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스코시즈가 새롭게 주목하는 곳은 하드보일드 추리스릴러의 대가 데니스 루헤인의 베스트셀러 <살인자들의 섬>의 ‘셔터 아일랜드’다. 도심에서 고립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그가 지옥의 정신병동이 존재하는 탈출 불가능의 섬에 착륙한 건 궁금증을 자아낼 일이다. 스코시즈는 그의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영화광으로서 그간 그가 섭렵한 지식을 스릴러 형식으로 훌륭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매끈하고 유려한 심리스릴러라는 도전 외에 스코시즈가 진짜 원하는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 수상한 섬으로의 여정은 결국 스코시즈의 머릿속 탐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무의식과 자기 분열로 점철된 ‘셔터 아일랜드’의 실체를 탐구한다.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스코시즈의 인터뷰를 비롯해 그가 참고한 밀실공포영화, 그리고 원작자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 세계를 첨가한다.
닫힌 섬 셔터 아일랜드. 마틴 스코시즈가 도시를 떠났다는 점에서 <셔터 아일랜드>의 출발은
불안은 미국을 잠식한다
-
<분장실의 강선생님> 강유미가 MBC 특별기획드라마 <동이>에 캐스팅됐다.
강유미는 극 중 감찰부 나인 ‘애종’으로 출연, 드라마 곳곳에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애종’은 허풍쟁이로 수다스럽고 입이 싸며, 궐 안에서 얻어들은 대소사를 잠시도 담아두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달하는 캐릭터다.
강유미는 “대작드라마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아무래도 나를 캐스팅한 이유는 드라마의 코믹 요소 담당, 감초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웃겨드리겠다.”며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또, “사실 「이산」때 시쳇말로 까였었다.(웃음) 오디션을 받는데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없더라. 그 때 못하게 돼서 정말 아쉬웠었다. 대작에다가 훌륭하신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강유미는 4월 중 촬영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동이>에 합류할 예정이다.
강유미, MBC <동이>에 합류
-
궁금하다. “막 암전되는 화면처럼 어두운 눈”을 지닌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소년 같은 얼굴과 곧게 뻗은 팔다리, 매혹적인 목소리도 지녔단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서인주 얘기다. 그림은 그리는 순간만이 중요하다며 캔버스 대신 곧 퇴색될 산성지를 택한 화가. 모두가 그녀에게 끌린다. 예술에 매혹되듯. 그리고 모두가 그녀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했다고 믿는다. 예술을 분석하듯. 서인주의 평생지기인 희곡작가 이정희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맹렬하게 살던 서인주가 자살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서인주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그러나 본격 추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이정희는 서인주를 자살한 천재 화가로 미화하려는 평론가 강석원에 맞서 그녀의 죽음을 조사하기로 결정한다. 탐정이라면 서인주가 죽은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목격자와 증거는 있는지 조사하겠지. 대신 이정희는 서인주의 작업실에 침입해서 유품을 매만지며 기억을 더듬는다.
[한국 소설 품는 밤] 서늘한 미인들
-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당신의 ‘고향 도시’에 생각해보라.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멜랑콜리와 그리움으로 가득한 영혼의 공간이기에, 그에 얽힌 감정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세계 최대 규모의 열두 도시에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작가들이 ‘고향 도시’에 대한 글을 썼다. 그들은 자신이 태어났거나 오래 살았던 한 도시에 대해 사랑하고 미워하는 도시와 삶의 풍광을 자유롭게 그려냈다. <스테이>는 열두 도시에 대한 열두 작가의 글을 담았는데,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서로 닮아 보이는 감상을 자아낸다. 복합적이고도 복잡한. 냉소적이고 자조적이지만 애정을 부인할 수는 없는. 돌아는 가는데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두 돌아버리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농담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마 당신이 가장 뼈아픈 감정으로 읽게 될 글은 김영하가 쓴 서울에 대한 글 ‘단기기억상실증’일 것이다. “서울은 어쩌면 정신과적 상담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미치지는 않았을지 몰라
[도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서울에게
-
-
