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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본이 투여된 한국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해운대> 또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몰고 다녔다.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CG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개봉 뒤에는 불법 복제파일 유출 사건으로 시끄러웠으며 개봉이 마무리돼가는 현 시점에는 수익 배분에 관해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이 영화의 메인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자로까지 참여해 배급수수료와 투자지분 외에 제작지분까지 챙겼다는 사실을 놓고 시비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CJ엔터테인먼트는 <씨네21>에 <해운대> 투자와 공동제작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우리가 어떤 제작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야기를 나눠야 의문이 풀릴 것 같다”는 이상용 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투자제작팀장에게 <해운대>에서 CJ가 담당한 몫에 관한 설명과 여러 뒷이야기를 들었다.
-<해운대>에서 투자를 담당한 것은 알겠는데 공동제작사로서는 어떤 일을 했나
[이상용] <해운대>, 올 여름 개봉 포기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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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대상 격인 ‘인디의 별’을 수상한 <띠띠리부 만딩씨>를 감상한 누군가는 필시 이렇게 중얼거렸으리라. 맙소사, 이건 지구인의 상상력이 아니야…. 한마디로, 홍학순 감독의 <띠띠리부 만딩씨>는 순도 100%의 독창성으로 반짝이는 보기 드문 창작물이다. 7분가량의 단편이지만 감독의 감수성을 꿰뚫기엔 충분하다. 물론, 함께 상영된 <계속 달리는 잉카씨>까지 곁들인다면 그의 작품세계를 좀더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겠지만.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천진한 그림체, 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 어느 결에 그림으로 녹아드는 말풍선, 예측불허로 뛰노는 캐릭터들, 순수하게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한 홍학순 감독은, 알고 보니 ‘우유각 소녀’ 드로잉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혼란스럽지만 실은 교묘하게 코드화된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작업 사이의 공통점이 분명히 눈에 띄었다.
-각본, 연출, 애니
[spot] 모든 것은 동그라미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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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이라는 배우가 낯설다면 이 이름은 어떤가. 대남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 공주(박예진)를 덕만으로 착각해 쏴죽인 바로 그 화랑. 미실(고현정)의 남동생인 미생(정웅인)의 아들이자 김춘추(유승호)와 더불어 신국 최고 꽃미남 중 하나. 류상욱은 <선덕여왕>의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로 단숨에 차세대 스타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한 건 영화였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김아론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헬로우 마이 러브>로 데뷔했고,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한 남자를 둘러싼 한 여자와 다른 남자의 삼각관계를 그리는 이 재기발랄한 영화에서 류상욱이 맡은 캐릭터는 소믈리에 동화. 호정(조안)에게서 오랜 연인 원재(민석)를 빼앗는 예상외의(?) 연적이라니, 그리 쉬운 시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연기를 하는 데 호의적이라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좀 싫어하시더라. 남자가 남자와 키스한
[류상욱] 사투리 연기는 자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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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괜찮은데. 오, 그것도 좋은 것 같다.”
9월23일 자정,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구혜선이 갸우뚱거린다. 촬영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이 풍경을 커피 CF의 한 장면으로 착각했을지도. 그러나 이날만큼은 배우가 아닌 ‘감독 구혜선’이다. 제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를 그녀가 연출하기로 한 것. 올해 몇몇 영화제에서 상영해 화제를 모았던 그녀의 첫 단편 연출작 <유쾌한 도우미>가 이번 영화제에도 출품된 덕분이다. “배우의 연출 도전이라는 참신성만큼 ‘영화제의 얼굴’이라 할 만한 트레일러의 연출에 어울리는 것도 없다”는 게 영화제 관계자의 말이다. 거기에다 평소 절친이었던 김지운 감독의 “한번 해보라”며 옆에서 불어넣은 바람 역시 그녀의 결정에 한몫하기도. 그렇게 맡아서 써내려간 이야기는 이렇다. 그림을 그리는 남자와 그의 그림 속 여자가 있다. 늘 그림 속에서만 존재하던 여자가 어느 날 그의 앞에 마주한다. 마치 피그말리온이 사랑으로
캔버스 안의 비너스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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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멜로르가 개막식의 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전날까지 해운대 길가의 나무들, 상인들이 깔아놓은 좌판들을 단숨에 집어삼킬 기세였던 강풍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모습을 쏙 감춘 것. 덕분에 쾌청한 날씨 속에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10월8일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렬한 반응과 함께 말이다.
