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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때문에 전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 충무로까지 당도했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집행위원장인 올리비에 페레는 지난 5월 제61회 칸 국제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1000편 정도의 영화를 본 것 같다. 하지만 부산, 토론토 등 찾아가야 할 곳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이번에는 특히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주목하고 있다.” 아무리 일이지만 그렇게 많은 수의 영화를 보면 지겨울 법도 한데, 그는 “영화를 보는 것은 내 삶에 있어서 열정이고 행복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영화제에 영화만 보러 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감독, 제작자, 프로그래머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매년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야 하는 집행위원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감독주간에 선정된 감독들과 친구가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싱가폴의 에릭 쿠와는 만나자마자 마음
새로운 영화를 좇는 여행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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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어공주 The Mermaid
안나 멜리키얀 | 러시아 | 2007년 | 114분 | 컬러 | 국제경쟁부문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엄마와 마침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던 아빠가 물 속에서 사랑을 나눴다. 알리사는 그렇게 바다에서 잉태된 아이다. 알리사가 6살이 되던 해, 그녀의 마을에 개기일식이 찾아온다. 달이 태양을 삼키던 그 순간, 알리사는 말을 삼키기로 결심한다. 딸의 침묵을 장애로 받아들인 엄마는 알리사를 특수학교에 보내고 그곳에서 알리사는 ‘소원을 이루는 마법’을 배운다. 다시 시간이 흘러 17살이 된 어느 날,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알리사가 소원을 빌자 마을에 몰아닥친 태풍이 집을 날려버린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결국 알리사와 엄마, 외할머니는 "갈 곳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스크바로 향한다. <나는, 인어공주>는 육지에 발을 디딘 인어공주의 험난한 모험극이다. 영화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이야기의 기본 틀거리로 차용해, 소녀가 사랑과
소녀가 사랑과 꿈을 찾는 과정 <나는,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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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 The Moss
곽자건 | 홍콩 | 2008년 | 95분 | 컬러 |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장르
푹푹 찌는 더위. 가만히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 홍콩의 뒷골목은 숨막힐 듯한 열기로 가득하다. 마약, 매춘, 살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을 뿐, 동정은 없다. 이곳에 있는 두 갱단들이 전쟁을 벌이게 되고, 한 갱단 대모의 아들이 실종된다. 그리고 악의 도시에 잠입한 경찰 쳉(사정봉)이 이곳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는 이곳에서 알게 된 창녀 루루에게 위안을 얻는다. 반면 쳉과 그를 둘러싼 범죄세계의 반대편에는 킬러와 사창가로 들어온 어린 소녀가 있다. 바로 이들이 이 어두운 세계 안의 푸른 이끼같은 존재다. 카메라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뒷골목 안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으로 들어가려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며 뒷골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하다. 이런 일관된 어둠이 푸른 이
어둡고 힘들지만 밝은 미래를 희망 <푸른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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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실크> Black Silk
라타나 페스톤지/타이/1961년/129분/컬러/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장르
타이판 <죄와 벌>. 근근이 살아가는 클럽 지배인 똠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주인 세니의 계략에 말려들어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과 주인의 죄를 묵인한 대가로 똠은 큰 돈과 고급 자동차를 손에 넣게 되지만, 그 일로 인해 1년 넘게 똠이 구애했던 연인 프래는 불교에 귀의한다. 영화 제목인 ‘검은 실크’는 극중 미망인인 프래가 항상 입고 있는 상복(喪服). 동시에 인간의 죄를 뜻하기도 한다. 완전범죄에 성공한 똠은 그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이를 되찾으려 할수록 그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검은 실크>는 범죄물의 외피 안에 카르마(業)의 법도를 담은 영화. 똠과 프래는 속(俗)과의 연을 끊은 뒤에야 검은 실크를 벗고 비로소 숨
