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는 새로운 것과의 씨름이자 도전이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1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시'의 제작보고회에서 "'시'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드러내 주는 것이며 그런 것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에 있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감정들을 관객과 나눠보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시'는 배우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2007)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이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다. 아울러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유력한 영화로 영화계가 거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영화는 칸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내달 13일 개봉한다.
'시'는 생활보조금을 받아가며 딸이 맡긴 10대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중반 여성 '미자'가 문학강좌 수업을 받으며 생전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는 내용을 담는다. 배우 윤정희가 '만무방' 이후 1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영화가 갈수록 재미, 오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그런 영화들이 정말 가슴을 두드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나도 관객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지만 제 영화에서는 그 만남의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와 관객 사이에 많은 장애물을 설치했다. '시'는 그 장애물을 모두 통과한 관객과 결승선에서 부둥켜안고 싶은 영화"라고 소개하면서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진심이 전달된다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연 배우 윤정희에 대해서는 "왕년에 전설적인 배우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의 아내인 대단한 사람 같지만 내면은 소박한 60대 여인인 영화 속 '미자'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름은 졌지만, 내면은 늙지 않은 배우다. 60년 이상 본 밤하늘의 달이 뭐가 그리 황홀한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황홀한 감정에 젖어 현실을 잊는 여인이기도 하다. 소박하고, 소녀 같은 배우"라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여부와 관련해서는 "칸에 작품을 보냈고, 심사위원들의 감상도 들을 수 있었다"며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함구하는 게 관례"라고 했다.
40여년간 영화계에 몸담으면서 처음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는 윤정희는 "1년 반 전 이창동 감독이 나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이) 감독의 작품을 그간 많이 봐 왔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미자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하게 미자를 표현하기보다는 보통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했는지 그 결과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60살이 넘었지만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면소 15년의 연기 "공백기가 길었지만 영화를 떠났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런지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라는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이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조금이라도 자신이 변할 수 있는 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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