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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가 스크루지라니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뭘까? 아마도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아닐까. 피도 눈물도 없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3명의 유령을 만나 삶의 참된 의미를 배운다는 이야기. 그냥 동화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다. 여기에는 가장 근본적인 차원의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요소, 각종 유령이 등장하는 호러소설적 요소, 그리고 구원과 새로운 삶이라는 신학적이고 드라마틱한 요소, 이 모든 게 골고루 갖춰져 있다. 영원불멸의 생명력을 보유한 이야기라고 할까.
로버트 저메키스는 <크리스마스 캐럴>이야말로 오랜 꿈의 프로젝트였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을 전작 <폴라 익스프레스>나 <베오울프>처럼 테크놀로지의 또 다른 신기원으로 등치시키려는 시선을 경계하고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 캐럴>
[하반기 기대작] 5.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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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도 안 했는데 걸작의 반열에…
“감독은 너무 과대평가된 직업이에요. 다들 아시잖아요. 감독이 하는 일이 ‘예스’ 또는 ‘노’라고 답하는 게 고작이라는 걸. 딴 게 더 있을라고요? 천만에요.” 아마 이 도발적인 언사가 전세계 감독들을 그토록 사로잡았나보다. 영화 <나인>의 한 구절. 영화의 주요 인물인 프로듀서 릴리안(주디 덴치)이 예술가로서의 방향을 잃은 감독 귀도(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향해 내뱉는 대사는 세상 모든 감독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자, 자극이다. 감독들이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 1순위에 올랐으나, 원작자 페데리코 펠리니의 명성에 눌려서, 혹은 자신이 ‘예스’나 ‘노’를 대답하는 감독에 그칠까봐 저어했던 영화. 금기를 깨고 나선 이는 롭 마셜 감독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가 뮤지컬영화 <시카고>를 제법 성공적으로 연출한 롭 마셜 감독이라서.
11월25일. <나인>의 할리우드 개봉을 앞두고, 언론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영화를 향한 흥
[하반기 기대작] 4.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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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노아의 방주를 만든다고?
2008년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지구 종말 2012>는 어지간한 납량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웠다. 고대 예언서(무녀 시빌레)에서 현대 문물(컴퓨터 프로그램 웹봇의 불길한 예언 혹은 NASA의 온갖 발표)에 이르기까지 2012년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온갖 주장이 조목조목 소개됐다. 예를 들어 주술가이자 과학자였던 마야인들이 별자리의 흐름에 기반해 만든 달력은 몇 천년 뒤의 개기월식과 일식 날짜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런데 이 달력은 정확하게 2012년 12월21일에 끝이 난다. 더이상의 달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야인들은 이날 지구, 태양, 은하계의 중심이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이른바 ‘2만5800년 만의 그랜드 크로스’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할리우드가 이 군침 도는 소재를 아주 모른 척했던 건 아니다. <나는 전설이다>나 <데스 레이스> 등 ‘문명 종말 그 뒤’를 다루는 영
[하반기 기대작] 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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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에도 살아남은 부성애
"하지만 길을 잃으면 누가 찾아주죠? 누가 그 아이를 찾아요?" "선(善)이 꼬마를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아버지와 어린 아들은 하염없이 남쪽을 향해 걷는다. 지구에는 대재앙이 발생했고 문명은 파괴되었으며 사물은 존재하기를 멈추었다. 보이는 것은 온통 회색 재로 뒤덮여 있다. 아버지는 “무엇이든 색깔이 있는 것,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그는 어린 아들만이 지켜야 할 전부라고 생각한다. 남쪽으로 가는 여행길에는 인간고기를 찾아 헤매는 인간들이 출몰한다.
‘지구 멸망의 날’에 관한 상상력은 대개 선악으로 갈린 두 패거리와 화려한 액션과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뜬다’는 섣부른 희망으로 점철된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 코맥 매카시가 썼고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로드>를 원작으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문명 파괴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
[하반기 기대작] 2. 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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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부터 <전우치>까지, 2009년 하반기 기대작 12편 소개
좀 뒤늦게 모았다. 그래서 더 엄격하게 모았다. 추석 개봉영화들이 공개된 지금, 그 이후부터 올 연말까지 우리가 주목하는 영화 12편을 모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셜록 홈즈>부터 롤랜드 에머리히의 블록버스터 <2012>를 지나 ‘비’의 할리우드 첫 주연작 <닌자 어쌔신>, 그리고 <트와일라잇>의 속편 <뉴문>까지 초기대작 엄선이다. 거기에 ‘한국형 슈퍼히어로물’ <전우치> 등 한국영화들까지 모았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란 기대, 이 시점에선 마음껏 가져도 좋다.