범죄물의 외피 안에 카르마(業)의 법도를 담은 영화 <검은 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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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하프> Harp of Burma
이치가와 곤/일본/1956년/116분/흑백/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작가
1945년 7월, 미얀마 주둔 한 일본군 부대는 영국군에 쫓겨 퇴각을 거듭하다 모두 포로 신세가 된다. 얼마 지나 일본이 패망했음을 알게 된 부대장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하프 솜씨를 가진 병사 미쯔시마를 인근 부대에 보내 투항을 권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연합군의 맹폭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미쯔시마는 소속 부대에 돌아가는 대신 승복을 입고 동료들 주변을 맴돌고 부대원들은 합창하며 미쯔시마를 기다린다. 이치가와 곤의 존재를 서구에 알린 대표작. 미쯔시마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전장에 남아 죽어간 넋들을 달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부대장과 부대원들은 미쯔시마의 생사를 좇아 죽음의 땅을 헤맨다. 전쟁의 참혹함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을 컬러보다도 더 풍부하고 인상적인 흑백 화면에 양과 음으로 또렷하게 새긴 작품.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전쟁의 참혹함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 <버마의 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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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섬머> Dry Summer
메틴 에륵산/터키/1964년/85분/흑백/공식초청부문
넓은 대지를 경작하는 욕심많은 형 오스만은 동생 핫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을 수로를 독점한다.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마을 사람들은 법에 호소하지만 결국 수로는 오스만의 차지가 된다. 핫산은 씩씩한 아가씨 바하와 결혼한 뒤 함께 막힌 물길을 트려고 하지만 오스만은 그때마다 두 사람을 막아선다. 오스만과 마을 사람들의 갈등은 급기야 총격전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오스만은 살인을 저지른다. 땅을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는 오스만의 꾐에 핫산은 형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감옥으로 향하고, 오스만은 핫산의 아내까지 범하려 든다. <드라이 섬머>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비롯해 성경의 풍부한 잠언들을 끌어와 인간의 끝없는, 그래서 폭력적인 욕망을 낱낱이 전시한다. 소중한 아내까지 빼앗기고 나서야 핫산은 자신의 무기력을 딛고 일어서게 되고 골리앗 같은 형 오스만의 탐욕과 맞선다
인간의 폭력적인 욕망을 낱낱이 전시 <드라이 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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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세라 감독의 <새들의 노래>는 관객에게 명상을 강요하는 영화다. 동방박사 3인이 별의 안내를 받아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간다는 성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그들의 여행길을 느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관조한다. 사막의 풍경을 담는 흑백톤의 영상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햇빛의 움직임, 그리고 동방박사들의 느릿한 걸음걸이뿐이다. 이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즐겨야 할까. 숲 속에서 단잠을 청하던 영화 속 동방박사들처럼 낮잠을 즐기다 인터뷰에 응한 알베라 세라 감독에게 물었다.
- 영화를 보면 감독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 물론 산책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산책을 하면서 함께 음료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순간들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영화를 그렇게 촬영한 것은 닫힌 공간보다 열린 공간이 좋기 때문이다. 존 포드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더라. “친구들과 산책을 하고 놀다가 집에 왔을 때, 아기처럼 잘 수 있다”고. 내 스타일 역시
아름다운 장면들이 관객의 잠을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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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를 보러 시청 앞 광장을 찾았던 관객들이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사고로 불편을 겪었다. 6일(토) 오후 8시 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오즈의 마법사> 야외상영은 상영 시작 30분쯤 뒤 발전기 이상으로 전기공급이 끊겼고, 5분간 상영이 중단됐다. 그러나 상영재개 5분 뒤 전기공급이 완전히 끊겨 영화는 30분 동안 상영되지 못했다. 영화제측은 급히 다른 발전차를 구해와 30분 뒤 상영을 재개했지만 관객들은 맥이 끊긴 영화를 봐야만 했다. 영화제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관객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글을 남겼다.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글을 남겼다.
