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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드 히스테리> Love in the Time of Hysteria
알폰소 쿠아론/멕시코/1991년/90분/컬러/공식초청부문
지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카피라이터 토마스(다니엘 지메네즈 카초)는 잠자리에서만큼은 본능의 화신으로 탈바꿈한다. 마감에 쫓기며 광고 슬로건을 만들다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에게 정욕을 느끼는가 하면, 마감을 앞두고 직장 상사와도 잠자리를 함께한다. 거칠게 성교를 해대는 탓에 항상 피임 절차를 잊어버리기 일쑤고 잠자리를 함께 한 뒤엔 어김없이 여인의 가슴에 상처를 안긴다. 그러나 뉴튼의 물리법칙처럼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 토마스와 잠자리를 함께한 여간호사가 독기를 품고 토마스의 에이즈 보고서를 양성으로 꾸미면서 토마스의 전설은 파국을 맞는다. 후일 <이 투 마마>, <위대한 유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 데뷔작에서도 명민한 기교를 부려놓았다.
남미의 열대기후와 유럽의 도회적인 감각 <러브 앤드 히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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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위해 벌어야 한다.” 1961년 6월7일 <동아일보>는 선셋대로에 레스토랑과 의상점을 연 딘 마틴과 토니 커티스를 비롯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장, 아파트 임대업, 유전사업 등에 손을 뻗쳐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는 가십 기사를 실었다. “그들은 과거와 같이 사치와 현란한 꿈에만 갇혀 있지는 않다. 스타가 인기를 잃었을 때 어떻게 초라해진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 시절 충무로는 어땠을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부업을 옆구리에 낀 배우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 다방이나 차려서 조용히 살래요.” 현역 시절의 명성을 앞세워 은퇴 뒤에 다방이나 카페를 차리는 정도가 외도의 전부였다. 요정을 운영하는 양훈, 양장점을 개업한 전현주, 미장원을 연 김의향 정도. 저잣거리에 나선 이들은 대개 조연배우들이었다. 가케모치 40편 출연으로 한해에 많게는 2천만원 넘는(당시 월급쟁이 평균 월 소득은 1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 주연배우들이 굳
연기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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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자친구> The Friend
미샤 레빈스키/스위스/2008년/87분/컬러/국제경쟁부문
남방에 스웨터, 재킷을 늘 세트로 차려입는 소심한 성격의 에밀은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라리사를 짝사랑한다. 한심하게 라리사의 뒤를 쫓고, 눈이 마주치면 '안녕' 인사를 건네는 게 고작인 에밀은 밤이면 노트북을 켜서 그녀에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그러던 어느날 라리사는 에밀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제안은 갑작스런 라리사의 죽음으로 에밀을 복잡한 상황 속에 밀어 넣는다. 그녀의 가족은 에밀을 진짜 남자친구라고 오해하고, 그는 굳이 상황을 변명하려하지 않는다. 라리사가 죽기 전 장치해둔 알리바이같은 존재였던 에밀. 그러나 이후 라리사의 언니 노라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설정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로맨틱 코미디 같은 귀여운 소동극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라리사의 죽음이 가져다 준 슬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의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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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황소>(1980)를 만들기 전 마틴 스코시즈는 약물중독에 빠져 있었다. <뉴욕 뉴욕>(1977)을 만들며, 그는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사치스러운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록 밴드인 더 밴드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왈츠>(1978)를 만들 때는 밴드의 리더인 로비 로버트슨과 친해지며 코카인 중독이 되고 말았다. 생명이 위험한 수준까지 갔고, 주위의 동료들이 수차례 충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스코시즈를 구한 것은 로버트 드 니로라고 알려져 있다. 바로 <성난 황소>의 제작 때문이다. 이 영화 제작에 몰두하느라 그는 약을 끊었다.