역시 개막식의 꽃다웠다. 그 어느 때보다 게스트들이 화려해서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동건을 비롯해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두 주역 이병헌과 조시 하트넷, 노익장을 과시한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이탈리아 호러무비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등 국내외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관객의 열렬한 반응 역시 예상대로였다. 게스트들이 지나갈 때마다 영화팬들은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반갑게 맞이했다. 게스트들이 많다보니 몇몇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기
태풍보다 강렬하게 축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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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살인의 추억>
관람자: 조두순 외
지난해 12월11일 경기도 안산에서 8살 여아가 만취한 50대 성범죄 전과자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해 항문, 대장, 생식기 80%가 영구불능된 사건이 터졌다. 재판부는 조두순이 만취상태임을 감안해 ‘심신미약’ 판정으로 12년형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형량이 너무 많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1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연달아 등장한 성폭력 사건(은지 사건, 초롱이 사건 등)은 한국사회의 취약한 피해자 보호 시스템, 성범죄의 재발 여부에 대한 판단 부재, 왜곡된 성(性)인식 등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13살 소녀를 친부가 성폭행하고 큰아버지와 사촌오빠가 성추행한 것이 뒤늦게 고발당한 사건이 터졌다. 친부에게는 징역 3년이, 큰아버지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이 선고됐다.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 감형의 이유다. 대체 사법부조차 강간 사
[시사 티켓] 이 나라가 강간의 왕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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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넘기기, 뜯어내기, 자화자찬하기. 이 정권의 3대 특징인 것 같다. 4대강 파내기 사업 펀딩과 시행은 수자원공사에 떠맡기고 기껏해야 이익단체 역할만 할 민간협회의 운영기금은 통신3사가 부담하도록 청와대가 나선다.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단군 이래 최대 외교적 쾌거’라고 자뻑한다. 특히 앞의 두개가 내가 내는 휴대폰 사용료와 물값과 관련있다는 생각을 하니 열받는다. 단군 이래 최대 외교적 쾌거에 대해서는, 음, 잘 모르겠다. 단군 이래 상당한 조크 중 하나라는 것밖에는. 다만 오는 10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OECD 세계포럼에서 우리나라는 주최자로 멍석만 깔았지 ‘발전 측정, 비전 수립, 삶의 질 향상’이란 의제에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사실 뭔 할 말이 있겠니.
이 정권의 최대 뚝심맨 최시중 아저씨를 국감장에서 절절매게 만든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꼭 정체모를 집단일수록 이렇게 이름이 길어)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 오지랖은 넓다 못해 남의 것
[오마이이슈] 정권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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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영화 프로듀서들을 위한 워크샵인 ‘EAVE Ties That Bind’가 부산에 상륙한다. 이 워크샵은 오는 2010년부터 매년 4월에 열리는 우디네 극동영화제 기간 중 4일,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일간 열릴 예정이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각각 5명씩 선정된 10명의 영화 프로듀서들을 한 자리에 모아 교육할 계획이다.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우디네 극동영화제, 프리울리베네치아지울리아 영상위원회, 유럽영상산업기구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1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유럽과의 공동제작(11일 4시30분), 국제영화마켓(12일 4시 30분), 시나리오 구조와 <올드보이> 분석(13일 4시) 등을 주제로 한 3개의 강의가 열릴 예정이다. 장소는 파라다이스 호텔 시실리룸이다.
유럽 영화 프로듀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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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상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해 지역내 영상산업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이 13, 14일 양일간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호텔 5층에서 열린다. 올해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은 어려운 국면을 맞이한 아시아 영상산업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것인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첫째날인 13일에는 국내 영상산업 및 국제 공동제작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중인 정부 주도의 각종 지원방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을 예정이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 제작총괄이사가 모더레이터로 참석하고 일본 문화청과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제를 맡는다. 둘째날인 14일에는 해외 촬영 유치를 위해 활발한 지원을 펼치거나 특색 있는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해외 촬영 유치에 어필하고 있는 도시를 소개한다. 골든코스트시티카운슬, 타이페이필름커미션, 네팔영화개발위원회가 “여기가 바로 핫 로케이션!”이라는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아시안영상정책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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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여왕다웠다. 10일 저녁,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문화의 밤에서 전도연이 프랑스 예술 공로 훈장인 기사장(슈발리에)을 받았다. 기사장인 슈발리에는 예술, 문학 부문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하는 상으로, 1957년 프랑스 문화공보부 장관이 제정하고 1963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기사 작위와 동등한 의미를 부여했다.