지난 6일, <오즈의 마법사> 야외상영 중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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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이 7일 오후 2시, 대한극장 8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영화 <족보>(1978)상영에 앞서 무대인사에 나선 그는 “오래 전 영화라 몇 분이나 올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굉장히 많이 오셨다”며 “<족보>는 당시 미국영화의 아류를 많이 찍던 영화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연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족보>는 1940년대 일본인 관리 다니(하명중)가 상부의 명령으로 창씨개명을 설득하기 위해 설씨 가문을 찾았다가 종손 진영(주선태)과 딸 옥순(한혜숙)의 자부심에 동화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임권택 감독은 “당시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상황을 경험한 터라 이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어 봤다”며 “서울에서 총독부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시절을 보낸 일본인 작가 가지야마 도시유키가 쓴 작품이 있어서 이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임권택 감독, 영화 <족보> 무대인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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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장동건이 <지구>를 들고 충무로에 나타났다. 6일(토) 오후 3시부터 대한극장에서 진행된 CHIFFS 2008 특별상영회에 230여명의 어린이들과 장동건이 영화 <지구>를 함께 관람했다. 영화시작 전 장동건은 “내레이션이라는 작은 부분을 맡았다”며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을 소개한 뒤 “어린이들도 의미있게 영화를 감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건의 깜짝 선물과도 같은 행사에 화답하듯 아이들은 열심히 영화를 봤고,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는 진지하고 재밌는 질문들을 던졌다. “환경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동건은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 더 많다. 여러분들은 전기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같다”고 답했고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용기있게 첫 비행을 하는 원앙새가 제일 귀여웠다”며 “여러분들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가 되면 힘찬 날개
특별상영회 참석한 배우 장동건, 어린이들과 <지구>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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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동명만화 원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KBS 특별기획 드라마 <바람의 나라>의 제작발표회가 지난 4일 용산 CGV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극장용 예고편을 공개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이날도 브라운관에선 느낄 수 없는 웅장한 스케일을 스크린을 통해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자인 강일수 감독을 비롯, 송일국, 정진영, 최정원, 박건형, 오윤아, 김상호, 박상욱, 김재욱, 장태성, 김혜성 등 총 10명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바람의 나라>의 첫 출발을 기분좋게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송일국은 <주몽>에 이어 또다시 주몽의 손자인 무휼 역으로 <바람의 나라>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무휼은 주몽과는 확실히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출연했다. 그동안은 외적인 모습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내면연기의 발전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다른 주연인 유리왕 역의 정진
송일국, 이번엔 주몽의 손자 무휼! KBS <바람의 나라>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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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영화 역사 사상 이런 캐릭터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영화 <미쓰 홍당무>로 제작자의 면모를 갖추게 된 박찬욱 감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발굴한 신인 이경미 감독의 연출력과 개성파 연기자 공효진의 연기를 극찬하며 영화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지난 3일 오전 11시 아트선재센터에서 공효진, 이종혁 주연의 영화 <미쓰 홍당무>의 제작보고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제작보고회에는 본 예고편과 스페셜 영상이 최초로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양미숙 역의 공효진은 망가지는 수위가 지나칠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감한 연기변신으로 취재진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효진은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망가지고 비호감 캐릭터라 관객들이 '역시 공효진은 안 예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촬영 전부터 걱정이 많았지만 양미숙이라는 캐릭터는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여서 결심하게
‘삽질의 여왕’으로 변신한 공효진! <미쓰 홍당무> 제작보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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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타 돌프 룬드그랜과 생일이 같은 여문락은 과격한 마초인 룬드그랜과 달리 주로 터프한 의리남을 연기했다. <무간도>와 그 후속편에서는 양조위의 청년과 소년시절을 연기하며 비장한 운명의 서막을 알렸고, <남아본색>에서는 쌍절곤을 능숙하게 돌려가며 강한 남자의 본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군계>에서는 격투가였고 <강호>에서는 친형의 복수를 꿈꾸는 조직원이었다. <푸른 이끼>에서 여자를 해하려는 악한에게 곡괭이를 내리치는 그의 비정한 모습은 지난날의 총결산이나 다름 없다. 궁극에 도달한 이 남자의 터프함이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알려진 것은 바로 이번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처음일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여문락은 아직도 한국 땅이 어색한 듯 "홍콩에 비하면 날씨가 서늘하다"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날 때에는 어김없이 긴팔 남방을 걸쳤다. 알고 보면 날씨도 제법 타는 남자인 듯. 로맨틱 코미디 <내일
정상을 향하는 강한 남자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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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니까요” 6일 <미워도 다시 한번> 상영을 앞두고 충무로 대한극장을 찾은 배우 전계현(72). 관객들이 너도 나도 악수를 청하는 바람에 영화 관람도 못하고 자리를 피해야 했다고 김홍준 영화제 기획위원이 대신 전한다. 인터뷰 장소인 극장 옥상 쉼터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다시 반복됐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느냐”는 전계현의 말에 한 젊은 관객은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면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며 싸인을 부탁하기도. 1968년 여름에 개봉한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번>은 서울에서만 무려 37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그 해 한국영화 흥행 톱을 차지한 작품.(고작 그 뿐이냐고 코웃음 치지 마라. 당시 서울 인구를 감안하면, 초대박 영화다) 복고 멜로드라마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는 같은 제목으로만 무려 5번이나 더 만들어졌을 정도로 화제작이었다. “TV에서 정치인들이 ‘미워도 다시한번’ 봐달라고 할 때마다 웃곤 해요” 50대
그 때 그 인기, 40년 후에도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