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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고 과잉된 액션 지수 ★★
두뇌싸움 지수 ★★★
번형사(유청운)의 포스 지수 ★★★★
영화가 시작한 지 처음 몇분간은 어리둥절하다. 형사로 보이는 한 남자가 천장에 매달린 죽은 돼지를 다짜고짜 칼로 찌르고 자신은 빈 가방 속으로 들어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선배 형사의 퇴임식에서 자신의 귀를 잘라 선물이라며 내민다. 제목 그대로 미친 형사의 형상.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별다른 설명없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 뒤, 영화는 시간을 건너뛴다. 그의 이름은 번 형사로 불리는 진계빈(유청운). 끊임없는 기이한 행동 때문에 경찰직을 떠난 그에게는 저주받은 능력이 있었으니, 인간 내면의 여러 인격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혈기왕성하고 젊은 호 형사(안지걸)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들고 번 형사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얼마 전 숲에서 절도 용의자를 추적하던 왕 형사가 실종되고 그의 동료인 치와이만 무사히 복귀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도심 곳곳에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을 넘나드는 <매드 디텍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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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순진한 중산층에게 강추!
<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을 보고 이상했던 것 하나. 진중권, 홍세화, 박노자, 우석훈의 저작은 왜 빠져 있을까? 혹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미리 내다보고 일부러 누락한, 고도의 “까” 전략일까. <88만원 세대>의 우석훈 교수가 쓴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그 목록의 몇몇 책들보다는 더 과격한 주장을 담고 있는데 말이다. “직선들의 두목, 불도저들의 우두머리가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경제이성이 한국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건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의 경우 집이 없는 거주민들도 개발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의 경향으로 보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의 10% 정도만이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에 입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혹은 원래
<씨네21>이 뽑은 불온아이템 [2] 도서 리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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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온한 걸 보여 줄게!
최근 화제가 됐던 ‘불온서적 리스트’는 한국 출판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국방부 관계자가 풍요로운 도서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특별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국방부가 내세운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반자본주의’라는 기준에 썩 부합하지도 않는 23권의 도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불온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큰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야흐로 불붙은 불온 마케팅의 열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씨네21> 또한 음반과 만화 분야의 불온 리스트를 선정했다. 지난번 리스트에서 ‘아쉽게’ 탈락한 불온한 도서 목록 또한 추가했다. 만약 국방부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들을 불온물로 공인해준다면 문화산업은 큰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저 우울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이 과거회귀의 시대를 맞아 ‘불온’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01. 지배세력의 취향만이 합법?!
≪1집≫ | 김민기 ≪멀고 먼 길≫ ≪고
<씨네21>이 뽑은 불온아이템 [1] 음반 리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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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영화의 상황을 두고 해명(박해일)은 왜 그랬을까, 혹은 나(난실)는 왜 그러지 못했나, 탄식하며 영화의 기분에 한껏 취해 있었다. 분명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마다 맡은 캐릭터의 느낌에 충실하고, 인터뷰에서 성심성의껏 그날의 기분을 떠올리는 것은 배우로서 당연한 자세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번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달라 보였다. “영화 한편 끝날 때마다 그 영화는 완전히 잊어버린다”고 말하는 그가 좀체 난실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맡은 배역과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버려 도무지 미련을 떨칠 수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김혜수는 인터뷰 내내 <모던보이>를 ‘우리 영화’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를 그렇게 지칭했던 경우는 무척 드물었던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없었거나. <모던보이>가 보여주는 시대의 슬픔, 멜로의 우수를 떠올리며 결국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우리 영화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김혜수] 어디에도 없는 여자, 슬픔을 감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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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모던보이>의 해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연애의 목적>의 유림을 떠올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양락 목소리를 내는”, 그리고 감독의 말로는 “파렴치한 쓰레기”인 유림과 한없이 가벼운 한량 해명이 그럴싸하게 어울려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해명은 오히려 순진무구한 사랑의 열정을 불태우던 <소년, 천국에 가다>의 네모와 가까운 남자다. 네모는 사랑하는 여인의 어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화염으로 휩싸인 극장으로 뛰어들고, 자신은 하루에 1년씩 늙어가면서도 무모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부숴가며 연인을 찾아 헤매고 그녀의 유일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해명은 분명 네모와 같은 온도의 피를 가진 남자다. 사실 두 남자 모두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차적인 설명은 필요없겠지만. “말하자면 해명은 철이 없는 거다. 방정맞게 여러 여자를 훑고 다니다가 드디어 심장에 꽂힌 거지. 그때부터 현실을