점에서 선으로. 요즘 여행의 방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선을 그려야 하니 걷기 좋은 길, 오랫동안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길이 주목을 받는다. 주말에 서울 성곽을 따라 걸었다거나 휴가를 내 제주 올레길을 일주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숲, 그 섬에 어떻게 오시렵니까>는 그렇게 천천히 선을 긋는 여행을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그 숲, 그 섬에 어떻게 오시렵니까>는 녹색연합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생태환경작가 박경화가 쓴 국립공원 탐방기다. 저자는 2007년에 국립공원 도보순례에 참여해 전국 국립공원을 탐방한 뒤 자료조사를 하고 다시 찾아 돌아보고 썼다. 저자의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에는 산성과 사찰, 자연생태계를 비롯한 국립공원의 생태학적 읽을거리가 많다. 2006년 벼락을 맞고 쓰러진 할아버지나무의 위용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새들 사진까지, 사진자료도 풍부하다. 여행정보는 기본. ‘왜 과일
[도서] 나를 부르는 숲
-
“가난은 아주 나약한 영혼을 가진 미국인에게도 비교적 가벼운 질병인데 반해, 무익함은 강인한 사람과 나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미국인을 매번 파괴합니다. 우린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이 세상에 만연한 악덕과 물신 숭배와 생명 경시 풍조를 비난하는 어떤 문장들이 이제 너무 나약하고 진부하게 들린다고 생각한다면, 대신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이토록 관대하고 지적이고 따뜻하며 동시에 숨넘어가게 웃긴 작가의 뒤를 3박4일 따라다니는 그루피가 되고 싶어질 테니.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는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중 국내 초역작이다. 보네거트가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평가한 리스트에 따르면,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는 당당히 A학점을 받았다. <타이탄의 미녀> <마더 나이트> <제일버드>와 같은 순위다(제일 점수가 안 좋은 작품은 <제일버드>
[도서] 보네거트! 이예에~
-
표절 의혹 지수 ★★★☆
오리엔탈 지수 ★★★★
표절 논란은 음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계와 그 시각적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탐해왔던 영화계 사이에도 종종 표절 논란이 있어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개봉작을 예로 들어보겠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프랑스의 게이 커플 아티스트 피에르 & 쥘(Pierre et Gilles) 사이의 논란이 있었다. 알다시피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는 배우 이영애가 화려한 꽃장식을 배경으로 보석 같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포스터가 피에르 & 쥘의 키치한 그림과 닮았다는 의혹이 네티즌으로부터 제기됐고, 이에 포스터를 작업한 관계자가 나서 “피에르 & 쥘의 작업들에서 영감을 가져온 게 맞다”고 확인해준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아바타>가 논란이었다. 포스터 사진을 비롯해 판도라 행성의 특정 모습이 유명 커버 아티스트 로저 딘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거다.
[전시] <아바타>가 베낀 그림이라고?
-
연극 <이(爾)>
일시: 3월21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출연: 김내하, 전수환, 오만석, 김호영, 이승훈, 정석용, 조희봉, 진경, 하지혜
문의: 1588-5212
10년이다. 그 사이 연극 <이(爾)>에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었다. 바로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나 역시 영화를 본 뒤 원작의 호기심에 이끌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연극을 보았다. 당시에는 영화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대극장 뒷좌석에 앉은 터라 배우들의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탓이 컸음을 이번 공연에서 깨달았다. 그렇다고 영화에 대한 호감이 줄어든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연극 <이(爾)>가 지닌, 즉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원작의 고유함을 느꼈다고 할까.
영화에 비해 연극은 생생한 입체감이 있다. 영화가 대중적이라면 연극은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배우들의 대사에도 언어의 깊이와 느낌이 다르다. 여기에는 ‘1
[공연이 끝난 뒤] 10년 묵은 무대의 맛
-
봉준호 감독이 <어둠의 아이들> 개봉에 맞춰 방한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인터뷰어를 자청했다. <멍텅구리: 상처입은 천사>(1998), <의리없는 전쟁>(2000) 등 일본에서는 최양일 감독과 더불어 선 굵은 남성적 터치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사카모토 준지는 봉준호 감독이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산세바스티안영화제를 찾았을 때 만나 지금까지 ‘형님’으로 모시는 감독이다. 서로의 영화가 촬영 중이거나 개봉할 때, 서울 혹은 도쿄에서 만나 술잔을 비우며 우정을 쌓아온 게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됐다. <어둠의 아이들>을 보면서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힘이 놀라웠다’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은 어린 배우들의 연기, 실화의 영화화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해줬다. 오랜 우정만큼 무거움과 유쾌함이 자연스레 오간 그들의 대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마더> 때 후지야마 나오미 얘기가 많이 생각났다
