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영화음악은 어떤 느낌일까. 게다가 그 바이올린이 300년 세월을 머금은 것이라면.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세기의 명기인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기꺼이 헌사한 클래식계의 섹시가이. 로랑 코르샤가 첫 내한 무대에 오른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자크 티보 콩쿠르 그랑프리, 지노 프란체스카티 국제 콩쿠르 프리미어 그랑프리 등 국제적인 커리어를 자랑하는 그는 바흐부터 현대음악, 또한 클래식과 영화음악을 넘나드는 ‘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영화 <내 인생의 남자>(2006)를 비롯한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2009년에는 영화음악 앨범 <<시네마>>를 발매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무대는 그의 친구들이 함께한다. 1부는 피아노와 2부는 아코디언과 3부는 콰르넷과 함께 라벨, 거슈윈에 이르는 순수음악은 물론 영화 O.S.T 15곡을 선사한다. <금지된 사랑>의 <Blues,
[공연] 영화 속 클래식 음악으로의 여행
-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좋아한다면 이 공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계>와 동의어나 다름없는 60여년 역사의 실내악단인 ‘이 무지치’(I MUSICI)가 1월17일 마산을 시작으로 1월29일 전주까지 국내 8개 도시에서 순회연주 중이다.
1952년 이탈리아의 명문 음악학교인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졸업생들로 구성된 이 무지치(‘음악가들’이라는 뜻). 비발디에 대한 독보적인 해석력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그들의 <사계> 음반 판매량은 8천만장이 넘을 정도다. 1975년 첫 내한공연 이후 12번째인 이번 내한은 특히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살바토레의 마지막 월드투어 무대이기도 하다. 공연 프로그램은 A, B, C, 세 가지 버전으로 바로크 레퍼토리부터 현대음악, 영화음악, 탱고, 우리 동요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하지만 모든 공연의 피날레는 비발디의 <사계>가 장식한다. 영화팬이라면 국내에서는 초연인 <로미오와 줄리엣&g
[공연] 비발디의 <사계> 하면 바로 그들
-
국내 초연인 이번 공연은 한국 오페라의 최강 캐스팅이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무대 밑 피트를 책임지고, 무대 위 연출은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진두지휘한다. 이도메네오 역을 테너 김재형·이성은, 일리아 역을 소프라노 임선혜·이상은이 맡는다. 임선혜는 고음악의 명지휘자 르네 야콥스가 녹음한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음반에서도 같은 역을 소화했다. 유럽 무대에서 모차르트 오페라에 700여회나 출연해온 소프라노 헬렌 권은 시기와 질투에 빠지는 엘레트라 역이다.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가 25살에 쓴 작품으로 그의 오페라 ‘7대 거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작품. 아들 이다만테 왕자를 해신(海神)에게 바쳐야 하는 이도메네오 왕의 고뇌, 이다만테를 둘러싼 아르고스의 공주 엘레트라와 트로이의 왕녀 일리아의 갈등을 그렸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신화나 영웅담에서 소재를 얻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에 다이내믹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표현한 모차르
[공연] 모차르트의 추천, 정명훈의 지휘
-
호기심은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흑백에 여주인공 미니 원피스만 노란색으로 컬러 처리한 사진이다. 나중에 보니 이 뮤지컬의 메인 포스터에 사용된 컷이기도 하다.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를 갈구하는 한쌍의 남녀를 못 만나게 방해라도 하는지 각각의 등 뒤에서 무리들이 남녀의 허리를 휘어잡고 잡아당긴다. 시선이 남자주인공의 애절한 표정에 멈추자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뮤지컬’이란 홍보 문구에 갸우뚱했던 내 생각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뮤지컬 <컨택트>는 모두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에피소드는 낭만파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림 <그네>에서 출발한다. 그림 속의 그녀를 빼닮은 여인이 그네를 타면서 귀족과 사랑놀이를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무뚝뚝한 남편을 둔 중년 부인의 한여름밤의 꿈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하고 위에서 말한 사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이다. 세편 모두 배경도 다르고 줄거리도 다르지만 주
[공연이 끝난 뒤] 춤으로 소통하기
-
-
발레 <신데렐라>/1월29~31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출연 김지영·이동훈·김주원, 박슬기·정영재·김지영/02-587-6181
발레 <차이코프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2월4~7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출연 김현웅·이동훈·김주원, 이영철·정영재·윤혜진/02-587-6181
파격 지수 ★★★★
드라마틱 지수 ★★★★★
국립발레단의 새해는 드라마틱하게 열린다. 지난 2009년 처음 선보인 ‘드라마틱’ 발레 <신데렐라>와 <차이코프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이하 <차이코프스키>)의 공연일정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연달아 잡혀 있다. 2010년을 여는 공연으로 기교와 형식미의 클래식 발레 대신 감정 표현을 중시하는 드라마틱 발레를 선택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최근 몇년간 현대적 안무를 강화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추구해온 국립발레단의 기조가 올해도 변함이 없음을 몸소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공연] 발레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주마
-
“오픈칼럼 어떻게 써요?”