안느 마리 이드락 프랑스 경제 상무 장관으로부터 상을 수여받은 그녀는 “내 경력은 아직 보잘 것 없는데…”라는 겸손한 표현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한편,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프랑스 문화 예술 축제인 ‘프랑스 엑스프레스’ 홍보대사인 배우 김아중, 이현승 감독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전도연과 행사장을 빛냈다. 전도연씨, 아름다운 밤이에요.
전도연, 프랑스 예술 공로 훈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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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전 세계를 대표하는 호러 스릴러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마스터 클래스가 10일 오후 4시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열렸다. 특별전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지알로>로 부산의 영화 팬들과 첫 만남을 가지게 된 다리오 아르젠토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스터 클래스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판타스틱한 영화제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다리오 아르젠토다. 다리오 아르젠토를 만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굉장히 긴 여행을 통해서만 그와 얘기할 수 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기 힘들다. 농담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리오 아르젠토가 생각할 거라고 짐작되는 걸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다. 그러나 그게 모두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자.”
영화를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감독이 되는 경우도 그렇다. 편집하다가, 평론하다가, 시나리오를 쓰
배우와는 밥도 같이 먹지 않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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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초만의 매진이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티켓은 그렇게 동났다. 기무라 다쿠야를 향한 팬들의 열망이 초고속 손놀림으로 전가되는 순간이었다. 전날, 갈라프레젠테이션 레드카펫 행사에서 이뤄진 숭배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이른 아침 기무라 다쿠야를 만났다.
2년 전 <히어로>로 부산을 찾은 이래 두 번째 만남. 자연스럽게 컬진 웨이브도 그대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엷은 기무라 다쿠야표 미소도 그대로 간직한 그였다. 정작 변화를 먼저 털어놓는 건 기무라 쪽이다. “병헌을 비롯, 모든 이들의 환대에 감사한다. 관객과 일종의 유대감, 그건 일본에서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었다.” 자신이 노력한 작품을 ‘선물’로 기쁘게 받아준 관객들, 그 순수한 애정과의 맞딱드림에 대해 그는 진심을 표한다.
날 때부터 이미 스타를 지닌 남자. 그러나 그를 향한 무한의 기대 뒤, 기무라는 매순간 ‘기무라 다쿠야’의 등장을 소망하게 만드는 결과물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나를 원한다면 어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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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탱크> Fish Tank
안드레아 아놀드/영국/2009/124분/월드시네마
15살 영국 소녀 미아는 노동계급 빈민 아파트에서 젊은 엄마, 되바라진 여동생과 살아간다. 그녀의 꿈은 스트리트 댄서. 하지만 정작 꿈을 이룰 방법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미아는 엄마의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가 사실은 가족이 있는 중산층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로드>(2006)로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등장한 여성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신작 <피시 탱크>는 미학적인 선배가 뚜렷한 영화다. 노동계급의 팍팍한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켄 로치(특히 지금보다 더 비관적이던 초창기의 켄 로치)를 연상시키고, 자칫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듯 한 클라이막스는 다르덴 형제의 미니멀한 사회 드라마와 닮아있다.
그러나 <피시 탱크>는 선배들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완전히 앗아가는 법은 없다. 그건 어쩌면 노동계급 여
노동계급 여자들의 삶 <피시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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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공장 소녀> Weaving Girl
왕 추안안 | 중국 | 2009년 | 100분 | 아시아영화의 창
<방직공장 소녀>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왕 추안안 감독과 그의 아내이기도 한 배우 위난의 또 하나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은 <투야의 결혼>(2007)으로 그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위난은 그해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기도 했다. 또한 위난은 <스피드 레이서>(2008)에 비와 함께 출연하며 국제적으로 그 이름을 알렸다. 마치 <귀주 이야기>(1992)의 공리처럼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한 <투야의 결혼>이 그녀의 대륙적 이미지를 어필한 대표작이라면 <방직공장 소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릴리(위난)는 갑자기 코피를 흘리면서 병원을 찾는다. 암 판정을 받지만 생선을 파는 남편과 자신의 월급으로 향후 치료비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절망감 속에 릴리는
묵묵히 현실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뒷모습 <방직공장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