주먹 쓰는 ’보헤미안’ 홈스의 탄생
이름만으로 흥분된다. 셜록 홈스, 역사상 가장 저명한 영국 태생 탐정이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셜록 홈스의 이름을 자신만만하게 전시한 이번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의 탐정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하반기 기대작] 1. 셜록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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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하이레인> 산악인 남기남, 암벽 등반에 도전!
[정훈이 만화] <하이레인> 산악인 남기남, 암벽 등반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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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뉴욕의 예술학교는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 꿈의 학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학생들, 가수 마르코(애셔 북), 배우 제니(케이 파나베이커)와 조이(안나 마리아 페레즈 데 태글), 피아니스트 드니스(나투리 노튼), 힙합 전문가 빅터(월터 페레즈), 댄서 앨리스(케링턴 페인)와 케빈(폴 맥길), 반항적인 DJ이자 래퍼 말릭(콜린스 페니), 연출가 네일(폴 이아코노) 등이 입학해 첫 학기를 맞았다. 집안의 반대로, 넘치거나 부족한 재능으로, 혹은 또 다른 소망으로 갈등하던 그들은 헌신적인 교사들의 가르침 아래 사랑과 우정을 나누면서 졸업을 향해 한발씩 나아간다.
2009년작 <페임>은 앨런 파커의 1980년작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다. 원작영화는 무서운 기세로 TV시리즈와 뮤지컬 버전으로 번져갔지만, 지금은 원작의 탄생으로부터 무려 29년이 흐른 뒤가 아닌가. 카세트 플레이어는 MP3플레이어로 대체된 지 오래고, 아이들은 편지도, 전화도 아니요,
MTV 스타일로 탈바꿈 한 리메이크작 <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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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생 승윤(안도규)은 학원에 시달린다. 영어와 발레, 태권도와 영화가 접목된 태글리시까지. 승윤 엄마(문소리)는 그것도 모자라 가족끼리는 영어로만 대화하자고 설친다. 승윤 엄마의 직장인 구청에선 신입사원 주훈(최규환)이 괴롭다.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고기와 생선만 오가는 회식자리는 고역이다. 그 자리의 주동자지만 기러기 아빠 권 과장(손병호)에게도 아픔은 있다. 4년째 홀로 아파트를 지키는 그는 아내와 자식에게서 멀어져가는 자신이 슬프다. 그의 아버지 역시 비슷한 신세. 평생 아내만 바라보고 산 권 선생(박인환)은 갑작스런 아내의 이혼 요구에 당황한다.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일곱 번째 인권영화다. 2003년 단편 <그녀의 무게>로 한 차례 국가인권위원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임순례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사교육, 직장 내 차별, 기러기 아빠, 황혼이혼 문제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담아 보여준다. 별다른
따뜻한 응원으로 세상을 달래는 영화 <날아라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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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승4무70패. 35승1무97패. 39승3무91패. 50승11무72패.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롯)데’의 수모를 벗지 못했다. 2005년 5위로 상승했지만, 2006년과 2007년에는 프로야구 8개 팀 중 7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전환점은 2008년. 야구에 대한 열기가 전국 최고인 홈 관중의 응원에 힘입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2009년 시즌 개막과 함께 우승후보 중 하나로 떠오른다. 하지만 초반의 승승장구는 주전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이내 가로막히고, 야도(野都) 부산의 자존심 또한 구겨지기 시작한다.