[박해일] 철없는 청춘, 첫사랑의 열병을 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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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의 극장가는 이색적인 풍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설날영화들의 대목경쟁도 관심사였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경성이란 도시를 담은 3편의 영화가 동시에 맞붙는다는 것이었다. 참가할 선수들은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만드는 소동극을 그린 <라듸오 데이즈>와 전설의 보석을 둘러싸고 일본군과 독립군, 사기꾼이 활극을 벌이는 <원스 어폰 어 타임>, 그리고 조국을 뺏긴 슬픔보다 연인을 잃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남자의 애달픈 방황을 그린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였다. 2편도 아니고 3편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상황은 기이했다. 어쩌다 동시에.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3편 모두 한껏 달아오른 경성트렌드의 붐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한편이 먼저 개봉할 경우, 트렌드와 맞물릴 이점들을 죄다 채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던보이>가 개봉을 연기했다. 제작진이 밝힌 사연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후반작업을 보충하겠다
<모던보이> 1930년대 경성, 모던보이의 지독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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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안방극장은 전쟁터다. 송일국의 대형사극 <바람의 나라>, 최초의 음악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문근영의 남장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바람의 화원>, 송승헌의 복귀작인 <에덴의 동쪽>, 노희경·표민수 콤비의 <그들이 사는 세상> 등 방송가의 대작과 역작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시기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대작이 지난 8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첫 출발을 알렸다. <식객>의 후속작으로 역시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타짜>가 그것. 이미 영화로 큰 성공을 이룬 작품이라 여러모로 더욱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캐스팅 진용도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중량감이 있다. 영화 속에서 조승우가 맡았던 '고니' 역에는 장혁이, 김혜수가 맡았던 '정마담'은 논란 끝에 강성연이 낙점됐다. 또, 청순함과 치명적 매력을 오가는 설계자 '난숙' 역에는 한예슬이 가세했으며, '고니'의 친구이자 연적인 '영민
드라마도 대박 노린다! SBS <타짜> 제작발표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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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탓에 불온서적에 관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학교 앞 서점이 온통 사회과학서적으로 가득했고 사상을 선전하고 혁명을 선동하는 책자에 탐닉하는 대학생이 적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다 검문에 걸릴까 가슴이 두근대기도 했다. 시위에 나섰다 경찰에 연행되기라도 하면 운동권 동료들은 재빨리 연행된 친구의 집에 가서 방을 정리했다. 혹시 경찰이 불온서적을 빌미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할까 싶어 문제가 될 만한 책을 모두 치우는 것이다. 나도 한번 연행된 적이 있는데 친구들이 찾아와 책을 치웠고 경찰서에서 돌아왔을 때 그 책들은 모조리 재가 되어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한 할머니가 뒷산에 가져가 그 많은 책을 태워버린 것이다. 왜 태웠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느꼈을 붉은색에 대한 공포는 능히 짐작할 만했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책이 아닌데 그때는 사는 것만으로 스릴이 있었고 읽는 것이 일
[편집장이 독자에게] 불온 부추기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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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도도하고 바다로부터 오는 바람은 의기양양했다. 버릇대로 찌푸려 있을 고현정의 미간이 절로 그려졌다.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제)의 오늘 첫 촬영지는 북제주군 한림읍 귀덕리에 자리한 강요배 화백의 작업실이다.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해안을 따라가면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였던 비양도도 멀지 않다. 애월항과 곽지해수욕장이 오른쪽 어깨 뒤로 스쳐가더니, 소복한 언덕의 품에 치대듯 안긴 작업실이 내려다보인다. 그늘진 평상은 예의 아침 집필 중인 홍상수 감독을 기다리는 스탭들 차지였다. 고현정은 키 작은 나무 밑에 앉아 <해변의 여인>에 이어 공연하는 동갑내기 김태우와 독설로 똑딱똑딱 탁구를 치고 있었다.“넌 왜 내가 하는 영화만 쫓아다니니?” “그녀에게 전해줘. 상대역이 너라고 연기 그만두진 말라고.” 2004년 말 모래시계를 뒤집고 배우로 돌아온 지 3년 반. 이제는 그녀의 나긋한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호통과 재담이 놀랍지 않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배우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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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을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이라고만 소개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 1990년대 스크린쿼터감시단, 한국영화연구소 등을 거쳐 최근까지 영화진흥위원회에 몸담았던 그는 ‘한국영화’라는 브랜드를 되살린 주인공 중 한명이다. 