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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레드>(Deep Red)
다리오 아르젠토/이탈리아/1975/130분/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걸작선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다리오 아르젠토적인 영화는 무엇입니까? 답변은 다양할게다. <서스피리아>는 가장 대중적인 답변이 될 것이고 <수정깃털의 새>는 가장 마니아적인 답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정답을 하나 내놓아야 한다면 역시 <딥 레드>일 수 밖에 없다. 심령술사 헬가는 심령학대회에서 살인마의 존재를 감지하자마자 살해당한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살인범을 목격한 마크는 기자 지안나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그리고 살인마가 동요를 틀어놓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사실로부터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나간다. 물론 아르젠토 영화에서 이야기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 감히 말하자면 다리오 아르젠토는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이야기 직조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남자다. 무슨 상관 있으랴. 아르젠토의 영화에서 중요한 건 정신나간 색채와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적인 영화 <딥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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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A White Night
고바야시 마사히로 | 일본 | 2009 | 84분 | 아시아영화의 창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의 리옹, 리옹에서도 붉은 다리를 중심으로 반경 100여미터 정도다. <백야>는 이곳에서 처음만난 일본인 남녀의 10시간 남짓한 사랑과 이별을 담는 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로만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지루한 영화라고 오해하면 실수다. 뜻밖의 공간에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은 충분하다.
다리에 올라 상념에 젖은 여자에게 남자가 말을 건다. 여자는 경계하고 남자는 사라지는데, 둘은 다시 다리에서 만난다. 남자의 말은 여자의 상처를 헤집어 놓는다. “여기서 애인을 기다리는 건가요? 오지 않는 거 아니에요? 아마도 유부남이겠죠?” 자신의 바보 같은 사랑을 들킨 여자와 10시간 후 파리로 향하는 남자는 서로 말싸움을 벌이다 차를 마시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대화를 반복한다. 서로가 하지 말라는 말과
<비포 선라이즈>식의 여행 로맨스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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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골수팬으로서, 자리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정도 되는 센텀시티 프레스센터의 데스크탑 좌석에서 SK와 두산간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중계를 보는 무개념 기자들을 보고 있으면 뒤에서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플레이오프 일정 전체가 거의 영화제 기간과 딱 겹치기에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어떡하나, 정말 아찔했다”는 모 영화제 관계자의 얘기에 분노가 치밀지만, 어쨌건 덕분에 일에만 매진하는 내 모습을 보며 “정말 씁쓸하구만”을 읊조리게 된다.
[behind PIFF] 자이언츠 팬의 어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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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어선> (Kanikosen)
사부 | 일본 | 2009년 | 109분 | 아시아영화의 창
게 잡이 배의 선원들은 노예처럼 일한다. 쉬는 시간은 거의 없고, 밥은 배를 채우지 못하고, 잠도 모자르다. 누군가는 탈출을 꿈꾸다 죽고, 또 누군가는 게처럼 옆으로 걷는 이상증세를 보인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망망대해에 놓인 배안에서 이들이 선택한 건 자살이다. 죽음을 통해 새로 태어나서 더 나은 삶을 살자는 논리는 절망으로 가득한 이들에게 묘하게 설득적이다. 그러나 사는 게 힘든 처지에 죽음이 쉬울 리는 없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이들의 또 다른 선택은 반란이다.
<포스트맨 블루스> <홀드 업 다운>을 연출한 사부감독의 신작 <게어선>은 언뜻 자본주의 시대의 또 다른 전쟁을 묘사하는 듯 보인다. 게 잡이 사업의 책임자는 선원들에게 강조한다. “이건 전쟁이야. 너희들은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는 거야.” 하지만 당장 배고픈 선원들에게 국
사부감독의 신작 <게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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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 영화를 만든다. 어쩌면 <사랑해, 파리> <도쿄> <뉴욕, 아이 러브 유> 등 지난 몇 년간 한 도시를 배경으로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부산 프로젝트>(가제)는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에 관한 스토리’라는 큰 틀 아래 한국의 장준환, 일본의 유키사다 이사오, 태국의 위싯 사사나티앙 등 아시아 3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만나 세계를 향해 내놓는 범아시아 프로젝트다.
10일 오전 11시 센텀시티 문화홀에서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대표 프로듀서를 맡을 옴니버스 영화 <부산 프로젝트>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손정민의 사회로 김동호 프로듀서와 제작을 맡는 영화사 ‘발콘’의 오석근 대표를 비롯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 올해는 <애처가> <퍼레이드> 두 작품으로 부산을 찾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참석했으며, 다른 촬영 일정으로 참석
부산에서만 사랑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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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가을. 하길종은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한 권의 시집을 출판한다. 당시 신문의 기록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프랑스의 현역 시인 앙드레 브르통과 르네 샤르를 즐겨 읽는다.’는 서울 문리대 하길종(불문과 4년)군이 스물여덟 편의 자작시로 아담하게 장식된 시집 <태를 위한 과거분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굳이 따져보면, 이 시집은 앙드레 브르통에 가까운, 대학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던 쉬르(초현실주의)를 구현한 작품이었다.