봉준호: 10년 전 산세바스티안영
10년지기 봉준호, 사카모토 준지 감독을 만나 그의 신작 <어둠의 아이들>을 묻다
-
‘21세기 모든 힙스터가 주목해야 할 사운드’가 <<Strange Ear>>의 헤드카피다. 한국의 힙스터가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 중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볼 때 이 앨범의 지향점이 대략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아하, 뉴오더, 디페시모드 같은 뉴웨이브 사운드가 주도하고 있는 앨범은 댄서블하면서도 지적인 감흥을 주기 충분하다.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의 접합점이 세련된 멜로디로 드러나는 순간들, 요컨대 <Alpha>와 <Cashmere> <Faster> <Molloy> 등의 어떤 부분들이 순식간에 귀를 낚아챈다. 잘 다듬어진 훅과 트렌디한 감수성(최근 몇년간 영미권 팝의 대세는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팝이었다)을 캐치한 멜로디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티비 옐로우의 데뷔앨범은 최근 등장한 여타의 비슷한 스타일의 앨범 중에서도 돋보인다. 둥둥거리는 비트와 중독성있는 멜로디, 20년 전 한국에서 유행한 유로팝의
[음반] 21세기 힙스터를 위하여
-
헬로세이프라이드는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아니카 놀린의 솔로 프로젝트다. 라디오 방송도 하고 매체에 칼럼도 쓰는 그녀는 노래까지 직접 만들고 부른다. 온갖 음악, 특히 온갖 팝이 공존하는 스웨덴에서 이 싱어송라이터의 입지는 꽤 대중적인데 멜랑콜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소개된 두 번째 앨범인 <Introducing… Hello Saferide>는 전기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로 반죽한 멜로디에 연애와 외로움에 대한 단상을 토핑한 팝 앨범이다. 몇번 들으면 금세 흥얼거리게 된다. <My Best Friend>와 <If I Don’t Write This Song Someone I Love Will Die>나 <Get Sick Soon> 등이 특히 그렇다. 사실 이 노래들은 ‘사랑한 뒤에 남겨진 것들’로 수렴된다. 그래서 쓸쓸하고 그래서 희망적이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인가 아닌가. 도시에서 산
[음반] 쓸쓸하고 그래서 희망적인
-
안스네스와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3월27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1-3183
1996년 마리스 얀손스와의 첫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이제 그는 내로라하는 이름이 되어 정기적으로 국내팬을 만나고 있다. 그가 이번엔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온다. 그들의 국내 협연은 5년 만이며 두 번째다.
그들이 이달 서울과 통영, 울산에서 세 차례에 걸쳐 들려주는 레퍼토리에는 이미 두 차례 녹음으로 ‘찰떡호흡’을 증명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K.488>과 <제24번, K.491>. 안스네스는 이 두곡을 협연하면서 동시에 오케스트라도 직접 지휘한다. 그외 모차르트 교향곡 <제35번, K.385>와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홀베르크 모음곡>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이사벨 반 쾰른의 지휘로
[공연] 또다시 노르웨이에 물들다
-
히스 레저의 마지막 작품을 <다크 나이트>로 알고 있다면, 그건 틀렸다. 팀 버튼 감독과 사진가 팀 워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협업한 듯한 공상과 상상과 몽상의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히스 레저가 채 끝내지 못한 그의 유작이다.
아무도 이야기 따위에는 관심없는 시절에 이야기보따리로 장사를 하려는 파르나서스 박사에게는 비밀이 있다. 악마에게 젊음을 얻는 대가로 딸(릴리 콜)의 열 여섯번째 생일에 그녀의 목숨을 내놓는 모종의 거래를 한 것. 모든 거래가 그렇듯 여기에도 문제를 풀 실마리는 있고, 희대의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흰색 스트라이프 스리피스 슈트에 하얀 구두를 신고 다리 밑에 목맨 채 달려 있던 토니는 상상극장 단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구태여 도움이 없어도 그는 죽을 목숨은 아니었다. 사기를 밥 먹듯 치다 보니 쫓길 일도 많은 토니에게는 작은 피리가 하나 있는데, 분노의 무리들이 그를 목매
[그 액세서리] 사기꾼과 피리
-
지난 2월28일, 강우석 감독은 영화전문지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끼> 촬영이 거의 끝났으니까, 혹시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자신감, 혹은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였다. 최근 몇몇 자리에서 <이끼>의 편집본을 봤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사실 언제나 그의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강철중: 공공의 적1-1>은 재미있다는 소문이 워낙 파다했던 터라 제작진쪽에서 일부러 소문을 흘린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다. 그런데 <이끼>와 관련한 반응은 재미의 정도를 나누던 전작들의 반응과 달랐다. 이야기나 분위기가 강우석 감독의 영화 같지 않다는 것, 그리고 흥행감독이 아닌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후 어느 날, 강우석 감독은 <글러브>라는 제목의 차기작을 찍겠다는 계획
[강우석] 드라마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처음 알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