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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공감 지수 ★★
70년대는 죽지 않았어 지수 ★★★
만화와의 싱크로율 지수 ★★★★
제목과 달리 <20세기 소년>의 주인공은 이제 막 청년에서 아저씨가 되려는 판국이다. 펑퍼짐한 점퍼에 꼬질꼬질한 운동화, 배에는 살이 얹혔고 이마 위엔 몇 갈래의 협곡까지 파였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저씨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무대에 섰던 20대의 로커였고, 그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당에 비밀기지를 짓고 지구방위군 놀이를 하던 코찔찔이 소년이었다. 이 주인공이 기타를 쥐고 물렁물렁해진 손으로 다시금 T-Rex가 부른 <20th Century Boy>의 리프를 연주하는 순간 눈동자에 소년 시절의 패기가 언뜻 아른거린다. 외모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아저씨는 영원한 소년이다.
영화의 시작점은 세기말의 1997년이다. 소년 시절에 꿈만 컸던 아저씨들은 퍽퍽한 현실을 통감하며 고개를 조아리고 살아간다.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록스타의 꿈을 접은 켄지(가라사와
“원작을 완전히 카피”한 영화 <20세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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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성깔 지수 ★★★★
여배우들 매력 지수 ★★
영화 속 봉 감독 코믹 지수 ★★★★
의외의 발견이다. <추격자>를 떠올릴 것까진 없지만 신인감독 장훈의 이름은 충분히 기억해둘 만하다. 아직 영화배우로서 단맛을 보지 못한 소지섭과 강지환의 대결, 그리고 전혀 추석 대목 영화답지 않은 제목 등 <영화는 영화다>는 두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선뜻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게 사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속 영화’라는 점에서 꽤 매력적인 구석을 지니고 있다. 실제와 허구의 교차, 배우와 깡패의 이중생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루한 뒷모습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꽤 거칠지만 ‘정말 별것 없다’고 말하는 듯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배배 꼬지 않은 그 묘사가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1차원적이어서 때론 속시원한 느낌까지 준다. 캐릭터도 그렇다. 두 배우의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다듬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치환한다. 연기건 사생활이건 돼먹
실제와 허구의 교차 <영화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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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음악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 무성영화 음악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귄터 부흐발드와 <청춘의 십자로>의 박천휘 음악감독이 무성영화 음악의 참맛을 알려주겠다고 나섰다. 9일 오후 2시 명동 아트센터에서 열린 ‘무성영화 음악의 모든 것’이란 거창한 제목의 세미나가 그것이다. 지세연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열린 이 세미나에서는 정말 무성영화 음악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었다. 귄터 부흐발드는 자신이 직접 고른 영화와 음악을 소개하며 영화와 음악의 만남에 대해 강연했고, 박천휘 음악감독은 <청춘의 십자로>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연 장면의 일부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음악과 영상을 활용한 프리젠테이션에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는 듯 보였다.
귄터 부흐발드는 다양한 인용들을 즐겨 사용했다. “음악은 느껴야만 하는 것이며(막스 슈타이너), 영화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끌어내서 표현하는 일이며(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은 도저히
영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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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 스탠리 도넌, 진 켈리 | 1952년 | 103분 | 컬러 | 야외 및 특별상영
<사랑은 비를 타고>(1952)는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넌이 공동으로 연출한 뮤지컬이다. 바로 얼마 전에 개봉 된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파리의 미국인>(1951)과 더불어 할리우드 뮤지컬의 최고작으로 종종 소개된다. <파리의 미국인>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이 영화는 원래보다 개봉이 늦어졌다. 두 영화 모두 진 켈리가 주연이기 때문에 제작사인 MGM은 켈리의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자 개봉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30대 후반이던 진 켈리는 두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등극한다.
진 켈리와 협연했던 코스모 역의 도널드 오코너는 어릴 때부터 춤의 신동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영화 속에서도 그의 신기에 가까운 춤 솜씨가 여러 번 나온다. 특히 그가 혼자 연기하는 ≪Make’ Em Laugh≫는 압권인데, 그
할리우드 뮤지컬의 ‘백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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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적벽대전. 1962년 추석 극장가의 형국이 그러했다. 을지극장엔 <화랑도>가 진을 쳤고, 국제극장엔 <인목대비>가 납시었다. <진시황제와 만리장성>은 국도극장에 성벽을 쌓았고, <칠공주>는 피카디리극장을 차지했다. 그리고 명보극장엔 <대심청전>이 판을 벌였다. “제작비가 1천만원이 훌쩍 넘는” 대작영화들이 한날한시에 극장가를 분할 점령했다. 게다가 5편 모두 ‘색채(컬러) 시네마스코프’라는 간판을 앞세운 사극이었다. 비단 용포 두르고 대수 머리 튼 국산 스타아들은 쟁쟁한 할리우드산 영화들을 압도했는데, 이 해 추석 상영작 중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외화는 70mm <벤허> 정도였다.