데뷔작 <화분>, 독재문화에 대한 은유
그 후 하길종은 초현실주의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UCLA에 입학을 한 것은 1965년 가을의 일이었다. 그에게 아메리카의 생활은 변화의 시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듬해 전채린과 결혼을 하였고, 졸업 논문으로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의 시적 경향에 대한 연구>를 썼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젊은 날 하길종의 관심
그 자신이 바로 ‘쉬르’ 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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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오케>는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 크리스 총찬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 서슴없이 AFA라고 말한다. “AFA에서 <데스 노트> 촬영감독인 다카마 겐지, 다레얀 오미르바예프 감독님 등으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수많은 연출, 기술, 음향 전문가들을 친구로 사귀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사운드 담당 모리나가 야스히로와는 동갑내기라 더 친했다. 요코하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AFA가 아니었으면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라고 덧붙인다. 말레이시아의 한 마을을 무대로 촬영한 <카라오케>는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베틱’의 이야기다. 도시에서 대학을 나온 베틱은 고향으로 돌아와 집에서 운영하는 카라오케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귀향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베틱은 카라오케 배경영상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마치 우리나라 노래방 초창기의 반주 화면을 보
“가장 좋아하는 예술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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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발리우드 영화를 좀 봤다 싶은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름, 야쉬 초프라. 제작사 ‘야쉬라지 필름’을 설립해 총40여 편을 제작한, 인도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쉽게 말해서, 당대 최고의 배우인 아흐마드 밧찬, 샤룩 칸, 닐 무케쉬, 존 아브라함 등이 출연한 영화의 상당수를 그가 연출·제작했다고 보면 된다. 그 공로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에게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을 수여했다.
거장에게도 올챙이 시절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스타가 나와 화려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발리우드 영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조감독이었던 형의 현장에서 영화를 시작”한 그는 1962년에 <먼지의 꽃>(Blossom of Dust)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가족적인 이야기로 출발한 그는 액션, 사극 등 모든 장르를 시도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을까.” 이
인도에서도 불법다운로드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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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닭을 회교도적으로 죽이는 방법은? 첫째. 일단 곱게 키운다. 둘째. 다 키웠다 싶으면 코란을 지참한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셋째. 닭님을 앞에 두고 준비한 코란을 경건하게 읽는다. 넷째. 닭님의 명복을 빌며 단칼에 내리친다. 셍 탓 리우의 <할랄>은 이 과정을 시치미 뚝 떼고 엄숙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슬랩스틱 코미디마냥 웃기다. 하지만 마냥 웃기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제목 <할랄>이 이슬람 율법으로 허용된 음식을 뜻하듯, 셍 탓 리우 감독은 돼지, 닭, 소 등을 종교적 이유로 먹지 않고 나아가 타 종교인들에게도 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말레이시아 내 무슬림 사회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셍 탓 리우 감독은 중국계 말레이시안이다. “다인종 사회인데도 다른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는 풍경을 자라면서 심심찮게 보고 겪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영화를 보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는 게 감독의
종교를 향한 코믹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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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의 연출자는 배우 기시타니 고로다. <용이 간다> <크로우즈 제로>등에서 주로 진지하고 강한 남자를 연기했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할 때,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의외의 작품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미필적 고의의 살인을 저지른 뒤, 시체를 숨기려다 벌이는 귀여운 소동극을 그의 얼굴에서 떠올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단, 배우가 아닌 연극연출가이자 제작자인 기시타니 고로를 생각한다면 수긍할 만 할 것이다. 일본에서 그는 가장 재미있는 연극을 만드는 이로 유명하다. “티켓 값이 만엔 이상이어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연극들이다.(웃음) 연극을 본 사람들은 분명 이번 영화를 낯설어하지 않을 거다.”
왕성한 예술적 식욕을 가진 그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역시 배부른 영화로 만들었다. "웃다가 감동적인 눈물도 흘리다가, 기쁨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게임, 뮤지컬, 뮤직
“호러영화는 보기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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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가브라스는 정치 영화의 거장이다. 그리스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정치 스릴러 <Z>(1969)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고백>(1970)과 <계엄령>(1973)으로 각각 체코슬로바키아와 우루과이 독재 정권을, <의문의 실종>(1982)으로 칠레 피노체트 정권과 미국 CIA의 범죄를 폭로했다. 물론 잊어서는 안될 일은 그가 정치 영화의 거장인 동시에 놀랍도록 오락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거다. 현재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위원장이기도 한 가브라스는 “오기전에는 작은 지역 영화제라고 생각했는데 와봤더니 규모도 크고 굉장히 활기찬 영화제인 것 같다”는 첫 인상을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의문의 실종>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한편이다. 어린 시절 그 영화를 보고 정치적 이면에 눈을 뜨게 됐으니까 말이다. 근데 보수적인 80년대 CIA의 추악한 음모를 다루는 영화를 어떻게 소신대로 만든 건가.
=나에
“민주적인 미국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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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다웠던 그녀여! 지난 9월 안타깝게 세상을 뜬 여배우 장진영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10일 낮12시30분 해운대 메가박스 10관. ‘장진영 특별전’에 초청된 윤종찬 감독의 <소름> 상영 전, 동료 감독(윤종찬, 권칠인, 김해곤, 이정욱 외 감독조합의 감독들)들과 배우(김아중, 한지혜, 유선)들이 그녀를 추모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故 장진영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하면서 고인을 추억했다.
추모전은 그녀의 활동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시작됐다.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눈물을 터트렸던 장면을 비롯해 온몸에 비를 맞는 열연을 펼친 <청연>의 메이킹 필름, 2006년 11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 등, 그녀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관객들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장진영과 함께 작품을 했던 감독들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그녀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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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매진된 상영작을 미리 확인하자. 10일10일 오후 2시 현재, 매진된 작품은 총 상영작 355편 가운데 256편이다. 회차로 볼 경우 총 801회차 상영에서 약 50%에 이르는 416회차가 매진됐다. 꼭 보고 싶은 상영작이 있다면 임시매표소 현황판을 살펴봐야 할 듯. 부산영화제 공식홈페이지의 티켓교환게시판도 유용하다.
매진현황 꼭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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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포토타임때 배우 이민호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PIFF2009] 이민호의 황당한 레드카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