드 니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복서 제이크 라모타의 불같은 삶에 대한 전기를 읽고 큰 매력을 느꼈다. 영화를 만들자고 매일 같이 스코시즈를 재촉했다. 당시는 천박한 권투영화들이 많았다. 모두 <록키>(1976)의 영향인데, 1979년 한 해에만 <록키 2>, 바브라 스트라
‘스코시즈-드 니로’협업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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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The Trap
슬로단 고르보비치/세르비아, 독일, 헝가리/2007년/106분/컬러/국제경쟁부문
바람을 쐬러 나온듯한 남자는 도시의 스산한 풍경과 마주친다. 도시는 공사장처럼 황량한 회색빛이고 언뜻 건물 사이로 크레인의 팔마저 불쑥 튀어나와있다. <트랩>의 첫 장면이다. 이윽고 뒷모습만 보여주었던 남자는 앞모습을 보이면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주인공인 믈라덴은 공기업에서 일하며 교사인 아내와 함께 외동아들을 먹여살리고 있는데 아들의 급작스런 병세 악화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맞벌이 부부에게조차 상상도 못할 액수의 수술비를 요구한다. 첫 장면의 뒷모습은 중대한 고비에 선 가장의 뒷모습이었고, 아들의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아비에게 세계는 그토록 매몰차고 황량해 보였던 것이다. <트랩>은 이처럼 뒤늦은 깨달음과 의미심장한 비유로 가득차있다. 이후 아들의 수술비를 대가로 살인을 의뢰받은 믈라덴은 이웃의 남자를 죽이거나 아들의 죽음을 방관해야 한다
뒤늦은 깨달음과 의미심장한 비유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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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근무> Stakeout
노무라 요시타로/일본/1958년/116분/흑백/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장르
경시청 소속 시모오카 유지와 유키 타카오 형사는 큐수의 한 마을로 떠난다. 전당포 살인사건의 공범인 이시이를 잡기 위해 두 형사는 그의 연인인 사다코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잠복근무에 들어가지만 1주일이 넘도록 만족할만한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지능적인 범죄자와 형사들의 숨막히는 추적을 기대했다면 <잠복근무>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두 형사의 잠복근무는 긴박한 업무수행보다는 나른한 일상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잠복근무>를 두고 흔히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겠지만, 누군가를 지켜보는 설정을 제외하면 두 편의 영화는 유사성이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이창>과 달리 <잠복근무>의 두 형사는 목적의식적으로 접근하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여기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긴박한 업무수행보다 나른한 일상 <잠복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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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몬테스> Lola Montes
막스 오퓔스/프랑스, 서독/1955년/110분/컬러/공식초청부문
낭만의 조물주라 불리는 막스 오퓔스의 마지막 작품. 그가 남긴 유일한 컬러영화이기도 하다.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왕 등 쟁쟁한 남성들을 품었으나 이제는 서커스단에서 인형 노릇을 하는 댄서 롤라 몽테(마르틴 카롤). 곡예단장의 채찍이 요동칠 때마다 카메라는 현란한 트래킹을 선보이며 스캔들 메이커의 굴곡 많은 애정편력사를 한장씩 열어 보인다. 초대형 예산을 들여 시네마스코프와 테크니컬러로 치장한 영화가 선사하는 시각적 쾌락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자유를 박탈당한 롤라가 화려한 과거를 곱씹는 동안 막스 오퓔스는 관객을 그녀의 충실한 노예로 만드는 이중 마법을 선보인다. 분절적인 플래시 백 구조의 이야기 구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주인공들의 운명은 항상 관객들에게 미리 알려진다. 주인공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실수를 이미 저질렀거나, 아니면
관객을 롤라의 노예로 만드는 마법 <롤라 몬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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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영화의 대부분은 나올 때마다 영화계의 화제였다. 이런 점에서 그는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순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그 운은 ‘불행한 행운’인 셈이었다. 흥행을 하면 한만큼 세간의 비판을 받았고, 호평을 받으면 받은 만큼 영화외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 뜨거웠던 호/불호 현상은 산업과 감독 그리고 관객 모두가 함께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장선우라는 인물 자체’가 한국영화사의 사건 중의 하나였고, 영화산업과 평론가를 포함한 관객들 역시 그 사건의 공모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논쟁 역량이 부족했던 1990년대 사회적 상황
표면적으로 보자면, 1990년대는 80년대에 비해 논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논쟁적이지 않았다기보다는 복잡한 여러 현상을 아우르면서 논쟁할만한 역량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군사 정권과 최고의 경제 호황이 함께 했던 시기, 군사 정권과 결합한 김영삼의 집
한국영화사의 사건, 장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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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감독주간의 탄생과 역사를 살펴보는 ‘라운드 토크: 칸 감독주간 40년을 말하다’가 6일 오후 2시, 명동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김홍준 충무로국제영화제 기획위원의 진행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칸 감독주간’의 올리비에 페레 집행위원장과 칸 감독주간 4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올리비에 자한 감독이 참여해 칸 감독주간의 탄생에 대한 설명부터 현재 한국에서 무수하게 생기는 영화제에 대한 생각까지 자유롭게 대화했다.