1960년대 들어 급부상한 충무로의 관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스펙터클’이었다. <진시황제와 만리장성>은 “12만명을 헤아리는 엑스트라와 국내 올스타 캐스트를 동원했다”는 자랑만으로 모자라 “3개월 동안
‘초대형 스펙타클’에 목숨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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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순수와 청순의 아이콘이었던 홍콩배우 양채니가 충무로를 찾았다. 그녀는 <양축>(1994), <동사서독>(1994), <타락천사>(1995)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보낸 대표적인 여배우다. <양축>에서 보여준 성질 급한 남장여자나, 실연의 아픔 때문에 처음 만난 남자에게 무턱대고 기대는 여자를 연기했던 <타락천사>에서의 모습들은 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한국남성들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일 것이다. 이번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객원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그녀는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양축>과 최근작인 <방콕 데인저러스>를 꼽았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말 못하는 약사다. 배우로서 중요한 무기인 언어를 사용할 수 없어 연기에 제한이 있었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말을 못하는 배역이기 때문에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는 언어만큼이나 얼굴도 중요한
배우로 진화한 90년대 ‘청순’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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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는 염주를 찼고, 머리는 빡빡 밀었다. 고군서 감독은 마치 물욕을 잊은 스님 같아 보였다. “원래 화려한 것보다는 서민적인 것을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포장마차에도 가봤고 소주도 마셔봤다.”(웃음) 그가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내놓은 <일촉즉발> 또한 서민적인 풍경을 가득 담은 스릴러 영화다. 감독의 취향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영화의 주인공 ‘노어’는 직업 경찰로서의 면모보다 평범한 가장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고군서는 “깡패와 폭력배 등 강인한 남자가 많이 나오는” 형사드라마를 만드는 한편, 카메라 기자로 일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고 말한 그는 “당신과 나를 포함해 사람들의 90%이상은 전부 서민들이 아닐까. 나도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촉즉발>의 주인공인 ‘노어’를
방방곡곡 서민의 풍경과 인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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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랬다. 9일 현재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영화제 기간동안 가장 즐겁고 신기했던 순간들을 사진으로 모았다.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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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 딜러> Sleep Dealer
알렉스 리베라 | 미국, 멕시코 | 2008 | 90분 | 컬러 | 공식초청부문
<슬립 딜러>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남미다. 대기업들은 군대까지 동원하여 남미의 수자원을 독식하고, TV에서는 이런 대기업의 횡포를 응원하는 선전 방송이 흘러나온다. 그 결과 남미와 북미의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으나, 남미 주민들의 월경은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의 호기로운 청년 메모 크루즈는 아버지를 잃고 북쪽으로 갈 것을 결심하는 데. ‘노드’라 불리는 미래의 핵심 기술이 미국에만 있다는 사실 역시 그를 충동질한다. 노드는 인체의 신경계와 기계의 전극을 이어 만든 전 지구적인 디지털 네트워크로, 사람들은 이것을 통해서 노동을 하거나 기억을 사고판다. 메모는 꿈에 그리던 노드를 이식받지만, 점점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며 과학기술의 이면을 깨달아간다. 현실의 갈등에 기반을 둔 디스토피아 SF영화인 <슬립 딜러>는 미래의 신묘한 과학기술
현실의 갈등에 기반을 둔 디스토피아 SF영화 <슬립 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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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 Descendants of Cain
유현목 | 한국 | 1968년 | 112분 | 흑백 | 한국영화 추억전 #8
황순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반공영화. 이데올로기의 서늘한 칼날 아래 피비린내 진동하는 양지골의 비가(悲歌)를 흑백 시네마스코프에 담았다. 1946년 평안도 양지골, 조선노동당 보안소장(장동휘)은 토지개혁을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존경받던 마을 지주의 아들 박훈(김진규)은 하루아침에 반동으로 내몰린다. 지주 아래서 마름으로 일했던 도섭 영감(박노식)은 반동분자를 색출하는데 앞장서고, 박훈의 집 살림을 돌보던 도섭 영감의 딸 오작녀(문희)는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박훈에게 연정을 품고 있지만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오작녀는 완장차고 다시 자신 앞에 나타난 전 남편(최봉)의 행패를 견뎌야 한다.
