달리고 시민들은 직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한 공터에서는 일본, 구소련의 재래식 폭탄과 지뢰들이 지축을 울린다. 이렇게 시작한 초반 5분의 대조적인 이미지가 영화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주인공 노어는 손 기술이 조금 좋을 뿐인 평범한 가장이자 경찰이다. 아들의 제대를 앞두고 일거리를 찾아두는 것 외에는 낚시나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는데 갑작스럽게 폭탄이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양단된다. 한 쪽에서는 폭탄을 다룰 줄 모르는 동료와 상관들이 노어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태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공병 출신 노어의 긴박한 폭탄해체 스릴러가 펼쳐진다. 2006년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고군서는 2차대전 직후의 도쿄 전범 재판을 다룬 영화 <동경심판>이후 코언 형제의 <파고>처럼 유유하면서도 예리한 스릴러로 두번째 필모그래피
스릴러의 탈을 쓴 애민주의의 결정체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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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가 되려면 이렇게 하라! <영화잡지> 1964년 1월호 만평은 ‘여배우가 되는 열두 계단’을 소상히 적고 있다. 자가(自家) 매니지먼트 공식 열두 가지를 보자. 학교는 반드시 중퇴한다→서투르게(라도) 유행을 따르고 이야기 끝마다 영화배우를 거론한다→무조건 정형수술을 해둔다→비록 촬영이 없더라도 ‘뷰우티 케이스’를 들고 충무로를 하루 종일 왕복한다→음성은 동시녹음을 할 수 없도록 쉬게 만든다→우선 배우의 가방모치로 들어간다→반드시 택시를 탄다. 하루에 두번 이상 옷을 갈아입는다. 또 돈이 없더라도 선글라스는 꼭 사고 언제든지 벗지 않는다→담배와 술과 댄스는 배워둔다→감독이 콘티를 짜는 호텔 옆방에 자리잡고 스탭들이 모일 때마다 미소를 잃지 않는다→개성을 인정받기 전까지는 무조건 노출증이라는 열병을 앓아야 한다→아낌없이 주련다라는 마음을 행동으로 암시해줄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하다→이렇게 해서 조금 유명해지면 반드시 스캔들을 만든다. 단, 동거 생활까지는 하되 절대로 결
감독님이 하사한 이름을 받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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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Men…
도리스 되리/서독/1985년/99분/컬러/독일영화사 특별전
집에선 가장이며 광고회사에선 중역이다. 직위만 믿고 집이건 회사건 큰소리를 뻥뻥 치던 암브러스트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자 또다시 큰소리를 뻥뻥 치지만 돌아선 아내의 마음을 막을 길은 이미 없다. 노력하는 척을 하는데에만 익숙했지 눈높이를 낮추고 귀기울여본 적 없는 암브러스트는 자신의 자식에게까지 업신여김을 받는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여직원과의 관계마저 정리한 암브러스트는 아내의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의 정체를 파헤치고자 그의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나이 다르고 직업 다르고 성격까지 다른 두 남자를 여자와 룸메이트라는 구실로 엮는 구조가 낯익다. <거미 여인의 키스> 속 이반과 공산당원의 대립이 신세대와 구세대의 대립으로, 배경인 구치소는 룸메이트의 아파트로 치환된 걸까? 영화의 배경은 68혁명을 기점으로 신과 구가 훨씬 멀어진 서독이니 한 집에 살기엔 너무나 다른 둘이다.
한 집에 살기엔 너무나 다른 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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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피터 오툴)가 처음 파이잘 왕(알렉 기네스)을 만났을 때, 왕은 이렇게 말한다. “사막을 사랑하는 또 다른 영국인이군.”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영국 장교가 특이하게도 모래바람이 쌩쌩 부는 사막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점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는 사실 감독인 데이비드 린에게 해당되는 대사이기도 하다. 그의 사막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애초부터 만들어질 수 없었다. 데이비드 린은 무려 2년 가까이 사막과 사투를 벌이며 대작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를 만들었다.
첫 아이디어는 <콰이강의 다리>(1957)의 대성공에서부터 나왔다. <콰이강의 다리>가 제작비의 10배를 벌어들이자, 제작자인 샘 스피겔과 데이비드 린은 한 번 더 이국정서를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데이비드 린은 사막의 영웅으로 알려진 영국군 장교 로렌스의 일대기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들은 로렌스의 자서전인 <지혜의 일곱 기둥 The Seven Pill
사막의 이국정서에 대한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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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계 최고의 인상파가 충무로를 찾았다. <무미신탐>(1995), <화급>(1997), <진심영웅>(1998), <암전>(1999) 등 과거 두기봉 감독과 함께 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그는 강렬한 인상과 터프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암화>(1998)에서 꽃남방을 입고 출소한 모습, <진심영웅>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시거를 피우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두기봉과 만난 작품이 바로 <매드 디텍티브>다. 다중인격 장애를 지닌 형사를 연기한 그는 자신의 상관 앞에서 귀를 도려내 선물하기도 하는 등 변함없이 강렬하고 충격적인 인상을 남겼다. 이번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상영작인 유달지의 <암화> 역시 양조위와 대결하는 가운데 그만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작품이다.
언제나 누아르와 코미디의 경계 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17살 때던가, 하루는
오! 쾌남! 홍콩영화 최고 터프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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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천사> The Blue Angel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독일/1930년/107분/흑백/독일영화사 특별전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 카바레 쇼걸과 사랑에 빠지다! 개봉 당시 홍보 문구가 이쯤 되지 않을까.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인 대학교수 임마누엘 라쓰(에밀 야닝스)는 학생들의 계도를 위해 ‘푸른 천사’ 라는 이름의 바에 들렀다 노래하는 무희 롤라(마를레네 디트리히)에게 빠져든다. 하인리히 만의 소설 <운라트 교수>가 원작. 요부의 사이렌에 이끌려 권위의 상징물을 하나씩 무장해제 당하는 라쓰는 결국 자신이 경멸했던 벌거숭이 광대가 되어 조롱과 비웃음을 산다. “찰리 채플린에게 천재 소리 들었던”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의 풍부한 시각적 장치는 독일 최초의 유성영화라는 사실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극중에서 얼빠진 라쓰를 향해 ‘Falling in Love again’를 부르는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출세작. <푸른 천사>는 독일 스튜디오 우파(Ufa)의
칸트, 카바레 쇼걸과 사랑에 빠지다 <푸른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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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꾸나이마> Macunaima
호아킴 페드로 데 안드라데/브라질/1969년/105분/컬러/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아마존 밀림에서 바나나와 여자를 탐하던 마꾸나이마는 노모가 죽자 형제들과 함께 리우 데 자네이루로 향한다. 지능은 떨어지지만 수려한 외모 덕분에 여성들의 구애를 끊임없이 받는 마꾸나이마는 게릴라 여전사와 사랑에 빠지고, 폭탄 테러로 연인을 잃게 되자 형제들과 함께 복수에 나선다. 간신히 줄거리 요약을 하긴 했지만, <마꾸나이마>는 익숙한 내러티브의 영화는 아니다. 난해하다기 보다 엉뚱하다. 쭈글쭈글한 노모가 서서 이미 성장한 마꾸나이마를 낳질 않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마꾸나이마가 어느날 갑자기 마리화나를 한 대 피우고 멋진 백인으로 변신하지 않나. 마꾸나이마와 함께 버스를 집어타고 도시로 떠난 이들 또한 형제라고 서로를 부르지만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렵다. 발가락이라도 닮긴 한 걸까. 어쨌든 로드무비 형식의 <마꾸나이마>의 목
좌충우돌 어드벤처 <마꾸나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