지난주에 오픈칼럼을 썼던 장영엽 기자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오픈하시면 돼요”였다. 그래서 뭘 열어 보일까 생각해보니 역시 갑자기 <씨네21> 편집팀에 합류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는 게 가장 솔직하지 싶었다. 물론 지금 나에게 가장 쓰기 쉬운 글감이기도 하다.
지난 2년 가까이 만화책과 만화잡지를 만들었다. <씨네21>의 형제 매체인 <팝툰>에 있었다. <씨네21>을 정말 열심히 정독하는 독자라면 2~3주에 한번씩 나오는 ‘스크롤잇’이라는 짧은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내 이름이 몇번 나왔다(<팝툰>에 있을 때는 적지만 원고료를 받았는데, 이젠 그것도 없구나~). 만화 만드는 일은 재밌었다. 첫 출근 하는 날 윤태호 작가와 밤새 술 마시는 자리에 따라갔었다. 김진태 작가와도 밤새 술을 마셨고, 김태권 작가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북카페에서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175cm의 미녀인 기선 작
[오픈칼럼] 영화 잘 모르잖아?
-
이번에는 두편의 영화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라는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지만 거기 담긴 어떤 것들이 내 마음을 비슷한 맥락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민환기의 다큐멘터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백스테이지 스토리를 다룬다. 신연식의 <페어러브>는 50대 남자와 20대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로맨틱코미디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홍보도 그 방향에서 되고 있지만, 그 외피 아래 담긴 것은 좀 특이하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역시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밴드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예측할 법한 그런 상황들이 펼쳐질 것 같지만 다른 것이 있다.
인물들의 내적인 견고함에 대하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경제적 문제에 고민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하는 젊은이들, 김민홍과 송은지의 주변 상황을 따라간다. 3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다른 멤버를 영입하지만 매
[김영진의 점프 컷] 순간의 충만함을 맛보다
-
영화를 보셨는가. 그렇다면 읽을 차례다. 혹은 그 반대라도 상관없다. 영화를 먼저 보았다면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에 익은 에피소드들이 툭툭 떨어질 것이며, 책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와 원작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 니콜라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부터 더 자세히 파고들기를 원하는 숙련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꼬마 니콜라> 시리즈 단계별 독서를 소개한다.
초급반 추천/ <꼬마 니콜라>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꼬마 니콜라와 친구들> <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
니콜라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싶다면, 시리즈의 뿌리인 <꼬마 니콜라>를 비롯해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다섯권을 읽길 권한다. 니콜라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친구 마리 에드비주의 생일파티나 학생주임 부이옹 선생님 이야기, 선생님 때문에 먹던 빵을 떨어뜨리고 이성을 잃는 니콜라의 먹보 친구
맛있는 대사, 웃음 한줌, 눈물 한 방울…
-
“이 앙증스런 책을 야금야금 읽던 지난여름은 하나도 더운 줄 몰랐다!”
이 ‘앙증맞은’ 소개글을 기억하시나요. 1980년대 전국 서점을 강타했던 <꼬마 니콜라>의 광고문구랍니다. 1980년대 어린이들에겐 ‘해리 포터’만큼 인기였던 프랑스의 국민동화 ‘니콜라’ 시리즈가 지난 2008년 탄생 50주년을 맞이해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800만부가 팔린 이 베스트셀러는 왜 지금에서야 영화로 만들어졌을까요. 또 왜 아직까지 사랑받는 걸까요. 영화 <꼬마 니콜라>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와 원작 시리즈의 매력을 알아봤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격식을 갖춘 첫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경우에 당신이 상대방에게 “(마치 이걸 먹자는 말투로) 성게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어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혹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함께 음반을 듣자며 계단을 6층하고도 절반이나 올라가야 하는 자신의 집으로
영원한 소년 니콜라, 인생은 언제나 여름방학이라죠
-