<카인의 후예>는 “데뷔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반공영화라 할 만한 작품을 만들지 않았던” 유현목 감독의 첫번째 반공영화다. 19
유현목 감독의 첫번째 반공영화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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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시티> Zero City
카렌 샤크나자로브 | 소비에트 연방 | 1988년 | 103분 | 컬러 | 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기술자 바라킨은 에어컨 부속품 납품공장이 있는 마을 ‘제로 시티’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마을, 뭔가 이상하다. 납품공장 여비서는 나체로 타이핑을 하면서 손님을 맞질 않나. 잠깐 들른 식당에서는 정성스레 준비한 디저트를 맛보지 않았다고 주방장이 총으로 자살하는 소동까지 벌어진다. 바라킨은 모스크바로 서둘러 돌아가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바라킨은 평생 이 마을에서 살다 죽을 것이라는 아이의 예언을 듣고 코웃음치지만, 얼마 후 목숨을 끊은 주방장이 당신의 아들 아니냐는 경찰의 심문까지 받게 되고 제로 시티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이 위클리>가 ‘소비에트 스타일의 <환상특급>’이라고 소개하기도 한 영화는 넌센스의 연속이다. “말도 안돼”라고 주인공이 외치는 순간 더 어이없는 상황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
소비에트 스타일의 ‘환상특급’ <제로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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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라> Yella
크리스티안 펫졸트 | 독일 | 2007년 | 85분 | 컬러 | 독일영화사 특별전
옐라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새 출발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순탄치가 않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전 남편 피체는 그녀를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한다. 급기야 그녀가 일자리 면접을 보러 가는 날 피체는 옐라를 자동차에 태워 납치한다. 하지만 피체의 자동차는 갑자기 강에 빠지는 사고를 맞는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옐라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난데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필립. 한 회사의 간부인 필립은 그녀에게 비서직을 제안하고, 그녀는 투자협상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필립의 신뢰를 얻는다. 막막하고 출구 없는 옐라의 삶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는 것일까.
<옐라>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 혼란스런 영화다. 전작인 <유령들>(2005)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인간 심리를 탐구했던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 혼란스러운 영화 <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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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리스> Restless
아모스 콜렉 |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 2008년 | 100분 | 컬러 | 국제경쟁부문
아버지 모쉬 아말은 뉴욕에서 이방인으로 잡일을 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저녁에 나가는 자작시 낭송회가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날 모쉬 아말은 낭송회에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뒤늦게 시인으로 인정받는다. 이스라엘에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군인으로서 국경지대를 지키고 있는 자쉬 아말은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뉴욕으로 떠난 아버지를 부정하고 원망한다. 어느 날, 군대에서 저지른 실수 때문에 군인 자격이 박탈된 그는 “아버지가 없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결국 무책임한 아버지를 만나러 뉴욕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왜 어머니의 장례식에 안 왔죠?" 뉴욕에서 만난 아버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며 아들은 따져 묻는다. “주소를 몰랐어” 아버지는 담담하게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레스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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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럴까. 영화 <핸들 미 위드 케어>는 감독인 콩데이 자투라나사미의 자문자답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그는 거울에 반영된 자신이 “보기 싫었다.” “누구나 자신이 부족하거나,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이런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부족함과 지나침 가운데 콩데이가 선택한 건 후자였다. 주인공 콴은 팔이, 그것도 왼팔이 하나 더 있는 남자다. 그는 팔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팔이 2개 뿐인 사람들 보다 잘할 수 있는 건 더 많지만, 하나 더 있는 팔 때문에 일반적인 삶에 동화될 수 없는 아픔을 갖고 있다. <핸들 미 위드 케어>는 콴의 성장통을 소소한 유머들로 묘사하는 한편, 따뜻한 온도로 감싸 안는다. 태국의 인기시나리오 작가이자 인기배우인 콩데이 자투라나사미 감독도 그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거울을 봤을 때, 본인의 어떤 점이 보기 싫던가.
= 외모가 불만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