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요즘 아이돌 스타들은 무대만 달구는 것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밈없는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드라마에도 진출한다.
'정통' 연기자들의 무대라고만 여겨졌던 드라마에서 이들의 존재는 신선함을 더하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돌 스타에서 벗어나 연기자로서 인정받으며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 김수현 작가의 가족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다이어트와 '어장 관리'에 골몰하는 막내딸 초롱 역을 맡은 남규리.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얼굴이지만 남규리는 그룹 씨야의 멤버로 데뷔한 '구 아이돌'이다.
4년 동안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다가 2008년 학원 공포물인 영화 '고사'를 찍은 경력으로 베테랑 연기자들이 총출동한 김 작가의 작품에 합류했다.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는 2PM의 옥택연이 등장한 5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대 위에서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짐승돌'의 모습은 간데없이, 어쩌다 같이 살게 된 누나 은조(문근영)에게 절대적인 사랑과 충성을 보내며 말없이 애절한 눈빛으로 은조를 바라보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해병대를 갓 제대하고 나와 "예, 알겠습니다"라고 목청 높여 대답하고, "니 내 모르나", "아, 가스나"라며 사투리를 구사하는 짧은 연기였지만,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옥택연으로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다른 아이돌 스타보다는 연기 경험이 많은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은 '오! 마이 레이디'의 주인공이다. '발연기'를 하는 꽃미남 스타이자 콧대 높은 '까칠남'인 그가 도우미이자 매니저가 된 이혼녀 개화(채림)와 엮이며 마음을 열어가는 코믹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인의 취향'에 출연하고 있는 2AM의 임슬옹은 비중은 가장 작다. 전진호(이민호)의 후배로 등장하는 그는 모텔에서 팬티 바람으로 진호의 다리에 매달려 개인(손예진)이 진호를 게이로 오해하게 하는 불씨를 제공했다.
◇ "신선함 더해 활력"‥"드라마 산업의 흐름" =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스타를 정통 드라마에 영입하는 것은 시청률을 의식해 이목을 끌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노련미는 부족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새로움이 익숙한 기성 연기자들이 주는 식상함을 상쇄해 주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SBS 드라마 허웅 CP는 "아이돌 스타의 존재감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매력이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며 "제작진도 사전 진단에 따라 여러 가지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허 CP는 "아이돌을 기용할 때 내부에서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며 "아직 시작이고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 작업인 만큼 그들이 동료들과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데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계상, 윤은혜, 성유리 등 아이돌 스타 출신이지만 이제는 연기자로 완전히 자리잡은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드라마가 더 이상 내수용이 아니라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스타 시스템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해외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모은 '아이리스'의 탑(빅뱅)이나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SS501)은 물론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은 아예 일본 드라마에 출연해 두자릿수 시청률을 올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KBS의 이응진 드라마국장은 "드라마가 산업화 되면서 스타 시스템이 강화되는 것은 이미 한 흐름이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다만 내러티브를 무시하고 해외시장을 겨냥해 해외에서 인기있는 한류스타를 의도적으로 조합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oyyie@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