<해운대> 중 배꼽 빠지는 한 장면. 만식(설경구)은 야구장을 찾았다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에게 주정을 부린다. 돼지새끼 운운하며 병살타를 많이 먹어서 배부르냐고 약 올린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만식이 같은 이가 실제로 있을까. 궁금하다면 <나는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팀과 팬들을 주인공 삼은 스포츠 다큐멘터리 <나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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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휴가를 간 짱구네 가족. 해변에서 짱구와 흰둥이가 즐겁게 놀던 중, 어떤 괴물체가 흰둥이 엉덩이에 기저귀처럼 달라붙는다. 그 괴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구를 한번에 보낼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폭탄인 것.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우주감시센터(U.N.K.A, 응카)는 흰둥이를 우주선에 태워 지구 밖으로 보내려고 한다. 짱구의 부모님 역시 어쩔 수 없이 흰둥이를 내주기로 동의한다. 여기에 미녀테러집단 개양귀비 가극단이 가세해 폭탄을 가로채려 하는데. 짱구는 가족인 흰둥이를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다는 자세다. 과연 폭탄 기저귀를 찬 흰둥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짱구는 못 말리는 아이였다. 어른들의 야한 농담을 거침없이 내뱉고, 액션가면과 황금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런데 15번째 극장판인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에서도 못 말리는 짱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짱구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성장하는 짱구의 이야기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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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조수아 잭슨)은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년. 당장 치료를 받는 것이 수순이지만 대신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오토바이를 한대 산다. 그리고 오토바이라면 치를 떠는 약혼녀 사만다(리안느 바라반)의 얼굴은 잠시 잊고서, 가족에게는 말기 암이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이틀로 예정된 여행은 하루하루 연장되고, 길 위에서 벤은 자신의 지난 인생과 남은 인생을 생각한다. 생애 가장 뜻깊은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당신, 말기 암입니다” 하고 시작한다. 그 순간 벤은 생각한다. 첫째, 약혼녀 사만다와의 결혼을 취소한다. 둘째, 학생들의 시험 채점은 안 해도 된다. 시한부 인생이 되기 전까지 벤은 가르치는 보람이라곤 느껴본 적 없는 따분한 학교 선생이었고, 오래된 연인에게 마지못해 청혼 반지를 내미는 한심한 남자였다. 그런 일상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계기가 말기 암 선고라니 좀 야박하지만 어쨌든 &l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의 자아발견 여행기 <원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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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연우(박병은)는 시인이고 아내 혜린(조시내)은 공무원이다. 둘은 서로 그렇게 알고 있다. 실상 연우는 외계인이고 혜린은 무언가 거대한 음모를 다루는 조직의 비밀요원이다. 그들은 더 많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내 혜린이 자신의 상사 한 실장(선우)과 불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연우는 모르고 연우가 자신과 같은 별에서 온 여자 세아(장소연)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걸 혜린은 모른다. <지구에서 사는 법>은 이 네 지구인과 외계인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더 있다.
<다섯은 너무 많아> <나의 노래는>을 만든 안슬기 감독은 “홍상수 감독 영화의 주인공이 문어대가리의 외계인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도 일상으로 느껴질까?”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를 출발했다고 한다. 그의 이 말을 해석하자면 감독은 홍상수의 영화가 일상의 세밀화이며 그 세밀한 일상에 문어대가리 외계인이라는 공상의 설정이 들어올 때 낯선
지구에서 살아가는 외계인 <지구에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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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6차선 도로 위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6 대 2. 한명이서 세명을 마크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적으로도 밀리고 얼핏 외형을 봐서도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점쳐진다. 상식적으론 이럴 때 도망치는 게 맞다. 그러나 패랭이를 쓰고 짚신을 신지 않았다 뿐이지 이들은 홍길동 가문의 후예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은 자신이 홍길동의 후손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홍길동 가문의 후예들이 펼치는 코믹통쾌 의적 활극 <홍길동의 후예> 26회차 촬영현장이 지난 9월9일 공개됐다. 경기도 하남시 인근 대로변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분은 홍길동의 18대손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홍무혁(이범수)이 동생 홍찬혁(장기범)과 함께 정민(김수로) 수하 패거리들에게 납치된 자신의 애인 연화(이시영)를 구출하는 장면이다.
이범수와 장기범을 비롯해 스턴트 배우들은 스탭들이 카메라를 교체하고 앵글을 바꾸는 사이 액션의 합을 맞추느라 정신없었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이범수에게 “빨리
홍길동이 옆집에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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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추석영화의 공방전이 시작됐다. 김명민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은 <내 사랑 내 곁에>와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의 불꽃 같은 사랑을 그린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애자>의 눈물로 달구어진 극장가를 잠식한다. 한국사회를 재밌게 비튼 두편의 영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교육, 직장 내 차별, 기러기 아빠, 황혼이혼 문제 등 한국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유쾌하게 그린 <날아라 펭귄>에선 임순례 감독의 코믹 터치를, 그리고 가족, 불륜이라는 밋밋한 주제를 SF적인 상상력으로 버무린 <지구에서 사는 법>은 안슬기 감독의 재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주 화제작은 단연 뮤지컬 명성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 <페임>이다. 탭, 재즈, 힙합, 발레, 아프리칸 댄스까지 숨차게 오가는 댄스 체험이 펼쳐진다. 야구 열풍이 스크린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만년 ‘꼴(찌롯)데’의 수모를 벗지 못하던 롯데를 둘러싼 스포츠 다큐멘터리 <날아라
[금주의 개봉영화] 추석영화 공방전 시작 <내 사랑 내 곁에> 외 7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