미국의 저명한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친동생으로 법무부 장관과 상원의원을 지냈고 형이 대통령이 되었던 그해로부터 정확히 8년 뒤에 민주당의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던 로버트 F. 케네디가 이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그를 모른다 해도 영화팬인 우리는 그를 이미 다른 경로로 몇 차례 만나왔다. <대부2>에 등장하여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맹공을 퍼붓던 검사가 그였고 대니 드비토가 연출한 <호파>에서는 지미 호파의 사나운 정치적 적수로 등장한 적도 있다. 그가 지지자들에게는 ‘바비’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 날’을 살았던 인간들의 프레스코화
형인 존 F. 케네디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 역시 불운한 역사에 떠밀려 갑작스러운 총탄을 맞고 운명을 달리했다. 1968년 6월4일에서 5일로 넘어가던 그때,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앰배서더 호텔에서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예비선거의 승리를 자축하는 자정 연설을
[must see] <바비> 재난영화의 정치적 변주
-
나비족이 곤충을 연상시키네
우선 <아바타>를 보았을 때 나의 ‘객관적으로 주관적인’ 즉각적인 감각적 반응(말하자면 이 네 가지 느낌의 혼란스러운 상태). 먼저 마음의 준비. <아바타>는 처음으로 카메라의 관계가 아니라 보는 나와 스크린의 거리가 문제가 되는 영화였다. 내가 만날 스크린은 상상이 아니라 질료의 물질성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상은 3D영화를 보았다기보다는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공존의 상태, 차라리 어느 지점(zone)에서 둘 사이의 경계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매우 불균질적인 지각의 조건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들의 샘플의 집합을 보았다는 느낌이 더 컸다. 사실 이것은 예고편을 보았을 때 너무 인상이 커서 오히려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 간극이 조금씩 좁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 간극은 마지막 장면까지 지속되었다. <아바타>는 인간과 나비족의 전쟁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처럼 전개되었다. 나는 이것이 3
[전영객잔] 당신이 즐긴 것은 무엇입니까? [2]
-
…(모든 글에 이어서) 결국 나도 <아바타>에 대해서 말하게 되었다. 지금 열광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영화. <아바타>를 보러가는 사람들은 영화를 본다, 라기보다는 차라리 목격하러 간다, 는 태도로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서 3D 극장(의 중앙 뒷자리좌석)으로 향한다. 줄거리도 잘 알고 있고, 엔딩은 예상한 그대로이지만 아무도 실망을 늘어놓지 않는다. 오로지 테크놀로지의 경이를 즐기기 위해서 영화를 보러간다. 여기에는 어떤 다른 기대도 없다. 그런 다음 갑자기 다들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찬양하거나, 혹은 근심한다. 하지만 우리는 열광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찬사와 근심의 미래로부터 간극지어진 실재의 제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
요점은 간단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의 오래된 질문. 왜 영화는 미학이 아니라 기술이 미래를 결정짓는가? 물론 대답도 잘 알고 있다. 이 바보야, 영화는 결국 돈이 결정하는 거라고! 2억6천만달러짜리 영화와 비
[전영객잔] 당신이 즐긴 것은 무엇입니까? [1]
-
<용서는 없다>는 기시감이 많이 드는 영화이다. 강병진은 “<그놈 목소리>의 아버지가 <추격자>의 살인마를 만나 <세븐데이즈>의 과정을 겪은 뒤, 결국 <올드보이>의 아버지와 비슷한 파국을 맞는다”로 요약하였다. 그러나 <용서는 없다>가 진정으로 빚진 영화는 <아랑>이다. 십수년 전 집단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가해자들이 고위층 자제인 까닭에 법적 처벌을 면했으며, 피해자가 죽은 뒤 원한을 품은 주변 남성이 수사과정을 역이용하여 복수해간다는 설정도 비슷하지만, 진짜 유사점은 따로 있다. <아랑>의 마지막, 여형사 민소영(<용서는 없다>의 여형사는 민서영)은 절규한다. “자기 새끼가 똑같은 꼴을 당하는 것을 보고 죽어야….” 참 이상하지 않은가? 성폭행 피해 경험 때문에 성폭행범에 대한 분노가 남다른 여형사의 응징적 발언이 ‘당신 딸도 똑같이 당하는 꼴을 봐야 한다’라니? 그녀가 이입하는 고
[영화읽기] 이 이데올로기, 용서할 수 없다
-
‘10년 다이어리’라는 게 있다. 10년을 하루같이, 매일 같은 날짜 아래에다가 일기를 적는 다이어리다. 백과사전만한 두께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날씬하다. 그만큼 띄어쓰기 없이 빼곡하게 적어야만 한다는 뜻이며, 동시에 하루만 빼먹어도 이가 빠진 듯 보기가 흉하다는 뜻이다. 이 다이어리의 장점은 한해 두해 지나면서 지난해 같은 날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이 더 나아졌는지, 더 나빠졌는지. 그러자면 어쨌거나 빈칸 없이 매일 써야만 한다는 점. 매일. 그것도 10년 동안 꼬박.
지난해에 나는 충동적으로 그 다이어리를 샀다. 매주 내게 신상 정보를 메일로 보내주는 한 사이트에서 1+1 행사를 하더라. 그러니까 도합 20년 분량. 1+1에 현혹돼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했는지 알아차리는 데 걸린 시간은 한달이 채 못 됐다. 매일 일기를 쓰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정작 힘든 건 앞으로 20년 동안 매일 일기를 써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20년 뒤를 상상해봤다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실패는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