“너무 진지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김홍준 기획위원의 말과 달리 올리비에 페레는 “1968년 5월 혁명이 칸 감독주간의 시작”이라며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올리비에 자한 감독은 “감독주간 부문은 칸 영화제 안에 또 다른 작은 영화제라고 보면 된다. 조직위 측과 별개로 프랑스 영화감독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칸 감독주간이 선정하는 작품의 기준에 대해 올리비에 페레는
감독주간은 칸 영화제 안의 또 다른 영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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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각효과를 선사했던 더글라스 트럼블. 그가 참여한 영화들은 어느덧 고전이 되었지만, 이를 능가하는 시각효과의 충격은 다시는 재현되지 못했다. 살아있는 시각효과의 대가이자 전설인 더글라스 트럼블을 만나봤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영화 팬들과 뜻 깊은 만남을 가졌는데 느낌이 어떤가?
=대단히 신나는 경험이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시각효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성장 환경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의 꿈, 그 시기에 현재의 일을 하게 되는 특별히 경험이 있었는가?
= 아버지는 특수효과 관련 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미술가였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봤던 <피노키오> 때문에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중에 그 영화가 멀티 카메라로 찍은 최초의 작품임을 알았다.
흉내를 내려면 진짜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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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월) 오전 11시 명동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다. 마치클 치미노 감독, 테라와키 켄 영화평론가, 리제 벨링크 프로듀서 겸 배우, 임상수 감독, 김영 프로듀서가 참석해 경쟁부문 심사과정을 소개할 예정. 국제경쟁부문은 올해 새롭게 만들어진 섹션으로 총 12편의 작품이 경쟁을 벌인다. 대상에 3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등 심사위원 특별상, 올해의 발견상, 관객상 등 대상 포함 4개 부문에 총 4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수상작은 오는 10일 폐막식 현장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8일, 경쟁부문 심사과정 소개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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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인 <매드 디텍티브>에 삭제된 장면이 있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따르면, 9월4일 대한극장 7관에서 <매드 디텍티브>를 관람한 홍지로씨는 "홍콩판DVD와 달리 하가안의 심리와 하가안의 약점을 쥐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범인의 심리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장면이 삭제됐다"며 "빠른 확인을 통해 정확한 판본을 상영해달라"고 영화제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화제측은 "영화제 측의 기술적인 실수로 일부 내용이 삭제되거나, 임의적으로 편집한 적은 없다"며 "<매드 디텍티브>의 홍콩판 버전과 해외 세일즈 버전의 편집본이 다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세일즈 버전이 상영되고 있으며 위가휘 감독도 역시 해외용 프린트가 상영되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7일 일요일 오후2시 대한극장 7관에서 상영될 <매드 디텍티브>역시 세일즈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매드 디텍티브> 두 종류 판본으로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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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에 접어든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중간 결산이다. 6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100% 매진을 기록한 작품은 <미워도 다시한번> <음표와 다시마> <매드 디텍티브>등을 포함한 36여개 작품이다. 총 매진작이 10편이었던 지난해의 중간성적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로 증가한 편이다. 한편, 5일까지 결산으로 볼 때 남산공감 공연을 찾은 관람객은 약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진작 36여편, 지난해 대비 대폭 증가…공감 콘서트도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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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국의 영화 감독들을 만나보자. 7일은 다른 날과 달리 유독 한국영화감독들의 관객과의 대화가 많은 날이다. 오후 2시 대한극장 8관에서는 영화 <족보> 상영후, 연출자인 임권택 감독을 만날 수 있다. 2시30분에는 씨너스 4관에서 <텔미썸싱>을 들고온 장윤현 감독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며, 5시 30분 씨너스 4관에서는 <스카우트>를 연출한 김현석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이밖에도 8시 대한극장 7관에서는 <행복>의 허진호 감독이, 같은 시간 대한극장 8관에서는 윤성호 감독이 <은하해방전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기준영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가장 많은 날이 일요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고 말했다.
7일, 한국영화 감독 GV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