다만 그늘에서, 뒤편에서 묵묵히 정책 연구를 담당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왔던 수많은 한국영화 정책 중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있기나 할까.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며 “특정 세력의 영화인들이 모두 해쳐먹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이들이 그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다. 영진위 사무국장직을 그만둘 때 그의 아내는 귀농을 권했지만, “아직은…”이라고 망설였던 김혜준은 현재 창조산업연구원이라는 또 다른 둥지를 만들어 한국영화에 정책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미련이 많은가보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몫이 이곳에 여전히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회의원 최문순 의
[김혜준] “한파를 견디겠다는 각오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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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학교 이티>는 애드리브로 완성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수로의 얼굴을 보라. 근육이 굉장히 발달돼 있지 않은가. 그 다양한 표정으로 매 장면 애드리브를 시도하고 웃긴 상황을 연출했다. 배우고 스탭이고 그걸 보고 또 웃고. 한번은 백성현과 김수로가 체육관에서 스파링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원래 예정된 장면은 체육선생 김수로가 ‘덤벼봐, 덤벼봐’하고 약을 올리다가 제자의 일격에 다운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백성현의 펀치를 맞은 김수로가 쓰러져서 일어나질 않는 거다. 선배 코를 진짜로 때린 줄 알고 백성현이 하얗게 질려 있는데, 김수로가 나중에 슬쩍 일어나더라. 거의 매 장면 이런 식으로 촬영했다고 보면 된다. (웃음)”
[숨은 스틸 찾기] <울 학교 이티> 애드리브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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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디텍티브>는 정말 걸작이다. <신탐>(神探)이라는 한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무미신탐>(無味神探, 1995)으로부터 10년 뒤 두기봉은 같은 배우 유청운을 데리고 마치 그 후일담처럼 보이는 형사 이야기를 압도적인 분위기로 완성했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무한 변형시키면서 다중인격으로 만드는 이 영화는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치열한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역시 그 중심에는 유청운이 있다. 두기봉 스스로 자신의 전환점이라고 말해온 <무미신탐>에서 유청운은 ‘더티 캅’의 전형을 연기했다. 그냥 무표정하게 있어도 험상궂은데 내내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니, 선과 악의 경계가 없다는 관습적인 표현은 그냥 그 얼굴 자체다(<매드 디텍티브>에서 자신의 귀를 도려내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라). 슬레이트 지붕이 여기저기서 흘러내리는 가운데 범죄자와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언제나 기가 막힌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두기봉의 솜씨를 확인시켜주고
[울트라 마니아] 두기봉이 시가를 피우도록 허락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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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와 리스>
1968년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상영시간 97분 화면포맷 1.55: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스페인어 자막 한글 출시사 액티버스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죽음 만세!>
1970년 감독 페르난도 아라발 상영시간 86분 화면포맷 1.66: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스페인어 자막 영어 출시사 컬트에픽스(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1962년, 페르난도 아라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롤랑 토포르는 죽어가는 초현실주의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는 마음으로 ‘무브망 파니크’를 펼치기 시작한다. 혼란과 무질서를 신봉했던 그들은 희화적인 행동과 초현실적인 예술을 비정형으로 결합하곤 했는데, 해프닝이라 할 그들의 퍼포먼스는 영화 및 기타 장르로 확장되기에 이른다(이런 퍼포먼스를 무브망 파니크라 부른다). 조도로프스키의 <판도와 리스>, 아라발의 <죽음 만세!>, (
순수와 대담성을 증명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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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있는 수사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던 '번' 형사는 몇 년 전 ‘미친 형사’ 라는 오명을 안고 경찰직을 떠났다. 한편 숲에서 절도용의자를 쫓던 ‘왕’ 형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의 동료 ‘치와이’ 만이 무사히 돌아온다. ‘왕’ 형사가 실종된 지 18개월, 도심에서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더욱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이 실종된 ‘왕’ 형사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사건을 맡게 된 ‘호’ 형사는 신참 시절 자신의 상사였던 ‘번’ 형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호’ 형사는 ‘번’ 형사와 짝을 이뤄 사건을 수사해가면서,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 내면의 숨겨진 또 다른 인격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번’ 형사. ‘번’ 형사는 ‘치와이’ 가 7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의 숨겨진 인격들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번’ 형사의 독특한 수사 방법에 회의를 느낀 ‘호’ 형사
[개봉작 NEW] <매드 디텍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